2026-06-30
음식도 디자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디자인을 시각의 영역에서 먼저 떠올린다. 로고와 패키지, 공간과 브랜드 아이덴티티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디자인의 본질을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구조화하는 사고’라고 정의한다면 음식 역시 충분히 디자인의 대상이 된다.
어떤 재료를 선택할 것인가. 어떤 조리 프로세스를 설계할 것인가. 고객은 어떤 경험을 하게 될 것인가. 상호 브랜드에는 어떤 철학을 담을 것인가. 이 모든 질문은 디자인의 질문과 다르지 않다.
신미경 대표는 그런 점에서 흥미로운 인물이다. 대학에서 음악교육을 전공하고 잠시 교직에 몸담았던 그가 지금은 30년 넘게 닭갈비 사업을 이끌고 있다.
‘신미경 홍대닭갈비’와 ‘정통춘천닭갈비’를 운영하며 국내 여러개의 매장을 성장시켰고, 최근에는 베트남 나트랑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단순한 외식업 성공담으로 읽는다면 절반만 본 셈이다.
그의 관심은 매장 숫자에 있지 않다. 닭갈비를 통해 사람을 키우고, 일자리를 만들고, 한국의 음식 문화를 세계에 전하는 데 있다. 더 나아가 K-푸드의 핵심 자산인 ‘소스’를 글로벌 콘텐츠로 키우겠다는 구상까지 품고 있다.
디자인정글이 신미경 대표를 만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의 사업이 단순한 외식업이 아니라, 사람과 시스템을 설계하는 하나의 ‘디자인 프로젝트’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어떤 재료를 선택할 것인가. 어떤 조리 프로세스를 설계할 것인가. 고객은 어떤 경험을 하게 될 것인가. 상호 브랜드에는 어떤 철학을 담을 것인가. 이 모든 질문은 디자인의 질문과 다르지 않다.
신미경 대표는 그런 점에서 흥미로운 인물이다. 대학에서 음악교육을 전공하고 잠시 교직에 몸담았던 그가 지금은 30년 넘게 닭갈비 사업을 이끌고 있다.
——
“원래 제 인생 계획에 ‘외식업’은 없었습니다”
Q. 음악교육 전공자이자 교사 출신인데, 외식업 CEO가 되셨습니다. 꽤 극적인 전환입니다.
“저도 제 인생이 이렇게 흘러갈 줄 몰랐죠.”
신 대표는 강원대학교 사범대에서 음악교육을 전공하고 잠시 경북 청송과 봉화에서 중고등학교 음악교사로 재직했다. 그러나 육아로 인해 교직을 떠나야 했다.
“그때는 그냥 평범한 주부였어요. 다시 사회로 나가게 될 줄은 몰랐죠.”
인생의 방향을 바꾼 것은 예상치 못한 한 사람의 권유였다.
“집주인 아주머니가 빨래를 널고 있는 저를 보시더니 ‘이렇게 집에 있기엔 아깝다’고 하셨어요. 학원을 해보라고 권하셨고, 심지어 자금까지 빌려주셨어요.”
믿기 어려운 인연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48명으로 시작한 학원은 두 달 만에 100명을 넘어섰다. 교육자로서 그의 재능은 분명했다.
“학생을 가르친다는 건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가능성을 발견하고 끌어내는 일이죠.”
지금의 사업 철학 역시 그 경험에서 출발했다고 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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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갈비를 판 게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설계했습니다”
Q. 교육에서 외식업으로 방향을 튼 이유는 무엇입니까?
“춘천이 제 고향입니다.”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그러나 그 안에는 깊은 철학이 있었다.
“우리 집 가훈이 ‘홍익인간’이었어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뜻이죠. 제가 무엇을 통해 이걸 실천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가 선택한 것은 춘천의 대표 음식 닭갈비였다. 하지만 기존 방식 그대로 따라가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는 닭갈비를 처음부터 다시 분석했다.
“기존 조리법을 보면서 왜 이렇게 만들지? 하는 의문이 많았어요.”
대표적인 것이 조리 순서였다.
“고기를 물기가 많은 상태에서 익히면 특유의 냄새가 나죠. 야채와 고기를 함께 넣으면 물기가 생기지만, 고기를 먼저 익히고 야채가 들어가면 야채가 살아있어 식감이 좋아요. 그 구조를 바꿨어요.”
소스도 마찬가지였다.
“설탕과 조미료 양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방식으로 다시 만들었죠.”
이 대목은 외식업이라기보다 제품 개발에 가깝다. 문제를 발견하고, 원인을 분석하고,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과정.
디자인 씽킹의 전형적 구조다.
신 대표는 웃으며 말한다.
“지금에 와서야 생각해보니 저는 요리를 한 게 아니라 계속 디자인과 설계를 했던 것 같네요.”
음식도 디자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러나 디자인의 본질을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구조화하는 사고’라고 정의한다면 음식 역시 충분히 디자인의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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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왕이 아니라 ‘신’입니다”
Q. 초창기 마케팅도 꽤 독특했다고 들었습니다.
신 대표는 사업 초기를 떠올리며 웃었다.
“그 지역에 군인 가족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랜턴을 선물했다. 밤길이 어두웠기 때문이다. 학부모 고객에게는 교육용 콘텐츠를 준비했다. 자녀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을 읽어낸 결과였다.
“그냥 음식을 파는 게 아니라 고객의 삶을 이해하려고 했죠.”
그의 서비스 철학은 명확하다.
“손님은 왕이 아니라 ‘신’입니다.”
익숙한 표현 같지만 의미는 다르다.
‘왕’이 거래의 대상이라면, ‘신’은 존중의 대상이다. 그 철학은 매장의 분위기와 서비스 구조를 결정하는 기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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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은 관리 대상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사람입니다”
Q. 직원들의 장기근속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게 제 자랑이에요.”
20년 넘게 함께한 직원들도 있다. 비결은 무엇일까.
“지속적인 교육입니다.”
그는 직원들을 단순 노동 인력으로 보지 않았다. 좋은 강사를 초청해 매장을 닫고 함께 강의를 듣기도 했다. 정신교육, 리더십 교육, 삶의 태도에 관한 교육까지 지속적으로 진행했다.
“사람은 존중받으면 바뀝니다.”
운영 방식도 독특했다. 보통 외식업에서는 계산대를 가족이 맡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는 직원 모두에게 카운터를 맡겼다.
“의심하면 끝이 없어요. 시스템을 만들고 신뢰를 주면 오히려 더 투명해집니다.”
사람을 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성장시키는 방식. 교육자 출신 CEO다운 접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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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보다 ‘사람’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Q. 사업을 더 공격적으로 확장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그럴 수도 있었죠.”
하지만 그의 선택은 달랐다. 기술을 독점하지 않았다. 형제 자매는 물론 친척과 지인들까지 기술을 나눴다. 그 숫자가 100여 가정에 이른다고 한다.
“돈을 더 벌려면 프랜차이즈를 했겠죠. 그런데 제 목적은 그게 아니었어요.”
그는 청소년 상담, 노인 상담, 가족치료까지 공부했다. 13년 동안 상담 봉사도 이어갔다.
양평 본점 3층에 만든 ‘맘 나눔터’도 같은 철학에서 출발했다. 지역 엄마들이 쉬고 이야기하고 서로 위로받는 공간.
코로나 이전까지 활발하게 운영됐던 이 공간은 외식업 매장 안에 만든 작은 커뮤니티 플랫폼이었다.
‘칠판’ 앞에서 학생을 가르치던 한 사람이 ‘철판’ 앞에서 또 다른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닭갈비를 통해 사람을 키우고, 소스를 통해 세상과 연결되려는 그의 실험은 아직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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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갈비보다 ‘소스’를 세계로 보내고 싶습니다”
Q. 최근 해외 진출도 본격화하셨습니다.
“베트남 나트랑에 매장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진짜 목표는 해외 매장 확대가 아니다.
“K-푸드의 핵심은 ‘소스’라고 생각해요.”
한국 음식의 경쟁력은 단순한 메뉴가 아니라 문화적 구조에 있다는 것이다. 함께 나누고, 같이 먹고, 관계를 만드는 음식 문화. 그 핵심을 ‘소스’가 담고 있다고 본다.
“닭갈비 소스, 돼지갈비 소스를 세계에 수출하고 싶어요.”
이유는 분명하다.
“그걸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들이 해외로 나갈 기회를 만들고 싶어요.”
그의 시선은 여전히 사람을 향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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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결국 사람을 위한 설계다”
신미경 대표를 만나며 떠오른 단어는 의외로 ‘디자인’이었다. 그의 사업은 단순한 외식업이 아니었다.
교육자의 시선으로 사람을 키우고, 브랜드 철학으로 경험을 설계하고, 음식 콘텐츠를 통해 세계 시장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스템 디자인’에 가깝다.
‘칠판’ 앞에서 학생을 가르치던 한 사람이 ‘철판’ 앞에서 또 다른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닭갈비를 통해 사람을 키우고, 소스를 통해 세상과 연결되려는 그의 실험은 아직 진행형이다.
어쩌면 신미경 대표가 만들고 있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가능성’인지도 모른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인
사진제공_ 신미경 대표
<신미경 대표 프로필>
신미경 홍대닭갈비, 정통춘천닭갈비(양평 본점, 양평2호점, 방배점), 갑진식품 대표다. 국립강원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상명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서 석사를 마쳤다.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프랜차이즈 CEO과정,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 외식경영 CEO과정, 중소기업진흥공단 CEO아카데미 미래경영과정, 이화여자대학교 최고명강사 일반•심화과정, 서울시청 리더십 아카데미 최고경영자과정 등을 마쳤다. 중소기업 유망소상공인 프렌차이즈 선정, 서울시 관광홍보대사, 한국멘토교육협회 이사, 행복한지역 발전재단 부위원장, 오퍼레이션 스마일 코리아 이사로도 활동했다. 경기도교육청 상담 자원 봉사, 지역을 위한 강의 봉사 등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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