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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도시의 파편

월간 사진 | 2016-10-24

 

 

사진가 정경자의 시각 언어는 감상적이지만 결코 작위적이지 않다. 그간 일상의 편린을 한편의 시처럼 기록해 온 그녀가 우리 삶의 터전인 도시를 새롭게 바라보고 해석한 신작 〈우아한 도시〉를 선보였다. 도시라는 차가운 공간을 특유의 따스한 시선으로 포착해 재구성한 이미지는 깊은 잔상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Elegant Town_03, Digital Pigment Print, 35x95cm, 2015

Elegant Town_03, Digital Pigment Print, 35x95cm, 2015


“정경자의 사진들은 공통적으로 시간, 언어,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 그녀는 보이는 세상을 절개한다. 인류의 진리나 삶의 비밀을 캐기 위한 해부학적 절개가 아니라 그녀가 볼 수 있는 시각적 한계를 유효한 세계로 한정시킨 후 평면으로 만든 세계의 이미지를 도려내는 방식에 가깝다. 작가는 탈역사라는 문화적 저항과 무관하게 자신의 방식으로 역사와 의미를 갖지 못한 대상이나 풍경을 발췌한다. 

Elegant Town_08, Digital Pigment Print, 35x95cm, 2015

Elegant Town_08, Digital Pigment Print, 35x95cm, 2015


짧지 않은 작가로서의 발자취도 대개 이 ‘발췌’를 통하여 시적 순간을 제시했다. 하지만 바로 이 ‘시적 순간’을 혼돈하지 말자. 왜냐하면 여기서의 시적 순간은 단순히 상투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표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발췌된, 혹은 절개된 이미지가 세계의 일부이면서 또한 사회적으로 가려진 표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 정현(미술비평, 인하대 교수)


Elegant Town_25, Digital Pigment Print, 35x95cm, 2015

Elegant Town_25, Digital Pigment Print, 35x95cm, 2015


우연과 필연
내게 다가오는 것을 보이는 대로 그리고, 느끼는 대로 풀어내면서 사진을 찍는다. 작업 속의 대상들은 수없이 돌아다니면서 우연히 만난 것들이다. 하지만 렌즈 앞에 존재하는 피사체에 대한 이끌림은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각각의 사물들이 지닌 실제 이름이 아니라 이런 것들이 내게 다가오는 이차적인의 미다. 사진 속에 들어있는 사물들은 보면 사소하기도하고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무의미할 수 있지만 내가 무언가에 이끌려 바라보고 담음으로써 그 속에서 다른 의미를 찾게 된다. 모든 것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같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다르게 보일 수 있다. 


Elegant Town_05, Digital Pigment Print, 35x95cm, 2015

Elegant Town_05, Digital Pigment Print, 35x95cm, 2015


해체와 조합
사진을 찍는 행위도 중요하지만 그것만큼이나 이미지를 선별하고 보여주는 방식도 중요하다. 각기 다른 이미지 들을 조합하고 병치해서 하나의 작품으로 보여주려고 한다. 이미지들을 서로 충돌시키고 조합하고 해체함으로써 그것을 통해 나도 모르는 다른 하나의 퍼즐이 맞춰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처음 이미지의 파편들이 가 지고 있던 맥락과는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 더욱 흥미롭다.


Elegant Town_26, Digital Pigment Print, 35x95cm, 2015

Elegant Town_26, Digital Pigment Print, 35x95cm, 2015


흘러가는 시간 & 흐르는 말들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은 사진과 텍스트의 조합을 통해 사적인 감각과 해석을 영상과 사진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어쩌면 ‘중요한 순간’이나 ‘중요한 말’이란 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저 그런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말이라는 것은 그냥 지나쳐 들으면 흘러가는 것이지만, 내가 의미를 부여하고 들으면 특별한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덧없이 실체가 없는 공중에 떠도는 말들과 흘러가 버리는 말들, 그리고 그냥 들으면 아무것도 아닌 말들도, 의미를 넣어 들으면 다른 내러티브로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각화한 작업이다.


Elegant Town_17, Digital Pigment Print, 35x95cm, 2016

Elegant Town_17, Digital Pigment Print, 35x95cm, 2016


정경자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그 후 영국 The University of Edinburgh, Edinburgh College of Art에서 MA콘템퍼러리 아트 과정을 마쳤다. 2008년 갤러리 룩스 신진작가, 2013년 제5회 일우사진상을 수상했다. 2016년 〈Found〉(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 파주), 2014년 〈우연의 뿌리〉(일우스페이스, 파주), 2013년 〈Story within a Story〉(토요타 포토 스페이스, 부산)을 포함 총 6차례 개인전을 가졌으며 2016년 10월 16일까지 갤러리 룩스에서 개인전 〈우아한 도시〉를 가졌다.


에디터_ 김민정

디자인_ 서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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