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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파랑, 사랑받는 색이 되기까지

민음사 | 2017-03-13

 


 

파랑은 오늘날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색이다. 우리는 이렇듯 전방위에 걸쳐 나타나는 ‘파랑 선호’ 경향을 두고, 두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왜’ 그리고 ‘언제’부터 이러한 현상이 싹트기 시작했을까. 수천 년에 이르는 인류의 역사를 두고 보았을 때, 이 두 가지 질문은 사회, 종교, 예술 및 거의 모든 분야에 속한 다각적인 문제들과 맞닿는다. 중세 문장학과 서양 상징사 연구의 일인자로 꼽히는 저자 미셸 파스투로는 다년간의 연구 끝에, 서구에서 색은 역사적으로 ‘세 차례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고 이야기한다. 

 

<파랑의 역사>, 미셸 파스투로 지음, 민음사, 424쪽, 16,800원 (사진제공: 민음사)

<파랑의 역사>, 미셸 파스투로 지음, 민음사, 424쪽, 16,800원 (사진제공: 민음사)


 

1 보이지 않는 색

첫 번째 전환점은 선사 시대부터 유지되어 오던 하양, 빨강, 검정의 3색 체제가 소멸하고 하양, 검정, 빨강, 파랑, 초록, 노랑의 6색 체제가 성립된 중세 봉건 시대의 개막이다. 고대까지만 해도 파랑은 ‘보이지 않는 색’으로서 달리 각광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특히 로마인에게는 ‘야만인의 색’, ‘죽음의 색’으로까지 여겨지며 금기시되었다. 하지만 로마 제국이 붕괴하고 중세가 시작되면서 파랑은 뜻밖의 운명을 맞이한다. 바야흐로 유럽의 패권을 쥔 게르만족, 켈트족 등 새로운 왕국의 주인들은 고대 로마에서 숭앙받던 붉은색 못지않게 파란색을 애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2 경건한 색

두 번째 시기는 인쇄술의 보급과 종교 개혁을 통해서 하양과 검정을 지탱해 오던 절대적 가치관에 균열이 생긴 중세 말기에서 근세 초엽이다. 이때 파랑은 종교 개혁 등 엄청난 역사적 사건을 겪으면서 (다른 색들이 그러했듯) 다양한 도전을 받는다. 종교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격심한 변화가 빚어지던 와중에도 파랑은 경건함과 검소함을 의미하는 검은색과 유사한 색조로 인정받으며 관대한 대우를 받는다. 

 

3 사랑받는 색

세 번째 전환점은 뉴턴이 스펙트럼 방식을 통해 색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획기적인 과학 발전에 힘입어 염색과 안료 분야에서 기술적 진보가 이뤄진 산업 혁명 시기다. 더불어 이때 유럽에서는 낭만주의라는 문예 사조가 득세하며 감수성 영역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이제 파랑은 야만인의 색도, 교회나 궁정의 전유물도 아닌 국민 국가와 시민, ‘베르테르’와 ‘푸른 꽃’의 색채로 발돋움한다. 게다가 20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 파랑은 ‘블루스’와 ‘청바지’, 젊음과 자유를 의미하는 색채가 되었으며, 국제 연합(UN)과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의 색으로까지 받아들여진다.

 

<파랑의 역사>는 고대엔 거의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했던, 심지어 (오늘날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물과 천공의 색으로조차 여겨지지 않았던 ‘못난’ 파랑이 어떻게 현대인에게 가장 사랑받은 색으로 거듭났는지를 통사적(通史的)으로 살피면서, 파란색이 표현하는 감성과 의미를 통찰한다. 여기에 더해 저자는 앞으로 파랑이 인류에게 어떠한 의미로 남고 또 변화할지를 조망하며, 색채의 미래와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서도 일러 준다.

 

에디터_ 추은희(ehchu@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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