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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마이너스’를 최소화하는 방법 Design MADE 2008

2008-12-02

‘Manifesto for Annual Design Exhibition’. 디자인 전시에 대한 새로운 선언을 표방하는 디자인 메이드(Design MADE)가 올해로 네번째를 맞았다. 한국디자인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이 전시의 2008년 주제는 “Saving by Design(디자인을 통한 절감)”이다.
이를 위해 전시가 제안하는 다섯 가지의 방법들이 국내 디자이너와 네델란드, 스페인, 영국 등 해외 디자이너에 의해 실현된다. 실용성, 미적 감각, 재미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절감까지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만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전시는 직접 증명하고 있었다.

에디터 | 김유진(egkim@jungle.co.kr ), 사진 | 스튜디오 salt
자료제공 | 한국디자인문화재단

제한된 재화와 무한한 욕망 안에서의 접점을 찾으려는 소비자들의 본능, 수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행동, 경제학적 논리와 자본주의적 발상, 그리고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을 구분할 줄 아는 인간의 감각이 있기에 디자인의 개념은 가능해진다.
그래서 디자인은 소비자의 눈과 취향을 충족시켜주고, 기업 입장에서 직접적인 수익으로 이어지도록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왔다.
어떤 대상을 주어진 조건 안에서 가장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 디자인이라고 전제했을 때야, 불황 속에서 가장 불필요한 것을 디자인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현대 디자인의 역할이 어디 그뿐이던가.
전시가 보여주는 것은 바로 그 경제적 측면에서 ‘+’의 극대화라기 보다는 ‘-’의 최소화다.

한국디자인문화재단의 장인기 큐레이터는 “일반적으로 디자인이라고 하면 럭셔리한 것 혹은 명품처럼 거창하게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번 전시에서는 디자이너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일상 속의 디자인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라고 기획의도를 간추렸다.
그러니까 이 전시는 에코디자인이나 환경디자인의 개념에서 연상되는 ‘실천’보다는 ‘일상 속에서 아이디어를 실제로 만들어보는 것’에 더 가까운 개념이다.

전시는 구체적으로 다섯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첫째는 ‘자리이동하기’. 스티로폼으로 쇼파를 만든 이광호의 ‘하얀 초콜릿’처럼 주변의 사물들에 대한 재해석의 개념이 가미된 일종의 ‘용도 변경’이다.
이상진의 ‘일상의, 일상적이지 않은’에서는 시장, 가정에서 음식 재료를 담는 빨간 플라스틱 바구니를 조명이 가능한 완벽한 설치작품으로 탈바꿈시키기도 한다.

둘째는 사용, 개조 및 변형의 아이디어를 주는 ‘해킹 이케아’. 직접 조립하고 만드는 DIY 제품을 취급하는 스웨덴 브랜드 이케아의 가구, 생활소품 등을 가지고 전혀 다른 제품을 만든다거나 이를 비트는 방식을 제안하는데, 네덜란드의 ‘플랫폼21’에서 주관했던 프로젝트다.
네덜란드에서 전시되었던 작품들과 함께 한국 디자이너 버전의 ‘해킹 이케아’도 만날 수 있다.

세번째는 기존 기능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함으로써 제품의 절감 효과를 노리는 방법이다.
휴지통 상단에 머리빗 모양을 덧붙여 청소 후 빗자루에 붙어있는 이물질을 제거할 수 있도록 고안한 최형문의 ‘브러쉬캔’, 버팀다리, 화분고리, 접시, 유리잔으로만 꾸민 젊은 저소득자를 위한 식탁인 다니엘 간테스의 ‘보헤미안의 멋진 인생’ 등이 있다.

목재를 가공할 때 나오는 톱밥을 이용한 조명제품인 주상현의 ‘빛이 들다’, 버려진 도자기 몰드를 다른 틀을 조합하여 새로운 모양의 도자기를 만들어낸 나다도라의 ‘밀매’는 전시의 네번째 제안인 ‘다시 사용하기’ 즉, 버려진 것들의 재활용 방안을 모색해 본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공정과정 줄이기’에서는, 자연과의 조화, 실용적이고 편한 신발을 추구하는 브랜드 캠퍼(Camper)의 사례를 소개한다.

이 다섯가지 제안에서 보듯 디자이너는 제조하고, 생산하고, 소비하고, 버리고, 다시 사용하는 과정까지 개입한다. 불황을 타계할만한 가장 효과적인 답안은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디자인을 통한 절감’을 가능케 하는 것은 디자이너의 발상이다. 전시가 ‘작은 아이디어’ ‘일상의 아이템’ 등 쉽고 간편한 수식어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디자이너는 전지전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전시는 예술의 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12월 17일까지 계속된다. 전시 외에 작가들과 함께하는 흥미로운 워크샵이 준비되어있다.
같은 기간 동안 ‘Saving by Design’이라는 같은 주제로 이재욱, 권중모 작가의 전시가 각각 N서울타워 전망대와 N서울타워 야외테라스에서 열린다. www.designfoundati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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