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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나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아니다

2009-09-29

선선한 가을 바람과 함께 새롭게 선보이는 ‘Speaker’는 디자인계의 크고 작은 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한 자리다. 바람에 묻혀 희미하게 들리는 이야기, 그러나 꼭 한번쯤 들어야 할 이야기를 위해 마련한 코너인 것. 그 첫 번째 순서로 일러스트레이터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꿈을 좇아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음에도 ‘나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 그들의 이마에 새겨진 ‘프리랜스’ 네 글자가 스스로 일러스트레이터임을 부정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모르는 사람들은 그 표식을 자유와 고수익의 상징으로 여길지 몰라도 당사자들에게는 꿈을 담보로 한 고된 노동이며 착취다. 4인의 일러스트레이터가 참여한 이번 대담은 누가 그들의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웠는가에 대한 질문이자 고찰이다.

SPEAKERS | 김남균, 김중석, 박지영, 안우정
에디터 | 정윤희(yhjung@jungle.co.kr)
사진 | 스튜디오 salt

1년 중 가장 덥다는 말복, 하루 중 가장 덥다는 오후 2시에 4인의 일러스트레이터가 모였다. 일러스트레이터의 현실과 문제점, 그리고 어딘가 있을지 모르는 개선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모인 것.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진행자가 첫 마디를 꺼내기가 무섭게 쌓아두었던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일러스트레이터 간의 교류가 얼마나 절실했는지를 가늠케 한 시간이었다. 뜨거운 대화가 오고 갔지만 분위기만큼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다정하기만 했다.

Jungle(이하 J) 이렇게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각자 어떤 분야에 계신지,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체감하는 업계 분위기는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김중석(이하 석)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일러스트레이션 시장에서 어린이 책 출판 분야는 비교적 환경이 좋은 편이라 크게 불합리한 경우를 겪어보진 못했던 것 같아요.
안우정(이하 정) 저는 국내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디자이너로 일하다 뉴욕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졸업 후 에디토리얼 일러스트레이션 위주로 작업하다 2005년에 귀국했어요. 귀국 후 우연히 잡지 쪽에서 일하게 됐고, 연이어서 관련된 일이 들어왔었죠. 사보 표지나 내지 일러스트레이션은 일년에 한두 번 정도, 동화책 작업도 하고 있어요. 에디토리얼 일러스트레이션은 재미있는 일이 아니면 거의 하지 않고 있어요. 페이도 너무 적은데다 성취감을 느끼기가 어렵더라고요. 제안한 아이디어가 일러스트레이션에 반영되고 그 과정을 몸소 체험하는 게 편집 일러스트레이션의 묘미인데, 국내에는 여러모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지 않은 것 같아요. 뉴욕의 경우 대우도 다를뿐더러 일을 끝까지 마무리했을 때, 중간에 끝났을 때의 비용 등이 정해져 있는데 여긴 그렇지 않거든요.
김남균(이하 균) 그런 매뉴얼을 일반 직원은 모르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부동산이라고 하면 요즘은 공인중개사 자격증도 있고, 자격증 소지자들이 법률도 어느 정도 숙지한 상태거든요. 복비도 퍼센트가 정해져 있고. 그런데 출판사 일러스트레이션 담당자들은 얼마나 바쁜지 제대로 알려고 하지도 않을 뿐더러 이런 매뉴얼에 관한 것을 알려주는 곳이 없어요. 직접 부딪히면서 알게 되는데 2년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제일 좋은 건 모든 룰이 다 정해져 있는 거죠. 이런 이야기를 공론화시키고 세미나 같은 것을 열어서 주의를 환기시켜야 체계적인 규칙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박지영(이하 영) 저는 학습지 일러스트레이션을 주로 하고 있어요. 소컷 위주로 일을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그림 크기가 작으니까 쉽다고 생각하는데 그림이 크거나 작거나 일 분량은 차이가 없잖아요. 크기가 작다고 배경이 안 들어가는 건 아니니까요. 계속 삽화만 하다 보니 저만의 그림이 없어지는 것 같아서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J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면서 불합리한 경우를 얼마나 겪으셨나요? 그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제 경우에는 일이 중간에 엎어지는 경우가 있었어요. 일을 시작하고 몇 번이나 수정작업까지 했는데 컨셉트 문제로 없던 일이 되는 거죠. 상대편에서 다만 얼마라도 챙겨주겠다고 하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아니면 아니라고 이야기 해줘야 되는데…. 그런 경우는 복잡해지다가 결국 그 동안 공들인 게 아무것도 아닌 게 돼버리죠. 뉴욕에서 에디토리얼 디자인을 하다 귀국했을 때 한 선배는 우리나라에선 안 된다고 잘라 말씀하시더군요. 불합리한 것도 있지만 시장 자체가 작다고요.
저는 프리랜서로 전향하고 일 잡는데 애를 많이 먹었어요. 블로그를 통해 다른 작가들과 교류도 생기고, 또 출판 쪽 일을 하고 싶어서 과감하게 프리랜서로 뛰어들었죠. 처음 들어온 일이 시안 작업이었는데 흐지부지돼서 페이를 못 받았어요. 제 그림이 컨펌이 안 나는 거예요. 수작업 느낌이 난다고 해서 원하는 대로 많이 바꾸고…. 지금은 그 경험이 약이 됐다고 생각하는데 당시에는 자존심이 많이 상했죠. 그러다 아는 분이 추천해 준 일이 포트폴리오로 인정받으면서 산그림에 가입하고 일러스트레이터 구한다는 곳에는 무조건 포트폴리오 보내고…. 작게 시작해서 조금씩 입지를 넓혀나간 경우죠. 무엇보다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게 막막하더라고요.

J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커뮤니케이션 상대가 부족하다는 말씀인 것 같군요. 왜 그럴까요?
가장 큰 이유는 계약서를 잘 안 쓴다는 거죠. 잡지 같은 경우 계약서를 전혀 안 써요. 우리는 계약서 쓰기 운동을 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모 업체와 3년 정도 일을 했는데 처음 6개월은 계약서 쓰는 걸 설득하는데 썼다면 알만하죠.
계약서를 안 쓰면 어떻게 해요?
알음알음으로 하는 거죠. 모든 비용이 30만원 이하로만 처리가 돼요. 예를 들어 캐릭터를 개발하는 일이라고 하면 한 캐릭터당 6동작이 한 묶음이에요. 그 외에 추가되는 동작은 각각 계산하죠. 클라이언트 쪽에선 그걸 놀라워하는 거예요. 총 개발비용이 700만원이라고 하면 일일이 30만원씩 끊어서 정산하더라고요.
에디토리얼 쪽은 일도 소모적이고 작업 기간이 길지 않으니까 계약서 안 쓰는 게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요. 광고나 상품 쪽은 당연히 계약서 쓰고 페이도 더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네요.
사실 비용을 어떻게 산출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는 상황이에요. 통계를 낼 수 있는 게 없어서 클라이언트들도 일을 맡긴 후 결과물이 나왔을 때 얼마의 비용을 치러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는 거죠. 대학생 알바 쓰자는 게 당연한 일인 거예요. 저작권에 대한 이해는 당연히 없죠. 광고의 경우 하나의 클라이언트가 있으면 하청에 하청을 주는데 계약서를 써서 보여줘도 마지막 하청업체부터 원래 클라이언트까지 다 돌아다녀야 돼요. 가장 큰 문제는 2차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거죠.
다른 시장에선 저작권이 강해지는 데 왜 우리는 점점 더 안 좋아지는지….
저작권이 자리 잡으려면 고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음악 쪽에서는 5~6년 전에 고소 고발이 엄청났잖아요. 소리바다 사건도 있고. 그런 것들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잘 지킬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거죠. 지속적으로 언론에 노출돼야 경각심도 생기고 하는 건데. 대부분이 프리랜서니까 소리지르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에 비하면 어린이 책은 체계가 잡힌 편이에요. 작가도 많고, 매니지먼트 회사도 노력을 하고. 단행본은 출판이 되니까 계약서도 쓰고 인세 정산도 하면서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것 같아요. 책이 서점에 깔리니까 작가로서 자부심도 생기고 잘 팔리면 보상도 받을 수 있고요.
그럼 어느 정도 성공한 작가들은 일을 하지 않고도 생활이 어느 정도 가능한가요? 인세가 들어오잖아요.
어린이 책 시장 부흥기 초반에 그런 분들이 몇 있었어요. 수입은 잘 모르지만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인기가 있는 책을 쓴 작가들은 그렇죠. 그런데 가수 윤상이 라디오에서 그런 얘길 하더라고요. 저작권 수입이 많은 줄 아는데 끊임없이 곡을 만들지 않는 한 힘들다고. 체계가 잡히기 전의 곡이 많아서인지 저작권료도 많지 않다고요. 우리 시장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인세에도 흥정이 있어요. 신인이 2, 3천부 찍고 선인세 달라고 하면 9천원짜리 그림책이라고 했을 때 5%를 주는데 대략 130~140만원 정도거든요. 그렇게 인세가 들어가는 책은 공기가 6개월에서 1년이고요. 대부분의 책이 초판에서 끝나니 연봉 130만원인 경우가 많죠. 그래서 계약할 때 잘 안 나가겠다 싶으면 매절로 돌려요. 매절이 선인세 2만부하고 비슷하거든요. 권력구조가 형성된 경우나 경력도 있고 준베스트셀러 정도 낸 사람이면 가만히 있어도 인세가 올라가지만 신인들이 1만부 선인세 달라고 하면 그냥 접죠.
어떤 분야든지 요구는 작가가 알아서 해야지 상대가 먼저 요구를 들어주지는 않아요.
억울하면 성공해야죠.
그래서 매니지먼트가 있는 거예요.

일러스트레이터들은 공통적으로 비합리적인 시스템과 그로 인해 받게 되는 부당한 대우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하지만 개인으로 움직이게 되는 프리랜서의 특성상 보다 큰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점,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이렇다 할 항의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는 소극적인 태도는 일러스트레이터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라는 점도 인식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엉킨 실타래는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J 일러스트레이터를 바라보는 시선도 다양할 거예요. 으레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하면 프리랜서라고 생각하는 것처럼요. 주위에서는 여기 모인 분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같으세요?
저는 동네에서는 연예인이에요. 서양화과 나와서 일러스트레이션 하고 있으면 아티스트로서 실패한 뒤에 차선책으로 일러스트레이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 주위에서는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일단 책들이 단행본으로 출간돼서 서점에 있으니까. 인터넷 서점에서 반응도 볼 수 있고요. 주로 글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그림 재미있다는 얘기도 한두 마디씩 있어요. 독자와의 만남 같은 이벤트도 종종 있으니 필자로서의 느낌이 강하죠.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데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 해서 좋겠다고 부러워해요. 마감에 치이다 보니 저는 별로 부러운 줄 모르겠는데요.
제가 사는 곳에는 파인아트하는 분들이 많아요. 일러스트레이션 한다고 하면 ‘개인 작업도 하시나요?’, ‘전시는 언제 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아요. 학교 강의를 나가는데 다른 강사분들도 일러스트레이션을 하는 분들이 거의 없어요. 그러니까 대부분 ‘한가하다’, ‘전시를 안 하는 걸 보니 열심히 안 한다’고 생각하세요.
그래도 일단은 책을 만든다는 게 행복한 일임에는 분명해요. 의견을 나누면서 하는 일이잖아요. 의견이 잘 맞고 같이 일하다 친구가 되면 행복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더라고요.
다른 일을 해 보니까 흔적을 남기는 것에 대한 욕망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전에는 회사를 다녀도 시간만 흘렀지 남는 게 없었거든요. 책으로 남으니까 내 시간도 돌아보게 되고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좋아요.

J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 자체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으신 것 같아요. 좀더 행복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시스템 문제도 그렇고요.
저는 폭을 넓히고 싶어요. 여행을 통해서 다른 분야로도 폭을 넓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노력하고 있지만 늘 시간이 촉박해서 그러질 못했어요. 제 그림이 좀 상업적인데, 그래서 어디에든 잘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고 싶거든요. 제품으로 나와도 어색하지 않은 그림이요. 그런데 그만큼 다양하지가 못해서 문제예요.
제 경우에는 반대로 폭을 좁혀야 할 것 같아요. 저는 그린다는 것 자체가 좋아서 패션일러스트, 에디토리얼, 동화책, 스케치 등등 여러 가지 스타일을 그려왔거든요. 그러다 보니 한 사람이 그렸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분야를 좁혀서 진짜 원하는 그림을 그려 책을 만들고 싶어요.
개인이 회사와 상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 혼자서 개선해 나가기는 힘들어요. 지금으로서는 개인이 항의하고 요구하면서 단편적으로 해결하는 것 밖에 없죠.
시스템이 바뀌긴 힘들다고 생각해요. 협회에 일러스트레이션 하는 분들이 많지 않거든요. 결국 협회를 학회로 이용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러다 보니 일러스트레이터 사회 안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이 줄어든 것 같고요.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이 나서서 우리끼리라도 커뮤니티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아요.
어린이 책은 출판미술협회가 있긴 한데 요즘은 활발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도 어린이 책 분야는 시상식 같은 데서 한번씩 보니까 만날 기회가 생기죠. ‘어디 일하는데 조건이 어떠냐’고 묻기도 하면서 나름대로 정보 공유가 되는 거예요.
대학 동기 중에 카툰 일러스트하는 분도 있고 저랑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도 있어서 종종 가격 같은 것을 물어보기도 하는데, 가격 책정이 애매한 경우가 많아요.
아직은 누군가 해결해 주기만을 바라는데 일단 개인이 정확하게 알고 주장할 수 있어야 해요. 그 다음엔 집단의 힘인데, 소송이 필요하다면 해야죠. 무작정 개선되기만 바라서는 안 될 것 같아요.

J 아쉽지만 이쯤에서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분들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지속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자유롭게 해 주세요.
우선 모두 ‘파이팅’ 이고요. 블로그에 그림을 올리면 쪽지가 많이 와요. 기법이나 프로그램에 대해 묻는 질문들이거든요. 제 생각에 디지털이라고 해서 수작업과 다를 게 없어요.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 다를 뿐이죠. 디지털 프로그램을 수단이라 생각하지 말고 수많은 재료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고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다른 일도 해봤는데 직업적 만족도는 그림이 가장 높아요. 그림 그리는 일이 즐겁고 책을 통해 독자도 만나고, 또 누군가 내 책으로 인해 즐거워진다니까 정말 재미있는 일인 것 같아요. 수입이 불규칙적이어서 그게 좀 불안한 것뿐이지 직업적으로는 권하고 싶기도 해요.
너무 출판 분야만 발전돼 있는 것 같아요. 기업이나 광고, 패키지 쪽으로 할 수 있는 여지가 너무 없어요. 인맥이 없으면 기회도 없는 셈이죠. 그런 간극을 메워줄 수 있는 게 에이전시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 게 발전해서 다각도로 일러스트레이션이 발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4인의 일러스트레이터가 나누었던 이야기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대부분의 일러스트레이터가 처한 상황을 짐작케하기는 충분했다. 첫 술에 배부르지 않듯, 한 번의 대담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수를 제시할 수는 없다. 다만 이를 계기로 지속적인 논의가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무엇보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의 시작점에는 다른 누구도 아닌 일러스트레이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매니지먼트가 일러스트레이터와 계약만 하고 일을 구해주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결국 일러스트레이터가 혼자 일을 찾아도 수익은 꼬박꼬박 나눠가고…. 일을 많이 구해주면 그래도 상관없을 텐데 그렇지 않으면 결국 일러스트레이터에게만 부담이 되죠.
에이전시가 있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모든 일을 총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거죠. 종류도 다양하고 사람도 많고. 디자이너에게 20명의 일러스트레이터가 필요하다고 할 때 그 수요를 매니지먼트가 채워주는 거예요. 중견 작가와 신인들에게 골고루 일을 분배할 수 있죠.

이미디 시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혼자 갇혀 있는 것 같아서 취직을 했어요. 이미지 회사가 있더라고요. 제가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 당혹스러웠어요. 그림을 제작한 뒤 시디로 만들어 팔더라고요. 시디 하나만 사면 다 쓸 수 있다는 게 이해할 수 없었어요. 주위에 외국에도 이런 게 있느냐고 물으니까 거의 없고 있어도 너무 비싸서 차라리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의뢰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경우 저작권도 없고 그림 가격에 대한 건 월급으로 대신하는 건가요?
그렇죠.
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워낙 작가정신이 강한 것 같아요. 그건 필요한 부분이긴 한데, 반대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무엇보다 사람들의 인식이 높아져서 작가의 노고를 인정해 주고 가격도 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미지 시디가 있는데 왜 작가 그림을 사느냐는 인식은 고쳐져야 해요.
일하면서 보니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직접 의뢰한 것 같은 그림도 많더라고요. 복잡한 그림도 많고. 이런 그림이 유행이라고 하면 직원들에게 똑같이 요구해요. 저는 포토샵을 많이 사용했는데, 벡터 이미지를 강요하더라고요. 신기할 정도였어요.


▷ 장소협찬 타이포그래피공간 히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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