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아트 | 리뷰

일상 속에서 빛나는 디자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 2016-09-23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이며, 디자인의 역할은 무엇일까? ‘디자인은 우리의 삶과 사회를 개선한다.’라는 말은 좋은 답이 될 것이다. 그런데, 과연 진짜 디자인이 그럴 수 있을까?
 

덴마크 디자인은 일상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가까운 디자인을 추구한다. (사진제공: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덴마크 디자인은 일상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가까운 디자인을 추구한다. (사진제공: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앞의 질문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그렇다’다. 피상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경험에서 우러나온 답이다. 지난날, 우연한 기회로 흔히 말하는 ‘좋은 의자’(유명 디자이너가 인체공학적인 설계로 디자인한 의자)를 사용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의자가 좋아 봤자 얼마나 좋겠어’라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하루에 반 이상을 의자에 앉아서 생활하다 보니 몸이 느끼기 시작했다. 오래 앉아있어도 허리가 아프지 않고 다리가 저리지 않았다. 몸이 편해지니 자연스럽게 생활도 달라졌다. 그제야 깨달았다. 좋은 디자인은 ‘진짜’로 사람들의 생활을 유익하게 만든다.

덴마크 디자이너들은 좋은 디자인은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어 삶을 개선한다고 믿었다. 그들은 사용하기 편한 디자인이야말로 디자이너가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여겼다. 그리고 자국의 높은 수공예 기술로 이를 실현했다.
 
덴마크 디자이너들의 뚝심은 대니쉬 모던(Danish Modern)이라는 하나의 스타일을 만들어냈고,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오랜 시간 동안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덴마크 디자인의 특징은 크게 전통주의와 기능주의로 나눌 수 있다.


전통주의 

 

덴마크는 북유럽 국가 중에서도 높은 수준의 수공예를 자랑한다. 그래서 덴마크 디자이너들은 자국의 오래된 수공예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재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장인정신은 세밀하고 완성도가 높은 디자인을 탄생시켰다. 또한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데에도 탁월한 감각을 보였다.

 


01. 카레 클린트(Kaare Klint, 1888-1954)
카레 클린트는 덴마크 현대 가구의 아버지라 불린다. 교수였던 클린트는 학생들과 함께 고전 가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으며, 특히 옛 가구에 담긴 인간 중심적 가치를 연구했다. 또한 재료의 특수성과 섬세한 형태 등 전통 공예의 특징을 강조했다. 인간과 전통을 중요시하는 클린트의 정신은 한스 베그너와 보르게 모겐센 같은 후대 덴마크 디자이너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사파리 체어(Safari Chair), 1933. ©Designmuseum Danmark/Pernille Klemp

사파리 체어(Safari Chair), 1933. ©Designmuseum Danmark/Pernille Klemp



02. 한스 베그너(Hans J. Wegner, 1914-2007)
일생 동안 500개가 넘는 의자를 선보인 한스 베그너는 말 그대로 덴마크 가구 디자인을 대표한다. 나무와 종이 같은 자연친화적인 재료와 단순한 선으로만 이루어진 베그너의 의자는 소박함이 느껴져 덴마크 가구의 서민성이 잘 나타난다. 간결한 재료로 만들어진 베그너의 의자가 견고해 보이는 이유는 등나무짜임으로 된 좌판과 깔끔하고도 완벽한 마감 등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만듦새 덕분이다.

 

(좌) 피콕체어(Peacock Chair, JH550), 1947 (우) 더체어(The Chair, JH503), 1949. ©Michael Whiteway

(좌) 피콕체어(Peacock Chair, JH550), 1947 (우) 더체어(The Chair, JH503), 1949. ©Michael Whiteway


위시본 체어(Wishbone Chair, CH24), 1950. ©Michael Whiteway

위시본 체어(Wishbone Chair, CH24), 1950. ©Michael Whiteway

 

카레 클린트처럼 베그너 역시 옛 가구를 분석하여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대표적인 예로 ‘위시본 체어’가 있다. 위시본 체어의 곡선 형태의 등받이는 중국 명나라의 의자에서 영향받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콕 체어는 옛 가구 유형인 윈저 체어(Windsor Chair)를 베그너식으로 해석한 결과다.



03. 핀 율(Finn Juhl, 1912-1989)
간결함과 단순함은 덴마크 가구의 특징이지만, 핀 율의 의자는 장식적이다. 하지만 핀 율의 작품이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이유는 작은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은 세심함 때문이다. 유연한 형태의 팔걸이와 등받이는 그가 인체적 특징까지 고려했다는 점을 알려준다.

 

치프테인 체어(Chieftain Chire), 1949. ©Designmuseum Danmark/Pernille Klemp

치프테인 체어(Chieftain Chire), 1949. ©Designmuseum Danmark/Pernille Klemp


체어(Chair, FD 192), 1959. ©Michael Whiteway

체어(Chair, FD 192), 1959. ©Michael Whiteway

 

심지어 핀 율은 제작 과정에도 엄청난 신경을 쏟았다. 당대 최고 장인에게만 제작 의뢰를 하는 바람에 소량만이 생산되었다. 또한 최고급 티크 나무로만 의자를 제작했다. 덕분에 덴마크 가구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다.


기능주의 

 

혹독한 추위와 20시간이 넘는 밤이 지속되는 겨울 때문에 덴마크 사람들은 오랜 시간을 집에서 보낸다. 그러다 보니 일상생활을 중심으로 한 디자인을 추구하게 되었다. 화려하고 장식적인 형태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한, 인간 중심의 기능적인 디자인을 선보인다.



01. 폴 헨닝센(Poul Henningsen, 1894-1967)
폴 헨닝센은 실용적인 디자인을 강조했던 평론가이자 디자이너다. 실내에서 오래 생활하는 덴마크 사람들에게 알맞은 조명을 디자인하기 위해 노력했다. 많은 수정을 거쳐 결국 여러 개의 전등 갓으로 구성된 조명을 디자인했고, 이 형태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또한 헨닝센은 자신의 조명을 위해 전구 회사와 협력하여 직접 전구를 새로 개발하는 열정을 보였다.

 

PH 아티초크 램프(PH Artichoke lamp), 1957. ©Michael Whiteway

PH 아티초크 램프(PH Artichoke lamp), 1957. ©Michael Whiteway

 


02. 야르네 야콥센(Arne Jacobsen, 1902-1971)
덴마크 최초의 산업용 의자를 선보인 디자이너. 야르네 야콥센이 디자인한 앤트 체어(Ant Chair)와 세븐 체어(Seven Chair)는 회의실, 학교, 공공기관 등 모든 공간에 잘 어울렸으며, 유행을 타지 않았다. 게다가 대중적인 재료와 대량생산으로 가격까지 저렴해 널리 퍼져 누구에게나 익숙한 대중적인 의자가 되었다.

 

에그 체어(Egg Chair designed for the SAS Royal Hotel), 1958. ©Michael Whiteway

에그 체어(Egg Chair designed for the SAS Royal Hotel), 1958. ©Michael Whiteway

 

좌판과 등받이를 하나로 연결한 유기적인 형태와 가죽, 금속 등 현대 재료를 사용한 야콥센의 의자는 미래지향적인 느낌이 강하다. 이런 이미지 덕분에 SF 영화와 같이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서 야콥센의 의자를 자주 발견할 수 있다.



03. 베르너 팬톤(Verner Panton, 1926-1998)
베르너 팬톤은 선배 디자이너들과 달리 플라스틱과 같은 현대 재료를 사용했으며, 실험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최초의 일체형 의자인 팬톤 체어는 플라스틱 사출성형으로 제작되었고, 화려하고 다양한 원색으로 제공되었다. 팬톤의 의자는 덴마크 디자인의 일반적인 특징과 거리가 있지만, 실용적인 디자인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덴마크 디자인의 실용주의에 영향받았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좌) 팬톤 체어(Panton Chair), 1967 (우) 하트 콘 체어(Heart Cone Chair), 1958. ©Michael Whiteway

(좌) 팬톤 체어(Panton Chair), 1967 (우) 하트 콘 체어(Heart Cone Chair), 1958. ©Michael Whiteway


현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덴마크디자인 전’은 무엇보다 사람들의 삶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덴마크 디자이너들의 노력과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다. 다만, 덴마크 디자이너들과 장인들이 고민하며 만든 결과물들을 눈으로만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 아쉽다. 전시장 한 편에 작품들을 만져보거나 앉아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렇게 좋은 디자인을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덴마크 사람들이 부럽다.

 

에디터_ 허영은(yeheo@jungle.co.kr)
자료제공_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facebook twitter

#전시 #덴마크디자인전 #덴마크가구디자인 #예술의전당 #카레클린트 #한스베그너 #핀율 #폴헤닝센 #야르네야콥센 #베르너팬톤 #의자디자인 #기능주의 #전통주의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