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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머물고 싶은 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라

김은양 | 2007-08-28



중국은 2005년 12월 광고시장 개방과 함께 전 세계 광고회사들의 격전지가 되었다. 중국의 광고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으며 2010년 이내에 미국에 이어 세계2위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일부에서는 2008년 올림픽 전에 올라설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매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다이내믹한 광고시장에서 기아자동차 광고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광고기획자 신현백 씨를 만나보았다.


취재ㅣ 김은양(상하이 통신원)


한국에서는 주로 어떤 작업을 하였는가?
웰콤에서 광고를 시작했다. 르노삼성자동차 SM5, SM7, 카스맥주 광고작업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후 회사를 옮기면서 아이파크, 한국증권, 바디샵 같은 광고를 했었다.


한국에서 자리잡고 있다가 중국 행을 결심한 계기가 있었을 것 같다.
솔직히 한국에서 일하면서도 중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 했다. ‘중국에서 일하고 싶다’가 아니라 그냥 학교 다닐 때 중국에서 두어 달씩 머물면서 먹었던 5위안짜리 국수나 양꼬치가 먹고 싶다거나 중국 담배가 피우고 싶다거나 그런 단순한 그리움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광고장이가 휴가가 있다고 떠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 정도 시간을 내고 싶어도 도저히 기회가 없더라. 또 막상 갈까 하다가도 5, 6일 있을 걸 뭐 하러 가나 싶기도 해서 못 갔었다.
그런데 중국 광고시장이 무서울 정도로 성장하고 있고 시장이 전면 개방되고… 뭐 이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니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중국에서 나더러 오라고 ‘전면 개방’까지 한다는데 내가 이러고 있어서 되겠냐? 라는 생각이 들더라.(웃음)
 
그래도 가족들이나 주변에서는 멀쩡한 직장을 다니다가 중국에 가서 일한다고 해서 반대가 많았을 것 같다. 어떻게 설득했는가?
한국은 광고산업이 이미 어느 정도까지 성장한 상태이고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그렇다면 광고장이로서 연간 20%를 훌쩍 뛰어넘는 성장을 보이고 있는 중국 신흥 광고시장에서 한국형 커뮤니케이션 방법으로 광고시장을 선점할 수 있지 않겠느냐, 유명 한국 연예인들 데려다가 광고 찍는 것보다 한국형 커뮤니케이션으로 승부하는 것이 광고에서 한류가 아니겠느냐. 어마어마한 속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시장만이 세계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시장을 경험하게 해줄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했는데, 말하다보니까 나까지 동화되더라. 여기서 일 시작하면서 시행착오를 겪거나 힘들 때 버티는 힘이 돼준 것 같다.



어떤 중요한 목표로써 나침반 역할을 한 것 같다. 한국과 중국의 광고시장 자체가 많이 다르고 시장 규모 차이도 큰데 실무에서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한국에서는 광고기획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면 그에 따라서 홍보나 이벤트 같은 부분들이 강약을 조절하면서 진행되었는데, 중국은 지금 그 부분이 거의 같은 비중으로 진행된다. 광고 하면서 MPR(Marketing PR)을 계속하고 행사와 홍보 부분을 기획자가 일일이 조정해야 된다. 한국과 중국의 광고시장 규모는 차이가 크지만 광고의 성격이나 수준이 꼭 시장 규모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한국형 광고가 중국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시도되지 않았을 뿐, 광고시장 환경이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니다. 게다가 광고기획자는 소비자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해당 시장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중국과 한국이 전혀 다르진 않다.



중국 현지의 아트디렉팅 수준은 어떠한가?
중국의 아트디렉팅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수준이 낮다거나 높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다만, 광고시장이 넓고 회사가 많다보니 한심할 정도로 수준이 낮은 것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중국 광고산업이 1990년대 중반 들어서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으니, 지금까지 아트디렉팅 부분의 주요 인력은 타이완, 홍콩에서 거의 다 영입해 왔고 최근에서야 한국, 일본, 유럽 쪽에서 인력을 스카우트해 오는 경우도 많다. 수준을 높이기 위해 투자를 계속 하고 있다.


중국 광고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한다면?
일단 자기 분야에서의 능력이 제일 중요하다. 광고 아트디렉터라면 감각을 가져야 하고, 그 능력에 대한 자신감도 필요하다. 언어 문제는 그 다음이다. 언어는 본인이 가진 능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아트디렉터의 경우는 능력만 있다면 통역관을 붙여주기도 하고 어시스트해주는 경우도 많다. 업무 능력 다음은 중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중국을 좋아하고 머물고 싶어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머물고 싶은 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 그게 말처럼 쉽지 않더라.
한국의 디자이너나 아트디렉터들은 다른 나라보다 중국에 거의 진출하지 않은 편이다. 아무래도 ‘중국’과 ‘디자인’이 잘 연결되지 않지 않은가. 그런데 이미 발빠른 각국의 아트디렉터들은 상하이에서 자리를 잡고, 다양한 국적의 아트디렉터들과 자신의 능력을 겨뤄보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한국의 아트디렉터들에게도 ‘큰 물에서 노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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