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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산업디자인의 역사 돌아보는 ‘독일디자인 100년’전

2018-05-30

 


 

제품디자인, CI, 팸플릿, 건축디자인, 디자인 교육. 우리가 접해오던 수많은 디자인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독일디자인 100년: 100 Years German Werkbund 1907-2007’ 전시 전경. 1907년부터 2007년까지 독일디자인의 역사가 7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구성된다.

‘독일디자인 100년: 100 Years German Werkbund 1907-2007’ 전시 전경. 1907년부터 2007년까지 독일디자인의 역사가 7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구성된다.

 

 

독일베르크분트(DWB, 독일디자인연맹)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산업디자인’이라 불리는 공산품 디자인 역시 독일디자인연맹에서 시작됐다. 독일디자인 100년을 보여주는 전시가 성곡미술관에서 8월 26일까지 열린다.  

 

‘독일디자인 100년: 100 Years German Werkbund 1907-2007’은 독일베르크분트(DWB, 독일디자인연맹)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다. 

 

독일베르크분트는 ‘좋은 형태’의 디자인을 통해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공헌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기관 중 하나로, 1907년 10월 뮌헨에서 페터 베렌스, 요셉 호프만, 리하르트 리머슈미트 등 12명의 예술가와 건축가들이 12개의 산업체와 함께 설립했다. 독일디자인연맹 설립 후 스위스, 오스트리아, 체코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연맹이 생겨났다. 

 


1907~1918년까지의 디자인을 보여주는 섹션. CI의 역사와 팸플릿의 시초가 된 책자가 전시되어 있다.

1907~1918년까지의 디자인을 보여주는 섹션. CI의 역사와 팸플릿의 시초가 된 책자 등이 전시되어 있다.

 

 

독일디자인연맹의 설립 목적은 ‘예술, 건축, 산업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디자인 작업을 개선하고, 모든 관련 문제에 대해 통합적으로 접근하며, 교육과 홍보를 통해 널리 전파’하는 것. 

 

산업화된 현대사회를 예술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소파쿠션부터 도시계획에 이르기까지 ‘좋은 형태’의 디자인을 알리며, 기능성, 합리성, 효율성 등 새로운 시대 사상을 디자인에 담아낸 독일디자인연맹은 오늘날 많은 기업들이 이미지를 통해 정체성을 나타내게 했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좋은 디자인을 무엇인지 알게 했으며 디자인을 교육하고 전시하게 했다. 

 

과거의 형태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포스터와 디자인연맹의 정기간행물 〈디 포름〉도 볼 수 있다.

과거의 형태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포스터와 디자인연맹의 정기간행물 〈디 포름〉도 볼 수 있다.

 

 

20세기 가장 저명한 예술가와 건축가들로 구성됐던 독일디자인연맹이 선보였던 ‘형태(Die Form, 1924)’ 및 ‘영화와 사진 (Film und Foto, 1929)’ 등의 전시와 그들이 건축한 ‘주택 단지’는 산업화와 기술에 의해 변화된 현대사회의 디자인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27년 기획한 슈투트가르트 시의 바이센호프 주택단지의 건물들은 르 코르뷔지에, 미스 반 데어 로에 J.J.P. 아우트, 한스 샤로운 등이 설계한 것으로 지금도 20세기 현대건축의 가장 영향력 있고 유명한 사례로 꼽히며, 브르노(1928), 브로츠와프(1929), 프라하(1932), 노이뷜란트(1932), 빈(1932)에 건설한 주택단지들은 현대인을 위한 주거와 도시개발의 매우 진취적인 사례로, 1920년대에 기술, 이동성, 품질 표준화에 의해 변화된 새로운 세계를 위한 디자인을 실험하는 데 주도적이었다.

 

현대사회의 디자인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건축모형들이 전시되어 있다.

현대사회의 디자인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건축모형들이 전시되어 있다.

 

 

‘아방가르드’의 선구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 나치 정권 치하의 ‘획일화’ 정책 이후 침체기를 거쳤던 독일디자인연맹은 막스빌이 기획하고 스위스디자인연맹과 공동으로 조직한 진보적 전시회 ‘좋은 형태(Die gute Form)’를 선보이는 등 1949년 제2차 세계대전으로 피폐한 국가 재건을 위해 다시 일어섰다. 

 

독일디자인연맹은 ‘과잉 개발’과 ‘환경 파괴’에 집중, 1959년에는 마를에서 ‘대지의 거대한 파괴’에 대한 심포지엄을 개최했으며, 이는 지구 생태계와 무분별한 경제 성장의 결과에 대해 처음으로 대중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결정적인 자극제가 됐다.

 


전시된 제품들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보아도 자연스럽다. 여전히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도 있다.

전시된 제품들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보아도 자연스럽다. 여전히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도 있다.

 

 

이번 전시는 1907년부터 2007년까지 독일디자인의 역사를 연대순으로 구성, 7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진다. 총 360점의 예술포스터와 가구, 건축모형, 드로잉, 다큐멘터리 자료들이 전시되며, 예술적 핵심 아이디어와 작품 콘셉트, 활동들이 주제별로 분류, 사회, 정치, 역사적 맥락과 함께 드러난다.

 

전시품 중에는 독일디자인연맹의 창립 멤버로 기능주의 디자인의 서막을 열었던 페터 베렌스의 작품도 있다. 그는 독일의 유명한 전기회사 아에게(AEG)의 로고와 제품, 건축 등을 디자인하면서 CI개념을 세계 최초로 확립했다. 

 

새로운 주거 개념을 확립시켜준 건축물의 모형, 최초의 팸플릿,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구입할 수 있는 제품들, 유명 브랜드의 과거 제품 디자인, 새로운 형태를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포스터도 볼 수 있다. 

 

만 레이의 〈에막 바키아〉도 상영된다.

만 레이의 〈에막 바키아〉도 상영된다.

 

 

독일디자인연맹의 국제전 ‘영화와 사진’에 참여했던 만 레이의 필름 〈에막 바키아〉도 상영된다. ‘에막 바키아’는 바스크어로 ‘나를 조용히 내버려 두세요’라는 뜻이다. 일상적인 것에 대한 만 레이의 생각을 담은 작품으로, 새로운 영상기술이 사용됐다. 

 

오늘날 독일디자인연맹은 ‘좋은 형태’의 디자인에서 ‘소비’의 문제로 관심을 돌리며 ‘올바른 디자인’을 과제로 삼고 있다. 

 

이번 전시는 독일디자인연맹의 노력과 성공, 성과를 보여줄 뿐 아니라 관람객에게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것이 바로 독일디자인연맹이 전하는 메시지이자 의미 아닐까.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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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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