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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브랜드를 디자인하는 크래프트맨십, 토탈임팩트

김미주(mjkim@jungle.co.kr) | 2015-08-13


현대카드의 타이틀이 붙으면 그 누구도 ‘금융’회사라는 단편적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는다. 일련의 디자인이 기업 내 이슈를 넘어 새로운 문화로 그리고 사회적 이슈를 생산하는 콘텐츠로의 역할을 보여준 것은 국내 기업 브랜딩 사례에도 찾기 힘든 이례적인 일이었다. 현대카드가 대외적인 성장을 시작한 시점에 많은 사람들이 이 후발 카드사의 획기적인 플레이트, 외양에 주목하기 시작했지만, 브랜드 디자인의 초기 시점부터 10년간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토탈임팩트는 아이러니하게 대중의 시선 바깥에 밀려나 있었다.

에디터 ㅣ 김미주 (mjkim@jungle.co.kr)


‘…성공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외적인 치장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내부적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브랜드 문화와 브랜드가 제공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혁신적이었고, 디자인을 통해서 이것이 더 효율적으로 드러나도록 했을 뿐이다... ‘


디자인과 기업이 만나 가장 긍정적인 결과를 낳고 좋은 선례를 완성했다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결과론적 이야기 보다 그 속내가 그리고 그 과정이 더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장기적으로 기업의 브랜드 톤이 일관되게 유지되고 해가 바뀔수록 그 레퍼런스가 기업 그 자체로 성장하는 과정에는 일관된 기업의 디자인철학도 물론이거니와, 이를 과정으로 이끌어내고 실물로 구현하는 디자인 파트너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즈니스의 과정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논하는 것은 이제 새삼스럽지 않은 일이 됐다. 그 중요성을 심미적인 완성도와 크리에이션의 가치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이를 넘어 ‘이 디자인의 왜 여기에 존재해야 하는지’ 그 근본적인 목적을 분명히 하고 그 해답을 찾는 과정은 토탈임팩트가 완성하는 핵심 디자인 전략이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이러한 디자인 연구방식을 고집할까? 현대카드, 하이트 진로, JTBC, 현대자동차까지 딱 봐도 척 알 수 있는 기업의 브랜드 디자인을 진행해왔고, 현재에도 진행중인 토탈임팩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차재국을 만나 물었다.


"좋은 디자인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위대한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는 위대한 클라이언트가 필요하다. (Doing good design is easy. But doing great design requires a great clinent.)" _ 마이클 오스본


Jungle : 토탈임팩트의 구성원은 클라이언트에 맞는 이미지를 완성하고 가꾸는데 일가견이 있다고 알려져있다. 다른 회사와 차별화된 토탈임팩트만의 클라이언트의 관리 방식이 따로 있나?

클라이언트의 다양함만큼 발생하는 경우의 수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판단하고 관리하기란 쉽지는 않다. 이는 디자인 회사뿐 아니라, 마케팅담당, 영업관리자 모두 마찬가지 일 것이다. 클라이언트가 특별한 안목을 가진 경우라 하더라도, 각각의 클라이언트와의 마인드 차이를 극복하는 것은 항상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진행했던 다양한 클라이언트, 현대카드, 하이트 진로, SK텔레콤, JTBC, 현재 진행 중인 현대자동차까지 모두 그들의 상황과 컨디션이 매번 달랐기에 하나의 방식으로 솔루션을 가져갈 수는 없다.

회사의 직원들을 관리하기에 앞서 ‘이해’해야 하는 것처럼 클라이언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토탈임팩트 내에서는 ‘식구’라고 표현하지만, 식구도 마찬가지로 금전적인 부분을 바탕으로 업무를 조율하는 관계에서는 또 다른 클라이언트가 아닌가.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에서 비롯된 어려움이 여기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클라이언트와 업무를 진행할 때는 해당 프로젝트의 내용이 아닐지라도 이와 연관된 사실관계에 관해서는 모든 것을 알아야 하고 완벽하게 그 배경을 파악하려 한다. 예를 들어, 위스키 패키지 디자인을 진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는 리서치와 고민의 대상을 해당 프로젝트의 위스키 패키지 영역에 한정지을 것이 아니라, 다른 주류 즉 소주와 맥주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생각을 특정한 영역의 틀 안에 고정하고 멈추는 것이 아닌 다른 가능성 혹은 선택지 밖의 경우도 더러 과정 중에 필요하지 않나. 이러한 모든 경우에 대한 생각을 베이스에 두고 일을 진행한다.  

Jungle : 지난 달 출간된 책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출간 이후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토탈임팩트 디자인의 에센셜을 한 권에 담아냈다고 볼 수 있나?

지난 1년반에서 2년동안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담기 위해 토탈임팩트가 직접 그 내용을 작성했지만, 많이 부족하고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지난 10년여 동안의 결과물 중 일부 프로젝트만 책에 담아냈기에 토탈임팩트가 진행해왔던 디자인 작업의 정수, 혹은 전체 맥락을 파악하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하지만, 디자인 프로젝트 하나의 과정을 책 한 권에 담아냈던 경우는 드문 일이기에 이런 이야기들을 시작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Jungle : 현대카드의 디자인 결과물에 대한 호평은 세간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를 완성한 세 분이 다시 이를 되새기는 것은 어떤 연유에서인가? 단순히 프로젝트의 과정을 담기에는 너무 익숙한 이야기들이 아닐까?

디자인에 대한 크레딧을 토탈임팩트가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현대카드는 오랜 작업기간의 특성상 많은 디자인 담당들이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이 기반을 다진 토탈임팩트는 클라이언트가 우선이었기 때문에, 항상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이런 과정들을 거치다 보니, 현대카드 프로젝트를 마치 특정 디렉터가 진행한 듯, 사실이 아닌 상황들이 현대카드라는 타이틀 전면에 부각되고 세간에서는 이를 오인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전 과정을 책으로 담아내는 동기가 됐다. 매체, 혹은 누군가의 손을 빌어 이를 간접적으로 전달하기보다 우리가 진행한 디자인 프로젝트의 10년간의 전 과정을 스스로 이야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여러 사건을 통해 깨달았다.  

Jungle : 기업체의 디자인프로젝트를 장기적으로 진행하는 일은 디자인기업으로서 흔히 있는 일인가? 이렇게 장기화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경우 장점은 무엇인가?

장기적으로 기업의 브랜드를 디자인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브랜드 매니지먼트를 할 수 있는 전문가는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이 영역에 속한 대부분이 광고 쪽 전문가들이다. 하지만 트렌드를 내세우는 광고와 브랜드 매니지먼트는 엄밀히 봤을 때 분명 다른 영역이다. 한 기업의 브랜드가 일관성을 유지한 채 계속해서 장기적으로 발전시키려는 시도는 브랜드 매니징의 영역이다.
현대카드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회사들은 아이덴티티를 제작해 결과물을 전달하면, 다음해에 바뀌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장 큰 이유는 실무자, 혹은 담당 임원이 계속 변경되고 이 담당자들 또한 브랜드 전문가가 아닌 PR / 마케터가 대부분이기에 같은 모습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기업의 타입페이스나 서체가 쓰임을 다하지 못하고 다른 영역에서 무분별하게 활용되는 것을 목격하면, 디자인 에이전시의 입장에서는 클라이언트가 본인들의 자산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에 안타까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디자인 에이전시 입장에서는 장기 프로젝트의 경우, 회사 운영이 안정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새로운 매체, 다른 형태의 서비스 비주얼을 필요로 할 때, 장기적으로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기반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어렵지 않게 비슷한 룩으로 표현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인하우스 에이전시들도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진행된 경우가 있었어도 이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평가 받는 사례는 많지 않다는 점이다.  

Jungle : 매번 주목할 만한 디자인 결과물을 내는 디자인 기업 토탈임팩트의 원칙과 경영방침은? 토탈임팩트는 인문학에 기반을 둔 인재를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같은 방식이 결과물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원칙을 만드는가?

자신이 주도적으로 디자인을 진행할 때 그게 누가 됐든, 자신의 로직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즉 디자인 결과물이 나오게 된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JTBC CI 작업 같은 경우, 무지개컬러는 ‘다채로운 생활’, ‘당신에게 컬러링한다’는 채널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인문학에 기반을 둔 인재라면, 혹여 발생할 수 있는 이 같은 디자인 로직에 적합한 답을 전할 수 있는 디자이너로 성장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즉 우리가 강조하는 로지컬 크리에이티브(Logical Creative)라 함은 감성적인 것과 이성적인 부분이 절묘하게 결합되어야 하는데, 이 같은 기반이 되는 것은 인문학의 소양이 기본이라 생각한다.

또한 같이 일하는 식구들을 채용할 때 많은 경력을 가진 디자이너를 채용하지 않는다.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것이 맞다고 여긴다. 나 역시 토탈임팩트 설립 초기 차장으로 입사했고, 실장 거쳐 이사에서 현재 부사장까지 오게 됐다. 별도의 기획팀이 없는 것도 우리의 업무 특성 중 하나다. 초기 콘셉트를 기획팀에서 잡고 디자이너가 그 디자인을 완성하는 것은 일반적인 디자인 방식이다. 허나 그 과정에서 기획의도가 완벽하게 전달되지 않을뿐더러, 디자이너가 그 기획에 대한 맞는지 아닌지에 대한 갈등을 시작하면서부터 디자인의 방향은 애매해지기 시작했다. 따라서 토탈임팩트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방법으로 초기 기획 단계인 브레인스토밍, 스케치 등을 포함해 모든 과정을 디자이너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Jungle : 디자이너에게는 자신의 기량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이 방식이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 아마 본인 스스로는 엄청나게 힘들지 않을까. 다른 회사와 비교했을 때 더 힘들 수 있다. 토탈임팩트 설립 멤버인 오영식, 차재국, 신문용은 20년 전부터 같은 직장과 업무의 접점을 가지고 알아왔던 사이이고, 함께 일을 한 것도 꽤 오랜기간 이었다. 각 분야의 전문가 세 명이 한 회사에 모여 20여년간 인연을 가지고 디자이너로 함께 일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에 이 같은 중심축이 형성되어 있다는 것은 회사를 놓고 봤을 때 확실한 강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Jungle : 브랜드 전문가를 목표로 하는 디자이너들은 무엇을 알아야 할까?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은 기획팀에서 브랜딩을 진행한다. 이 같은 버벌적(verbal)인 방식은 한계가 될 수밖에 없다. 비주얼적 부분이 부족하면 결론적으로 최종결과물까지 순탄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 디자이너라면, 이상적인 목표를 세울 것이 아니라 현재 속해 있는 영역에서 최선의 작업을 하고, 자신의 디자인에 대한 타당성을 찾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설득’이 아닌 디자인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우리 모두는 꿈을 위해 달려가야 하지만, 이상적인 생각들에 앞서 우선 현재에 충실해야 가능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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