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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당인리 화력발전소의 미래

2013-07-10


그동안 표류해왔던 당인리 화력발전소의 활용 방안. 이에 대한 논의를 위해 지난 6월 19일 각계 전문 단체와 관련분야 기업 및 일반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공간디자인단체총연합회 주최의 “당인리 화력발전소 활용 방안에 대한 심포지움”으로 이날 자리는 당인리 화력발전소 활용방안에 대한 실효성 있는 의견 수렴과 여러 분야의 공감대 형성, 그리고 추진 정책수립에 기여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마련됐다.

글 | 오인욱 한국공간디자인단체총연합회 회장


심포지움은 한국문화공간건축학회 초대회장 서상우 국민대명예교수의 발제 강연으로 시작됐다. 서 교수는 ‘문화의 시대 -21세기’에 즈음하여 뉴 밀레니엄시대(new millennium era)를 맞아 많은 문화공간과 뮤지엄 컴플렉스가 조성되고 있다며, 그 대표적 사례로 런던의 밀레니엄 돔(Millennium Dome)과 테이트 모던 갤러리(Tate Modern Gallery)를 손에 꼽았다. 이들은 모두 뉴 밀레니엄 시대가 시작되는 2000년에 새롭게 개관되어, 런던의 새로운 문화중심을 이룬 곳이다. 또한 고도(古都) 비엔나에 조성된 뮤지엄지역(Museum Quartier, Wien), 시카고 도심 Grant 공원 일부의 ‘뉴 밀레니엄 파크’, 도쿄 도심 Roppongi Hills의 ‘예술 삼각지대(Art Triangle: ARTO)’, 나오시마(Naoshima) 재생 프로젝트도 도심재개발에 문화를 접목시킨 좋은 사례로 지목했다. 서 교수가 꼽은 사례들은 발전소, 공공건축, 학교, 은행, 공장, 창고 등을 문화공간으로 재생한 경우로서, 당인리 발전소 또한 문화공간으로 전용하자는 제안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본다. 특히 ‘베이징 798 예술특구’처럼 ‘당인리 화력발전소’도 주변은 물론 밤섬과 홍익대학교 앞까지 포함하여 문화권역으로 넓히는 아이디어도 좋을 것 같다는 활용방안을 발제강연에서 밝혔다.


이어 발표에 나선 김홍기 한국실내디자인학회 회장은 현대 예술가라면 우리 시대의 찰나적인 순간들로부터 미적 형태들을 숙성시켜 예술로 표현해야 했다고 언급하면서 기술 문명이 고도화 되면서 전기산업 시대의 근대적 건물은 더 이상 시대정신을 지닐 수 없었다고 말했다. 노선이 바뀐 철도역사는 기능을 다했고, 화력발전소는 가동을 멈췄고, 방적공장의 기계도 멈췄다. 용도 폐기된 건물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하면서 개발론자들은 끊임없이 철거를 외치고 그들의 눈에는 단지 흉물스런 사생아처럼 보였다라고 술회한다. 김 회장은 이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산업시대의 건축물은 단지 시대의 사생아일까?’ 하지만 그곳엔 지나간 산업화 시대의 흔적이 양피지처럼 퇴적되어 있었다. 그리고 산업화 시대의 건축물을 보존 건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과 이들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개조하는 움직임이 세계적 흐름으로 등장했다.

파리 오르세 미술관과 베를린 함브르거 반호프 현대미술관은 원래 기차역이었고, 허드슨 강 유역 디아 비콘(Dia Beacon) 미술관은 포장 박스를 만들던 나비스코 공장이었으며, 토리노의 링고토 전시관은 피아트사의 자동차 전시장이었고, 독일 에센의 졸페라인은 폐광산, 테이트모던은 화력발전소였다. 이들은 산업화 건축물의 내부를 어떻게 문화공간으로 변용했을까. 산업화 시대의 건축은 당대의 삶과 문화의 표상으로 그 어느 공간과도 바꿀 수 없는 위대한 시대정신을 담고 있다. 테이트모던, 디아비콘, 졸페라인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를 고찰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이들이 성공을 거둘 수 있던 배경에는 문화의식을 지닌 강력한 리더들이 있었다. 무엇을 담을 것인가에 대한 창의적이고 역발상적인 아이디어가 있었고, 사회적 공감대와 기업의 문화적 후원이 있었다. 이렇듯 산업화 시대의 표상으로 한강의 기적을 웅변하는 당인리 발전소의 문화적 변용을 기대한다는 김 회장의 강연은 많은 참가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위의 두 발제자가 언급한 시사점을 바탕으로 더하여 몇 가지 사항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시간의 원형질을 담아내는 것이 기본적인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현재 시간의 흔적들을 찾아내고 인식하고 일관성을 갖는 맥락에서 창의적인 가치를 갖는 장소성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당인리 화력발전소’가 자리한 마포는 조선시대 초기부터 삼남지방에서 올라오는 곡물이나 소금, 젓갈류를 비롯한 농수산물을 저장하고, 유통하는 경창(京倉)이 있어 서울의 중요 유통거점이자 창구였다. 또한 당인리 발전소는 1930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화력발전소로서 서울의 거리를 어둠으로부터 해방시킨 근대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시간의 유구한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원형질과 미래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변화 간에 균형 있는 조화를 찾아내는 것이 과제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둘째, 당인리 발전소 주변공간과의 연계성과 개성 있는 장소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하는 과제다. 발전소 주변으로 홍익대,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캠퍼스와 홍대앞, 신촌, 이대앞으로 불리우는 문화커뮤니티가 자리하고 있고, 한강을 비롯한 선유도공원, 밤섬, 절두산순교성지, 양화진 성지공원과 같은 자연 및 역사적인 요소가 인접하여 분포하고 있다. 강변북로, 서울지하철 2호선, 6호선을 비롯한 공항철도, 경의선과 연계되는 교통망이 우수한 장점과 더불어 주민커뮤니티와의 밀접한 연계를 고려한 통합적 네트워크 속에서 공간을 배분하고 어떤 특징을 갖는 문화공간이 될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의 설정이 필요하다. 즉 당인리발전소만의 독립된 공간계획이 아닌 주변 지역과의 관계성을 고려한 종합적 측면에서의 접근이 되어야만 시민이 공감하고, 지속적인 가치를 갖는 생명력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당인리 발전소를 통한 부가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다방면적으로 모색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일이다. 당인리 발전소는 예술디자인, 문화역사커뮤니티, 친환경 측면의 공간창조를 전제로 하고 있다. 감상, 휴식, 연구 등의 활동에 그치지 않고 마케팅 등의 영역으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영역의 확대방안이 필요하다. 더불어, 당인리 발전소 일대가 예술문화감성에너지 분출의 중심거점으로 작용한다면 홍대앞으로 연결되는 철로 주변을 따라 다양한 예술・미디어분야, 디자인・창의적 서비스산업과 계층, 경제, 공간의 축을 형성하여 거대한 문화특구를 형성하는 기반의 구축 또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여의도와 마주하고 있는 수변에 입지한 지리적 여건을 고려해 본다면, 활력이 넘치는 아름다운 도시경관을 형성하는 물리적 측면의 환경형성 또한 염두에 둘 중요한 사항이다.

세계는 노동집약적 산업 중심의 '하드웨어'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3차 산업의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진화한 뒤 현재는 1,2,3차 산업과 창조·문화산업이 융,복합된 소울웨어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단순히 문화와 예술 공간을 마련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산업과의 컨버전스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설치예술의 창조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이에 이병주 프레닝 코리아 대표이사는 당인리화력발전소 활용의 대안으로 '당안리 문화, 예술, 창조발전소'를 제안했다. 한강의 친환경 코드와 홍대의 문화코드가 결합된 당인리 문화 생산 발전소와 한국의 대표 IT산업, 관광산업의 융합은 테이트모던, 모마, 퐁피두를 넘어선 21.5세기 세계 창조산업의 발신지로 계획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이러한 창조적 계획이 실현된다면, 해외 사례 도입을 넘어 우리의 미래 수출형 상품으로 국격을 높이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당인리 발전소는 주변 주민과 함께 공간 뿐 아니라 다양한 가치를 공유하고 형성해가는 노력이 수반되어 활력과 잠재된 가치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성공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심에 있는 열병합발전소가 인근 주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의 전력과 열수를 제공함으로써 젊은이들과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명소가 된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6월19일 한국공간디자인단체총연합회 주최로 개최된 “당인리화력 발전소 활용방안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논의된 내용들이 박근혜정부의 문화 융성을 위한 문화정책에 수용되어 구현되길 우리는 기대 해본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 사람들의 꾸준한 노력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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