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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대구사진비엔날레 다시보기

월간 사진 | 2016-11-01

 

 

지난 9월 29일 대구사진비엔날레가 개막했다. 한국 사진계의 가장 주목 받는 행사로 손꼽히기에 많은 사진인들이 대구를 찾았다. 전시 완성도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있었지만 또 다른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2016 대구사진비엔날레 본전시 ‘아시안 익스프레스’ 전경

2016 대구사진비엔날레 본전시 ‘아시안 익스프레스’ 전경


기대만큼 실망도 컸던 것일까. 화려하게 개막한 제6회 대구사진비엔날레가 본 모습을 드러낸 뒤 나온 사진계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아 보였다. 동시대 예술 사진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는 비엔날레가 학예회로 전락했다는 한겨레 신문 기사부터 기본적인 전시 준비가 미흡했음을 날카롭게 지적한 한국일보의 기사까지…. 행사 준비를 어떻게 했기에 이런 평가를 받게 되었는지, 전시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은 사람들을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한국에서 열리는 수많은 사진 행사 중 가장 주목 받는 행사로 손꼽히는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 속에서 사진이란 매체가 갖고 있는 정체성에 대해 묻고자 마련된 주제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는 오히려 표류하고 있는 대구사진비엔날레의 현실을 드러내는 상징어처럼 비춰질 정도다. 비엔날레는 2년마다 열리는 예술 행사다. 행사의 규모가 큰 만큼 더 오랜 시간 꼼꼼히 준비해서 입장료를 지불하고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의 만족도를 높여줘야 한다. 하지만 예술감독 요시카와 나오야는 올해 초 선정되었고, 불과 5개월이라는 빠듯한 시간 내에 행사를 준비하느라 그간 동분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6회 대구사진비엔날레를 찾은 이들이 느낀 실망감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오픈 당시 전시장에서는 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조차 찾아 볼 수 없었다. 작품이 설치된 정면 바닥에 커다랗게 작가의 이름만 덜렁 적혀 있었을 뿐이다. 총 4개의 챕터로 나누어진 본전시 ‘아시안 익스프레스’는 챕터를 나눈 것이 무색할 만큼 각 전시장에 걸린 작품과 주제 사이에서 뚜렷한 개연성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한 작품을 디스플레이 하는 방식 역시 비엔날레라는 대규모 행사의 품격에 맞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심지어 어떤 작가의 작품은 이전 대구사진비엔날레에서 전시된 동일한 작품이어서 의구심을 자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여전히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주요 사진행사다.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역량 있는 사진가들의 수준 높은 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기에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번 행사를 통해 대중에게 사진 매체가 갖고 있는 예술적 가치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올해에는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주전시 및 특별전 외에도 대구 전역에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이런 행사들이 오히려 대중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처음으로 기획된 세계 각국의 사진대학 졸업생과 재학생 등 젊은 사진가들이 참여한 ‘넷 포토 페스티벌’은 새삼 대구비엔날레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행사다. 그외에도 국내외 젊은 사진가의 시선을 확인할 수 있는 ‘2016국제젊은사진가전’, 행사장을 뜨거운 열기로 가득 메운 ‘국제사진심포지엄’이 활력을 불어넣는다. 김정아, 김지원, 김진희, 차진현 등 우수 작가를 선정한 ‘포트폴리오 리뷰’는 이번 비엔날레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양적 증가가 질적 증가를 뜻하지는 않는다. 퇴보가 아닌 전진을 위해서는 좀 더 냉철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더욱더 면밀하게 다음 행사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11월 3일 행사가 마무리되고 나면 다시 2년이란 시간이 주어진다. 2년 뒤,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돌아올지 다함께 지켜볼 일이다.


Mini Gallery
제 6회 대구사진비엔날레에서 찾은 보석 같은 작품들

〈Naevus〉 조제 페노
캐나다 사진가 조제 페노(josée pedneault)는 유년시절 자신의 등에 생긴 반점을 모티브 삼아 사진, 조각, 드로잉이 하나로 어우러진 다층적인 작품을 완성했다. 자신의 몸에 새겨진 반점 형상과 유사한 이미지를 위성사진, 오래된 지도, 일상의 오브제, 자연 풍경 등에서 찾아 새로운 형태의 작품으로 구성한 것. 평소 인류와 자연, 외부 세계의 관계성에 대해 주목해 온 작가의 독창적 해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Stateless〉 고하 다스티
이란 사진가 고하 다스티(Gohar Dashti)는 난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은유적인 사진작품으로 발표해왔다.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총성을 피해 모국을 떠나온 그들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작가는 황량한 사막에 세간을 펼쳐놓거나, 짐 꾸러미를 들고 어디론가 떠나는 난민들의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자신들이 처한 안타까운 현실을 대변한다.

〈The Moon〉 리 쯔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한 것은 1969년. 그로부터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달은 여전히 인간에게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다. 중국 사진가 리쯔(Li Zhi)는 직접 촬영하고 싶지만 결코 할 수 없는 달의 표면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제작해 기록했다. 거대한 박스와 석고 반죽은 작가의 상상력과 섬세한 손길이 더해져 정말 그럴싸한 모습의 달로 변모되었다.

〈Yellow River〉 장 커춘
황해는 중국 문명화의 요람으로 여겨지는 강이다. 중국 사진가 장 커춘(Zhang ke Chun)은 중국인들의 삶의 터전과도 같은 황해가 산업화로 인해 파괴되는 현장을 담담한 시선으로 기록했다. 사각 프레임 속에 작은 점처럼 새겨진 인간의 모습은 대자연 앞에서 무기력한 존재로 상징된다. 자연을 자기 뜻대로 통제하려다 오히려 더 큰 재앙을 맞이하게 되는 인간의 무지를 꾸짖는 듯하다.

〈1dpi Swam Migration〉 베니 플로레스 안셀
베니 플로레스 안셀(Benedikte Flores Ansell)은 슬라이드 필름, 거울 등을 활용한 설치작품을 주로 선보이는 아티스트다. 버려진 슬라이드 필름을 1인치 크기의 동그란 형태로 자르고, 벽면에 핀으로 고정시켜 마치 거대한 벌떼가 무리지어 날아 다니는듯한 형상의 작품을 완성했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덩어리로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동그란 슬라이드 필름 속에 무수히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 상에서 1dpi 해상도에 해당하는 크기를 1인치 필름 조각으로 대체시킨 설치작업을 통해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의 경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Father, 1927. 12. 03-2010. 08. 27〉 리랑
아버지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들은 어떤 기분일까. 사진가 리랑(Li Lang)은 병든 아버지의 모습과 유품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그 사진 위에 아버지가 태어난 1927년 12월 3일부터 사망한 2010년 8월 27일까지, 총 30219일에 이르는 날짜를 하나하나 써 내려갔다. 캔버스에 시간의 궤적을 그리듯 1부터 무한대의 숫자를 직접 써 내려간 개념미술가 로만 오팔카의 작업을 연상시킨다.

〈Border/Korea〉 히시다 유스케
일본 사진가 히시다 유스케(Hishida Yusuke)는 ‘만약 다른 장소에서 태어났다면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란 의구심에서 출발한 〈Border/Korea〉 시리즈를 선보였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북한과 남한의 학생, 신혼부부, 군인, 운동선수, 스님 등 평범한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뒤 나란히 병치시켜 한 화면에 담았다.

〈The Happy People〉 리즈키 레사 우타마
2016 대구사진비엔날레에 소개된 몇 안 되는 영상작품 중 하나다. 인도네시아 아티스트 리즈키 레사 우타마(Rizki Resa Utama)는 사진, 비디오,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작품으로 주목받아 왔다. 〈The Happy People〉은 가족사진을 찍기 위해 스튜디오에서 어색한 포즈를 취하는 가족, 여행지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객의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Bird’s eye view-Media attacks〉 장 빙
베이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사진가 장 빙(Zhang bing)은 전자기기 제작에 사용되는 회로판과 칩을 이용해 가상의 도시를 만들었다. 언뜻 보기에 도시의 모습을 상공에서 촬영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이미지다. 작품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순간 거대한 도시로 보이는 공간이 미세한 칩으로 이루어진 가상의 세계였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Device Work〉 카이 동동
중국 사진가 카이 동동(Cai Dong dong)의 〈Device work〉 시리즈는 중국 문화혁명 시대에 촬영된 오래된 사진을 이용해 완성되었다. 작가에 의해 선별된 이미지는 수도꼭지, 화살, 거울 등의 오브제와 결합되어 제 3의 의미를 지닌 작품으로 승화되었다. 간단하고도 독창적인 방법으로 새로운 시각 언어를 창출한 카이 동동은 관객들로 하여금 실제 시공간과 이미지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There is no homosexuals in Iran〉 로렌스 라스티
이란에서 동성애는 사형으로 처벌을 받아야 할 만큼 중대한 범죄다. 이란계 부모에게 태어나 스위스에서 성장한 로렌스 라스티(Raurence Rasti)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지 못하는 이란의 동성애자를 카메라 앞에 세웠다. 익명으로 남아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한 그들의 얼굴을 교묘하게 감춘 포트레이트를 통해 정체성의 개념과 미의 코드에 대해 자문한다.


에디터_ 김민정
디자인_ 장준일

이미지 제공_ 대구사진비엔날레 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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