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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있는 가구’에 대한 스토리

D.O.F(www.designonfurniture.com) | 2017-06-05

 


 

인체를 형상화한 에픽 체어도 그렇고, 항아리 단지를 닮은 단지 체어도 그렇고. 가구 브랜드 D.O.F의 의자는 무척이나 아름답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D.O.F는 각각의 가구에 녹아 있는 ‘스토리’로 대중을 설득한다. 가구에 스토리를 더한 브랜드, 그게 바로 D.O.F다.

 


 

먼저 D.O.F는 어떤 브랜드이며, 당신은 누구인가요?

저는 D.O.F의 수석 디자이너 박상호입니다. 처음부터 가구 디자인을 했던 것은 아니고, 무대 디자인을 전공해서 방송국에서 미술감독으로 오래 일을 했어요. 그러다가 가구 디자인에 발을 들인 건 2011년 5월, 밀라노가구박람회에 제가 만든 의자를 출품하면서부터고요. 

 

D.O.F는 2016년 8월 론칭한 가구 브랜드입니다. ‘Design on Furniture’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가구에 디자인을 더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여기서의 디자인은 스토리가 될 수도 있는데요. 가구를 디자인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스토리’를 되게 중요하게 생각해요. 아름답기만 한 가구도 물론 그것대로의 가치가 있겠죠. 하지만 저는 스토리가 없는 디자인은 무형의 것이라고 생각해요. 일상의 스토리, 라이프스타일이 녹아 있는 가구를 지향합니다.

 

D.O.F의 수석 디자이너 박상호

D.O.F의 수석 디자이너 박상호


무대 미술을 오래 해서 가구를 바라보는 방식이 조금 다른가 봐요. 

아무래도 계속 가구만을 바라봤던 디자이너들과는 접근 방식에 있어서 조금 차이가 있긴 해요. 방송국 무대 디자인뿐만 아니라, 광고 디자인이나 놀이공원 퍼레이드/캐릭터 디자인 일도 했었고, 뮤지컬 캣츠의 소품팀에서 여러 가지 오브제를 제작하기도 했어요.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을 경험했지만, 모두 어떤 ‘스토리’를 만드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가구에서도 자연스럽게 스토리가 녹아 있는 디자인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갑자기 가구 디자인을 하게 된 이유도 궁금한데요.

갑자기는 아니고요. 무대 디자인의 연장선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무대를 만들려면 소파나 테이블, 램프 등 가구가 중요한 요소잖아요. 물론 가구의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는 신경 쓰지 못하죠. 그런데 당시에 그런 생각을 종종 했어요. 어떤 무대가 있어요. 무대 위에 의자가 있는데 그 위로 빛이 탁 떨어지는 거예요. 그때 의자가 어떻게 보일까? 배우가 그 의자 위에 앉아 있으면 어떤 느낌이 들까? 그걸 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저의 가구 디자인은 거기서부터 시작됐어요.

 

인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에픽 체어

인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에픽 체어


 

그리고 나서 가장 처음 디자인한 가구가 ‘미스터 체어’죠? 2011년 밀라노가구박람회에서 소개했고요.

미스터 체어(Mr.chair)는 지금의 에픽 체어의 전신인데요. 사람의 근육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디자인했어요. 처음엔 당연히 존재하는 디자인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에 1년 이상 리서치를 했는데 다행히 없더라고요. 현지 반응도 좋았어요. 재미있어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좀 부끄러워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되게 다양한 반응을 보여줬는데, 해외 무대를 선택한 것도 이것 때문이에요. 다양한 민족의, 다양한 체형, 성격의 사람들이 의자에 대해 코멘트를 해주거든요. 그게 디자인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많이 돼요. 그때 받았던 피드백을 반영해서 5년간의 리뉴얼 과정을 거친 끝에 ‘에픽 체어(Epic chair)’가 탄생한 거고요.

 

에픽 체어는 미스터 체어의 어떤 부분들을 수정한 다음 출시했나요?

미스터 체어에서는 직선적인 부분이 많았어요. 소재로 나무와 스펀지를 사용하다 보니까 곡선을 만들기가 어려웠거든요. 그런데 에픽 체어에서는 우레탄 폼으로 바꿨어요. 우레탄 폼은 거의 모든 곡선을 표현할 수가 있죠. 기존의 직선을 다 없앴어요. 바닥, 등받이 등 어느 면을 봐도 다 곡선이에요. 착석감에서도 차이가 있을 거예요. 미끄러지는 부분도 있고, 감기는 부분도 있고, 잡아주는 부분도 있거든요. 훨씬 안정적이고 편안하죠.

 

에픽 체어를 제작 중인 박상호 디자이너

에픽 체어를 제작 중인 박상호 디자이너


 

아티스트와 콜라보레이션한 에픽 체어도 눈에 띄더라고요. 어떤 작가들과 작업했나요?

에픽 체어는 275c랑 노보 작가와 작업했어요. 전부터 눈여겨봤던 분들인데 두 분 덕분에 기존의 에픽 체어와는 또 다른 느낌의 에픽 체어가 탄생할 수 있었어요. 작업은 아티스트에게 대부분 맡기는 편이에요. 처음에 해당 아티스트의 작품을 많이 보고 이해한 상태에서 콜라보 제안을 하거든요. 얼마나 좋은 작품이 탄생할지 믿기 때문에, 저는 그들에게 덩어리, 바탕을 제공해주는 역할만 해요. 나머지는 아티스트들의 몫이죠.  

(좌) 275c와 콜라보한 에픽 체어 (우) NOVO와 콜라보한 에픽 체어

275c(좌), NOVO(우) 작가와 콜라보한 에픽 체어

  

 

두 번째 가구는 2015년 뉴욕현대가구전시회(ICFF)에서 선보인 ‘단지 체어’예요.

단지 체어(Danzi chair)는 아내가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디자인했어요. 배 속의 아이는 엄마의 자궁에서 포근함을 느끼잖아요. 문득 ‘엄마를 위한 자궁 같은 의자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누군가한테 폭 안겨 있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디자인을 했어요. 사이즈가 크고 높아서 심리적인 안정감과 함께 외부로부터 단절된, 나만의 공간에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죠. 낮은 높이의 의자도 있는데요. 그건 소통을 강조했어요. 두 가지 모두 다리를 단순화시켜서 몸통의 단지 형태를 더욱 부각시켰습니다. 내부의 폼은 모두 자석이라서 탈부착이 가능하고요. 

 

2015년 뉴욕현대가구전시회(ICFF)에서 선보인 단지 체어

2015년 뉴욕현대가구전시회(ICFF)에서 선보인 단지 체어

 

 

단지 체어는 높은 단지와 낮은 단지 두 가지가 있다.

높은 단지와 낮은 단지 두 가지가 있다.


 

미스터 체어와 단지 체어를 모두 전시를 통해 오픈했는데요. 유독 전시나 행사에 많이 참여하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무대 디자인을 했던 사람이라 그런지 가구 하나가 아니라 전체 씬(scene)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가구를 디자인할 때도 그렇고, 디자인한 가구를 보여줄 때도 그래요. 전시나 행사에 많이 참여하는 것도 가구와 어울리는 상황 또는 환경을 보여주기 위해서예요. 보통 전시에서는 부스에 가구만 덜렁 갖다 놓는 게 아니라, 가구와 어울리는 공간을 새롭게 구성하잖아요. 게다가 우리 브랜드에 특히 효과적인 게, D.O.F는 그냥 예쁜 가구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이 반영된 가구를 만드는 브랜드잖아요. 당연히 가구가 사용되는 모습 전체를 보여주는 게 맞는 것 같아요. 

 

2017 광주리빙앤라이프스타일 전시장 내의 D.O.F 부스 전경. ‘SPACE : ESCAPE 공간 : 탈출’이라는 주제를 데칼코마니 구도로 표현했다. 왼쪽은 어반 스타일, 오른쪽은 보타니 스타일로 부스를 꾸며 도심의 사무공간을 탈출하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마음을 대변했다.

2017 광주리빙앤라이프스타일 전시장 내의 D.O.F 부스 전경. ‘SPACE : ESCAPE 공간 : 탈출’이라는 주제를 데칼코마니 구도로 표현했다. 왼쪽은 어반 스타일, 오른쪽은 보타니 스타일로 부스를 꾸며 도심의 사무공간을 탈출하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마음을 대변했다.

 
2017 서울디자인페스타 내에 꾸며진 D.O.F 부스 전경

2017 서울디자인페스타 내에 꾸며진 D.O.F 부스. 화려한 프린트의 박스터는 강목 작가의 작품. (사진에는 없지만) 현장에서 찰스장 작가의 라이브 페인팅 퍼포먼스가 진행되기도 했다.

 

 

그래서 박스터도 지난 5월 서울디자인페스타에서 첫 선을 보인 건가요? 어떤 가구인가요?

박스터(BOXTER)는 기존의 에픽 체어나 단지 체어와는 다르게 좀 캐주얼해요. 규모가 크고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전시보다는 일반 대중도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전시에서 오픈하는 게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서울디자인페스타를 선택한 거예요. 아무래도 젊은 층이 많이 보러 올 테니까. 1인 가구를 겨냥해서 만든 제품이거든요. 박스가 될 수도 있고, 의자가 될 수도 있어요. 테이블로도, 고양이 집으로도 사용할 수 있고요. 하나를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딱이죠. 

  

바나나 박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들었어요. 디자인 과정을 소개해주세요.

어느 날 마트에 갔어요. 물건을 다 사고 박스에 담으려고 하는데, 수많은 박스들 사이에 구멍이 뚫려 있는 바나나 박스가 눈에 띄었어요. 마치 눈과 입 같았고, 꼭 저를 쳐다보는 것 같았어요. 순간 우리는 교감했고, 이제 이 아이를 버릴 수가 없게 되었어요. 이 아이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박스터를 디자인했습니다. 소재는 스틸을 사용해서 내구성이 뛰어나요. 위에 올라가 뛰어도 끄덕 없죠. 안쪽의 볼트를 통해서 박스터들을 연결할 수도 있어요. 재미난 건 박스터의 포장용 종이 박스예요. 실제 박스터처럼 윗부분을 뜯을 수 있고요. 보통 박스보다 2배 정도 두껍게 제작해서 다양한 용도로 재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단, 앉는 것만 빼고요. 

바나나 박스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박스터

바나나 박스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박스터 최종 버전. 상, 하판 모두에 나무판이 덧대어져 있고, 박스터끼리 결합했을 때 볼트가 위로 노출되지 않는다.

 

박스터는 총 8가지 컬러로 제작돼, 고르는 재미도 있다.

박스터는 총 8가지 컬러로 제작돼, 고르는 재미도 있다.

 

 

마지막으로 브랜드 D.O.F의 향후 계획과 박상호 디자이너의 꿈이 무엇인지 듣고 싶어요.

우선 6월 말에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서울경향하우징페어’를 준비하고 있어요. 새로운 오브제가 오픈될 것 같은데, 힌트를 주자면 식물에 관한 내용이에요. 9~10월엔 리뉴얼한 단지 체어를 출시할 예정이에요. 테크놀로지, 구체적으로 사운드를 결합해 아이와 함께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볼 수 있는 새로운 단지 체어를 만들려고 해요.

 

저의 꿈은 정신적으로 건강하면서 에너지를 밝게 유지하는 거예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디자인한 가구는 저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생각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좋은 디자인이 나오려면 그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강한 정신과 행복한 삶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꿈이 조금 소박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래요. 그렇게 해서 건강하고 밝은 디자인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어요. 

 

 

* 에픽 체어와 단지 체어, 박스터를 구매할 수 있는 곳

에픽 체어_ 노블레스 쇼룸과 온라인몰(www.noblessemall.com)

박스터_ 가든파이브 현대시티몰 루이까또즈 매장, DDP 1층 디자인숍

단지 체어_ 미정

 

그리고 D.O.F 공식 홈페이지(www.designonfurniture.com)

 

에디터_ 추은희(ehchu@jungle.co.kr)

사진제공_ D.O.F(www.designonfurni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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