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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순수를 마시다. ‘이노센트’

김지원 런던통신원 | 2008-10-07




런던에 머무는 이방인들은 흔히 영국 사람들은 이야기 하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낮에는 공원에서, 해질녘에는 카페나 펍 주변에서, 설령 자리가 없다 하더라도 선채로 한참을 이야기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 이러한 런더너들의 소박한 이야기들을 신선한 과일에 섞어 만든 이노센트(innocent)는 런던의 대표적인 음료 브랜드다. 이노센트만의 차별화된 스토리텔링 전략을 소개한다.



 


취재 ㅣ 김지원 런던통신원



 


1980년대 영국 젊은이들의 먹거리였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매개체였던 패스트푸드는 1990년대에 이르러 스타벅스를 비롯한 수 많은 커피 전문점들에게 그 자리를 내어 주어야만 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한 웰빙 트렌드는 보다 느리게 사는 법과 보다 건강하게 사는 법을 모색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사회 문화적인 환경의 반영으로 스무디(smoothie) , 무알콜, 무카페인 생과일 주스의 수요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약 5배 이상 증가하였고, 2010년이 되면 현재의 3배가 될 것으로 영국내의 마켓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차와 커피가 지니고 있는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비교해 대량생산을 전제로 하는 음료가 하위 문화로 여겨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노센트는 이러한 음료에 독자성을 부여하고, 가치 있고 의미 있는 대중 문화로 이끈 영국의 대표적인 음료 브랜드이다. 스무디 시장의 약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이 기업은 자연 친화적인 생산 방식과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은 제품을 통해서 음료의 이미지를 단순한 갈증 해소의 목적을 넘어 감성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거듭나고 있다.



 


열심히 그리고 바쁘게 일한 하루, 퇴근 무렵 힘겨운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 겨우 감자 샐러드 한 접시로 허기를 달래고, 또 다시 반복될 바쁜 아침을 기다린다. 이것이 이노센트라는 브랜드의 공동 창업을 결심한 세 친구가 느꼈던 런던의 삶이었다. 고단한 현대인들이 쉽게 행할 수 있는 건강 수칙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던 중 만들게 되었다는 스무디는 1998년 한 작은 음악 콘서트에서 시작되었다. “만일 우리가 회사의 이름을 이노센트라고 부른다면, 우리는 이름처럼 정직하고 순수해야 할 책임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라는 공동 창업자 리처드의 말처럼, 순수한 마음과 건강한 삶의 추구는 이 기업의 핵심 가치관이다. 어린 아이의 익살 맞은 얼굴 표정을 닮은 사과와 천사의 링(Halo)을 모티브로 표현한 로고타입은 이들의 경영 철학을 잘 묘사하고 있다.



도시의 젊은 직장인이 핵심 고객층임에도 불구하고 이노센트의 디자인은 도시적이거나 세련된 느낌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들의 장난감처럼 유치해 보이고 귀엽기까지 하다. 가지런히 놓여 있는 제품의 패키지를 보면 마치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엉뚱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늘어 놓는 것만 같다. 이러한 영국 디자인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발상과 유머, 그리고 재치 있는 표현이 친근하면서도 차별화된 감성 브랜드를 만들어 냈다. 무엇보다도 이와 같은 차별화가 과일 음료 시장 안에서 약 1.5배에서 2배 가량 되는 프리미엄 가격으로 판매됨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선두에 설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흰 배경에 로고만을 응용하여 간결하게 디자인된 패키지는 신선하고 순수한 정신을 상징함과 동시에 통합되고 일관된 디자인 브랜드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독특한 아이디어 보다 더욱 값진 것은 그것을 지켜나가기 위한 끊임 없는 노력일 것이다. 이노센트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복잡하거나, 아주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저 지나쳐 버리기 쉬운 일상의 작은 부분을 담아낸 것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상성이 담고 있는 삶의 작은 기쁨에서 행복은 시작된다. 그들의 브랜드 전략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소박하지만 세상을 꿈꾸는 저마다의 이야기들을 최대한 담아내려는 세심한 배려가 그것이다. 매 시즌 마다 행해지는 다양한 고객 참여 이벤트를 통한 이노센트의 스토리텔링은 현대 사회가 추구하는 참여와 개방의 정신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과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 형성에 의한 브랜드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2003년부터 시작된 ‘The big knit Campaign’을 통해서 모아진 기금은 현재까지 GBP370,000(원화 약 7억 원) 이상에 달한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상승함에 따라 기업들 역시 저마다 지속 가능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 놓는다. 이 기업 역시 100% 재활용 패트병을 사용하고 있으며, 고객들에게 구입한 제품의 패키지를 재활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고객들의 참여에 의해 만들어진 패키지의 다양한 재활용 디자인은 이노센트의 웹사이트(www.innocentdrinks.co.uk)에서 확인할 수가 있다.



이노센트는 노하우를 숨기지 않는다. <Innocent Smoothie Recipe Book>에는 스무디를 만드는 방법은 물론 스무디로 즐길 수 있는 갖가지 아이디어들이 풍성하게 담겨있다. 이와 같은 열린 사고와 정보의 공유가 브랜드에 대한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고유의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 재미있고 건강하게 살며 작은 즐거움을 발견하는 그들은 오늘도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


 


*참고 자료_ www.news.bbc.co.uk  “Sales of smoothies up five-fold”


www.innocentdrinks.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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