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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천재의 유산

코이안 | 2016-12-30

 

 

예술, 과학 그리고 기술. 과거 이 세 가지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여겨져 왔다. 21세기가 된 지금, 이 세 분야는 서로 만나고 융합되면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낸다.


다빈치 코덱스 전 포스터

다빈치 코덱스 전 포스터


과학과 첨단 기술이 우리 삶의 필수 요소가 되고 사회 전반에 끼치는 영향력이 커지자, 예술도 과학을 품기 시작했다. 예술과 과학의 만남으로 인해 예술가는 더 다양한 방식과 언어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서로 다른 분야가 만나면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이를 단번에 해결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예술가의 능력은 정해져 있다. 그래서 최근 많은 예술 작품들은 협업으로 탄생하거나, 계속 새로운 분야와 결합하며 문제를 해결한다.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고 있는 ‘다빈치 코덱스’ 전(展)은 그에 대한 해답을 레오나르도 다빈치에서 찾았다. 이미 수백 년 전, 예술과 과학, 기술을 결합했던 다빈치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코덱스(Codex)라 불리는 3만 장가량의 기록물로 남겼다. ‘다빈치 코덱스’ 전은 국내외 7명의 작가가 다빈치의 코덱스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여 예술과 과학, 그리고 첨단 기술의 결합을 보여주는 전시다.

기계 박쥐, 엘뜨레, 2006. 엘뜨레는 코덱스 내용에 따라 다빈치의 기계를 실제로 구현한다.

기계 박쥐, 엘뜨레, 2006. 엘뜨레는 코덱스 내용에 따라 다빈치의 기계를 실제로 구현한다.


전시품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빈치의 코덱스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집단인 엘뜨레(Leonardo 3)의 작품들이다. 엘뜨레는 코덱스에 적힌 다빈치의 생각과 스케치를 연구하고, 새롭게 해석하여 실물로 구현한다. 눈앞에 실제로 존재하는 다빈치의 기계들은 신기하면서도 다빈치가 시대를 앞서간 천재임을 증명한다.

샤이라이트(shylight), 스튜디오 드리프트, 2016. 천장에서 꽃이 피는 모습을 재현하는 이 작품은 제작에만 5년 이상이 걸렸다고 한다.

샤이라이트(shylight), 스튜디오 드리프트, 2016. 천장에서 꽃이 피는 모습을 재현하는 이 작품은 제작에만 5년 이상이 걸렸다고 한다.


코덱스를 살펴보면, 다빈치가 기계의 작동 원리와 조형적 형태를 자연에서 많이 차용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스튜디오 드리프트(Studio Drift) 역시 자연의 원리, 특히 ‘생존의 메커니즘’에 관심을 두는 예술 그룹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샤이라이트(Shylight)’는 꽃이 개화하는 움직임을 기계로 재현한 작품으로, 천장에 달린 꽃의 형태와 움직임은 환상적이기까지 하다.

참여 작가 중 유일한 로봇공학자인 김상배 교수는 ‘치타로봇’을 전시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치타로봇은 치타의 뛰어난 운동능력을 구현하고자 만든 로봇이다. 김상배 교수는 이 작품을 통해 과학 및 첨단 기술 분야에 예술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보여준다. 교수의 말에 따르면, 로봇 제작 시 미적인 형태와 균형을 따졌을 때 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치타로봇, 김상배, 2016. 이번 전시에 공개된 치타로봇은 콘셉트 모델로, 실제 구현된 로봇과는 차이가 있다. 로봇을 제작하는 경우에도 여러 문제가 생기는데, 이를 해결할 때 예술적 시각이 도움된다고 한다.

치타로봇, 김상배, 2016. 이번 전시에 공개된 치타로봇은 콘셉트 모델로, 실제 구현된 로봇과는 차이가 있다. 로봇을 제작하는 경우에도 여러 문제가 생기는데, 이를 해결할 때 예술적 시각이 도움된다고 한다.


MoBI-Whale, 장성, 2015-2016. 손바닥만 한 모비가 커다란 형태를 이루는 데는 치밀한 계산과 안정된 구조가 필수다.

MoBI-Whale, 장성, 2015-2016. 손바닥만 한 모비가 커다란 형태를 이루는 데는 치밀한 계산과 안정된 구조가 필수다.


디자이너 장성은 코덱스에 있는 교회 건축물 스케치에서 영감을 받아 모비라는 모듈을 이용하여 건축 구조물을 제작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모비가 단순한 형태를 반복하면서 단단한 구조를 이룬 모습으로 다빈치가 설계한 건축의 치밀함과 구조적 완벽성을 표현한다.

Autonomous Mobile 2616, 정연우, 2016. 실제 크기의 자동차 모형이 공중에 매달려서 움직이는 정연우 디자이너의 작품은 자동차의 미래를 형상화한 것이다.

Autonomous Mobile 2616, 정연우, 2016. 실제 크기의 자동차 모형이 공중에 매달려서 움직이는 정연우 디자이너의 작품은 자동차의 미래를 형상화한 것이다.


자동차 디자이너 정연우는 다빈치가 자동차의 시초격인 자체 추진 동력 및 기계 장치를 구상했다는 점에서 착안하여 자동차의 과거-현재-미래를 표현했다. 작가는 다빈치의 연구가 발전하여 자동차가 탄생한 창의적인 과정과 달리, 현재 자동차의 형태는 틀에 박혀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래서 미래에는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자동차가 탄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자동차 모빌로 구현했다.

얇은 모나리자, 전병삼, 2016. 작가는 종이의 ‘옆면’에 초점을 맞춰, 얇은 종이를 쌓아 모나리자를 그렸다.

얇은 모나리자, 전병삼, 2016. 작가는 종이의 ‘옆면’에 초점을 맞춰, 얇은 종이를 쌓아 모나리자를 그렸다.


영원한 빛-21C 최후의 만찬, 한호, 2016.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처럼 작가는 각 사람과 오브제에 모두 의미를 담았다.

영원한 빛-21C 최후의 만찬, 한호, 2016.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처럼 작가는 각 사람과 오브제에 모두 의미를 담았다.


 2명의 현대 미술작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대표작을 재해석한다. 일상의 평범한 사물을 변형하고 반복 기법을 활용하는 전병삼 작가는 고화질로 인쇄한 종이 3,000장을 쌓아 〈모나리자〉를 재현한다. 얇은 종이가 모여 한 장의 그림을 이룬 전병삼 작가의 작품을 보니 그림의 경계선을 없애 자연스러움을 위해 여러 번의 붓 터치를 하는 다빈치의 스푸마토 기법이 떠오른다.

한호 작가는 〈최후의 만찬〉을 현대 한국의 관점으로 해석한 작품을 선보인다. 방 가득 LED로 제작된 한호 작가의 작품은 바닥에 설치된 거울 반사와 겹쳐 차원을 확장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캔버스, 벽면 등 2차원에 3차원을 구현하고자 했다면, 한호 작가는 3차원을 넘어 관객을 4차원으로 이끈다.

Da Vinci Insight, 2016. 다빈치 코덱스를 추상적인 영상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삼면이 둘러싸인 스크린을 통해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Da Vinci Insight, 2016. 다빈치 코덱스를 추상적인 영상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삼면이 둘러싸인 스크린을 통해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미디어,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 등 다빈치의 코덱스를 현대 미술의 다양한 장르로 해석한 ‘다빈치 코덱스’ 전은 영상과 증강현실 등 관객이 참여하고 경험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특히 코덱스를 프로젝션 영상으로 풀어낸 ‘Da Vinci Insight’는 삼면이 둘러싸인 스크린에 화려한 영상이 쏟아지면서 마치 다른 공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전시는 2017년 4월 16일까지 진행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연구 결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여러 작가의 작품은 다빈치라는 천재의 영향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에디터_ 허영은( yeheo@jungle.co.kr)
자료제공_ 코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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