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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달라서 매력적인 ‘라바’

2016-04-15

 

두 마리의 애벌레 레드와 옐로우는 매일같이 다투면서도 끈끈한 우정을 나누며 살아간다. 땅 아래 하수구에서 지내다 ‘집’이라는 거처가 생겼지만 건물이 철거되면서 다시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 레드와 옐로우. 거리에서의 생활은 조용할 날이 없다. 세계적인 도시 뉴욕에서 펼쳐지는 이들의 생활은 결코 녹록지 않다. 그들의 이야기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연령을 넘어 많은 사람들을 웃기고 있다. 

 

에디터 |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 | (주)투바앤(www.tubaani.com)

 

‘깜찍’ 대신 ‘애벌레’

라바의 주인공은 영악한척하지만 바보 같고 바보스럽지만 역시 바보 같은 레드와 옐로우다. 웃기고 친근한 첫인상을 남긴, 손도 없고 발도 없는 두 마리의 애벌레는 몸과 혀로 모든 것을 해결하면서 슬랩스틱 코미디(Slapstick Comedy)라는 장르에 딱 어울리게 충실히 ‘몸 개그’를 펼친다. 이 둘은 누가 더 바보랄 것도 없이 ‘덤앤더머’ 같은 환상의 콤비를 이룬다. 

라바의 주인공 레드와 옐로우는 애벌레다.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몸 개그를 펼친다.

라바의 주인공 레드와 옐로우는 애벌레다.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몸 개그를 펼친다.(사진제공: 투바앤)

라바 시즌 3에 나오는 다양한 캐릭터들

라바 시즌 3에 나오는 다양한 캐릭터들(사진제공: 투바앤)


 

레드, 옐로우와의 첫 대면이 인상 깊었던 이유에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인물들이 주연을 꿰찬 것도 포함된다. ‘혐오’에 가까웠던 애벌레들이 주인공을 맡으면서 우리는 캐릭터에 대한 ‘사고의 전환’을 맞이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애벌레라는 캐릭터들은 예쁘고 깜찍한 모습 대신 웃음과 재미를 무기로 삼았다. 기존에 없었던, 좀 다른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던 맹주공 감독의 의도였다. “독특한 걸 좋아해요. 좀 다른 걸 하고 싶었죠. 막 귀엽고 예쁘고 그런 캐릭터 말고 유니크한 캐릭터를 하고 싶었어요. 어떤 캐릭터가 좋을까 고민하다 보니 어느새 벌레를 그리고 있더라고요. 벌레 캐릭터는 잘 없잖아요. 웃기게 생긴 애들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얼굴로 웃기기 위해’ 표정을 극대화한 캐릭터를 만들었다. 

 

라바를 감독한 맹주공 감독은 서양화를 전공했다.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면 좋지만 전공은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 않아요. 사실 제가 애니메이션 개발자처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라바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거든요. 기존의 한국 애니메이션과 그 틀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여기고 있어요. 발상하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에 좀 색다른 것이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 오히려 저에게 플러스가 된 셈이죠.” 

 

맹주공 감독이 직접 그린 레드와 옐로우

맹주공 감독이 직접 그린 레드와 옐로우


투바앤 사무실 벽면을 가득 메운 다양한 캐릭터들

투바앤 사무실 벽면을 가득 메운 다양한 캐릭터들

 


라바는 기획팀과 미술팀을 중심으로 전문성을 갖춘 각 파트의 협업으로 완성된다.

라바는 기획팀과 미술팀을 중심으로 전문성을 갖춘 각 파트의 협업으로 완성된다.



Larva 제작 과정

모든 애니메이션이 그렇듯이 라바 역시 매우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완성된다. 우선은 스토리 작업을 시작으로 콘셉트 단계에서 회의를 통해 메인 캐릭터가 만들어진다. “캐릭터는 ‘배우’예요. 이야기가 떠올랐으면 배우를 설정해요. 처음 러프하게 이야기 만드는 작업을 하고 이야기가 괜찮으면 디자인에 들어갑니다. 스토리 개발을 하면서 메인 캐릭터와 서브 캐릭터, 배경을 함께 설정해요. 애니매틱 콘티(영상 콘티)과정이죠. 여기까지 프리 프로덕션이 끝나면 메인 프로덕션으로 넘어가서 모델링, 리깅, 라이팅, 렌더링, 합성, 사운드 등 여러 과정을 통해 3D 애니메이션으로 완성됩니다. 전문성을 갖춘 각 파트들의 스토리텔링 과정이라고 보면 돼요.” 

 

라바의 스토리와 러프한 콘셉트 디자인은 기획팀이 맡고 미술팀에서는 스토리에 나온 캐릭터와 배경을 디자인한다. 모델링팀에서는 캐릭터를 3차원 입체로 만들고 리깅팀이 뼈대를 심어 캐릭터의 움직임을 제어한다. 2D를 3D로 옮기는 이 과정도 단순하지 않다. 모델러의 해석 즉, 스토리텔링이 가미된다. 

 

이렇게 애니메이션팀에서 작업을 하면 라이팅팀이 조명 작업을 한다. 라이팅도 매우 중요하다. 스토리의 감정선에 따라 색의 배치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 라이팅의 색감과 그림자의 방향이 스토리를 좌우하기도 한다. 거기에 렌더링 작업이 이루어진다. 조명을 받은 이미지들을 하나씩 올려 가공하는 합성팀에서 작업을 이어받고 사운드가 입혀진다. 모든 과정에서 연기를 덧대고 스토리를 개발하는 과정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크리에이티브가 더해져 한편의 애니메이션이 완성된다. 세부적으로는 훨씬 더 많이 단계가 나뉘지만 크게는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스토리, 감정, 디자인, 볼륨, 움직임, 색감, 조명, 사운드 등이 모두 담겨 있으니 ‘종합예술’이 아닐 수 없다. 

 


러프하게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이 끝나면 구체적인 디자인에 돌입한다.

러프하게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이 끝나면 구체적인 디자인에 돌입한다.(사진제공: 투바앤)


 

힘든 만큼 웃긴 이야기

라바의 줄거리는 모두가 모여 토론 방식으로 정한다. “7~8명 정도의 인원이 둘러앉아 주제에 대해 고민을 해요. 그러다 괜찮은 소재가 나오면 그걸 파요. 이렇게 하면 어떨까, 저렇게 하면 어떨까 생각하면서 엉뚱한 것도 갖다 붙여보고 계속 이야기를 나누죠. 그러다 누군가가 좋은 아이디어를 내면 그 아이디어에 덧대고 덧대면서 스토리가 만들어져요. 다 같이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뼈대까지 만듭니다. 물론 혼자 할 때도 있지만 혼자 하기는 쉽지 않아요.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이렇게 만들어져요.” 

 

이렇게 스토리가 만들어지면 그 스토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스토리를 가져가 2~3주가량 ‘파는’ 시간을 갖는다. 콘티가 만들어지면 모두가 모여 애니메틱 시사를 한다. 서로에게 묻고 검증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재미가 없으면 다시 작업해야 한다. “혹독하게 검증 하다 보니 거의 초주검이 되죠. 지금은 인원이 늘었지만 초반엔 세 명이서 하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하지만 힘든 만큼 자부심이 있어요. 그 희열로 버티면서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를 만들어왔죠. 노하우가 많이 쌓였지만 지금도 여전히 힘든 만큼 어려워요. 다른 프로젝트들 잘하는 사람도 라바는 쉽게 하지 못해요.”    

 

시즌 1의 104편, 시즌 2의 52편, 시즌 3의 104편, 총 260편에 달하는 라바의 에피소드들은 모두 이런 공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더러 라바를 흉내 내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쉽게 따라 하지 못해요. 스토리가 굉장히 힘들게 탄생되기 때문에 그 과정에 노하우가 없으면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따라 할 수가 없는 거죠. 어떻게 보면 바보 같고 또 어떻게 보면 합리적인 시스템이에요. 그래서 다른 것 같고요. 작가한테 맡겨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라바의 스토리는 모두가 함께 모여 토론방식으로 정한다.

라바의 스토리는 모두가 함께 모여 토론방식으로 정한다.(사진제공: 투바앤)



라바의 애니메틱 시사에는 대표를 포함, 전직원이 참석해 의견을 나눈다.

라바의 애니메틱 시사에는 대표를 포함, 전직원이 참석해 의견을 나눈다.(사진제공: 투바앤)



세계에서도 ‘라바’

라바는 150개국에 수출됐을 뿐 아니라 넷플릭스(Netflix)를 통해서 190개국에서 방영되고 있다. 특히 애니메이션의 종주국인 북미시장에서 라바가 선택됐다는 것은 굉장한 일이다. 김치는 우리 음식인데 남미에서 만들었다면 우리가 수입할까요? 우리 김치가 맛있고 우리가 훨씬 잘하니까 안 할 거예요. 그것처럼 엄청난 양의 잘 나가는 콘텐츠를 갖고 있는 그곳에서 라바가 선택됐다는 것은 큰 뉴스죠.”

 

라바는 국적 불문, 남녀노소의 구분을 넘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라바를 낳고 키워온 맹 감독이 생각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재미있으니까 좋아해 주시는 게 아닐까요? 일단 코미디라는 장르와 슬랩스틱이라는 표현 장르 때문에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것 같고요, 보다 보니 웃겨서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재미에 목숨 걸었다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 정말 한 장면 한 장면 굉장히 공을 들입니다. 시나리오대로 하다가 재미가 없으면 엎고 콘티 작업하다가도 또 엎고 수시로 엎어요. 그만큼 노력이 들어갔고 그 노력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요.” 

 

라바는 애써 예쁘고 귀여워 보이려 하지 않는다. 대신 웃기고 친근하다는 강점이 있다. 라바는 TV나 온라인뿐 아니라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지하철 및 에스컬레이터 탑승 안전 캠페인, 실종예방 캠페인, 교통안전공단 안전운전 캠페인 등을 통해 생활 속에서 함께하는 ‘생활밀착형’ 캐릭터다. 레드와 옐로우 그리고 그 친구들이 보여주는 유머가 담긴 행동들은 변화를 이끈다. 라바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무상 캐릭터 사용을 지원하는 등 ‘착한’ 일도 한다. 

 



라바는 시즌 1, 2, 3에서 여러 캐릭터들과 함께 다양한 에피소드를 선보였다.

라바는 시즌 1, 2, 3에서 여러 캐릭터들과 함께 다양한 에피소드를 선보였다.(사진제공: 투바앤)



라바는 시즌 4를 준비하고 있다. 무인도에 불시착한 레드와 옐로우는 시즌 4에서 섬에서의 생존기를 보여준다. 그곳에서 인간을 만나 친해지고 탈출을 하기까의 과정은 지금까지 진행된 방식과 달리 큰 스토리, 긴 호흡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시즌 4는 라바의 조감독을 맡았던 안병욱 감독이 지휘한다. 안병욱 감독은 라바 초기부터 맹 감독과 함께 작업을 해와서 누구보다 라바를 잘 안다. 극장용 라바 제작도 계획 중이다. 라바 제작팀의 구성으로 현재 해외 유명 작가와 함께 시나리오를 디벨럽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 

 

라바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구성하는 기획팀

 


라바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구성하는 기획팀(위)과 캐릭터 및 배경을 디자인하는 미술팀(아래)

라바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구성하는 기획팀(위)과 캐릭터 및 배경을 디자인하는 미술팀(아래)

 


라바 시즌 1부터 시즌 3까지를 감독한 맹주공 감독(좌)과 시즌 4를 맡게 될 안병욱 감독

라바 시즌 1부터 시즌 3까지를 감독한 맹주공 감독(좌)과 시즌 4를 맡게 될 안병욱 감독



2007년도부터 기획돼 2012년 대중을 만난 라바가 더 길게,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맹 감독은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세우고 있다. “미키마우스가 미키마우스일 수 있는 이유는 도널드 덕도 있고 구피도 있기 때문이에요. 캐릭터 군이 있기 때문에 돋보이고 오래 살아남는 것이거든요. 그런 시도를 많이 할 생각입니다. 그러면 라바도 더 오래 살고 새로 나오는 다른 캐릭터들도 힘을 받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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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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