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컬쳐 | 리뷰

이젠 디자이너도 테크를 숙지할 때 - 온라인 강의

박진아 미술사가·디자인 칼럼니스트 | 2018-03-02

 


 

2018년 새해가 시작한 지도 벌써 두 달이 훌쩍 지나가고 3월 신학기철이 되었다. 새 학기를 출발하는 대학 재학생과 새로운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 신입생 모두가 바쁜 강의 스케줄과 전공 수업 준비 속에서도 미래를 위한 준비를 시작할 때다. 인생은 긴 입시 경쟁 후 펼쳐질 대학 성적표 관리나 스펙 쌓기로 끝나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20세기 말엽 더 큰 세상에서 화려한 커리어를 꿈꾼 야심찬 젊은이들은 경학 대학원으로 진학했다. 하지만 인터넷과 IT 기술이 지금보다 더 깊숙이 일상 만사로 침투하게 될 21세기에는 테크 지식을 갖춘 디자이너와 크리에이터가 급변하는 고용시장에서 보다 적응력 있게 앞서갈 수 있을 것이다. 

 

코드아카데미(Codecademy), 코세라(Coursera), 에덱스(edX), 유대시티(Udacity) - 2017년 테크 분야 언론이 지목한 테크 관련 분야 강의·강좌를 청취하고 학습할 수 있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온라인 강의’ 사이트들이다. 2018년 한 해, 이들 온라인 테크 강좌 사이트는 급변하는 테크 분야 정보에 정통하고 있어야 하는 전문 직업인들과 테크 직업훈련을 연결시켜 취업하고 싶어 하는 일반인들을 위한 온라인 교육 및 훈련에 유익한 입문 과정 역할을 계속하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빅 데이터, 사이버 안전, 데이터 과학, 디지털 마케팅 분야 프로그래밍과 코딩 기술 강의를 제공하는 온라인 디지털 디자인 플랫폼 퓨쳐런(FutureLearn) 사이트. 국제 명문대 특강 코스 및 IBM이나 액센쳐 등 전문 기업이 제공하는 코스를 유료 수강하고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

빅 데이터, 사이버 안전, 데이터 과학, 디지털 마케팅 분야 프로그래밍과 코딩 기술 강의를 제공하는 온라인 디지털 디자인 플랫폼 퓨쳐런(FutureLearn) 사이트. 국제 명문대 특강 코스 및 IBM이나 액센쳐 등 전문 기업이 제공하는 코스를 유료 수강하고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

 

 

요즘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암호화 화폐(cryptocurrency), 데이터 분석(data analytics) 등과 같은 테크 지식을 배우러 온라인 강좌를 듣는 트렌드가 유행 중이다. 이 같은 주제에 대한 인기 강의를 무료로 제공하며 폭발적인 이용자 수를 기록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이트들로는 코드아카데미, 코세라, 데엑스, 유대시티가 대표적이다(MIT 테크놀러지 리뷰지 선정). 일반인들 외에도 특히 고소득 유망직 취업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이 주요 청강자들이다.

 

코세라(Coursera) 온라인 강의 사이트는 2천9백만 명이 회원등록을 하여 미국 내 유명 대학의 강의를 무료로 청강한다. 코세라가 유독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스탠퍼드 대학이나 예일 대학 등 명문 대학에서나 만날 수 있는 명 교수들의 강의 2천 여 편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연봉이 우수한 직장을 찾는 젊은이들은 특히 ‘테크 분야’의 첨단 직종에서 일자리를 찾는 경향이 많은데, 그 결과 코세라 온라인 강의 사이트는 “최근 인공지능 관련 강의가 늘 톱10 인기 강의를 차지한다”며 “매일 등록 회원의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로보틱스와 인공지능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많아지는 요즘 특히 인기 있는 수업은 토론토 대학의 기계 학습과 신경 네트워크 딥 러닝 분야라고 한다. 

 

최근 비트코인 투자가 대중화하기 시작하면서 비트코인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 기술과 디지털 화폐에 대하여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급격히 많아졌다. 코세라 사이트의 통계에 따르면, 프린스턴 대학에서 열리는 비트코인과 암호화 화폐 기술 강의가 작년 2017년 내내 가장 인기 있는 강의 톱 5에 올랐다. 여러 차례의 가격 낙폭과 변동에도 불구하고 식지 않는 비트코인과 암호화 화폐에 대한 대중의 투자 열기와 주류 금융업계의 관심을 미루어 보건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배움과 지식 축적은 앞으로도 취업과 연결될 잠재력이 풍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테크 기술 뒤를 뒷받침하는 분석적 사고력과 컴퓨터 프로그래밍 기초에 대하여 배우고 싶어 하는 인구도 전에 없이 많아졌다고 한다. 특히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스탠퍼드 대학에서 제공되는 수학적 사고 입문 과정 강의가 2017년 톱 5 최고 인기 강의로 기록되었고, 미시건 대학의 파이턴(Python) 입문 강의와 프린스턴 대학의 알고리즘 강의도 높은 청강률을 올렸다. 파이턴은 과거 웹 개발용 도구로 주로 쓰지만 요즘 들어 데이터 분석에 유용한 컴퓨터 언어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여러 명문 디자인 및 기술 대학과 연구기관들과 제휴를 맺고 전 세계로 디자인과 테크 강의를 제공하는 카덴체(Kadenze) 온라인 교육 사이트. 우리나라의 서울예술대학교도 이 사이트를 통해 강의를 공유하고 있다. Image courtesy: ⓒ 2018 Kadenze, Inc.

세계 여러 명문 디자인 및 기술 대학과 연구기관들과 제휴를 맺고 전 세계로 디자인과 테크 강의를 제공하는 카덴체(Kadenze) 온라인 교육 사이트. 우리나라의 서울예술대학교도 이 사이트를 통해 강의를 공유하고 있다. Image courtesy: ⓒ 2018 Kadenze, Inc.

 

 

무료 대학 강의를 온라인으로 볼 수 있도록 제공하는 플랫폼들-유대시티, 에덱스 등-도 하버드와 MIT를 비롯한 미국 내 대학 100군데의 강의를 제공한 결과, 유명 대학의 컴퓨터 과학, 컴퓨터 프로그래밍,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분야 강의들이 가장 많은 수의 시청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 기초 지식 분야에서 특히 인기 있는 수업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파이턴 입문 과정과 컬럼비아 대학의 인공지능 강의, 리눅스 재단의 블록체인 기술 강의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유대시티는 유료 사이트다. 대다수 무료 사이트들이 강의 비디오를 공개적으로 개방한 방식을 취하고 있는 반면에 유대시티는 자체적으로 구성한 몇 개월 과정 집중 코스를 기획하고 아마존이나 구 같은 기업 클라이언트에게 주문 맞춤형 강의를 제공한다. 이미 기초 지식과 경험이 있고 보다 체계화되고 전문적인 테크 교육을 받고자 하는 자라면 주로 기초 입문 수준의 무료 강의와는 차별화된 수준 있는 강의를 필요로 한다. 그런 점에서 유대시티의 맞춤형 집중 교육 과정 및 커리큘럼은 앞으로 기관 클라이언트 대상 지속적 배움용 직업 교육과 수련을 위한 툴로 활용될 수도 있겠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 본사를 둔 edX 온라인 교육 사이트는 전 세계 명문 대학 강의를 무료로 청강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사이트다. 과거에는 경학이나 외국어를 배우려는 사용자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테크 관련 주제 - 컴퓨터 과학 기초, 데이터 및 통계 분석, 로보틱스, 인공지능, 블록체인 기술을 배우려는 청강자들이 급증했다. 미래 디자이너는 창조적 측면 말고도 테크에 대한 지식을 갖출 필요가 생겼다. Image courtesy: edX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 본사를 둔 edX 온라인 교육 사이트는 전 세계 명문 대학 강의를 무료로 청강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사이트다. 과거에는 경학이나 외국어를 배우려는 사용자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테크 관련 주제 - 컴퓨터 과학 기초, 데이터 및 통계 분석, 로보틱스, 인공지능, 블록체인 기술을 배우려는 청강자들이 급증했다. 미래 디자이너는 창조적 측면 말고도 테크에 대한 지식을 갖출 필요가 생겼다. Image courtesy: edX

 

 

올 1월 말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연례 세계 경제 포럼 미팅에서 미래 노동과 일자리에 대한 토론 프로그램에서도 미래 경제가 요구하게 될 인재형은 비평적 사고를 스스로 할 줄 알고 문제해결능력과 창의성을 갖춘 자가 될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체제와 직업훈련 방식도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전 세계 교육 현실은 급변하는 세상과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에 채 부응하지 못하고 있지만, 적어도 여러 온라인 사이트가 제공하는 전 세계의 명문 대학 유명 교수의 강의와 인터뷰를 유·무료로 취할 수 있는 ‘배움의 민주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통한 교육 기회와 직업 훈련의 가능성은 아직도 실험 단계다. 실제로 자격증을 부여하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 등록한 회원들 중 수료를 마치는 수강생은 5% 안팎에 그치고 있다. 체계화된 과정 속에서 학생을 밀어주는 오프라인 대학 및 학원 과정과 달리 온라인 수업은 독학과 자기 규율을 요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철학자 Y. A. 레바다가 창안한 ‘호모 어답티쿠스’ 개념이 시사했듯 21세기형 직업인은 적응하고 변신하는 인간의 시대를 살아간다. 21세기 후기 자본주의 경제 환경에서는 쉬지 않고 배우는 자만이 적응하고 변신할 수 있다. 말콤 X가 말했듯 ‘교육은 미래를 향한 여권이다. 내일은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자들의 것이므로.’

 

글_ 박진아(미술사가·디자인컬럼니스트, jina@jinapark.net)

 

 


 

 

facebook twitter

박진아 칼럼니스트
미술평론가, 디자인 및 IT 경제 트렌드 평론가, 번역가이다. 뉴스위크 한국판, 월간디자인의 기자를 지냈고, 워싱턴 D.C. 스미소니언 미국미술관, 뉴욕 모마, 베니스 페기 구겐하임 갤러리에서 미술관 전시 연구기획을 했다. 현재 미술 및 디자인 웹사이트 jinapark.net을 운영하고 있다.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