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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국내 최초의 CI전문회사 CDR Associates의 김성천 대표

2005-05-04


우리나라의 CI(Corporate Identity) 역사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는가?
지난 30여 년간 국내 CI 시장을 선도해온 기업으로 우리나라에 아이덴티티 디자인의 개념을 최초로 소개, 도입하여 국내 디자인 문화 발전에 선구적 역할을 수행한 디자인회사는?
바로 CDR Associates(http://www.cdr.co.kr) 이다.
1973년 조영제 디자인연구소로 시작한 CDR어소시에이츠는 1974년에 백설표 및 동양맥주 CI를 통해 한국 기업에 최초로 아이덴티티 디자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후 캐릭터와 심볼을 연계한 최초의 아이덴티티 시스템(국민은행), 최초의 워드마크 CI(기아자동차) 등 국내 CI/BI의 역사를 선도해왔으며,
청계천, 군포시, 동아일보, 데이콤, 사이버빌리지, 코리아닷컴, OK캐시백 등 다양한 분야의 CI/BI, 패키지디자인, 네이밍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성장가도를 달려온 장수기업이다.

1995년 현 CDR어소시에이츠의 대표인 김성천 대표가 취임한 이후 CDR은 개인회사가 아닌 디자인전문기업으로서 거듭나게 되었으며,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루어 낸 대표적인 사례로 기억되고 있다.
지난 30년 간 수많은 CI전문회사가 생겨났지만 국내 최초 CI전문회사로서의 입지를 여전히 탄탄하게 구축해가고 있는 CDR어소시에이츠의 김성천 대표를 만나 보았다.

취재 | 박현영 기자 (maria@yoondesign.co.kr)

너무나 바쁜 김성천 대표를 만나기 위해서 월요일 아침부터 CDR어소시에이츠로 출근을 했다.
1시간 남짓한 인터뷰 시간 동안 김대표에게서 많은 것을 얻어야 했기 때문에 인터뷰 시작부터 마음이 조급해졌다.
인터뷰 중에 디자인 분야의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 즉 디자인 업계와 현실을 정확히 꽤뚫고 있는 김대표의 언변이 범상치 않다 싶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국민대, 서울대, 명지대의 출강을 비롯해 작년에는 한양대학교 디자인대학의 겸임교수를 역임한 바 있었던 것.
김대표와의 대화를 거듭할수록 국내 CI/BI 디자인의 중심에서 선 기업의 대표로서 거시적인 안목을 지니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희망하는 것과 현실은 분명히 차이를 지니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을 하지만 그것을 일종의 유희로 접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일’이기 때문.
뿐만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목표와 현실은 더욱 다르다.
디자이너의 꿈과 디자인 현실의 차이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한 차이(gap)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바로 CDR어소시에이츠의 노력이기도 하다.



Jungle : CDR의 기업적 이념이나 슬로건은 무엇인가?

CDR 이름 자체가 슬로건이다.
“Coordinating Dreams & Reality”
늘 이상과 현실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목표인데, 이상과 현실의 갭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회사만 잘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 전체가 고루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업이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가 않다.

Jungle : 그 동안 CDR의 포트폴리오를 보더라도 '대한주택공사'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외환은행' '연합뉴스 ' '동아일보' 등 공공기관을 비롯한 대기업들의 CI와 'OK캐시백' 'ART BOX' '놀부' 'Digital LG' '해피랜드' 등 수많은 히트브랜드를 탄생시켰다.
지난해는 어떠한 성과가 있었으며, 올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가장 큰 CI프로젝트는 기아자동차 리뉴얼이었다. 기아자동차와는 총 3번의 리뉴얼을 담당했을 정도로 오랜 파트너쉽을 유지하고 있다.
이밖에 태진미디어(TJ media)의 질러벨 BI, 교통방송(TBS) 등이 있으며, 청계천과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오픈된다. 그리고 몇 일 전에 서울특별시 지하철공사를 수주했다.

Jungle : 국내 CI 변천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지난 30년간의 작업물들을 돌아볼 때 CDR의 CI/BI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CI가 어떻게 변화되었다고 생각하는가?

예전에는 CI가 기업문화중심에서 점차 커뮤니케이션, 즉 하나의 브랜드 개념으로 바뀌었다.
아이덴티티가 전반적인 문화나 조직을 상대하던 것에서 소비자의 기호나 트렌드에 연결되는 것.
그렇기 때문에 마케팅적인 요소라던가, 리서치와 같은 현장감 있는 분석 등이 디자이너에게 더욱 요구되고 있다.
단순히 아웃풋만을 내는 디자인이 아닌 디자인 컨설팅으로의 변화인 것이다.

1973년 조영제 디자인 연구소로 시작한 CDR어소시에이츠는 지난 1995년부터 김성천 대표의 취임으로
개인회사가 아닌 디자인전문기업으로서의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루어내었다.
CDR의 문제이자 전반적인 디자인 회사의 문제이기도 했던 것이 바로 창립자의 디자인 수명에 따른 기업의 수명이 정해지는 것. 즉, 개인 디자이너의 기복에 따른 회사의 변화가 국내 디자인 업계가 처한 현실이기도 했다.
당시 설립자였던 조영제 교수도 이러한 변화가 필요한 시기를 공감하여 회사 자체를 살리고자 세대교체를 시도했다. 90년 대 이전의 독주에서 갈수록 심화되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Jungle : 김성천 대표는 실무형 CEO 같은데…직접 어느 부분까지 진행하고 있는가?

영업, 기획, 관리, 그리고 제작까지 거의 모든 영역을 다한다고 보면 된다.


Jungle : 직원수는?
현재 스무명 정도 되고, 연계 회사까지 합하면 40여 명 정도 된다.


Jungle : 연간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수는?
CI프로젝트만 해도 연간 30여 개를 진행하고 있다.
이전에 컴퓨터가 도입되기 전 80년대 중반부터 말까지는 연간 프로젝트가 3개-6개 정도였다.
완전 수작업으로 10개 미만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것.
그에 비하면 지금은 3-4배 증가한 셈이다.

디자인 분야가 디자인 산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한 김성천 대표는 산업이라는 것은 그 자체가 결과물을 내고 그것에 따라 이익창출이 될 수 있어야 하는데
디자인이라는 것은 산업자체에 전반적으로 퍼져있지만 그것 자체로 결과물을 낼 수 없다는 것이다.

Jungle : 참여정부의 디자인 진흥을 위한 최근의 노력들이 디자인 회사의 CEO로서 어떻게 체감하고 있는가?

정부가 잘해서 산업이 발달하고 경제가 좋아지면 디자인도 따라서 발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최근 경제 자체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디자이너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정부는 자생력 있는 중소기업을 육성하여 체계적인 기업화를 이룰 것인지, 디자인 인력들이 고루 발전해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정부의 정책이 아쉬운 부분이 많다.
규모적으로 다른 분야에 비해 다소 열악한 디자인 회사들이 세계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디자인 단가도 점차 낮아지고 경쟁은 심화되고 있어서 회사를 유지하기도 벅찬 실정이다.
무형의 가치를 생산해내는 디자인이 본질의 가치로서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용역업으로 인식되어 있는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가 디자인회사가 고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디자인 자체의 특수성을 고려한 평가기준이나 임금기준이 전혀 없는 현실에서 그런 부분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생업을 포기하고 뛰어들어야 하는 실정이며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다소 폐쇄적인 디자이너들도 아쉬운 부분이다.

현 CDR어소시에이츠의 대표이자 작년까지 한양대 겸임교수를, 현재는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VIDAK) 아이덴티티 분과이사, 디자인전문회사협회(KADFA) 부회장이기도 한 김성천 대표는 머리를 자를 30분의 정신적 여유조차 없다고 말할 정도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아서 디자인 공부를 시작했고, 그리고 디자이너가 되었다고 평범(?)하게 말하는 그가 지금의 자리에 서 있을 수 있게 된 것은 그만큼의 노력과 디자인의 가치 창조를 위해 숨가쁘게 달려왔기 때문이다.

'이것'만큼은 검소, 절약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먹는 것’이라며 웃음짓는다.
그러나 곧 진지하게 ‘경험’이라고 말한다.
디자이너는 경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산업 전반에 널리 퍼져 있는 디자인은 모든 것을 연결시킬 수 있는, 즉 통합시킬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는 이러한 통합 능력을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한다. 무엇이 맛있고 무엇이 좋은지 알아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30년의 역사를 뛰어넘어 100년이 지난 후에도 한국디자인계에 꾸준한 역사로 존재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는 김성천 대표.
독주나 주도가 아닌 함께 하는 기업으로서 CDR의 빛나는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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