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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우리 만남은 빙글빙글, 돌고

2011-06-16


요즘, K-pop이 세계적인 대세란다. 드골 공항에 들어선 동방신기와 소녀시대에 자지러지는 프랑스의 소녀들을 보면 이게 마냥 빈 말만은 아닌 듯싶다. TV와 신문에서는 연일 ‘K-pop, 이렇게 뜰 줄 알았다’식의 자위성 기사가 쉼 없이 흘러나온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K-pop은 원래 좋았다. 굳이 쎄시봉까지 거슬러가지 않더라도 8, 90년대 사람들을 사로 잡았던 명곡들을 떠올려 보라. 그 중 찰랑찰랑한 단발머리를 흔들며 춤을 추던 한 사람, 그리고 그녀의 노래 ‘빙글빙글’을 기억하는가? 가수 나미의 불후의 명곡 ‘빙글빙글’이 일렉트로닉 유닛 ‘하우스룰즈’의 리더 ‘서로’와 팝 아티스트 ‘강영민’ 그리고 ‘마리킴’에 의해 재해석되었다.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Jungle : 제일 궁금한 것은 이 콜라보레이션이 어떻게 이루어지게 된 건지다.

강영민(이하 강)_ 원래 하우스룰즈의 팬이었다. 그러다가 아는 사람의 소개로 서로씨를 만나게 되어서 같이 재미있는 걸 해보자고 제안을 한 적이 있다. 그 이후 서로씨에게 연락이 왔다. 솔로 앨범을 만드니까 함께 작업하자고. 전에 애니메이션을 몇 개 보내준 적이 있었는데 그걸 그냥 쓰는 건 어떻겠냐고 했다.

서로(이하 서)_ 제가 먼저 그 작품을 쓰자고 했다. 영민씨가 승낙을 하고 함께 하게 되었다.

Jungle : 원래 마리킴씨와 강영민씨는 친분이 있었나?

강_ 작업실이 바로 옆이다. 장흥 아뜰리에 레지던시에 입주해 있는데 바로 옆 방이다. 우리 둘도 함께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내가 팝아트 1세대 작가이고 마리킴씨가 2세대 작가이다. 우리끼리 뭔가 재미있는 걸 해보자고 했는데 마침 서로씨에게서 제안이 왔다. 거기에 마리킴씨를 꼬셔내 끼운 거지.

Jungle : 개성이 강한 세 사람이 함께 작업을 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염두에 뒀던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서_ 하우스룰즈로 계속 앨범을 내다가 처음으로 개인앨범을 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까 그 전에 하지 않았던 것을 하고 싶었다. 영민씨의 작품 ‘조는 하트’를 보고서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고 그런 영상을 뮤직비디오로 활용하면 어떨까 싶었다. 거창하게 진행했던 것 보다는 편안하고 부담 없이 했던 것 같다.

강_ 자연스러운 게 제일 중요하다. 비즈니스 관계가 아닌데 재미있는 게 당연하지 않나? 일이야 재미없어도 해야 하지만 이런 작업은 재미없으면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서로 재미를 계속 유지하려면 주고 받고를 잘 해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처음에 카톡을 많이 했지 않나? 아이디어 있으면 서로 날려주고.

서_ 예전에 하우스룰즈 앨범 자켓 작업을 다른 작가님과 함께 진행한 적이 있다. 그 때는 처음부터 그 앨범 주제를 공유하고 거기에 맞춰 그림을 그린 거다. 앞으로도 그런 식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 우연찮게 영민씨 영상을 보게 되면서 작업을 결심하게 되었다. 이번 경우엔 기존에 하셨던 작품들을 활용해서 진행했는데 여러모로 잘 매치가 된 것 같다.

Jungle : 새로 작업한 것이 아니고?

강_ 새로 하긴 했는데 기존의 것들을 많이 샘플링 했다. 서로는 그 전부터 다양한 씬에서 피처링도 많이 하고 주위에 미술하는 친구도 많다. 그래서 이런 작업에 익숙하다. 요즘 기획사를 통해 만들어진 가수들이 많지 않나? 하지만 서로는 인디시스템으로 작업을 해왔다. 자기가 자기의 영역을 계속 개척해온 거다. 인디씬이 홍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웃음). 그래서 이런 자유로운 작업에 많이 열려있는 편이다.

Jungle : 작업은 실제로 재미있었나?

마리킴(이하 마)_ 저는 제가 일하러 오는 줄 몰랐다. 놀러 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웃음).

Jungle : 개성이 강한 분들인데 서로 부딪히고 그런 부분들은 없었나?

강_ 작업하면서 싸우는 이유는 너무 친해서이다(웃음). 작업으로 만나서 작업을 해야 하는데 사람끼리 만나면 싸우는 거지

Jungle : 인터뷰 전에 이번에 함께 작업하신 영상을 봤다. ‘빙글빙글’과 ‘센티멘털’. 서로씨가 작업하신 음악도 너무 좋았고 영상도 재미있었다. 보도자료를 보니 ‘빙글빙글’과 ‘남북통일’을 한 궤에서 해석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이유로 그런 발상을 하셨는지?

서_ 이번 앨범 부제가 ‘뉴 빈티지’이다. 음악적으로 옛날의 빈티지와 요즘의 빈티지를 혼합해서 저만의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옛날 음악을 샘플링 해서 요즘의 일렉트로닉한 음악으로 만든다면 ‘뉴 빈티지’라는 느낌이랑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그 중 ‘빙글빙글’에는 어떤 식으로 영상을 넣어야 할까 고민하던 와중에 영민씨의 태극기라는 작품을 알게 되었다. 그 작품이 너무 재미 있어서 거기에서부터 출발했고, 함께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저런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 중 남북관계에 대한 메시지도 있다고 봤다.

강_ 그 노래 자체가 시대의 명곡이다. 80년대에는 정말 인간이 만든 것 같지 않은 노래들이 많이 나왔었다. 그 대표적인 곡 중 하나가 나미씨의 ‘빙글빙글’이고. 그 가사 보셨나?

Jungle : 어릴 때 그 노래를 좋아했다.

강_ 요새 어떤 영화 때문에 그 노래가 떴다. 그 곡은 단순한 댄스 음악이 아니다. 가사가 상당히 심오하다. 그런 매력 때문에 서로도 그 곡을 택했을 거다.

서_ 오리지널 음원을 그대로 쓴 건 처음이다.

Jungle : 그 곡을 다른 누군가가 다시 부른 거라고 생각했다.

강_ ‘빙글빙글’이 몇 번 리메이크되긴 했는데 서로처럼 오리지널 음원을 샘플링해 작업한 건 처음 일 거다.

서_ 작업하는 과정에서 목소리의 피치를 낮춰서 약간 로우 톤으로 가공했다. 샘플링이라는 기술 자체가 최근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원래도 샘플링이라는 기법이 있긴 했지만 목소리와 반주까지 통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들어서야 오리지널 음원에서 목소리만 남기고 나머지는 제거하는 기술이 가능하게 된 거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다른 기술들이 나오겠지만 저로썬 지금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전자음악을 했다고 생각한다.

강_ 매력을 넘어 마력이 있는 음악을 서로가 샘플링해서 소위 말하는 ‘새끈한 요즘 음악’을 만든 거다. 연인간의 갈등을 이야기하는 가사인데 태극기도 나오겠다, 이것을 남북관계로 해석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Jungle : 작업을 보면서 강영민 작가님이 정치적인 분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강_ 남북관계라는 것을 정치적으로만 읽을 필요가 없다고 본다. 사실은 비 정치적인 거다.

Jungle :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강_ 그렇다. 남과 북은 어딘가에 떠있는 비실체적인 존재가 아니다. 남과 북의 구성원도 다 사람이다. 그냥 남자, 여자 관계일 수도 있다는 거지. 나는 모든 관계의 기본이 남녀 관계라 본다.

Jungle : 개인적으로 예전 음악 중에 좋아하는 곡이 김완선의 ‘이젠 잊기로 해요’이다. 서로씨의 ‘빙글빙글’을 듣고 그 곡을 다시 리메이크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강_ 그게 이런 작업의 매력이다. 기능이고. 이런 작업을 하다 보면 후배들이나 동료들도 작업을 따라가게 되어있다. 저희가 70년대 생들이다. 지금 힘을 가진 사람들 보다 우리가 살 날이 더 많다는 거다. 그렇다면 남북관계도 새롭게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너무 정치적인 것에서 벗어나 비정치적으로, 혹은 문화적으로 풀어야 한다. 우리는 팝적으로 푼 거고. 각자의 영역에서 풀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남북 긴장 관계가 의외로 섹시하다고 본다. 너무 평화로우면 매력이 없다. 그냥 그러다 끝나는 거지. 그러기 위해 마리킴의 소녀 캐릭터를 가지고 온 거다.

Jungle : 뮤비 마지막쯤에 등장하는 마리킴씨의 작업을 보면서 단순히 소녀가 소녀의 손을 잡고 서 있다는 느낌 보다는 왠지 모르게 섹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_ 원래 우리나라가 하나이지 않나. 그러다 갈라진 거고. 뮤비의 소녀들도 얼굴이 똑같다. 가슴에 다른 국기만 달았을 뿐. 그런 소녀들이 과하게 붙어서 손을 잡고 있다. 이른바 ‘샴 쌍둥이’인 거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 ‘샤이닝’을 보면 똑같이 소녀 쌍둥이가 나온다. 하나가 둘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두 개의 몸인데 얼굴은 똑같다. 나는 그 소녀들을 그냥 하나로 보고 싶었다.

Jungle : 샤이닝 얘기 나오니까 갑자기 괴기스러운 코드로 읽히기도 한다(웃음).

마_ 제 그림이 원래 좀 괴기스럽다(웃음).

Jungle : 이런 작업은 각자의 작업을 좋아하지 않으면 정말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 생각하는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서_ 저는 이 전에 마리킴씨를 잘 몰랐다. 작업하면서 알게 되었지. 그림 처음 봤을 때 ‘굉장히 나랑 비슷한 부분이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극적이고 인상이 깊었다. 강영민씨 같은 경우엔 그림이 굉장히 귀여웠다. 참, 뭐라고 해야 할까 굉장히 특이한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_ 나는 원래 시부야쪽 음악을 좋아한다. 다아시댄스나 프리템포 같은. 처음 하우스룰즈 음악을 듣고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에 이런 음악이 있나 싶어서. 처음 작업제의가 들어왔을 때 선뜻 하겠다고 했다. 음악 하는 분들이랑 콜라보레이션 하는 건 처음이다. 강영민 선생님은 제 앞방 분이신데 처음에 점을 봐주셨다(웃음). 원래 아티스트들이 자기 분야밖에 모르고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데 선생님은 정말 아는 것도 많으시고 너무 재미있는 거다. 내가 원래 아는 게 많은 사람을 좋아한다. 그러다가 휘말리기 시작한 거지(웃음). 알고 지내는 아티스트들이 많은 편인데 이렇게 코드가 맞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강_ 서로의 음악은 스타일리시하다. 저 같은 경우는 혼자 그림을 그리니까 많이 외로움을 타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까 혼자 술 먹고, 그러다 보니까 센 술을 먹고, 그러다 보니까 자꾸 어두워지고 그랬다(웃음). 서로의 음악 같이 반짝거리면서 스타일리시한 음악을 들어야겠다 했는데 더 괴로워지는 거다. 난 이런 음악을 들으면서 왜 이러고 있나 싶어서(웃음). 서로가 작업하는 모습을 보면서 준비된 아티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르네상스적인 아티스트라는 생각? 마리킴 작가 경우엔 그 작업 자체를 많이 좋아했다. 한국 미술 씬에서는 흔치 않은 작업이다.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앞으로 굉장히 잘 될 것 같아서 무조건 여기 묻어가야겠다 생각했다(웃음).
조금 진지한 질문이다. 두 분은 팝아트를 하시는 작가님들이시고 하우스룰즈의 음악은 상대적으로 매니악한 음악이다. 두 개의 장르가 모두 대중을 지향하지만 묘하게 괴리된 느낌인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

마_ 어려워야 미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 비싼 것만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지적 허영을 책임져주지 못하니까 고상해 보이지 않는 거지. 팝아트는 다른 미술 장르보다 상대적으로 쉽다. 그래서 오히려 더 대중적이지 못한 건지도 모르겠다.

서_ 대중음악 작곡가로 활동한 적이 있다. 작업을 하면서 대중을 위한 감성을 만드는 것이 더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감성에 맞춰 작업하면 그 작업 자체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마_ 서로씨는 대중들을 위해 음악을 만들기 보다는 본인의 음악을 좋아해줄 사람을 미리 정하는 것 같다.

Jungle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마_ 지금은 모 소속사의 아이돌과 함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드러낼 단계는 아니어서 여기까지만.

서_ 원래 소속 그룹인 하우스룰즈 앨범이 나올 예정이다. 꾸준히 개인적인 앨범 작업도 함께 할 예정이고.

강_ 이번 작업은 정말 순수하게 진행되었다. 그래서 약간의 아마추어리즘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팝 아티스트들도 더 많아지고 서로 같은 뮤지션도 더 많아져서 이들이 씬이 되고 무브먼트가 되면 대형기업, 그러니까 순수하지 않은 사람들도 생존을 위해서 콜라보레이션을 해야 할 거다. 그 때 각 분야의 창작자들이 문화저변에서 더 많은 활동을 해야 할 거다. 물론 현재도 기업과 작가들의 작업들이 많이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그건 기업이 아티스트를 소비하는 행위인 경우가 많다. 일종의 용역을 주듯이. 그 기업의 브랜드나 프로덕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즐거운 자본주의 문화를 만들고 싶다. 비즈니스가 먼저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이 먼저 들어가는 문화, 그런 게 원래 맞는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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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잡지디자이너 과심은 여러분야에 관심은 많으나 노력은 부족함 디자인계에 정보를 알고싶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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