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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나를 가져가 주세요! 나는 당신 것입니다

손민정 밀라노 통신원 | 2017-12-19

 


 

피렐리 앵거 비코카(Pirelli HangarBicocca) 미술관의 전경

피렐리 앵거 비코카(Pirelli HangarBicocca) 미술관의 전경


 

새로운 전시회 경험의 시작

오늘날의 미술품들은 감상을 넘어선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관객들 역시 예술과 작품에 참여하는 전시와 환경에 열려 있어 이러한 작품에 오히려 더 흥미를 갖기도 한다. 이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전시회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 예로 미술 전시에 미디어를 결합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미술 작품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거나 시민들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미술작품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전시회의 의미와 범주가 확대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밀라노에서는 조금은 독특하고, 새로운 형태의 전시회가 겨울과 함께 시작되었다. 

 

‘테이크 미, 아임 유어즈(Take me, I’m yours)’ 전시회 전경

‘테이크 미, 아임 유어즈(Take me, I’m yours)’ 전시회 전경


길버트와 조지(Gilbert & George), 〈배너들(THE BANNERS)〉

길버트와 조지(Gilbert & George), 〈배너들(THE BANNERS)〉

 

요나 프리스만 (Yona Friedman), 〈스트리트 뮤지엄(Street Museum)〉

요나 프리스만(Yona Friedman), 〈스트리트 뮤지엄(Street Museum)〉


패트리조 디 마시모 (Patrizio Di Massimo), 〈모델처럼 초상화를(Self-Portrait as a Model)〉

패트리조 디 마시모(Patrizio Di Massimo), 〈모델처럼 초상화를(Self-Portrait as a Model)〉

 


나를 가져가 주세요! 나는 당신 것입니다 Take me, I’m yours

전시가 열리고 있는 피렐리 앵거 비코카(Pirelli HangarBicocca)는 2004년의 설립된 자동차 브랜드 피렐리(Pirelli)의 비영리 미술관으로 현대 미술의 전시를 밀라노 시민들에게 무료로 공개하여 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뿐 아니라 실험적인 아티스트들이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창구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현재 열리고 있는 ‘테이크 미, 아임 유어즈(Take me, I’m yours: 나를 가져가 주세요! 나는 당신 것입니다.)’전은 티켓을 구매할 필요가 없는 무료입장이지만, 전시회장 앞에서 가방을 10유로(약 13,000원)에 구매하면 전시회를 관람하면서 아티스트들의 작품에 참여하거나, 아티스트들이 생산한 물건이나 작품의 복제본을 가져갈 수 있다.

 

전시회 곳곳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들이 ‘테이크 미, 아임 유어즈(Take me, I’m yours)’ 가방을 들고 다양한 작품과 소통을 하며 각기 다른 의미를 얻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작품의 이미지가 들어있는 작은 배지, 엽서 또는 포스터의 카피본을 가져가는 모습과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모습이 전시회 곳곳에서 보였다. 

 

‘테이크 미, 아임 유어즈(Take me, I’m yours)’ 전은 이번에 처음 열린 것이 아니라 1990년대에 이러한 전시의 컨셉이 생성되었다. 작가 한스 울리치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와 크리스티안 볼탄스키(Christian Boltanski)는 예술품을 전시하는 방법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고 볼탄스키는 이러한 전시의 기반이 되는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냈다. 이번 전시에도 선보인 〈확산(Dispersion)〉은 헌 옷과 가방으로 이루어진 작품으로 관람객들이 옷을 가져가는 과정이 하나의 전체 작품을 만들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열린 밀라노의 전시에서 50여 명의 혁신적인 작가들의 작품들 중 인상적인 작품과 경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조나단 호로위츠(Jonathan Horowitz, New York, 1966)의 〈프리 스토어(Free Store)〉의 경우 관람객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과 작품의 공간 안에 놓여 있는 물건들을 서로 교환하면서 형성되는 관계성과 그로 인해 생겨나는 각각의 물건이 갖는 의미들을 기반으로 작품이 구성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작품은 관람객 개개인들에게 각자의 경험을 통한 의미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

 

한스-피터 필드만(Hans-Peter Feldmann, Dusseldorf, 1941)의 〈가장 아름다운 여성(The Prettiest Woman)〉은 한 벽에 젊은 여성 배우들과 가수들의 사진들을 모아놓고 관람객으로 하여금 그 사진들을 갖고 갈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이것이 예술 작품인지 그냥 엽서들이 모여 있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함으로써 작품의 의미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이 작품 앞에서 관람객들을 관찰해보면 관람객들은 그 사진들을 바라보면서 신중하게 자신이 가져갈 이미지를 고르는데, 이를 전체의 작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져갈 하나의 오브제로 여기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작가가 의도한 바에서 더 나아가 사진을 고르는 관람객들을 관찰하면서 가장 자신의 마음에 드는 아름다운 여성의 사진을 가져간다는 의미에서 성(性) 이미지의 소비와 미(美)의 상품화에 대한 사람들의 경험의 확장이나 생각의 기회가 될 수 있었다. 또한 시각적으로 붙여져 있던 이미지들이 사람들을 통해서 위치와 형태가 변화하는 과정 역시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다양한 작가들 속에서 한국 작가의 이름을 발견하게 되면 특히나 반가운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구정아 작가의 〈Gravissimousss PMOMD〉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 질문을 던지기 위한 방법으로 작가와 함께 전시에 온 관람객들이 비코카(Bicocca) 지역을 개와 개의 주인과 함께 산책하는 투어를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현실과 작품의 경계를 허물고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에 대해 다른 시각에서의 경험을 통하여 새로운 영감을 얻고 생각할 부분들을 던져 주고 있다. 이와 같은 작가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람객들의 경험의 확대, 나아가 전시회라는 공간의 확장은 새로운 형태의 전시를 보여줌으로써 참신하게 다가왔다. 

 

크리스티안 볼탄스키의 〈확산(Dispersion)〉

크리스티안 볼탄스키의 〈확산(Dispersion)〉


조나단 호로위츠의 〈프리 스토어(Free Store)〉

조나단 호로위츠의 〈프리 스토어(Free Store)〉


한스-피터 필드만의 〈가장 아름다운 여성(The Prettiest Woman)〉

한스-피터 필드만의 〈가장 아름다운 여성(The Prettiest Woman)〉


펠릭스 곤잘레스(Félix González-Torres), 〈무제(복수)(Untitled(Revenge))〉

펠릭스 곤잘레스(Felix Gonzalez-Torres), 〈무제(복수)(Untitled(Revenge))〉


우고 라 피에트라 와 루치오 라 피에트라(Ugo La Pietra con Lucio La Pietra), 〈도시의 재사용. 여행 일정(La riappropriazione della città. I propri itinerari)〉

우고 라 피에트라 와 루치오 라 피에트라(Ugo La Pietra con Lucio La Pietra), 〈도시의 재사용. 여행 일정(La riappropriazione della citta. I propri itinerari)〉

 


계속해서 변화하는 예술과 함께 나아갈 준비

새로운 형태의 전시회에 대한 주변의 평과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방문했던 것이라 사실 굉장히 기대감이 높았다. 물론 재미난 작품들이 많고 흥미로운 작품의 수도 많았다. 그러나 10유로(약 13,000원)라는 돈을 주고 가방을 사서 들어가게 되면 전시와 관람객이 가져갈 수 있는 물건들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하기 마련이라 조금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만약 10유로의 입장료에 종이가방을 가지고 들어가서 작품도 감상하고 그러한 물건들도 가져갈 수 있다면 관객들이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쉬운 부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전시회는 계속해서 여러 가지 형태로 변주되고 다양하게 진화될 수 있다고 생각되며 새로운 아티스트들을 홍보하는 기회와 후원하는 장이 될 수 있다고 여겨진다. 페스티벌이나 플리 마켓과 같은 다양한 이벤트에서도 하나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그들이 모여 있는 클러스터나 장르들을 함께 묶어서 홍보하고 후원을 받으며 대중들과 만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배지나 포스터, 토드백과 같이 흔히 예상되는 형태에서 벗어나 아티스트들이 자신들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작품으로 대중들과 만날 때 더 많은 효과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예술의 의미는 계속해서 변화되어 가고 있고 대중들에게 점점 더 다가가고 있다. 이러한 예술의 변화에 발맞추어 작품들을 어떻게 선보이고 대중들이 어떻게 느끼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와 전시의 형태 및 경험의 다양화를 위한 시도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 매우 긍정적이다. 앞으로 또 다른 시도의 전시회들을 기대하게 된다. 

 

글·사진_ 손민정 밀라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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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밀라노 공대에서 (Politecnico di Milano)에서 제품 서비스 시스템 디자인을 전공 후 서비스 디자인, UX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이롭게 만들 디자인의 힘을 믿고, 늘 새로운 디자인을 찾아서 길을 나설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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