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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맥커리 신화를 만든 포토샵

월간 사진 | 2016-08-08

 

 

매그넘과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대표하는 다큐멘터리 보도사진가 스티브 맥커리(Steve McCurry)가 포토샵으로 사진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논란이 일자 스티브 맥커리는 “나는 보도 사진가가 아닌 비주얼 스토리텔러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를 향한 사진계의 시선에 대하여.
 

사진 곳 이상한 부분을 체크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마리아나 산토니

사진 곳 이상한 부분을 체크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마리아나 산토니 (출처: 마리아나 산토니 페이스북)

 


한 장의 쿠바 사진으로부터

이번 포토샵 스캔들의 시작은 스티브 맥커리가 쿠바에서 촬영한 한 장의 사진에서 출발한다. 이 사진을 보면 저절로 ‘컬러 사진은 역시 스티브 맥커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멋지다. 약간은 흐린 하늘 아래 배치된 원색들의 조화가 절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4월 23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스티브 맥커리의 전시를 본 사진가 파올로 빌리오네(Paolo Viglione)가 그의 블로그에 이 사진이 이상하다는 글을 올렸다.

이틀 뒤인 25일에는 포토샵과 라이트룸 전문가 마리아나 산토니(Marianna Santoni)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빌리오네와 비슷한 내용의 포스팅을 올렸다. 그들이 문제를 제기한 사진을 보니 지나가는 사람 다리에 도로 표지판이 붙어 있었고, 그 뒤로 보이는 건물의 벽면과 보도블록 패턴이 어긋나 있었다. 사진작업에 실수가 있었음이 드러나는 증거였다. 이 이야기는 SNS를 통해 전 세계로 일파만파 퍼져나갔고, 사진에 관심 있는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가 널리 퍼지자 스티브 맥커리는, 사람들이 그의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쿠바 사진을 보지 못하도록 조취를 취했다. 사진을 내린 것이다. 그러자 사람들은 이 사태를 더욱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마치 그동안 미심쩍은 부분은 있었지만 확신이 없어서 차마 말할 수 없었던 것들이 일시에 봇물처럼 터지는 것만 같았다. 그 중 하나는 1983년 방글라데시에서 촬영된, 축구하는 아이들의 사진이었다. 미국 사진 전문매체 페타픽셀(PetaPixel)이 비교한 사진을 보면 그의 또 다른 사진 조작이 확연히 드러난다. 스티브 맥커리 블로그 속 사진에는 존재했던, 뒤에서 앞을 향해 뛰어오던 아이 한 명이 그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똑같은 사진에선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포토저널리스트이자 포토저널리즘 에이전시 에코(Echo)의 디렉터 지안마르코 마라비글리아(Gianmarco Maraviglia)도 그의 페이스북을 통해서 조작된 또 다른 사진을 제보했다. 사진을 보면 분명 네 명이었던 사람들이 다른 사진에선 두 명으로 줄었고, 그들 주변에 있는 피사체 몇 개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안타깝게도 현재 이 사진들은 스티브 맥커리의 홈페이지와 블로그에서 모두 볼 수 없는 상태다.
 

뒤에서 뛰어오던 한 명의 아이가 사라졌다.

뒤에서 뛰어오던 한 명의 아이가 사라졌다. (출처: 페타픽셀(petapoxel.com))

 

 

시원찮은 변명 혹은 해명

논란은 계속됐고, 사람들의 실망감은 점점 커져갔다. 그러자 스티브 맥커리는 이탈리아 언론과 페타 픽셀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되도록이면 사진작업이 끝날 때까지 최대한 작업에 관여하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자리를 비웠을 때 작업이 끝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번 사건도 내가 스튜디오에 없었을 때 발생한 일이다. 앞으로는 이런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 감독 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왠지 모르게 자신의 책임을 어시스턴트들에게 전가하는 듯한 뉘앙스가 강하게 느껴진다.

그의 발언 이후에도 스티브 맥커리를 향한 비판의 칼날은 무뎌지지 않았다. 미국사진기자협회 (National Press Photographer Association)는 성명서를 통해 “스티브 맥커리는 그를 보도사진가로 생각하는 동료와 대중들이 바라는 윤리적 의무를 저버렸다.”면서 “혹여 조작 행위를 통해 ‘더 깊은 진실’ 에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할지라도 사진에 담긴 저널리즘적 진실과 사실을 조작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라며 그를 비판했다. 페타픽셀 역시 홈페이지에 조작 의심이 드는 사진들을 추가로 업데이트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사면초가였다.

그러나 스티브 맥커리의 포토샵 스캔들은 조금씩 진정되는 모양새다. 아니 사건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이 실망과 체념으로 이어지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일단 너무 거물급 사진가인지라 다들 몸을 사린다는 느낌이 강하다. 사이버 공간에서만 이야기가 오갈 뿐 그 누구도 앞장서서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것을 하지 않고 있다. 매그넘도 내셔널지오그래픽도 그저 쉬쉬할 뿐이다. 앞서 언급한 5월 말 <타임즈>와 가졌던 인터뷰 탓도 있을 테다. 그는 인터뷰에서 “보도사진가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프리랜서 사진가이자 비주얼 스토리텔러다. 나는 보도사진 외에 광고사진을 촬영한 적도 있으며, 나의 몇몇 작업은 파인아트(Fine Art)로 구분되기도 한다. 여전히 나를 보도사진가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혼란스러움을 줄 수 있겠지만, 나는 진실을 왜곡하지 않는 선에서의 포토샵 사용은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다만 변명 혹은 해명 치고는 썩 시원치가 않다. 모르쇠로 일관하다 일이 커지니 어쩔 수 없이 인정하고 넘어가겠다는 의도로 느껴질 뿐이다. 

 


한 끝 차이인 조작과 보정


이 같은 사진 조작은 ‘사진은 객관적’이라 믿는 사람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데서 시작됐을 것이다. 일단 사람들이 사진은 진실이라고 믿으니 사진가는 더 나은(혹은 의도에 부합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사진 조작을 했을 것이다.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사진에 조작이 가해지면 안 된다는 것은 누구나 다 공감하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예로 들은 사진들은 현재 시대상을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들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조작이 쉬운 디지털 시대인 요즘, 어디까지를 조작으로 봐야 하는지 확실하게 선을 긋기가 어렵다. 어쩌면 필요악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현재 사진 조작에 있어서 대표적인 도구는 포토샵이다. 하지만 사진 조작을 근절한다고 해서 포토샵 사용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예전 암실에서 했던 보정 행위(물론 조작도 했지만)를 컴퓨터로 옮겨온 것이 포토샵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조금 단순해진다. 한 끝 차이인 조작과 보정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포토샵으로 원본을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의 색과 노출 조정, 잡티 제거 등은 허용하고, 대상을 지운다든지 추가하는 것은 철저히 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다큐멘터리 보도사진 기관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1982년과 1983년, 1984년, 1991년 스티브 맥커리가 상을 받은 월드프레스포토(WPP)의 디렉터 라즈 보어링(Lars Boering)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포토샵 사용 자체를 이슈로 몰고 가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콘텐츠를 변화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색 조절과 흑백 전환을 위한 포토샵 사용은 가능하다. 하지만 원본을 크게 변화시키는 색, 채도, 콘트라스트 조절과 사람 또는 피사체의 제거, 변형, 이미지 반전 등을 위한 포토샵은 절대 허용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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