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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조춘만의 카메라에 담긴 이야기

월간사진 | 2016-02-03

 

 

거대한 산업구조물들이 뿜어내는 아름다움을 포착해 이를 기록하는 산업사진가 조춘만. 산업현장에서 그와 동행한 카메라에는 어떤 사연이 담겨있을까. 

 

기사제공 | 월간사진

 


 

응답하라 부곡동_ 라이카 R6.2

 

1993년에 구입한 카메라다. 철거를 앞둔 울산 부곡동과 용연동을 촬영할 때 함께 했다. 필름 감는 행동이 부자연스러워 모터드라이브를 장착해서 촬영했던 카메라이다.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가슴에 품은 채 오로지 감각만으로 셔터를 눌렀다. 그래서인지 주민들의 생생한 표정이 사진에 담겨 있다. 부곡동은 조춘만이 23세이던 1997년, 치열하게 살았던 곳이다. 

 

그곳에 있던 슬레이트 지붕의 단칸방은 산업현장에서 함께 땀 흘리던 조춘만과 그의 친구들이 유일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었다. 15년이 지난 어느 날, 중년이 된 그는 부곡동에 갔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때마침 그 마을에서 철거가 시작되고 있었다. 청춘을 보냈던 곳에 대한 향수 때문이었을까. 그때부터 조춘만은 10년 동안 그의 삶의 향기가 남아있던 부곡동과 인근 지역을 카메라로 담았고, 그것들이 모여 〈Townscape〉 연작이 탄생했다.

 


 

산업구조물의 미학을 담아내다_ 린호프 4X5 카메라

 

철거가 끝난 울산 부곡동 일대에는 중화학 공장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의 시선도 자연스레 산업현장으로 향했다. 생존을 위해 열심히 일했던 시절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40대 중반에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얼키설키 얽혀있는 산업현장의 철 구조물들에서 미학적인 아름다움에 매료되었고, 그 장면을 담기 위해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진학했다. 

 

작업 초기에는 소형카메라를 사용했지만, 35mm 필름으로는 거대한 광경을 담는 것이 불가능해서 결국 필드용 대형카메라를 구입했다. 하지만 수직·수평을 잡는 무브먼트가 여의치 않아 스튜디오용으로 다시 교체했다. 4X5필름에서 오는 선예도와 정확한 수직·수평에서 오는 위압감은 산업구조물의 미학을 표현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대형카메라는 힘든 점도 많았다. 촬영을 나갈 때면 렌즈와 노출계, 필름홀더 등이 담긴 수십 킬로그램의 가방을 혼자 짊어지고 외롭게 산과 언덕을 오르내려야 했다. 한 번은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고 가다 언덕에서 미끄러져 손가락 골절상을 입기도 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탄생된 결과물들은 2013년 ‘Industry Korea’전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아내의 마음이 담긴 선물_ 라이카 S2

 

2014년 ‘Industry Korea 2014’ 사진전과 사진집 〈조춘만의 중공업〉의 대부분을 라이카 S2로 완성했다. 늘 혼자서 대형카메라와 무거운 장비를 짊어지고 촬영하는 것을 안쓰럽게 생각한 그의 아내가 2013년 선물로 사준 디지털 중형카메라다. 무엇보다 장비 무게가 1/4나 줄어서 가벼웠고, 필름카메라를 사용했을 때보다 촬영 컷 수가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촬영시간은 오히려 단축되었다. 

 

컬러 색상 재현 능력도 4X5 필름보다 뛰어나고, 촬영 이후의 후보정도 손쉽게 할 수 있다. 조춘만은 지난날 그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철 구조물들이 머지않아 사라질 것 같아 마음이 저려온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사진가로 활동하는 한 산업현장의 미학은 계속해서 기록될 것이다. 물론 그의 추억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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