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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사)서울와우책문화예술센터 이채관 대표 인터뷰

2011-09-23


파란 하늘 아래, 선선해진 바람이 분다. 책 한 권의 여유가 생각나게 하는 책바람이다. 제 7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을 맞아 이 책바람은 홍대를 향하고 있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이한 국내 유일의 북 페스티벌인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은 출판사와 작가, 아티스트, 시민단체들이 함께 책을 매개로 한 다양한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자리다. 올해는 ‘책에 취하다’라는 주제 아래 9월 28일부터 10월 3일까지 홍대 주차장거리와 갤러리, 북카페 등에서 개최된다. 일찍이 책에 취해, 책을 즐길 수 있는 문화 요소로 승화시킨 (사)서울와우책문화예술센터의 이채관 대표를 만났다. 책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그에게서도 책 향기가 났다.

에디터 | 최동은(dechoi@jungle.co.kr)
자료제공 | (사)서울와우책문화예술센터

Jungle : 올해로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이하 와우북)이 7회를 맞았습니다. 처음 시작하실 때 이 행사가 이렇게 오래 지속되리라고 예상을 하셨나요?

누구나 처음에는 다 잘되길 원하겠죠. 문화 산업 종사자들 사이에서 ‘페스티벌은 1회를 넘기기가 가장 어렵다’, ‘명확한 색깔이 없으면 페스티벌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이야기들을 합니다. 저희도 처음에 그런 두려움들을 갖고 있었습니다만, 많은 사람들의 도움 덕분에 세월이 가면서 매년 으레 열리는 축제,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는 축제가 된 것 같아요. 자랑스럽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더 잘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Jungle : 사실 책을 읽는 행위는 정적이고, 페스티벌이란 단어의 어감은 동적입니다. 안 어울릴 것 같은 이 둘을 조합해서 새로운 유형의 페스티벌을 만들게 되신 계기는 무엇입니까?

일단 책의 이미지를 깨보고 싶었습니다. 책이라고 하면 엄숙하고, 재미없고, 우울한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왠지 고리타분할 것 같고요. 사람들이 책을 다르게 인식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페스티벌이라는 형태가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이용한 전시, 공연, 대담 등을 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이기 시작했죠. 매년 와우북에서는 70개 정도의 프로그램들이 진행됩니다. 다른 말로 하면, 책을 다르게 이해하는 방법 70가지를 소개한다는 거에요. 실제로 책 놀이터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아이들이 책을 정말로 놀이로 인식하고 즐거워합니다.
또 책이 가지는 컨텐츠적인 매력에도 주목했습니다.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서울국제도서전이라는 북페어가 있었는데요. 이 도서전은 출판 라이센싱을 하는 행사로 출판계에서는 가장 큰 행사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시장에서 소비되는 상품으로서 책을 보는 것이 아니라 21세기 문화 산업의 밑바탕이 되는 재료로써 책을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최근 개봉한 <마당을 나온 암탉>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책에서 나온 탄탄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한 것이잖아요. 관객이 200만명이 넘었다고 하는데, 국내 애니메이션계에서는 전후무후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례처럼 다양한 장르로 변용될 수 있는 책의 매력을 재해석해보고 싶었습니다.


Jungle : 와우북을 진행하시면서 대표님이 책을 즐기는 방법도 변하셨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이야기로 즐거워하셨다면 요즘은 이 책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일반적인 독서할 때와는 다른 많은 생각들이 동시에 드실 것 같은데요.

개인적으로는 텍스트만으로도 책을 즐기죠. 하지만 축제 기획자로서는 이 좋은 이야기를 어떻게 대중들에게 더 재미있게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들을 계속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사회적으로 확장이 되어 책을 달리 보는 시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요. 실제로 와우북에서 진행한 프로그램을 보고 어린이 도서관에서 벤치마킹을 하기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희가 책 문화프로그램의 저장고가 되어서 서점, 도서관 등 책을 다루는 많은 시설들과 이런 좋은 프로그램을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Jungle : 처음 와우북이 열렸을 때와 지금 달라진 점은 무엇입니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처음의 취지와 포부, 지향하는 가치 등은 그대로인데요. 아무래도 달라진 것이 있다면 참여하는 사람들 층이 많이 달라졌죠. 예전에는 홍대 앞 문화를 이루는 20~3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주요 참가자들이었다면, 점점 해를 거듭하면서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많이 늘고 있습니다. 또 고무적인 측면은 매니아 층이 생긴 것인데요. 매년 지방에서부터 트렁크를 갖고 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첫 해에 왔다가 책이 무거워서 많이 힘들었던 거죠. 그 이후부터 이 분들은 여행용 트렁크에 책을 담아 가지고 다니면서 페스티벌 기간 동안 홍대 문화와 책문화를 즐기다가 돌아갑니다.
이렇게 저희를 응원하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참여하는 출판사도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첫해에는 50여개의 출판사들이 참여했는데, 지금은 100여개의 출판사들이 함께 와우북을 만들어가고 있죠. 또 2010년에 서울형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되면서 조직도 많이 안정화가 되었고요. 이제는 와우북페스티벌을 국제적인 행사로 성장시키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아직 해외와 적극적으로 교류를 하고 있진 않지만,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Jungle : 출판사들에게 와우북페스티벌은 어떤 의미일까요?

저희는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독자들과 대면하고, 직접 그들의 반응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보통 책은 서점을 통해 유통되기 때문에 책을 사는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할 기회가 없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와우북을 통해 출판사 마케터, 편집자 등이 독자를 직접 만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와우북을 통해 출판사의 좋은 콘텐츠들을 문화 프로그램으로 구성해서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도 있고요. 또 와우북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책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고 새롭게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수익면에서도 물론이고요.



Jungle : 올해 와우북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입니까?

올해는 스페셜 섹션으로 만화 섹션을 마련했습니다. 매년 저희가 특별 세션을 준비하는데 지난해의 전자책에 이어 올해는 만화를 주목해보려 합니다. 요즘 출판은 텍스트뿐만이 아니라 이미지, 일러스트나 디자인, 사진이 결합되는 추세이지 않습니까? 이런 트렌드와 부합하고, 또 만화가 가지는 힘을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그렇게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만화가들이 갖고 있는 생각과 고민,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저는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우리 옛적시절에는 만화 보면 바보된다고 보지 말라고 했었거든요. 만화는 재미있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개인사의 소소로운 이야기들까지 있거든요. 출판계에서 중요한 컨텐츠로 이해되어야 하는데도 여전히 만화 산업은 힘들고, 사회적으로 중요한 장르로 자리매김되고 있지 않죠. 그렇게 큰 규모로 보여드릴 수는 없겠지만 최선을 다해 보여 드리고자 노력하고 싶습니다.


Jungle : 최근 읽고 계신 책은 무엇입니까?

이건범씨가 쓴 <내 청춘의 감옥> 이라는 책을 굉장히 재미있게 봤습니다. 이 분이 1980년대 학생 운동을 하면서 두 번 감옥에 들어갔는데, 그 속에서 청춘을 보내면서 겪은 이야기를 쓴 책이에요. 우리가 생각할 때 감옥 생활은 너무 우울하고 힘들 것 같잖아요? 하지만 작가는 감옥 안에서도 일상생활을 즐기기 위한 온갖 방법들을 생각하더라고요. 감옥 안의 이질적인 사람들끼리 모여 시간을 보내고, 삶을 공유하고 나누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데 굉장히 유쾌한 책입니다. 감옥이라는 낯설고 힘든 환경 속에서도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긍정성, 그 에너지가 굉장히 감명 깊었습니다. 추천해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Jungle : ‘와우북에 오면 이것만은 반드시 얻어갈 수 있다!’, 와우북의 최대 강점은 무엇입니까?

첫 번째로 100개의 출판사들이 만든 좋은 책들이 다 한 곳에 모인다, 그리고 이 책들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있고 책을 만든 사람과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죠. 그 다음으로는 많은 작가와 예술가들이 표현하는 각기 다른 책의 모습을 즐길 수 있겠고, 세 번째는 시원한 가을바람이 부는 홍대 앞의 밤거리를 책과 함께 즐긴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할까요? 와우북은 모든 프로그램이 무료니까 편히 오셔서 즐기다 가시면 됩니다.


Jungle : 대표님이 와우북페스티벌을 통해 꿈꾸는 세상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식상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출판 산업이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통해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으면 또 좋겠고요. 그리고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이 국제적인 행사로 성장해 외국에서 한국의 책의 힘을 보고 놀랐으면 좋겠습니다. 도서전의 형식이 아닌 북페스티벌로는 아마 와우북이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축제일겁니다. 이런 위상에 맞게 와우북이 점차 좋은 작가들과 책, 사람들이 모이는 즐거운 축제가 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서울와우북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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