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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섭섭(SUBSUB)한 네버랜드

2018-03-12

 

 


 

디자인정글과 그림 그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정글과 그사이 네 번째 작가는 섭섭(SUBSUB)입니다. 보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이 있습니다. 괜스레 웃음도 나고 행복해지는 기분.

섭섭 작가의 그림이 그렇습니다. 모나지 않은 둥근, 어린아이처럼 맑은 캐릭터와 곳곳에 배치된 오브제가 서로 어울려 행복한 제임스 매튜 배리(James Matthew Barrie)의 소설 속 네버랜드 (Neverland) 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고단한 현실을 피해 네버랜드에는 절대(Never) 갈 수 없지만 그의 그림을 통해 잠시 행복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섭섭(SUBSUB) 작가

섭섭(SUBSUB) 작가

 

 

 

안녕하세요. 작가님 그림은 인터넷이나 TV 광고로 많이 봤어요. 왠지 유명인을 만난 기분이네요.

네, 안녕하세요. 섭섭(SUBSUB)이라는 이름으로 그림 그리고 있는 조섭(본명은 조형섭)이라고 합니다. 

그림 그리는 걸 유치원 때부터 좋아했어요. 학창시절 미술부, 미술학원, 그리고 미대 시각디자인과를 거쳐 본격적으로 의뢰를 받고 일러스트 작업을 해온 건 3년정도 되었네요.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된 건, 몇 년 전 <섭섭한 그림책>이 나오고 인터넷으로 입소문이 나던 그때였어요. 

벌써 2~3년 전 일이네요. SNS에 그림을 조금씩 올렸는데 반응이 오는 게 신기했어요. 그래서 포트폴리오보다는 일단 제가 그린 그림을 하나로 모은 그림책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만들게 되었어요. 

제가 편집하고 싶은 대로, 넣고 싶은 그림을 넣고 만들었어요. 기존과 다른 형식 없는 그림책에 오히려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셨어요.

 

일러스트©섭섭(SUBSUB)
일러스트©섭섭(SUBSUB)

섭섭한 그림책 / A Piece of Love

 

 

 

작가님 그림 속 인물은 만화 같기도 하고, 잘 만들어진 캐릭터 같기도 해요. 또 절제된 묘사 안에서 안정감이 느껴져요.

저도 처음에는 인물 드로잉이 너무 어려워서 인체 드로잉 책도 보고 소묘도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뭔가 공부(?)하는 느낌이라서 금방 지치더라고요. 그래서 나만의 방법으로 인체를 그려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인체 아닌 인체 같은 것들을 그리게 된 것 같아요(웃음) .

 

인물뿐만 아니라 오리 튜브, 선인장 등 그림 속에 다양한 오브제가 등장해요. 디테일이 살아있아 있는 느낌. 이런 오브제를 등장시키는 이유가 있나요?

모든 오브제에 심오하고 깊은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에요. 저는 주변에 사물이나 환경에 많이 노출된 것들을 그림에 넣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자주 보고 많이 관찰한 오브제가 그림으로 옮겨질 때 더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또, 한 번도 본 적도 그린 적도 없는 오브제인데, 사진자료만 보고 저의 방법으로 그렸을 때 무언가 뿌듯하게 그려질 때가 있어요. 그럼 그 오브제를 자주 그리게돼요.

 


메르세데스 벤츠 / 발렌타인데이

 

 

 

드로잉 수업도 진행하고 계시죠? 수업을 개설한 이유와 수업 내용이 궁금해요. 앞으로도 계속 진행되는 건가요?

SM 엔터테이먼트에서 먼저 드로잉 클래스 의뢰가 왔어요. 저는 혼자 그림만 그렸을 뿐 누군가를 지도하거나 강의를 한 경험이 없어서 많이 망설여 지더라고요. 그래도 처음 해보는 일은 해보고 후회하자는 마음이어서 대뜸 한다고 했어요. 

커리큘럼을 짜야 하는데 막막하더라고요. 주변 미술 선생님들에게 조언도 구했었고요.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테크닉보다 내가 겪고 터득한 ‘나만의 드로잉 방법’을 알려드리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자신이 생각한 무형물을 종이 위에 옮기기까지의 과정을 10명씩 4기까지 진행했습니다. 클래스는 매달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림을 보면 바로 “섭섭 작가 그림이다.”라고 말이 나와요. 그만큼 작가님만의 개성이 느껴져요. 자신만의 그림 스타일을 만들기까지 과정이 듣고 싶어요.

창작과 표현의 시작은 나 자신 내면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형태, 색감, 톤, 구조 같은 기술적 개념이 우선시 되는 게 아니라 아우라가 있어야 작가가 그림을 그리거나 영상을 찍어도 손짓을 하나만으로 그 작가의 온전한 무언가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아직도 제 그림이 미완성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공부하고 느끼고 그리며 찾고 있어요. 전체적인 분위기나 틀이 잡힌 건 제가 의도적으로 장치한 것이 습관화되면서 비슷한 톤이나 형태가 모여 지금의 그림이 된 것 같아요. 

드로잉 클래스 하면서 자신만의 그림체는 어떻게 갖냐고 질문을 종종 받아요. 그럴 땐 너무 자신만의 그림체를 찾는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시고 지금 그린 그림이 본인 그림이고 계속 그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그림이 생긴다고 말해요.

 

이모티콘©섭섭(SUBSUB)
이모티콘©섭섭(SUBSUB)

카카오스토리 소소한이모티콘

 

 

 

컴퓨터보다는 손 그림이 많아요. 손 그림을 위주로 작업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래픽의 최소단위인 픽셀은 네모로 표현이 돼요. 그 픽셀들이 모여서 완성물을 볼 때면 제가 느끼기엔 딱 들어맞고 뭔가 반듯하고 계산적인 느낌이 들더라고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손 그림보다 그래픽이 더 훌륭하다거나 더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제가 선호하는 작업물은 조금 형태가 뒤틀리더라도 우연의 일치로 표현된 작업물이 저는 더 마음이 가는 것 같아요. 제가 그린 걸 스캔해서 보면 붓에서 떨어진 털들이 붙어있는데 그것 또한, 또다른 표현 방법으로도 보이더라고요. 

 

작업 시간은 얼마 정도 걸리나요? 또 영감은 어디서 받는지 궁금해요.

작업시간은 결과물마다 다 달라요. 하지만 의뢰받은 일은 마감기한을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영감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해요. 오감으로 느낀 모든 것이 그림의 밑바탕이 됩니다.

 

에릭남X치즈 Perhaps Love(사랑인가요) 앨범 자켓©섭섭(SUBSUB)

에릭남X치즈 Perhaps Love(사랑인가요) 앨범 자켓

 

 

 

작가님의 작품관을 알고 싶어요.

너무 설명적이지도 그렇다고 덤덤하고 가벼워 보이지도 않는, 중간자의, 객관적인 척하는 주관적인, 일상적이지만 조금은 뜻깊은 이라는 형용적 표현으로 말씀드리고 싶어요. 작품관이라는 단어가 저에게 너무 깊게 다가오네요. 아마 계속 바뀌지 않을까요?

 

얼마 전 교과서 표지 작업도 하셨더라고요. 어떻게 진행하게 되셨나요? 

지학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놀랍게도 교과서 표지를 일러스트 작업으로 한다고 하니 정말 재밌겠다고 생각해서 바로 하겠다고 했죠. 중학교 1학년 수학 소단원 주제로 도형, 표, 정수와 유리수 등을 재밌는 놀이로 표현하고자 했어요.

 

지학사 중학교 수학 1 표지©섭섭(SUBSUB)

중학교 수학1 교과서 표지 일러스트

 

 

 

회사 소속이 아닌 프리랜서 작가에게 작업의뢰는 어떻게 들어오나요? 처음엔 힘드셨을 것 같아요.

처음 시작할 때는 일이 들어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내그림을 알리고자 포트폴리오 대신 책을 제작했고 그게 알려지게 되면서 일이 조금씩 들어오게 되었어요. 일이 다른 일을 불러오게 되고 계속 그런 식으로 의뢰가 들어온 것 같아요.

처음에는 그림을 그린다고는 하는데 고정수입이 없으니 부모님이 걱정하셨어요. 그래서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자 캐릭터를 그려주고 돈을 받기도 했어요. 그렇게 일을 꾸준히 하다 보니 작업비용도 계속 조금씩 올랐어요.


카카오스토리 TV CF 일러스트 영상


이제 시작하려는 예비 작가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요.

저 또한 아직도 매번 시작하는 마음입니다. 항상 시작이 어렵지 막상 시작하게 되면 ‘왜 내가 조금의 용기를 내지 않았을까?’ ‘왜 이제야 그걸 깨달았을까?’ 하는 탄식을 하곤 했어요. 일단 시작하면 그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지 분명 알게 될 거 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정글과 그사이(그림 그리는 사람들 이야기) 다섯 번째 이야기는 배성규 작가입니다.

 

에디터_ 김영철(yckim@jungle.co.kr)

사진제공_ SUBSUB

인스타그램_ www.instagram.com/sub.s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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