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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역사를 다룬 영화 그리고 사진 ① - 덩케르크

월간 사진 | 2017-09-14

 

 

최근 잊을 수 없는 현대사를 소재로 한 세 편의 영화가 화제를 모았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덩케르크〉와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된 조선인을 소재로 한 〈군함도〉, 그리고 광주민주항쟁을 최초로 보도한 독일 기자의 이야기를 담은 〈택시운전사〉가 그것이다. 역사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갖는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사진 한 장이 갖는 힘 역시 그 이상이다.



덩케르크 - 〈The Airman〉, Michal Solarski

역사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구체적인 부연 설명 없이 관람자에게 쉽게 다가간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역사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쉽지 않은 프로젝트다. 제2차 세계대전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영화 감독들이 관심을 가져온 소재다. 거장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도 신작 〈덩케르크〉로 그 대열에 합류했다.

영화는 1940년 제2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 대륙과 도버 해협이 맞닿은 덩케르크 지역에 연합군 40만 명이 고립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영국의 처칠 수상은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병사들을 철수시키기 위한 대규모 작전을 지시했고, 마침내 약 34만 명을 탈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덩케르크 철수 작전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전쟁의 무모함과 생명의 소중함, 공동체 의식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시공간을 재구성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지닌 감독이다. 〈덩케르크〉 역시 마찬가지다. 연료 게이지가 고장 난 상황에서도 끝까지 자신의 임무를 마친 파일럿이 보낸 ‘하늘에서의 한 시간’, 조국의 젊은이들을 위해 작은 요트를 이끌고 덩케르크로 향한 민간인이 보낸 ‘바다에서의 하루’, 구조되기만을 기다려야 했던 군인들이 보낸 ‘잔교에서의 일주일’이 얽히고 설킨 상태로 흘러간다.

〈The Airmen〉 ©Michal Solarski

〈The Airmen〉 ©Michal Solarski


폴란드 사진가 미하우 솔라스키(Michal Solarski)의 〈The Airman〉 시리즈는 어쩌면 덩케르크 철수 작전에 투입되었을지도 모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활약했던 파일럿의 초상을 담은 작품이다. 폴란드는 제 2차 세계대전의 주요 격전지 중 한 곳이었다. 어려서부터 전쟁 이야기를 자주 들으며 자란 작가는 우연히 한 역사학자로부터 제 2차 세계대전 참전 파일럿에 관한 정보를 얻게 된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폴란드는 소련의 영향 아래 공산정권이 들어섰다. 국가는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킨 참전 군인을 반기기는 커녕 또 다른 적으로 대했다. 폴란드 참전 군인 대부분은 영국에 잔류하거나 미국, 캐나다, 호주 등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길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작가는 “조국을 위해 희생했지만 조국에 의해 버려진 이들에게 항상 존경의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들이 현재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기록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생각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점점 잊혀져가는 영웅들의 모습을 세상이 기억해 주길 바랐다.”며 작품 제작 계기를 밝혔다. 

〈The Airmen〉 ©Michal Solarski

〈The Airmen〉 ©Michal Solarski


작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참전 파일럿을 찾아다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을 직접 만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세상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도시는 파괴되었고, 소시민들은 행복한 삶을 빼앗겼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사람들은 역사에 무관심하다.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왜곡 없이 역사를 기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6년에 걸쳐 완성된 미하우 솔라스키의 〈The Airman〉 시리즈는 사진집으로 감상할 수 있다. 참전 파일럿의 현재 모습과 전쟁 당시 촬영한 흑백 사진을 교차 편집한, 깊은 울림을 전하는 사진집이다. 

영화 〈덩케르크〉 플롯의 마술사라 불리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2017년 작. 전쟁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영웅 혹은 스펙터클한 전투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적과 싸우는 군인의 모습이 아닌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패잔병의 모습을 담고 있다. 피 한 방울 보여주지 않고도 전쟁의 공포감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군인의 모습을 통해 삶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제2차 세계대전에 종군기자로 참전한 로버트 카파의 사진이 문득 떠오르는 영화다.

미하우 솔라스키(Michal Solarski)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폴란드 사진가. 폴란드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뒤 런던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을 전공했다. 이민과 기억, 역사를 주제로 한 작품을 주로 발표해왔다. 캐나다, 영국, 그리스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미국, 영국, 프랑스, 폴란드 등에서 열린 그룹전에 참여했다.


에디터_ 김민정

디자인_ 김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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