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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긍정 에너지가 넘치는 작가, 아트놈

아트놈, 갤러리조은 | 2017-05-31

 

 

사랑스러운 토끼 소녀 가지, 콧수염과 동그란 배를 가진 아트놈, 귀여운 강아지 모타루 등 캐릭터를 그림 속에 녹이는 아트놈 작가의 작품은 따뜻하고,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6월 15일까지 갤러리조은에서 개인전 ‘케 세라 세라(Que Sera Sera)’를 하는 아트놈 작가를 직접 만나 과거부터 미래까지 듣고 왔다. 작가의 그림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유쾌한 분위기를 풍기는 작가 아트놈. ‘미술하는 남자=아트하는 놈’이라는 예명 아트놈은 막 부르라는 의미에서 지었다고 한다.

유쾌한 분위기를 풍기는 작가 아트놈. ‘미술하는 남자=아트하는 놈’이라는 예명 아트놈은 막 부르라는 의미에서 지었다고 한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요?
그 순간에 느끼는 감정으로 작업했기 때문에, 하나의 뚜렷한 주제를 정하지 않았어요. 물론 관객이 봤을 때, 관통하는 하나의 느낌은 받을 수 있어요.

전작에 등장한 캐릭터들은 시크한 느낌이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분위기가 밝아진 것 같아요.
의도한 것은 아니에요. 작업을 시작한 지 나름 10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천천히 변한 것 같아요.

작품에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데요, 누구를 표현한 건가요?
제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저와 주변 사람들을 그린 거예요. 토끼 소녀인 가지는 제 부인인데, 토끼띠라는 사실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토끼 소년은 제 부인의 남자친구라고 할까요? 하하. 어린아이로 표현되는 토끼 소녀에게 어울리는 캐릭터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그린 거예요.

작가가 자신의 캐릭터를 미화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런데 아트놈 캐릭터는 백수에 배불뚝이로 표현되고 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는 성격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세상의 모든 사람과 삶은 서로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모란가족행복도〉, 2017 - 작가는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것을 살려, 민화의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모란가족행복도〉, 2017 - 작가는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것을 살려, 민화의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가지와 호랑이〉, 2017 / 〈소년〉, 2016 - 캐릭터의 편안한 표정과 귀여움은 보는 사람마저 즐겁게 만든다.

〈가지와 호랑이〉, 2017 / 〈소년〉, 2016 - 캐릭터의 편안한 표정과 귀여움은 보는 사람마저 즐겁게 만든다.


작가가 되기 전, 캐릭터 디자이너였다고 들었어요.
제가 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는데, 졸업을 위해 돈을 벌어야 했어요. 일을 찾던 중에 캐릭터 디자인을 알게 되었죠. 워낙 캐릭터를 좋아하기도 하고, 우연히 그 분야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기왕 하는 거 좋아하는 일을 하자는 생각에, 1998년부터 캐릭터 디자인 일을 시작했어요.

캐릭터 디자이너로 자리 잡고 있었는데, 다시 순수 미술로 돌아온 이유가 뭔가요?
제가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전혀 생각 못 했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재미있더라고요. 당시에는 일 욕심도 많았고, 생각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았어요. 그렇지만 모든 걸 다 하고 싶은 대로 할 수는 없었죠. 그러다 보니 100% 진짜 내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작가를 선택했어요.

돌아왔을 때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전에 가진 영광을 다 포기하고 다시 시작하는 거잖아요.
다시 순수미술을 시작하면서 옛날에 알던 지인들을 찾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때 시작하는, 나이가 10살 이상 어린 작가들과 같이 어울렸어요. 그러니 작품 가격을 어떻게 측정하는지, 갤러리와 어떻게 접촉하는지 아무것도 몰랐죠. 이름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저를 찾아주는 전시는 거의 다 참여했던 것 같아요.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저만의 길을 만들 수 있었어요.

작품 세계에 영향을 끼친 것이 있다면요?
국내외 작가들의 화집을 많이 봐요. 새로운 작품을 보면 영감이 떠오르거든요. 작가를 시작할 때는 요시토모 나라의 책을 보면서 용기를 얻었어요. ‘이런 작업도 작가가 할 수 있구나!’ 하고요.

이외에도 어렸을 때 봤던 만화들, 대학에서 전공했던 한국화, 사회에 나와서 일한 캐릭터 디자인 등의 경험도 중요해요. 현재 제 작업에 다 녹아 있거든요. 학교 다닐 때 철학 수업을 들으면서 시각이 180도 변했던 경험도 뺄 수 없어요. 결국, 제 작품에는 과거에 겪었던 다양한 경험들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어요.

〈세상만사〉, 2016 - 만화를 좋아하던 소년은 캐릭터 디자이너가 되었다. 이런 경험이 작품 곳곳에서 쉽게 발견된다.

〈세상만사〉, 2016 - 만화를 좋아하던 소년은 캐릭터 디자이너가 되었다. 이런 경험이 작품 곳곳에서 쉽게 발견된다.


작업 방식이 남들과 조금 다르다고 들었어요.
정확하고 깔끔한 선이 나올 수 있는 저만의 방식을 발견했어요.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마무리 작업은 전부 제가 직접 손으로 그려야 해요. 말 그대로 엄청난 집중이 필요한 작업이죠.

작업을 완성하는데 얼마나 걸리나요?
100호를 완성하는데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 걸려요. 한 작업을 완성하는 동안 떠올랐던 다른 아이디어를 잊어버리곤 해요. 그러다 보니 저한테는 속도가 중요하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작업을 시스템화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시스템이요?
제가 아이디어를 내면, 어시스던트들이 시스템 안에서 작업하는 방식인 거죠. 저는 작업을 앤디 워홀처럼 규모화시키고 싶어요.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젊은 작가가 일찍 성공하기가 어려운데, 요즘 미술은 자본이 넉넉하면 할 수 있는 표현의 영역이 더 커지고 자유로워지거든요.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그걸 실행할 수 있는 젊은 작가가 나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가능성을 만들고 싶어요.

〈Love〉, 2014

〈Love〉, 2014

이번 개인전에서는 회화 외에도 조형, 네온사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작업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회화 외에도 조형, 네온사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작업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작품활동 외에도 사회 공익 프로젝트에도 많이 참여한다고 들었어요.
자폐 아동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프로젝트 A’라는 프로그램에 5년째 참여하고 있어요.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부모의 입장을 생각하게 되었죠. 장애 아동의 부모님은 암흑 속을 걷는 기분이거든요. 심지어 우리나라는 장애를 보조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제도조차 없으니까요. 그런데 프로젝트 A를 통해 조금이나마 희망을 봤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자폐 아동 학교 설립을 위한 바자회에도 참여하시죠?
우연히 전해 들은 이야기로 참여를 결정했어요. 태어나서 한마디도 안 한 자폐 아동이 제 그림 앞에서 “따뜻해”라고 말을 했대요. 아이가 말을 한 적이 없으니 부모는 아이가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었는지, 또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는지 전혀 몰랐던 거죠.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살짝 전율 같은 게 왔어요. 여러 철학적 의미를 담은 것이 현대 미술이라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게 따뜻함 같은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위대한 거죠.

지난 5월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디자인페스타에는 아트놈 작가의 대형 설치물 ‘미스터 기부로’가 전시되었다. 본 작품은 작가가 서울문화재단 예술기부캠페인의 일환으로 제작한 것이다.

지난 5월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디자인페스타에는 아트놈 작가의 대형 설치물 ‘미스터 기부로’가 전시되었다. 본 작품은 작가가 서울문화재단 예술기부캠페인의 일환으로 제작한 것이다.


이제까지 이야기를 들으니까, 에너지가 넘치는 분 같아요.
나이를 먹어가면서 제가 가진 에너지가 바뀌더라고요. 그래서 1년, 10년, 혹은 그 이상 본인이 가진 에너지를 잘 관리하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요. 뭔가 한 번에 빵! 하고 터질 것 같지만, 절대 그러지 않거든요. 만약 한 번에 크게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연연하지 말고, 꾸준히 노력해야 해요. 그래야 그 이상을 만들 수 있어요.

마지막 질문을 할게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새롭게 구상하는 작업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캐릭터 저작권과 관련된 사업을 구상 중이에요. 전에는 작업 이외 일을 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어요. 사업이 제 이미지를 어떻게 형성할지 걱정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조심할 때가 아니구나, 먼저 여러 가지 일을 만들어 보자, 그리고 그 힘을 가지고 작업을 지금보다 폭넓게 진행하자.’라는 생각을 해요. 지금까지 그런 적이 없었는데, 이제 마음먹고 돈을 벌어보려고요. 하하. 

그리고 중국이나 대만 같은 아시아권에 진출을 계획 중이에요. 얼마 전에 베이징 디자인 페어에 참가했는데 전속 제안을 받았거든요. 덕분에 중국을 시작으로 미술 활동을 넓힐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 같은 사람도 하니, 누구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제가 에너지를 가지고 계속 나갈 수 있도록 여러분이 많이 도와주세요.

한남동 갤러리조은에서 열리는 아트놈 개인전 ‘케 세라 세라(Que Sera Sera)’는 6월 15일까지 이어진다.

한남동 갤러리조은에서 열리는 아트놈 개인전 ‘케 세라 세라(Que Sera Sera)’는 6월 15일까지 이어진다.



에디터_ 허영은( yeheo@jungle.co.kr)
자료제공_ 아트놈( www.facebook.com/artnom), 갤러리조은( www.galleryjoe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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