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아트 | 인터뷰

종이로 만드는 또 다른 세상

2017-09-15

 

 

만들기를 좋아하는 한 소녀가 있었다. 어른이 되어도 ‘손맛’을 잊지 않았던 그 소녀는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종이로 섬세하게 만들어낸다. 세상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이렇게 종이로 만든 새로운 세상이 탄생한다.


©2017. Leejihee all rights reserved.

©2017. leejihee all rights reserved.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페이퍼아트 작가 이지희입니다.

페이퍼아트를 시작하기 전, 디자인 회사에 다녔다고 들었어요.
편집 디자인을 했어요. 국가 정책 홍보 책자나 에뉴얼 리포트, 사보 등을 디자인하는 거였죠. 인쇄물을 다뤘기 때문에 페이퍼아트를 할 때도 도움이 많이 되고 있어요. 또 그때 배운 종이에 대한 많은 정보는 현재 저만의 강력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페이퍼아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어렸을 때부터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손을 움직이는 걸 좋아했지만, 미대를 다닌 오빠의 영향도 있었던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오빠랑 같이 그림도 그리고, 만들기도 했거든요. 페이퍼아트는 한 20년 전부터 취미로 시작했어요. 페이퍼아트로 만든 작품을 주변에 선물도 많이 했죠.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회사를 그만둔 2010년 초반부터예요.

시작 당시 국내에 페이퍼아트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었을 텐데, 힘들지 않았나요?
워낙 만드는 게 익숙하다 보니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부담은 없었어요. 보통 어릴 때, 종이 인형 만드는 걸 좋아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장롱이나 침대를 입체로 만드는 걸 더 좋아했어요. 그때부터 조기 교육이 되었는지 이제 사물을 보면 만드는 법이 대강 보여요.

페이퍼아트를 시작할 때 영향을 받은 작가가 있다면?
어빙 하퍼(Irving Haper)요. 가구 및 산업 디자인을 하다가 페이퍼아트를 한 미국 디자이너인데, 작품에 무게감이 느껴져서 조각 같아요. 표현 방법이 독특하기도 하고요.

©2017. Leejihee all rights reserved.

©2017. leejihee all rights reserved.


작업과정이 어떻게 되나요?
주제가 정해지면 자료를 찾아요. 이때, 형태도 중요하지만 분위기도 중요해서 색감을 고민해요. 동시에 사진 촬영할 때 어떤 분위기를 연출할 것인지도 미리 상상하죠. 그런 다음, 종이와 부자재를 결정해요.

설계도면도 직접 그리나요?
이젠 어떤 물체를 만들어야겠다고 하면, 도면이 연상돼요. 생각한 전개도를 일러스트레이터를 이용해서 그리죠. 3D 프로그램도 사용하지만, 강아지 작업을 할 때만 사용해요. 섬세한 표현은 2D 프로그램(일러스트레이터)에서만 가능해요. 그래서 3D보다는 2D 작업이 더 중요해요.

페이퍼아트로 구현한 오메가 시계. 시계처럼 정교하고 정확한 형태에 작가의 노력이 느껴진다. ©2017. Leejihee all rights reserved.

페이퍼아트로 구현한 오메가 시계. 시계처럼 정교하고 정확한 형태에 작가의 노력이 느껴진다. ©2017. leejihee all rights reserved.

종이로 만든 건데, 왜 먹고 싶어 지는 거죠!! ©2017. Leejihee all rights reserved.

종이로 만든 건데, 왜 먹고 싶어 지는 거죠!! ©2017. leejihee all rights reserved.


작품 하나를 완성하려면, 오래 걸릴 것 같아요.
하나를 만들더라도 여러 장을 프린트해서 시안을 많이 만들어봐요. 그러면서 조금씩 고쳐나가죠. 제작 시간은 작품에 따라 달라요.

주로 어떤 종이를 사용하나요?
주로 머메이드지를 사용해요. 접었을 때 각이 잘 잡히는 종이를 선호하는데, 머메이드지는 질감도 적당히 있으면서 힘이 있어요.

종이는 출시되는 색이 정해져 있잖아요. 작업 시 색을 선택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사물의 원 색상을 그대로 옮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제가 끌리는 대로 색을 선택해요. 보색 대비도 많이 사용하고요.

이지희 작가의 페이퍼아트는 다양한 색감과 분위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2017. Leejihee all rights reserved.

이지희 작가의 페이퍼아트는 다양한 색감과 분위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2017. leejihee all rights reserved.


독큐멘터리 이야기를 좀 할게요. 지난 6월에 개인전이 있었는데, 언제부터 강아지를 만들었나요?
3년 정도 넘었어요. 할까, 말까를 고민하고 모델링을 해 본 시간까지 포함하면 4년 이상이 되네요.

작가님 개인적 이야기가 담겼다고 들었어요.
제가 한창 사회생활을 열심히 할 때 키웠던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예요. 이번 작업은 잊고 있었던 추억을 다시 꺼내는 작업이었어요. 반갑다고 꼬리 치는 아이를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로 외면하고 방으로 들어가던 제 모습들이 언뜻 스치더라고요. 그래서 작업을 끝내고 퇴근하는 길에 울적해질 때도 있었어요.

전시장에서 보니까 작품 하나, 하나에 이야기가 담겨 있더라고요.
추억 속 장면들이 떠올라서 만든 작업이니까요. 보통 강아지 특유의 귀여운 행동이 생각나면 작업을 시작하는데, 그를 표현하기 위한 장면을 함께 연출해요. 이번 전시 때 강아지가 피자를 먹는 작품이 있었는데, 식탁에 턱 괴고 바라보는 강아지의 모습을 만들고 싶어서 피자를 달라는 상황을 상상해서 제작한 거예요.

작업하면서 미안함이 조금 풀렸나요?
미안함은 가시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데 많은 직장인들이 공감하더라고요. 그래서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원래 그런 마음이 다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위안받은 것 같아요.

지난 6월 두성인더페이퍼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 ‘독큐멘터리’에서 선보인 〈비달비숑〉©2017. Leejihee all rights reserved.

지난 6월 두성인더페이퍼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 ‘독큐멘터리’에서 선보인 〈비달비숑〉©2017. leejihee all rights reserved.


현재까지 만든 강아지가 31마리라고 들었어요. 다 이름이 있나요?
이름을 지어주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마음은 쓰이죠. 이번 전시에서는 새로 만든 비숑을 좀 더 부각했는데, 처음 만들었던 6마리한테 왠지 미안하더라고요.

만들기 어려운 작업은 뭔가요?
아무래도 강아지 작업이죠. 카메라나 카세트 같은 기계를 만들 때는 레이어가 그려지고 단계가 쭉 생각나는 편인데, 강아지 같은 경우에는 표정이나 감정을 더 실어야 하므로 완성을 하더라도 아쉬운 점이 계속 나타나요. 그래도 이번 전시를 하면서 3~4년 전보다 확실히 기술과 표현 면에서 많이 성장했음을 느꼈어요.

요런 저런 다양한 자세의 비숑들. 입도 웃고 있다. ©2017. Leejihee all rights reserved.

요런 저런 다양한 자세의 비숑들. 입도 웃고 있다. ©2017. leejihee all rights reserved.

저기 뒤에 과자를 달라고 꼬리 치는 비숑을 보세요. 심쿵! ©2017. Leejihee all rights reserved.

저기 뒤에 과자를 달라고 꼬리 치는 비숑을 보세요. 심쿵! ©2017. leejihee all rights reserved.

©2017. Leejihee all rights reserved.

©2017. leejihee all rights reserved.

독큐멘터리 시리즈를 작업하기 전에 만든 퍼피루스 시리즈. 보다 다양하고 귀여운 견종을 만날 수 있는 작업이다. ©2017. Leejihee all rights reserved.

독큐멘터리 시리즈를 작업하기 전에 만든 퍼피루스 시리즈. 보다 다양하고 귀여운 견종을 만날 수 있는 작업이다. ©2017. leejihee all rights reserved.


가장 애착이 가는 작업은?
퍼피루스가 오랜 기간 작업했고, 감정을 실었던 작품이라 가장 애착이 가요. 최근 제일 정성을 쏟은 프로젝트는 카메라 시리즈예요. 기계를 좋아해서 시작한 작업인데, 오히려 국내보다 해외에서 반응이 좋아요. 7월 말에 처음으로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보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20군데가 넘는 해외 매체에 소개되었어요. 밤, 낮 구분 없이 메시지도 많이 받고요. 고생한 걸 알아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클래식 카메라가 많던데, 작가님이 갖고 싶은 걸 만든 건가요?
제가 갖고 싶은 것, 만들면 예쁜 것. 둘 다 만들어요. 디테일한 표현을 위해서 카메라 박물관에 가서 관찰도 했어요. 작업 중 결정을 못 할 때, 실물을 보면 확신이 서요. 예를 들어 ‘아, 이 부분은 면이 아닌 패턴 처리를 해줘야겠다’와 같은 부분이요.

©2017. Leejihee all rights reserved.

©2017. leejihee all rights reserved.

이지희 작가의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가면 더 많은 카메라 작업을 볼 수 있다. 이 작업으로 영국 가디언, 디자인붐, 디자인택시 등 해외 매체에 작품이 소개되었다. ©2017. Leejihee all rights reserved.

이지희 작가의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가면 더 많은 카메라 작업을 볼 수 있다. 이 작업으로 영국 가디언, 디자인붐, 디자인택시 등 해외 매체에 작품이 소개되었다. ©2017. leejihee all rights reserved.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 올린 사진이 좋더라고요. 작품이 더 살아나는 느낌이에요.
담당하는 전문 사진작가가 따로 있어요. 페이퍼아트를 시작할 때부터 함께한 작가인데, 제 작업을 엄청 재미있어 해줘서 즐겁게 하고 있어요.

스톱 모션은 어떻게 작업하신 건가요?
개인 작업을 많이 해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 작업을 모아서 스톱모션을 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덤벼든 거라, 이틀 꼬박 밤새워가며 힘들게 촬영했어요. 편집은 영상작업을 하는 지인이 도와줬고요.

주변에 함께하는 크루가 있나요?
네. 사진작가를 포함해서 4~5명 되요. 각자 일이 있는 디자이너들인데, 제가 SOS를 치면 와서 함께 작업해줘요. 이렇게 함께 할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죠.

©2017. leejihee all rights reserved.

엄청 섬세한 작업이라 스트레스가 많을 것 같아요.
사람들과 같이하는 작업은 일이 금방 진행되니까 완성되는 과정이 보여요. 그러면 성취감이 느껴져서 기분도 올라가요. 그러나 혼자 자잘한 작업을 하고 있으면 기분 전환과 컨디션 조절을 신경 써야 해요. 그래서 저는 여러 작업을 동시에 시작해서 하나를 하다 질리면, 다른 걸 하는 식으로 작업 해요.

지난 6월 전시에서 선보인 폭스바겐. 실물 크기로 튼튼하게 제작되어 실제 사람이 앉아도 끄떡없다. ©2017. Leejihee all rights reserved.

지난 6월 전시에서 선보인 폭스바겐. 실물 크기로 튼튼하게 제작되어 실제 사람이 앉아도 끄떡없다. ©2017. leejihee all rights reserved.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개인 작업으로 하고 싶은 건 많지만, 언제 완성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최근 가장 큰 이슈는 꿈의숲아트센터에서 9월 9일부터 시작하는 ‘반짝’이라는 전시예요. 반려동물에 대한 전시인데, 퍼피루스와 독큐멘터리를 선보이게 될 거예요.

이지희 작가는 취미가 일이 되어 많은 사람들한테 격려를 받아 행복하다고. 더 즐겁고 사랑스러운 작품을 계속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7. Leejihee all rights reserved.

이지희 작가는 취미가 일이 되어 많은 사람들한테 격려를 받아 행복하다고. 더 즐겁고 사랑스러운 작품을 계속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7. leejihee all rights reserved.



에디터_ 허영은( yeheo@jungle.co.kr)
취재협조 및 자료제공_ 페이퍼아트 작가 이지희( jihee-paperwork.com / Instagram @edaeri11)

facebook twitter

#페이퍼아트 #이지희 #독큐멘터리 #퍼피루스 #카메라 #스톱모션 #페이퍼디자인 #조형디자인 #반려동물디자인 #반려교감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