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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혼자가 되고 싶을 때는 후드티를 입으세요

2017-10-25

 

 

 뉴욕 현대 미술관(MoMA)이 밝힌 옷에 대한 진실.

(이미지 출처: 뉴욕 현대 미술관 홈페이지)

(이미지 출처: 뉴욕 현대 미술관 홈페이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편집장 미란다는 버클 하나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에디터들을 비웃은 주인공 앤드리아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네가 입은 스웨터는 단순한 ‘블루’가 아니라,
정확히는 2002년 오스카 드 렌타가 선보인 셀룰리언 블루야.
이후에 여러 디자이너와 백화점을 거쳐
끔찍한 캐주얼 코너까지 내려가서 네가 입고 있는 거지.
그 블루는 수많은 재화와 일자릴 창출했어.
좀 웃기지 않니?
패션과 상관없는 네가 패션계 사람들이 고른 색깔의 스웨터를 입고 있다는 게?

앤드리아에게 상처와 깨달음을 동시에 줬던 이 말은 패션의 숨겨진 의미를 정확히 집어낸다. 패션은 단순히 옷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다. 하나의 산업이며, 문화이자, 사회 현상이다. 즉, 우리가 매일 입는 옷은 그냥 예쁘고 멋지기 위해 디자인된 것이 아니라, 사회와 끊임없는 소통의 결과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렇게 탄생한 패션은 다시 사회에 영향을 끼친다.

전시 ‘Is Fashion Modern?’ 전경. 벽에는 111개의 패션 아이템 리스트가 적혀있다. ©2017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Martin Seck)

전시 ‘Is Fashion Modern?’ 전경. 벽에는 111개의 패션 아이템 리스트가 적혀있다. ©2017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Martin Seck)


뉴욕 현대 미술관은 패션의 진실을 탐구한 전시 ‘Items: Is Fashion Modern?’을 진행 중이다. 본 전시는 의류부터 액세서리까지, 111가지의 패션 아이템을 주제별로 나눠 옷에 담긴 사회적, 상징적 의미를 밝힌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마스크와 후드티는 숨고 싶은 욕구가 반영된 것인데, 사회에서 분리된다는 점에서 반항심의 표출이다. 버킨백과 다이아몬드 반지는 상류층의 재력과 권력을 나타내며, 청바지와 플립플랍의 유행은 영화와 광고, 드라마와 같은 대중매체의 영향 때문이다. 이렇게 패션은 개인의 개성뿐만 아니라, 경제, 문화 등 사회의 복잡한 구조를 반영한다.

왜 후드티가 유난히 젊은 세대에게 인기 있는지 알겠다. ©2017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Martin Seck)

왜 후드티가 유난히 젊은 세대에게 인기 있는지 알겠다. ©2017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Martin Seck)

시대를 통틀어 티셔츠는 개인과 집단의 사상을 직접 표출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밥 딜런의 얼굴이 프린팅된 티셔츠를 입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쉽게 유추된다. ©2017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Martin Seck)

시대를 통틀어 티셔츠는 개인과 집단의 사상을 직접 표출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밥 딜런의 얼굴이 프린팅된 티셔츠를 입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쉽게 유추된다. ©2017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Martin Seck)


총 350개의 전시품은 에르메스와 같은 명품부터 아디다스 슈퍼스타 같은 스포츠 브랜드, 리바이스 501과 컨버스 올스타와 같은 스트릿 패션까지 광범위하게 구성되었다.

또한, 각 아이템의 역사와 기원을 추적할 수 있는 이미지 및 비디오가 옆에 함께 전시되어 현대 패션에 대한 깊은 내용을 공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뉴욕 현대 미술관은 전시 준비 과정과 연구 내용을 medium.com/items에 공개함으로써, 사람들이 전시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속옷만큼 기능성이 돋보여야 하는 패션 아이템은 없다. 심지어 성(性), 개인의 취향, 미학 등 다양한 의미들이 섞인다. ©2017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Martin Seck)

속옷만큼 기능성이 돋보여야 하는 패션 아이템은 없다. 심지어 성(性), 개인의 취향, 미학 등 다양한 의미들이 섞인다. ©2017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Martin Seck)

전시품의 광범위함은 문화적 경계도 넘는다. 남성, 여성의 터번의 차이와 그 속에 담긴 의미도 여러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다. 〈Sikh men wearing dastar〉, USA, 2013. Courtesy B Christopher / Alamy Stock Photo(좌), ©2017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Martin Seck)

전시품의 광범위함은 문화적 경계도 넘는다. 남성, 여성의 터번의 차이와 그 속에 담긴 의미도 여러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다. 〈Sikh men wearing dastar〉, USA, 2013. Courtesy B Christopher / Alamy Stock Photo(좌), ©2017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Martin Seck)


‘Items: Is Fashion Modern?’은 1944년에 뉴욕 현대 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Are Clothes Modern?’이 제기한 문제를 2017년의 시각으로 재현한 것이다. 1944년 전시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의 패션을 개인과 집단의 시각으로 해석했다. 이는 오늘날 패션이 고려해야 할 요소(디자인, 제작, 판매, 유통, 착용, 소비 방식)를 생각하도록 함으로써 2017년도의 전시가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뉴욕 현대 미술관의 디자인·건축 파트 선임 큐레이터 파올라 안토넬리(Paola Antonelli)는 “개인의 생각과 감정을 창의적으로 강하게 표현할 수 있는 패션은 형태와 기능, 수단과 목표, 자동 기계화와 장인 정신, 보편성과 개인성 등 정반대의 개념을 주고받은 협상의 결과입니다.”라며, “다른 디자인 분야와 마찬가지로 패션은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로는 산업으로, 서비스로, 창조로 작용하여 세계에서 여러 기능을 발휘합니다.”라고 패션의 의미를 설명했다.

각 아이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함께 있어 전시에 대한 이해가 쉽다. ©2017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Martin Seck)

각 아이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함께 있어 전시에 대한 이해가 쉽다. ©2017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Martin Seck)

블랙 드레스라고 해도, 다 똑같은 드레스가 아니죠. ©2017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Martin Seck)

블랙 드레스라고 해도, 다 똑같은 드레스가 아니죠. ©2017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Martin Seck)


지난 한 세기의 패션을 사회, 경제, 문화, 성(性) 등 사회 구성 요소로 바라보고 분석한 이번 전시는 10월 1일부터 2018년 1월 28일까지 모마 6층 전시장에서 열린다. MoMA 온라인 샵에서 도록을 예약 판매 중이지만, 아쉽게도 국제 배송이 막혀있다.


에디터_ 허영은( yeheo@jungle.co.kr)
자료 제공_ 뉴욕 현대 미술관( www.mom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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