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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페차쿠차 나이트 인 서울 vol.5

2008-05-06


페차쿠차 나이트 인 서울(이하 페차쿠차)의 다섯 번째 밤이 지난 4월 29일 홍대 앞 클럽 M2에서 열렸다. 현재 런던, 뉴욕, 동경, 상하이 등 전세계 50여 개 도시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건축과 디자인,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자 ‘네트워킹 파티’다. 작년 7월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시작해 5회째를 맞은 페차쿠차의 반짝반짝 빛나는 현장을 중계한다.

취재 | 이상현 기자 (shlee@jungle.co.kr) 사진 | 스튜디오 salt


1st Presenter : Chill _ book design

개성 넘치는 스트리트 잡지 Chill zine을 펴내고 있는 세자매 허지원, 윤재원, 이마야. Chill이라는 이름으로 페차쿠차에 참여한 이들은, 행사에 직접 지원해 발표자로서 관객 앞에 서게 됐다. 그간 매 호마다 주제를 달리하며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겉과 속을 파헤쳐온 칠진의 행보를 소개하는 형식이었는데, 특히 ‘촌빨’ 날리는 동영상으로 칠진의 수상한 정체성을 충분히 알렸다.


2st Presenter : 용관_ art

보기엔 마냥 귀여운 장난감으로 파악하겠지만 아티스트 용관의 ‘SYLLA BRICK’은 복잡한 수학적 이론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그의 프레젠테이션은 예술이니 추상이니 관념이니 하는 난해함 대신, 말 그대로의 '무지' 때문에 머리가 조금씩 아파오는, 그야말로 새로운 예술의 형식을 느끼는 자리였다. 구강 내 혀의 모양을 알레고리화 해 한글의 초성과 종성의 규칙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브릭을 창조해낸 이 신인 아티스트를 기억하라.

3st Presenter : 유걸_ architecture

올해 칠순을 넘긴, 한국 건축계의 거물 유걸이 ‘새파란 어린애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초 내에 20개의 비주얼을 소개하는 다소 황당한 페차쿠차의 규칙을 노장 건축가 유걸은, 자신의 건축 인생의 주요 화두인 ‘기둥’을 중심으로 한 작업과 ‘나무 기둥’의 등치와 배치의 형식으로 쉽고도 깊이 있게 풀어냈다. 과연 그 방대한 작업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했지만, 역시 건축가 유걸다운 방법으로 ‘새파란 어린애’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4st Presenter : 김무준 _ art

페차쿠차의 즐거움으로 역시 새로운 아티스트와의 조우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네 번째 프레젠터이자 두 번째 어플라이인 김무준은 다소 황당한 말로 포문을 열었다. “어려서 못살던 집이 부동산으로 벼락 부자가 된 자신의 경험을 작품으로 풀었다”는 것. 김무준의 작업은 구글맵으로 미국의 운동장과 수영장을 서치하고 캡쳐한 뒤, 이를 단순한 선과 면으로 패턴작업을 해 실물로 제작한다. 마치 땅투기를 하듯 말이다. 그런데 왜 운동장과 수영장인가 하는 물음은 “건강한 플레이스”이기 때문이라는 작가의 변으로, 그의 작업에 방점을 찍는다. 그의 행보를 주목하자.

5st Presenter : 김채원 _ architecture

미국에서 활동 중인 신진 건축가 김채원은 나직한 목소리와 침착한 언술로 관객의 눈과 귀를 집중시켰다. 그녀의 작업은 한편의 ‘인생극장’. 가난한 건축가는 동네의 오래된 건물을 자신의 사무실로 재탄생 시키기 위해 싸고 실용적 방법을 고민한다. 이러한 실제적인 고민은 자연스럽게 작가의 건축 작업에 실마리가 되었고, 그녀는 카드 24개를 ‘돌려 막고’ 빚 더미에 숨이 목까지 차오르는 지경에도 불구 계속해서 작은 집 짓기를 계속했다. 그 결과,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주목 받는 신진 건축가 반열에 오른 김채원은, 현재 베이징의 한 마을에 세계 건축가 200인이 한 채씩 짓는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6st Presenter : 이상남 _ art

20여 년 만에 한국에 돌아와 개인전을 갖고 있는 화가 이상남은, 1970년 대 홍대 앞에서 자유로운 예술가들의 소통을 주선했던 작가의 경험을 반추하며 이번 페차쿠차 참여에 갖는 소회를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흘러가는 이미지로서, 그것도 스크린에 투사된 불안전한 모습으로, 게다가 20초라는 짧은 시간에 파악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며 현재 청담동 PKM 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에 찾아와 작품을 다시 한번 찬찬히 느껴달라는 당부로 프레젠테이션을 끝냈다.


7st Presenter : 노순택 _ photograph

사회성 짙은 사진을 찍어온 노순택. 볼륨을 키운 사진의 주인답게 작가는 다소 격양된 목소리였다. 작가는 북한의 집단화된 풍경과 한국의 그것을 대치해, 과연 우리 안의 파시즘을 비꼬는 작업에 천착해왔다. 북한에 대한 그릇된 오해와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는데 밑줄 쳐지는 사진들은 한국을 넘어 세계 각국의 전시를 통해 공개, 주목받고 있다. 노순택은 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대학원 사진전공으로 입학해 늦깎이 사진학도가 되었다가 비싼 등록금으로 중퇴한 이력을 이야기하며 관객의 공감을 얻었다.

8st Presenter : 채송희, Laurent Pereira _ architecture

한강 노들섬 예술센터 오페라하우스 국제아이디어 공모 수상작가인 채송희와 Laurent Pereira. 이들은 이태원에 지은 건축물을 시작으로 단초를 풀어내며 이번 당선작을 귀결로 작품 세계의 연결점을 짚었다. 영어와 한국어로 사이 좋게 프레젠테이션을 이어나간 이들의 노들섬 예술센터 오페라하우스 설계안은, 전래의상인 색동저고리의 색감을 살린 것으로 노들섬 북안에 병풍 형태의 막을 설치하고 여기에 색동저고리의 오색을 담아 고유의 색감이 물씬 풍기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9st Presenter : 민지혜(blank@) _ accessory design

페차쿠차보다 디자인정글이 빨랐다. 지난 달 ‘이달의 디자이너’ 코너에 소개되었던 액세서리 디자이너 민지혜(blank@)가 9번째 프레젠터로 페차쿠차에 찾아왔다. 민지혜는 한국에서 첫 선을 보인 코찌 형태의 액세서리를 시작으로 시즌별로 편안하게 자신의 작업을 소개했다. 인터뷰 현장에서처럼, 되도록 말을 삼간 그녀의 프레젠테이션은 지극히 ‘blank@스러웠다’.


10st Presenter : 박진우 _ product design

역시 디자인정글 ‘이달의 디자이너’로 소개되었던 프로덕션 디자이너 박진우는 “시간이 너무 짧아 장사꾼 버전으로 이야기하겠다”며 “이 물건으로 소개할 것 같으면…”이라는 재치있는 말로 다소 침착했던 진행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운을 뗐다. 자신의 ‘FAKE’ 시리즈 가방을 한 손에 꼭 쥐고, 왼쪽 가슴에 빨간 브로치를 단 채 그간의 작업을 소개한 디자이너 박진우 역시 그간의 작업을 시기별로 소개했다.



11st Presenter : 김을 _ art

여전히 젊은, 그리고 영원히 젊을 아티스트 김을은 페차쿠차가 선호하는 기성 작가의 전형이 아닐까 싶다. 작가의 등장과 함께 공개된 첫 번째 비주얼은, ‘현대백화점’의 영문 로고 옆에 ‘미술?’을 적어 ‘현대 미술이란?’이라는 화두를 재치있게 제시했다. 작가는 ‘무슨 말이 필요하나, 그냥 보고 느끼면 되지’라는 뉘앙스로 말을 아꼈다. 단, 말을 더해야 할 때와 침묵해야만 할 때, 진지할 때와 웃음으로 넘길 때를 부드러운 미소로 구분하며 ‘프레젠테이션이란 이런 거야’라는 뉘앙스로 관객들의 몰입을 도왔다.


12st Presenter : 서현석 _ video

페차쿠차의 밤을 접을 마지막 프레젠터 서현석. 비디오 아티스트인 그는 6분 여의 시간을 ‘통으로’ 영상물 관람에 쏟아 부었다. 최근 개봉되었던 한국 공포 영화의 장면을 몽타주 편집한 그의 비디오 작품은, 관객들을 말 그대로 ‘뜨악’하게 했다.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던 장면들은 묘한 그루브(?)를 타며 반복되고, 나중에는 공포가 공포를 넘어서 코미디가 되는 과정을 겪게 됐다. 작업의 메시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작품이 보여주는 기이한 영상 체험은, 페차쿠차의 6회 작가를 조심스레 기대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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