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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젊은 그래픽디자이너들의 외침

2010-08-04

현재 뉴욕에서 가장 진보적인 디자이너로 평가받고 있는 스테판 사그마이스 터(43)의 워크샵이 3월 12일, 13일 이틀에 걸쳐 서울 대학로에 새로 문을 연 국민대 ‘제로원 디자인 센터’(11일~4월 18일)에서 열렸다.

워크샵의 주제는
“디자인으로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가?(How to touch somebodies heart with design?)”로,
영화, 미술, 음악, 문학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 같이 그래픽 디자인이 사람의 감정 깊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리프렛, 포스터, 스티커, 패키징과 같은 전통 미디어로 디자인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 풀어보는 과정이었다.

또한, 그의 작품 전시도 4월 18일까지 ‘제로원 디자인 센터’내의 ‘제로원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데, 이번 전시에는 포스터와 잡지 화보, 크리스마스 카드와 청첩장 디자인 등 다양한 작품이 나오며, 스테판 사그마이스터의 스케치북은 그의 머리 속 풍경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취재 및 정리 | 이정현 (tstbi@yoondesign.co.kr)



사그마이스터는 1980년대말 디자이너로서 첫 발을 내딛은 이래 최근까지 주도적인 유행에 아랑곳하지 않고 독자적인 양식을 고집하면서도 보는 이의 시각과 감성에 호소하는 인상적인 작품을 창조하는 디자이너로 평가 받아 왔다.
그는 주로 문화 및 연예계 클라이언트들을 상대로 그래픽 및 패키지디자인을 해왔는데, 그의 주요 작품 중에는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와 비틀즈(The Beatles)의 CD앨범 커버디자인, 에니 콴(Anni Kuan)의 패션디자인 콜렉션 홍보물 디자인 등이 있다. 그의 작품은 4번이나 그래미상에 지명되었고 대부분 국제 디자인상을 받았을 만큼 그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2001년까지 자신의 작가적 기질을 고집스럽게 즐기는 실험과 전위적 디자인을 강조해 온 사그마이스터는 이제 자신의 새로운 위치를 묻고 있다. 이제는 한 개인으로의 직업디자이너가 아닌 자신의 작품이 세계의 여러 대중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인식한 시점에서 그는 이제 새로운 관심과 영역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 본격적인 계기가 된 것은 2001년 세계를 놀라게 한 9.11 뉴욕 무역센터 테러사건이다. 그는 2002년 워싱턴에서 있었던 한 회의에서 “디자이너도 사회에 정서적, 기능적 기여를 하여야 함을 깨달았다.”라 밝혔는데, 실제로 테러 현장에서 주워 모은 금속파편들을 새롭게 디자인한 가슴핀으로 구호성금 모으기에 앞장서기도 했다. 이렇듯 그의 최근 관심은 “인간을 위한 디자인”을 향하고 있다.



스테판 사그마이스터는 6가지로 제안하고 있다.


새로운 방식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뉴욕의 퀸스에 있는 PS1에 가면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이 만든 조각품이 제일 위층에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작품은 매일 해가 질 무렵에 천정이 열리도록 되어있는 네모난 방에 있다.
그 공간은 완전히 개방되어 있으나 닫힌 느낌을 준다. 하늘이 프레임 안에 짜맞춰지고, 길다란 벤치에 앉아서 하늘의 색이 변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내가 이 방에 들어갔을 때 내 목소리가 자동적으로 속삭임으로 변했는데, 그 정도로 그 안에는 신성한 성전의 느낌이 있다.

아마도 내가 어렸을 때 겪은 내 경험을 되새기게 해야 할 것이다.
역시 PS 1에서의 경험이다. 앤 해밀턴(Anne Hamilton)의 조각이 전시되어있다고 전시장 지도에 표기되어 있어서 작품을 보러 갔는데 하얀 벽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안내 데스크로 가서 물어 보았더니 작품은 분명히 거기 전시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다시 그곳으로 되돌아 갔지만 여전히 그 하얀 벽 외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다른 점이라면 그 벽이 젖어있다는 것이었다. 아주 자세히 그 벽을 들여다보니 굉장히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작은 물방울이 천천히 새어 나오더니 이 물방울이 점점 커져 벽을 타고 흘러내릴 정도가 되었는데, 물방울들은 계속 나오면서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갔다. 어떤 물방울은 중간에 멈추고 또 어떤 물방울은 속도가 빨라지기도 한다.
나는 나중에야 이 작품의 제목을 알게 됐다. <울고 있는 벽(crying wall)>

그들은 열정과 책임감을 보여준다.
57번가의 한 갤러리에 그의 세대에서 아마도 가장 유명할 것이며 확실히 가장 값비싼 독일 작가인 안젤름 키퍼(Anslem Kiefer)의 전시를 보았다. 그의 작품 한 점은 백만 달러가 넘는다.
몇 년 전에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린 그의 회고전을 보았는데, 그는 굉장한 대작의 캔버스 작품들을 전시했다. 사이즈가 60 x 15 피트(feet)까지 되는 것도 있었다.
뉴욕의 매리언 굿맨(Marian Goodman) 갤러리에서는 작가가 소장하고 있는 그 작품으로 전시를 열었다. 작가는 둘둘 말린 캔버스 작품과 틀에 넣은 작품들을 마구 섞어 20 피트나 되도록 쌓아 올렸는데, 모든 작품들은 그 무게에 의해 서로 파괴되고 있었다.
하얀 벽에 작가는 분필로 이렇게 적었다:
20년간의 고독.

의외성의 요소가 있어야 한다.
내가 16살 때 콜(Kohl) 수상이 독일에서 당선되었고, 다른 보수파 정치인인 스트라우스(Strauss)가 바바리아 지방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었다. 그들은 “독일인을 위한 독일”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이민자들이 몰려오는 것을 억제함은 물론이고 더 많은 자식을 낳도록 독일인들을 구슬렸는데, 이로써 독일인의 독일을 만드는 것을 보장하려는 것이었다.
동시에 몇몇의 독일 작가들이 새로운 잡지를 출판하고 “독일인을 멸종의 위기에서 구하자”라는 표제 하에 이 사진 기사를 실었다.
이 남자들의 사진은 논점을 확실히 하는데, 이는 포토샵이 생기기 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독일인을 구하자.

탁월한 기예 혹은 기술은 확실히 존재한다.
혹은 간단히 어떤 사람이 어떤 것에 그처럼 정통할 수 있다니 하고 놀랄 수 있다.
2주 전 스위스에서 스위스 화폐를 디자인한 디자이너를 만났다. 여기서 엿보이는 탁월한 기량은 디자인이 아니라(물론 디자인도 좋았지만), 그 인쇄술에 있었다. 그들은 그들만의 인쇄 도트를 디자인했는데, 도트 하나는 각각 레지스터로 인쇄되는 여러 개의 팬톤(Pantone) 컬러로 구성된다.
그들은 1/25000 인치까지 일치해야 하는데, 모든 화폐는 8개의 보안 특징(feature)이 있고, 거기에다 은행만 알고 있는 4개의 보안 특징과 정부만 알고 있는 또 다른 4개의 보안 특징을 더해야 한다. 물론 이런 안보 정책은 쓸모 없는 짓이란 걸 알지만, 이 극도의 강박관념은 정말이지 재미 있다.

그리고 아름다움 혹은 내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이 있다.
이 경우, 사이토 마코토(Makoto Saito)가 절을 위해 만든 훌륭한 포스터가 그 예이다.



만일 내가 위의 목록을 따르고, 내 모든 디자인을 그 6가지 요점에 비교하여 맞춘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감동적인 작품이 나올까?
내 생각에 위의 목록도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하게 하는 방법” 류의 책들이 갖고 있는 문제와 같은 문제를 가진 것 같다. 만일 내가 하나의 디자인을 가지고 어떤 이를 감동시키고 싶다면, 그 디자인은 내 마음 속에서 우러나와야 하고, 진실되고 과장이 없어야 한다. 그저 목록을 따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만일 내가 정직하다면, 내 디자인을 보는 관객은 그것이 내 마음 속에서 우러나온 것인지 아닌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내 친구들이 내가 진정한지 아닌지를 바로 알아내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내가 만일 진실되고, 용기가 있고, 열정을 보인다면, 내 메시지는 전달될 것이다.



디자인 공부를 하고있는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일화 중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내가 좋아하는 일화는 한 이년 전에 제가 마니토바 (Manitoba)주의 위니펙 (Winniepeg)에서 강연을 했을 때 들은 이야기 입니다. 강연을 마친 후, 그 지역의 디자인 그룹사람들과 저녁을 먹으러 나갔습니다.자정이 지나자 그 회사의 보스는 먼저 일어섰고, 남은 것은 저와 그 회사 직원들이었는데, 그 직원들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 주면서 정말 실재로 있었던 이야기라고 맹세 하더군요.
매일 밤을 세며 정말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모두들 지쳐있었죠. 그 보스가 보드를 자르고 있었는데, 그 전날 확대하여 준비해놓은 오리지날 사진 위에 얹고 잘라 그 사진에 기다란 컷을 남기고 말았죠. 그 다음날이 프레젠테이션이었는데 어떻게 되돌릴 방법이 전혀 없었답니다. 보스는 굉장히 화가 많이 났고, 그는 엑스-액토 (x-acto)를 집어 들어 사무실을 가로질러 던졌는데, 이것이 스프레이 마운트 캔을 치게됐고, 예전에 물리 시간에 원동력에 대하여 배웠던 대로, 그 스프레이 캔은 강력한 소용돌이를 치며 되날라와 보스의 얼굴에 정통으로 스프레이를 뿌렸다는 것입니다.

당신 생각에 그래픽 디자인 필드에서 석사 학위 등등의 교육을 받는 것이 아주 중요한 영향을 끼칩니까?
아니오,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많은 디자이너들은 굉장히 적은 디자인 교육을 받았는데, 티보 칼만 (Tobor Kalmann), 제임스 빅터 (James Victore)등이 그런 디자이너 들입니다.
근데 저는 디자인 학교 생활을 아주 즐겼죠.

풀-타임 직업을 찾는다거나 미래 클라이언트에게 연락을 하려고 할 때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 하시겠습니까?
정말로 일하고 싶은 몇몇의 스튜디오나 클라이언트에게 그들만을 위한 특별한 우편물을 만들어 발송하십시오.
당신이 사는 도시에서 가장 잘 알려지고 규모가 큰 3곳의 스튜디오나 클라이언트만을 찾지는 마십시오.
또 자신의 이력서를 첨부한 이메일을 500여 군데에 보내는 행동도 하지 마십시오.
좀더 많은 곳에서 연락이 올지는 모르나 정말 자신이 일하고 싶은 곳은 아닐테니까요.

어렸을 때부터 원했던 일을 하고 있습니까? 아니라면 어떤 일을 하기를 원했었나요?
제가 일곱 살 때 저는 성당의 복사 (altar boy)여서 신부가 되고 싶었습니다.
내가 열 다섯 살 때는 서투른 밴드에서 활동했는데, 앨범 커버를 디자인하고 싶어했죠.
내가 진짜 디자인을 하게 됐을 때 저는 서른 살 이였는데, 앨범들의 사이즈는 줄어있었고 딱딱한 플라스틱 케이스 안에 들어있더군요.
뭐 그래도 좋았죠.

포트폴리오 안에 들어있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좋은 작품이 있어야죠.
제 생각의 좋은 작품이란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아주 잘 나타나게 제작된 작품인 것 같습니다.

당신의 회사에서 함께 일할 디자이너를 뽑을 때 보는 점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좋은 포트폴리오를 가진 착한 사람입니다.
이 두 가지는 동등하게 중요한 자질입니다.
저는 탤런트는 굉장하지만 성격이 나쁜 사람과는 일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또, 저는 제작품을 복사하기 보다는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찾습니다.

몇 점이나 있어야 할까요?
만일 작품이 훌륭하다면, 몇 점이 들어있는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잘 모르겠는 경우, 적은 것이 더 좋습니다.
10점의 좋은 작품이 10점의 좋은 작품과 7점의 그저 그런 작품이 든 포트폴리오 보다 훨씬 더 나은 포트폴리오를 만듭니다.

포맷은 어떤 것이 좋을까요?
마찬가지로, 어떤 포맷을 사용하든 문제는 되지 않지만,
제가 권장하고 싶은 것은 17 x 22 보다 작은 사이즈를 사용하라는 것입니다.
자신이 그 자리에 없어도 잘 진행될 수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스튜디오는 포트폴리오를 전달만 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스케치나 작품 과정을 보여주는 것은요?
훌륭하다면 좋겠죠.
보는 이로 하여금 너무 깊이 있는 관여를 요구하는 작품은 많이 넣지 마십시오.
저는 많은 이들이 한 일분 여 만에 포트폴리오를 검토하는 것을 봤기 때문에 장문의 캡션이나 작품 설명은 대부분 성공적이지 못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또 가장 나쁜 일은 무엇일까요?
가장 좋은 일:
자신이 고용주의 마음 자세를 가져보는 것입니다. 당신은 그 회사가 필요한 어떤 점을 가지고 있습니까? 그런 것을 그들의 입장에서 보도록 노력해 보십시오 (이 조언은 제가 프랫 (Pratt Institute)에 다닐 때 헤드 헌터 한 분이 우리들에게 했던 말인데 저한테는 아주 훌륭한 충고였죠).
가장 나쁜 것:
받는 이의 정확한 성명없이 받으시는 분께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이력서를 500여군데에 내보내는 것이죠.
그런 문구로 시작되는 이력서는 바로 휴지통으로 직행합니다. 만일 지원자가 내 이름을 알아보는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다면, 난 그 지원자를 알기 위해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는거죠.

당신이 비엔나에서 응용 미술대학을 다닐 때와 프랫에서 그래픽 디자이너가 되는 수업을 받을 때 알았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혹은 그냥 일반적으로)
제게는 디자이너로써 미술사가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학교에 다닐 때, 그 쪽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나중에 혼자서 배워야 했죠.

뉴욕의 스쿨 오브 비쥬얼 아트의 교수로 디자인 원칙, 직업 윤리, 혹은 영감에 대해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은 무엇입니까?
너무 많지만 그 중에 하나를 들자면 자신이 잘 못하는 것을 해보라는 것입니다.
잘 할 수 있는 것은 벌써 다 알고 있는 것이니까요.



Q. 디자이너가 되도록 한 이유는?
15살 때 밴드에서 활동했었는데, 그 때 좋은 앨범 디자인을 하고 싶었다.
나의 첫 CD 커버 디자인은30살 때였고, 디자인에 대한 여러 방면에 관심을 갖게 되었었다.

Q. 그래픽디자이너가 스튜디오를 열 경우, ‘소규모’로 유지하라고 충고하셨는데, 그 이유는?
내가 디자인스튜디오를 열 때, 스승인 티보르 칼만(Tibor Kalman)이
‘디자인 스튜디오를 경영할 때, 가장 어려운 일은 규모가 커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라고 말해주었었다.
모든 이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경우에는 아주 좋은 충고였다.
소규모로 운영함으로써 얻어지는 여러 좋은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자기 스스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콩에서 잠시 일을 할 때, 매니저로 일을 하게 되었었는데, 일하는 내내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내가 만약 경영에 관심이 있었다면, 경영대를 갔을 것이다. 난 디자인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경영보다는 직접 디자인 작업에 참여하는 게 더 좋다.
둘째는, 내가 직접 디자인하여 클라이언트를 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끔 디자이너와 고객이 만나지 못하고, 중간에 기획자나 마케터가 전달하기도 하는데. 이는 좋은 작업을 내기 위해 클라이언트에게나 디자이너에게나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다. 이 경우 오래전 회사를 나간 디자이너의 작품을 클라이언트에게 보여주게 되는 불상사도 벌어지기도 하는 것 같다. 클라이언트의 의견을 바로 듣고, 디자이너가 바로 설명할 수 있는 직접적 커뮤니케이션이 나을 것이다.
셋째는, 고정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이다.
이 점은 스튜디오뿐만 아니라 클라이언트에게도 좋은 것을 줄 수 있다.
고정비용 때문에 클라이언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많은 작업을 받아야하기도 하다. 그러나, 일단 금전적인 문제에 구속되지 않으면, 디자인작업을 선택해서 할 수 있다.
좋은 주제와 의도를 가진 작업들을 선택해서 할 수 있으므로, 좋은 디자인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Q. 그래픽 디자인 필드에서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인용구는 무엇이며 또 누가 한 말입니까?
“만일 당신의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다면, 강아지를 한 마리 넣으십시오.
그래도 안된다면 강아지에게 밴드를 붙이십시오.”
노만 록웰 (Norman Rockwell)

Q. 그래픽 디자인을 본업으로 할 생각을 하고 있거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한가지 좋은 충고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만일 진짜 그래픽 디자인을 사랑한다면 공부해야한다.
미술 작가가 되고 싶은데 (혹은 도예가..)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실치 않은 보증 때문에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이 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항상 더 잘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돈도 벌게 될 것이다.

Q. 일정 관리를 어떻게 하십니까?
규칙적으로 나눠서 일한다.
마감기한이 되기 전까지 어떤 정한 시일 내에 어디까지 마쳐야 하는 가를 제시하는 내 자신을 위한 계획을 세웁니다.
그 이유는 나 스스로가 그런 압박감을 아주 싫어하기 때문이다.
클라이언트가 없었던 시절에 나는 매주 목요일 아침마다 3시간 안에 12페이지의 작은 책자를 동반한 CD 커버를 만드는 연습을 했는데, 이는 이러한 새로운 제한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실험해 보기 위해서 였다.
과정이나 결과가 모두 만족스러웠으나, 결정은 다르게 됐고, 재료도 다른 것들이 사용되었으며 이미지도 틀리게 전개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클라이언트가 누군지 확실한 경우에는 처음부터 모든 것이 정해져서 시작이 된다.

Q. 음악 앨범작업을 많이 한 당신은 패키징이 좋아서 음악을 구입하겠습니까?
그렇다. 난 항상 그렇게 해왔다.
게다가, 처음에 놀랐던 것은, 좋은 음악을 항상 이런 방법으로 찾았다는 것이다.
물론 좋지않은 디자인이 사용된 좋은 음악도 많이 있겠지만, 멋진 패키지로 된 음악 대부분이 좋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무엇보다 음악이 좋아야하는 것은 불변이다.
음악은 형편없는데 앨범 재킷만 멋지다면 결코 좋은 디자인이 아니다. 그 둘이 맞아야 하는 것이다.
CD는 음악을 시각화해야하는 것이고, 음악적 분위기, 가사를 잘 담아내야하는 것이므로, 그 기본인 음악이 좋아야 함은 당연한 것이다.

Q. 웹은 하지 않는가?
일부러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내가 처음 디자이너가 된 계기가 오프라인이고,
개인적으로 주위에 흔히 있고, 만질 수 있는 것을 선호한다.
웹은 사라지기 때문에 영구성이 낮은 것 같다.
또.. 나이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Q. 최근의 본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한국계 디자이너 Jee Lee의 포스터다.
자신에 작품에 만화의 말 풍선을 그려놓고 뉴욕 행인들이 빈칸에 아무 말이나 적게 한 뒤, 그것을 다시 사진을 찍어 만든 포스터였다.
이 작품은 클라이언트에게 또 다른 컨셉을 전달하게 되었고, 디자이너에게 역시 발상의 전환을 주었고, 대중에게는 또 다른 재미를 준 그래픽 작업이라 생각된다.

Q.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제품의 포장 디자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언젠가 콜라 캔, 그리고 나를 디자인계로 이끌었던 밴드 킹 크림슨의 앨범 재킷을 만들고 싶다.



Q.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워크샵에 참여하게 된 이유
2년 전 서점에 들렀다가 한 권의 책이 시선을 사로잡은 적이 있다.
빨간 아크릴케이스로 덮힌 커버에는 점잖게 생긴 독일 셰퍼드 한 마리가 보인다. 케이스에서 책을 꺼내자 아까의 점잖은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사납게 짖어대는 것이었다.
그것이 나와 사그마이스터의 첫 만남이었다.
그날 서점에서 받은 깊은 인상으로 그 책은 책꽂이 가장 손이 가기 쉬운 곳에 놓여져 있고 그의 이름 역시 내 머리 속에 깊이 자리잡았다.
이번 워크샵에 신청하게 된 것은 우연히 들른 웹사이트에서였지만 어쩌면 그가 예전에 준 강한 인상과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Q. 무엇을 기대했는가?
매번 워크샵에서 기대하는 것은 워크샵 자체보다는 그때그때 나의 상황에 따라 달랐던 것 같다.
대학4년의 디자인을 4년째 공부하고 있는 학생으로서 그리고 짧은 공부기간의 공부에도 불구하고 벌써 '시각'이라는 감각기관에 약간의 회의적인 입장을 가지게 되려던 차에 사그마이스터의 워크샵을 신청하면서도 역시 기대하는 바가 있었다.
무엇인가 구체적인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무언가를 보고 듣고 배우고 느끼며 그것을 통해 나 자신이 디자인의 개념을 다시 정의해보고 앞으로의 내 디자인에 어떻게든 영향을 끼치는 기회가 되길 기대했다.


Q. 워크샵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는가?
워크샵은 3월 12일~13일의 양일간에 걸쳐서 진행되었다.
그러나 사실상 13일은 결과물을 통한 프레젠테이션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작업을 진행한 시간은 12일 하루뿐인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12일 오전10시 제로원센터에는 각각의 디자인을 공부하고있거나 그 분야에서 일하고있는 4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사그마이스터는 이번 워크샵의 시작에 앞서 프로젝트의 진행방향에 대해 간단하게 브리핑을 해주었다. 이번 워크샵의 주제는 "How to touch somebody's heart with design"이었다. 주제와 관련하여 디자인이 가져야 할 마인드에 관하여 들려준 그의 프레젠테이션도 인상적이었는데 무엇보다 열정과 배짱을 가지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프로젝트는 소수의 Target Audience를 설정하여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Target Audience는 광대하게 대중이나 다수의 그룹이 아닌 친구나 가족 등의 가까운 사람으로 오늘의 과정의 통해 나온 결과물을 전해주고 프레젠테이션 때까지 그 Target Audience의 반응을 가져오면 되는 것이다.
자신의 Target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은 제한이 없으며 전달하고 반응을 가져올 수 있는 대상이어야 한다.

프로젝트를 받은 각각의 참가자들은 갑자기 분주해졌다.
전화를 붙들고 무언가를 비밀스럽게 물어 보기도 하고 종이에 무언가를 적어 보기도 하고 컴퓨터랩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려는 사람도 있고 그냥 허겁지겁 사라져버린 사람도 있었다. 사그마이스터는 곳곳을 돌아다니며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참가자들과 하나하나 성의껏 이야기를 나누었다.
키가 지나치게 큰 그는 무릎을 굽히고 허리를 굽혀 가까이 앉아서 진지하게 각각의 진행상황을 토론해주었다.


하루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 지나 다음날 프리젠테이션을 위해 모인 모두는 40명의 누군가에 감동을 주고 돌아와 흐뭇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각각의 대상도 방법도 너무도 다양하였다. 어제 많은 얘기를 나누지 못한 참가자들도 있었고 최종 결과물을 서로 보지 못했던 터라 사그마이스터는 조금은 걱정이 되었었지만 현재 아주 기쁘며 적어도 어딘가에 40명의 사람이 기뻐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뿌듯하다고 했다.

Q. ‘대중을 감동시키는 방법’이란 무엇이었는가?
디자인을 함에 있어서 타겟 대상인 대중에 대한 고려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대중에 대해 도대체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아니 알고 있는 것조차 무시하고 잊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 역시 대중의 일부이면서 대중에 대해 편협한 사고를 갖고 있는 것인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중이라는 개념에 대한 조금은 무시하는듯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이라는 그 심심한 단어가 아닌 인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그 고정관념을 버리고 그 흥미롭고 신비하기 까지 한 대상에게 감동을 주고자 한다면 우리는 보다 효과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인간에 대한 이해와 배려 그것이 그들을 감동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Q. 워크샵에서 진행한 과제물 소개
나의 타겟 오디언스는 나의 친구였다.
가장 친한 친구가 있는데 유치하지만 남자 한 명으로 인해 사소한 오해가 생기고 본래 문제를 이어서 사소한 오해가 점점 커지고 깊어져서 사이가 많이 벌어졌다.
한때 남들은 몰라도 둘만은 이해하는 언어를 공유하더니 이제는 같은 단어를 말하는데도 서로 알아듣지 못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우리만의 단어를 설명해줄 사전이 필요했다.
처음 그와 전개과정에 대해 논의할 때는 사전의 양식을 직접적으로 빌려서 하려고 하였으나 그렇게 하였을 때 정형화되고 법칙화된 사전으로 인해 "사전도 이렇게 말하는데 왜 넌 못알아듣는가?"하는 의도에서 벗어난 반응을 얻어낼 위험성이 있어서 제작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우리들만 아는 단어들, 오해의 원인이 되었던 단어들을 선정하여 하얗고 부드러운 종이에 붓에 물감을 묻혀서 하나하나 편지 쓰듯이 반성문을 쓰듯이 써내려 갔다.
크기는 사전과 비슷했지만 내용물답게 형식도 내 진실된 마음을 보일 수 있게 그리고 서툰 표현에 대해 사과를 하듯이 어설프게 책으로 만들었다.
커버도 하얀 부드러운 천으로 감싸서 조심스런 내 마음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날밤 오랜만에 친구에게 문자 메세지를 보내고 집 앞으로 찾아가 책을 전해주었다.
순간 나는 프로젝트의 성과나 디자인적인 문제는 이미 잊고 있었고 간절한 마음으로 친구가 그 사전을 통해 예전과 같은 관계로 회복되길 바랬다.
잠을 설치고 아침에 프리젠테이션을 위해 그 친구에게 반응을 구하기 위해 찾아갔다.
친구는 그림과 함께 빽빽히 적힌 편지 한 장을 주었다.
무엇보다 그림이 인상적이었는데 도자기를 공부하는 그 친구는 올해 자신의 작품의 스케치를 그려주었는데 제목은 '행복한 의자'로 그 의자에 함께 앉고 싶다고 했다.


Q. 워크샵을 마치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대상을 이해하는 방법 그리고 그 이유를 보다 깊게 느낄 수 있었다.
디자이너로서 디자인을 함에 있어 우리는 대상에 대한 배려를 얼마나 하고 있는 걸까?
그곳에 모인 모두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디자이너로서 자신이 이토록 아마츄어적인 작업을 했다는 것에 대해 약간은 부끄러워하거나 어색해하는 듯했다.
디자이너이지만 디자이너라는 정체성을 잠시 잊어보는 것 그저 대상을 이해하고 사랑하려는 태도가 어쪄면 보다 나은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힘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디자이너' 라는 개념의 고정관념이 디자이너들의 상상력이나 창의력을 차단하고 있지는 않는지, 비주얼적인 방법론적인 문제, 기술적인 문제가 효과적인 디자인을 방해하는 것인 아닌지 하는 생각하게 되었다.

Q. 앞으로 무엇을 더 해보고 싶은가?
졸업을 앞둔 4학년의 대학생에게는 만나는 사람마다 묻는 질문이 있다.
"졸업하면 뭐할래?" 내 대답은 취직? 유학?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내가 하고자 하는 그 무엇을 이미 기존에 존재하는 너무나 많은 고정관념으로 이루어진 그 단어로 정의하고 싶지않기 때문이다.
그 누군가의 마음을 내가 잘하는 무엇을 이용하여 사로잡고 감동을 주고 움직이고 나아가 행동으로까지 이어지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그마이스터의 워크샵이 참여 전 내 기대대로 앞으로의 나에게 영향을 주었으며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많이 와서 사그마이터가 내게 준 감동을 다른 많은 디자이너가 공유하길 바라며 또한 나 역시 그렇게 마음을 사로잡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그의 작품에 씌여있던 두 문장“Everything I do always comes back to me.”, “Having guts always works out for me”을 되새기며 내게 돌아올 그 언젠가를 기대하며 배짱을 가지고 많은 것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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