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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패턴, 본질적 미학의 재발견

2011-10-04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현대예술디자인뮤지엄 ‘CAM Raleigh’에서 패턴(문양)에 대한 흥미로운 전시, ‘Deep Surface: Contemporary Ornament and Pattern ‘이 열리고 있다. 42개국 다양한 국적의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의 작품 72점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디자인 전 분야에 걸쳐 패턴의 형태와 의미를 다각적 시각에서 새롭게 조망한다. 전시는 지난 9월 24일 오픈했으며, 내년 1월 2일까지 이어진다.

에디터 | 길영화(yhkil@jungle.co.kr)
자료제공 | CAM Raleigh

패턴(문양)은 일상과 가까운 예술이다. 방 안 벽지에서도, 여름 해변과 어울리는 반팔 셔츠에서도, 아니면 주방 찬장 위에 놓인 컵이나 쟁반에서도 패턴의 표현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것은 감각적인 디자인 속 반복된 표현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며, 꽃이나 동물 등 자연에서 파생된 혹은 그 외의 어떠한 형상을 그려내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또한 패턴은 지역이나 종교, 혹은 예술 사조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이 역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진보하고 변화한다. 패턴은 일상에 가까운 장식적 표현인 동시에 인간의 삶과 문화를 반영하는 흔적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다면 디자인에서 패턴은 무엇을 말하는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시각적인 흥미를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는 디자인의 한 요소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현대적 개념의 디자인이라는 학문이 세상에 나오기 훨씬 이전부터 존재해온 패턴의 의미를 그렇게 한정 짓는 것은 너무 소극적인 접근일 것이다. 앞서 ‘디자인에서’라는 단서를 붙였음에도 말이다.

‘‘Deep Surface: Contemporary Ornament and Pattern ‘은 이 같은 소극적 시각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시각에서 바라본 패턴을 다루는 전시다. 단순히 디자인 트렌드로서 패턴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유구한 시각커뮤니케이션 역사 속에서 우리네 삶과 문화를 장식적 예술표현으로 반영해 온 패턴의 본질을 현대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의 작업을 통해 재발견하고자 기획된 것이다.

이를 위해 마련된 72점의 전시 작품들은 지난 15년 동안 건축, 그래픽, 패션, 산업, 가구, 디지털 미디어 등 디자인 전분야에 걸쳐 뛰어난 예술성을 보여줬던 패턴작업들을 수집, 선별한 것들이다. 전시에서 이 작품들은 다시 확장(Amplification), 일상(Everyday), 키트 오브 파트(Kit-of-Parts), 유산(Inheritances), 정교화(Elaboration), 환상(Fantasy) 등 여섯 가지 테마로 재구성된다. 이 여섯 가지 테마는 패턴의 정의와 활용에 있어 각각 다른 범위와 목적을 탐구하는 것으로 패턴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보여준다. 여기에서는 각 테마별로 패턴의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는지 작품들과 함께 대략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Amplification
패턴을 통해 어떤 물체나 장소가 가진 기존의 의미를 다양하게 확장시킨다는 주제다. 작품들을 살펴보면 요리스 라르만(Joris Laarman)의 열파장 라디에이터(Heatwave Radiator)는 투박한 관 형태로 인식되어 온 일반적인 라디에이터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의미로, 맨체스터 이즐링턴 스퀘어(Islington Square)는 파사드에 양말이나 스웨터에 사용되는 아가일(Argyle) 패턴을 사용하여 평범한 주택에 가정의 따뜻함이라는 의미를 덧붙인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인테리어 잡지 네스트(Nest)는 표지에 직물 패턴을 사용, 시각과 촉각의 혼합된 자극을 선보인다.

Everyday
‘일상’ 테마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패턴들의 용도를 바꿈으로써 일상의 평범함을 작은 일탈의 즐거움으로 바꾸는 작품들로 구성된다. 도일리에 뉴스를 인쇄한 엘라 사인도럭(Ela Cindoruk)의 작품처럼 의미 자체에 유머가 있는 만큼 실질적 기능성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미날레-마에다(MINALE-MAEDA)의 테이블 매너(Table Manner)에서는 매일 아침으로 먹는 토스트에 델프트 도기(Delftware) 패턴을 인쇄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식사를 너무 빨리 하는 습관을 지닌 현대인들에게 식문화의 여유와 예절을 다시금 되새겨보자는 뜻을 위트 있게 표현한 것이다.

Kit-of-Parts
부르클린 뮤지엄 로고와 월커 아트 센터의 그래픽 아이덴티티는 디자인 부품들로 구성된다. 이 부품들은 전체 디자인 컨셉에 어긋나지 않는 것들로 이를 활용하여 마치 조립하듯 마음대로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다. 이번 테마는 이처럼 디자인의 가변성을 탐구하는 자리로 디자인은 구성하는 이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완성된다. 물론 여기에 정답은 없다.

Inheritances
패턴의 역사에 있어 의미 있는 작업들을 현대 디자인과의 조합으로 되살리는 테마다. 예를 들어 체코 디자이너 막심 벨코프스키(Maxim Velčovský’)의 작품, 베이스 오브 베이시스(Vase of Vases)를 살펴보면 옆면에 고전적 보헤미안(Bohemian) 패턴이 감각적으로 자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헬라 융게리우스(Hella Jongerius) 나탈리 체인(Natalie Chanin)의 작품에서는 패턴을 제작하던 오래된 기법인 바느질을 활용한 독특한 표현을 볼 수 있다.

Elaboration
일정한 구조와 시스템을 가진 패턴의 무한한 반복으로 생기는 다양한 변화를 탐구한다. 반복은 수학적 법칙에 따른 합리적 방식으로 발생할 수도, 일정한 법칙 없이 카오스적 방식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물론 두 방식이 교차될 수도 있다. 특히 이번 테마에서는 식물의 디테일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안드레아 티네스(Andrea Tinnes)의 작품이나 산호초에서 영감을 받은 페르난도 캄파나(Fernando Campana)의 작품에서 알 수 있듯 자연을 모티브로 한 것들이 돋보인다.

Fantasy
마지막 테마 ‘환상’은 인간 감정의 본성으로 돌아가 즐거움을 찬양한다. 제프리 키디(Jeffery Keedy)의 장식 형태학(Ornamental Morphologies) 시리즈나 14명의 안무가가 휘두른 리본의 움직임을 그대로 디지털 패턴화한 ‘One Flat Thing’처럼 기능성은 무시하고 오로지 즐겁게 하기 위해, 장난치기 위해, 혹은 도발하기 위해 디자인 된 작품들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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