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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전시로 살 길 찾는 디자이너들2

2008-03-18

영국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 재학 시절 당시 디자이너 조민상과 함께 이탈리아 밀라노의 <살로네 사텔리테> 에서 처음 전시의 매력을 맛본 뒤 그의 디자인 유목 생활은 시작됐다. 이후 각종 전시를 찾아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마드리드, 뉴욕, 도쿄 등 수많은 명품 도시들을 방문해 전시에 참가해왔다. 대기업에서 제품 디자이너 생활도 했고, 소규모 디자인 팀에도 있었던 그는 현재 ‘지앤피 크리에이티브(znp creative)’를 이끌면서 예술 분야와도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 또한 열성적인 전시 참여가 빛을 발해 올해 초에는 인테리어 가구 전문 디자인 잡지 <프레임> 이 선정한 ‘주목받는 디자이너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www.znpcreative.com

박진우 | 7년 전쯤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 에서 잉고 마우러와 론 아라드를 눈앞에 마주하고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 본 국제 디자인 박람회는 충격 이상의 어떤 두려움과 호기심을 주었다.
이후 많은 전시에 참여하며 작품을 발전시키고, 틀에 갇혀 있던 사고를 전환시켜왔다. 그러면서 1년을 주기로 움직이는 세계 유명 전시들의 흐름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흐름의 성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기에 전시에 참여하고 싶은 디자이너라면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먼저 정하는 것이 좋다. 매년 9월 런던에서 진행되는 <런던 디자인 위크> 는 모든 디자인 전시의 모델이 되는 만큼 예를 들어 말하고자 한다. 런던 시내 서쪽에서는 얼스코트에서 열리는 전시와 대형 컨벤션 센터에서 열리는 <100% 디자인 런던>전이 있다.

서쪽은 주로 큰 가구 회사를 중심으로 유명 디자이너의 새로운 컬렉션을 전시하고, 또 작은 규모의 디자인 스튜디오가 참여하는 구성을 이룬다. 그런 만큼 상업적인 주문, 무역 거래, 라이선스를 체결하는 등 비즈니스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동쪽 지역에서는 <디자이너스 블록> <100% 이스트(지금의 런던 텐트)> 등 젊은 디자이너들이 모여 창고 같은 건물에서 자유롭게 진행하는 디자인 전시가 열린다. 따라서 비교적 돈이 많지 않은 학생이나 젊은 디자이너들이 개념적인 작업물을 선보인다. 그렇다 보니 서쪽의 <100% 디자인>에 비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기는 조금 힘들다.
그리고 밀라노, 도쿄, 뉴욕 등에서도 동과 서로 구분돼 있지 않을 뿐, 비즈니스가 일어나는 대규모 전시와 작은 규모로 실험적인 전시를 병행하는 패턴은 거의 같다. 세계 전시가 너무 많아 복잡해 보이지만 이처럼 크게 본다면 혼란스러움이 조금 줄어들 것이다. 어느 쪽이 좋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무조건 참가비가 적다고 해서 동쪽의 전시를 택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자신의 제품이 당장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사업적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아이템이라면 조금 부담이 되더라도 메인인 큰 전시장으로 가는 것이 좋다. 이같은 동과 서도 싫다면 ‘디자인 마트’를 추천한다. 이탈리아의 디자인 사이트 ‘디자인 붐(www.designboom.com)’이 진행하는 ‘디자인 마트’는 스톡홀름, 뉴욕, 도쿄 등의 큰 전시에서 한 섹션을 대여해 가볍게 사고팔 수 있는 좋은 디자인을 선택해 기회를 제공 한다. 톰 딕슨이나 드룩 디자이너들도 들러 제품을 구입할 정도로 비중이 만만치 않다.

나는 전시에 참여하길 원하는 디자이너들이 전시 선택에서도 전략을 세울 만큼 자기 디자인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래서 모든 참여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디자인을 외국에 소개하는 정도의 아마추어적 전시 참여가 아닌 금전적인 소득까지 거머쥐는 프로 디자이너가 되길 원한다.


제품 디자이너 안도 다케히로는 자신의 새로운 제품 ‘펠트 유닛(felt unit)’을 2007년 이탈리아 밀라노의 <살로네 사텔리테> 와 <100% 디자인 도쿄> <투모로 랜드> 등에 선보였으며 일본의 차세대 디자이너로 주목받고 있다.
‘펠트 유닛’은 그가 론칭한 브랜드 ‘안두(Andoo)’에서 나온 최신 디자인 제품이다. 보온성, 방음성, 투과성이 좋은 펠트라는 소재의 특성을 살려 자신만의 독특한 디자인 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펠트로 만든 조각들은 어떻게 합치느냐에 따라 칸막이, 벽걸이, 빛 가리개, 장식품 등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쓸 수 있어 사용 범위가 매우 넓다. 이전에 그는 시세이도의 상품 진열, 도쿄의 TV 프로그램을 위한 제작 세트, 산토리 무사시노 맥주 공장 입구에 놓인 조각 진열을 디자인 했다.
www.andoo.jp

안도 다케히로 | 전시장은 수많은 종류의 소비자들과 일대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소이다. 그들을 만나봄으로써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내가 고쳐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배우게 된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내 작업의 단점을 보완하고 발전시켜나갈 수 있었고, 전시에 참여할수록 판매량이 늘어나는 것을 보고 그러한 생각을 더욱 확고히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현재는 세계 곳곳에서 내 디자인을 구매하려 하고 있다. 이에 앞으로는 디자인 전시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일반 무역 전시에도 도전해볼 계획이다.


바바크차는 순수 예술학과에서 만난 3명의 젊은 여성 디자이너 클레멘티나(Klementyna), 조시아(Zosia), 모니카(Monika)가 2005년 폴란드에서 결성한 디자인 팀이다. 여행을 무척 좋아해서 바르샤바, 포르토, 더블린, 예루살렘등 다양한 지역으로 이동하며 일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들의 대표작 ‘플로피 시디’는 베를린의 <디자인 마이 영스터스> 전시에서 선보인 ‘디지털 악마(Digital Evil)’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많은 이슈를 낳기도 했다. 전시 일정에 맞춰 여러 나라를 돌며 여행과 전시를 병행하고 있으며, 유럽과 서아시아에서는 그들의 여행이 멈추지 않을 정도로 충분한 스폰서를 구하기도 했다. 현재 조시아와 모니카는 바르샤바에서 학사 졸업을 위해 재학 중이며, 클레멘타인은 이스라엘에서 디자인 작업을
하며 다음 전시를 기다리고 있다.
www.babaakcja.com

바바크차 | 아무래도 전시에 참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스폰서를 구하려는 비즈니스 연결이 아닐까? 그러나 때로는 직접적인 비즈니스 거래 외에 간접적인 비즈니스의 결과를 얻기도 한다. 지난해 참여했던 <100% 디자인 도쿄>에서 전시가 끝난 뒤 세계적인 디자인 온라인 숍 디자인붐 닷컴(www.designboom.com)의 ‘디자인붐 마트’에서 입점할 것을 제안 했다. 그밖에도 우리의 프로젝트가 세계 여러 잡지에 소개되었듯이 ‘미디어 노출’도 또 다른 간접적인 비즈니스의 예가 될 것이다. 이 같은 다방면에서의 노출은 우리 디자인을 직접 돈을 지불하고 사 가도록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의 판매와 이어주거나 가시적인 판매보다 중요한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잠재적인 가능성을 생각했을 때, 다른 의미에서 비즈니스가 성사되었다고 볼 수 있다.

교에이 디자인(Kyouei-design) 대표인 제품 디자이너 오카모토 고이치는 제품 기획, 연구, 제조, 판매까지 모두 총괄하는 젊은 디자인 멀티플레이어이다. 그는 전 세계 전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신을 알리며 다른 디자이너들과 교류해오고 있다. 일본 전통의 종이접기 ‘오리가미’에서 착안한 ‘허니콤 램프(Honeycomb Lamp)’, 빗물을 막아주는 우산 꽂이와 식물을 키우는 화분을 접목한 ‘엄브렐러 포트(Umbrella Pot)’ 등 콘셉트가 확실한 독창적 제품으로 일본은 물론 유럽, 북미, 아시아 등 세계 소비자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지난 15일 <스톡홀름 가구박람회> 에서 막 돌아온 그를 인터뷰해 최종 합류 시켰다.
www.kyouei-ltd.co.jp 글/이애지

오카모토 고이치 |
피로가 남아 있을 텐데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몇 가지 질문을 시작하겠다. 이번에 참여한 <스톡홀름 가구박람회> 에서는 어떤 것을 보여주었나?

새롭게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전구 등불(Bulb Lantern)’이라는 이 조명등은 일본 전통의 초롱불인 ‘조친(提燈)’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인데 서양 사람들의 관심이 대단했다. 우리가 그들에게 그렇듯이, 서양 사람들은 동양적인 것에 어떤 환상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언제부터 전시에 참여했나?

처음 전시에 참여한 것은 2006년 뉴욕에서 열린 <국제현대가구박람회(icff: international contemporary furniture fair)> 였다.
이 전시는 이탈리아의 디자인 사이트 그룹 ‘디자인 붐(design boom)’이 내 작업을 보고 초청해 이루어졌는데, 운이 좋게도 그 뒤로 다양한 전시에 계속 초청돼 왔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전시나 이벤트가 있나?

아무래도 처음 참여했던 뉴욕의 <국제현대가구박람회> 일 것이다. 그 이벤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긴장도 했었고, 아무런 예상도 못했는데 기대 밖의 큰 호평을 얻어 그다음 전시로도 연결돼서 다음 디자인 제품들을 선보이게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시회의 에피 소드라고 한다면…. 하하.
전시마다 여러 가지 일이 생기기는 한다. 예를 들면 뉴욕의 <국제현대가구박람회> 참여 당시 뉴욕 <타임스> 가 취재를 요청해서 인터뷰를 했는데, 그곳에 있는 동안 신문을 통해 내 기사를 접한 적이 있었다. 자신이 실린 뉴욕 <타임스> 를 가판대에서 본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고, 마치 꿈을 꾸는 것도 같았다.
그리고 에피소드라기보다는 디자인 이벤트를 하면서 친구가 된 외국 디자이너들이 내가 살고 있는 시즈오카의 아틀리에로 놀러 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는데, 간접적으로 국위 선양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처럼 전시를 너무 ‘일’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세계의 친구를 만들어간다는 것도 디자이너의 교류 면으로 봤을 때 더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국제 전시로 많이 유명해졌는데, 전시참여의 가장 큰 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전시나 디자인 이벤트에 참가해서 바이어들과 만나 내 제품에 대해 논의하고 비즈니스에 대한 계약을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허니콤 램프’ 같은 제품도 그렇게 해서 성공한 것이고. 하지만 그것보다 다른 디자이너들과의 교류가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전시장에 가면 가까이에서 다른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볼 수도 있고, 그들과 이야기하며 여러 가지 정보를 교환하기도 하는데 나에게는 그런 것들이 훨씬 더 큰 자극이 된다. 그런 것을 통해 다음 작품으로 이어지는 영감이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연결’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즐기는 마음으로 임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시 이외에도 다른 디자인 일로 바쁠 텐데 어떻게 그 많은 전시에 참여하고 있나?

확실히 바쁘긴 하지만 나름대로 즐기면서 전시에 참여하고 있다. 물론 다음 전시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작품을 구상하는 일은 장소를 불문하고 할 수 있다. 전 세계 어디에 있든지 스케치북하고 컴퓨터만 있다면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시간이 부족하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전시는 할 것 다 하고 시간이 나면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시 또한 디자인 비즈니스의 일부분이니까.

<100% 디자인 도쿄>라든지 <서울 디자인 위크> 에서 조그만 부스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을 보았다. 명성에 비해 전시 부스의 작은 규모에 놀랐다. 어릴 때 지점토 같은 것으로 작품을 만들어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보여주면 그걸 보고 사람들이 칭찬해주곤 했는데 그냥 그런 느낌이 좋았다. 내가 지금 전시에 참여하는 것도 그런 것과 비슷한 느낌인 것 같다. 내가 재미있는 물건을 만들면 사람들이 그것을 봐줬으면 좋겠고, 즐겨줬으면 좋겠다는…. 비즈니스적인 문제는 결과적으로 얻는 것이고, 실제로 내가 전시에 참여하는 마음은 그런 단순한 생각이다. 그걸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나이가 들었는데도 어렸을 때부터 별로 변한 게 없는 것 같다. 원하는 답은 아닐 것이다. 미안하다. 내가 좀 바보 같은 면이 있다.

여러 전시에 참여하며 전시 시스템에 대한 불만 같은 것은 없나?

가능하면 그런 부분은 보지 않으려고 한다. 전시든 디자인이든 반드시 이래야 한다는 건 없는 것 같다.

전시에 참가하기 전에 준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전시에서나 디자인을 하는 데에서나 가능하면 단순하게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준비를 하다 보면 여러 가지를 많이 보여주고 싶어지는데, 그걸 화려해지지 않도록 가능한 한 단순하게, 그리고 필요한 만큼만 최소한으로 나열하려고 한다. 한마디로 ‘더하는’ 작업보다 ‘빼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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