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컬쳐 | 월드리포트

도쿄에서 만나는 열린 예술공간, 디자인페스타

박현정 | 2010-11-12




가을 햇살이 따사롭던 11월 첫 주의 주말, 도쿄 오다이바에 위치한 도쿄 빅사이트에서는 제 32회 디자인페스타가 열렸다.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전시할 수 있는 심사 없는 디자인 페스티벌을 모토로 매년 2회씩 개최되는 디자인페스타는 올해로 벌써 그 횟수가 32회를 맞았다. 참가자들의 다양성과 열기는, 이 행사를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2회 디자인페스타에 참여한 아티스트들도 프로와 아마추어를 포함하여 세계 16개국, 8500, 전시된 부스의 수는 2850개에 달한다. 이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트 이벤트라는 말을 실감하게 했다. 전시 공간에는 일반 부스 이외에도 라이브 스테이지, 쇼 스페이스, 미니씨어터 등이 있어 영상과 공연 등에 특화된 구역도 찾아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세계 각국에서의 참가자가 늘고 있는 추세이지만, 특히 최근 그 수가 늘고 있는 한국인 참가자들의 다양한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왜 디자인페스타에 참가하게 되었는지, 그들이 참가한 제 32회 디자인페스타는 어떠했는지, 그 열기의 현장으로 달려가보자.


글│박현정 영상작가 (Kyoun.p@gmail.com)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2850개의 부스뿐 아니라 다양한 코스프레, 공연 등이 이루어지는 디자인페스타의 첫인상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것이었다. 입장하게 되면 우선 엄청난 규모에 놀라게 되고, 각 에어리어별로 나뉜 공간에 빼곡히 나뉜 부스들에, 그 부스들을 꽉 채운 참가자들의 열기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참가한 아티스트들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회화나 조각은 물론, 라이브페인팅, 패션, 악세서리, 각종 크래프트, 인형, 음악 공연, 행위 예술 등등, 그 범위는디자인이라는 말로 묶기에는 너무 넓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또한, 참가자들의 다양한 의상과 분위기도 행사를 돋보이게 하는 큰 특징인 것을 볼 수 있다.


그 중 한국인 참가자들 역시 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있었다. 개인 참가자와 그룹 참가자, 학생에서부터 직장인, 라이브 페인팅부터 일러스트, 패션, 크래프트에 이르기까지 자신만의 색깔을 뽐내는 아티스트들은 국적을 넘어 그들의 작품으로 여러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었다.





일본에서도 작품 활동을 하고 싶은 작가들에게는, 관객들의 반응과 시장조사를 한꺼번에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듯 했다. 이번 디자인페스타에 참가한 일러스트레이터 노영주씨 역시 그 중 한 사람이었다. 개성 뚜렷한 인물들이 그려져 있는 엽서와 여러 겹의 종이를 뚫어 만든 대형 동화책 등은 지나는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디자인페스타 후에 동경에서 개인전을 개최하기 전 홍보 차원에서 디자인페스타에 참여했다는 영주씨는, 디자인페스타의 아무 것도 없는 전시 환경이 처음에는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오히려 가벽이나 다른 도구들을 쓰지 않고 어떤 전시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인가에 고민하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는 말을 전했다. 이번이 5번째 참가라는 소미지씨는 라이브 페인팅 전시를 택해, 보기만 해도 즐거워지는 알록달록한 물감으로 열심히 하얀 벽을 채워나갔다. 그녀는 디자인페스타의 최대의 장점으로 무엇보다도 자신과 비슷한 작업을 하는 다양한 국적의 아티스트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을 꼽았다. 박스들과 플라스틱 바구니, 파란 비닐끈에 일러스트들을 전시한 일러스트레이터 권계희씨도 개인적으로 참가한 작가 중 한 명이었다. 귀여움과 재치가 엿보이는 소녀와 동물의 간결하고 독창적인 그녀의 일러스트 제품들을 일본 아주머니들이 특히 좋아해 주신다고 했다. 특히,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프리마켓이 특정한 계층에 한정되어 있지만,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즐기는 것이 디자인페스타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이라고 했다.



창작 활동을 즐기는 데에 나이는 별 상관이 없어 보인다. 특히 젊은 작가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디자인페스타가 가지고 있는 장점 중 하나이다. 앞서도 말했듯 한국에서는 이러한 아트 이벤트에 출품하는 연령대가 특히 낮기 때문인지, 전반적으로 참여한 한국 작가들은 젊은 작가들이 주로 많이 보였다. 그들만이 가질 수 있는 패기와 참신한 감각은 관람객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동서대학교 시각디자인과 3학년에 재학중인 세 명이 모여 만든 GAB은 그 중에서도 특히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들은 리사이클을 테마로 디자인 작업을 펼치고 있다. 세 명의 이름 이니셜을 따 만든 GAB이라는 이름에는, 갑과 을 중 갑이 되자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이름만큼 당차고 독립심이 강해 보이는 이 그룹의 전시는 쌀포대를 이용하여 만든 서류파일, 커피자루를 이용한 가방, 헌 넥타이를 이용한 브로치, 버려진 단추를 이용한 컵받침, 폐기된 의자를 이용해 만든 옷걸이 등 개성 있는 아이디어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디자인페스타 참가를 시작으로 부산 디자인 마켓 등에도 참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학기 중에 만든 작품들을 가지고 와서, 홍보를 목적으로 전시를 했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너무 좋아 판매할 작품이 없다는 행복한 투정을 하는 이들의 작품에서는,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던 한국 특유의 감성이 살아 있고, 버려진 것을 다듬어 새로운 것으로 만드는 창작의 즐거움을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이들이 가지고 있는 뚜렷한 컨셉과 디자인 능력, 패기와 열정은 어려움을 이겨내며 성장 해 나갈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여겨졌다. 이제 막 첫 걸음을 디딘 이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대학에서의 단체 팀 참가도 눈에 띄었다. 청강문화예술대학의 참가는, 수업에서 만든 학생들의 과제들을 공개하고 구매로까지 이어지는 첫 시도로, 앞으로도 계속 참여할 예정이라고 했다. 덕성여대의 부스에는 MCM에서 협찬 받은 가죽을 이용한 유니크한 악세서리와 디스플레이, 한글을 프린트 한 독특한 가방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학생들의 젊은 아이디어와 감각이 디자인페스타와 잘 맞물려 있는 듯 보였다.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은 힘들지만, 관람객들의 대화와 관심이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말하는 덕성여자대학교 디자인페스타 참가단 1기 대표의 말에서, 장기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와 포부가 엿보였다.



재일교포 두 명이 모여 만든 그룹도 있었다. 이번이 첫 전시라는 miryon & kikko 2년 전부터 한일교류를 목표로, 사이좋게 한복과 기모노를 나눠 입고 있는 캐릭터를 제작했다고 한다. 한복 뿐 아니라 민족의상에 관심이 많다는 김미령씨가 입고 있던 한복은 지나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환호할 정도로 인기였다.




작품을 통해 언어를 뛰어 넘는 소통을 하는 것도 좋지만, 언어의 장벽은 역시 참가자들이 느끼는 어려움 중 하나였다. 12지신을 캐릭터로 만들어 출품한 GRISAM의 카드와 문구류 등은 특유의 위트가 눈에 띄었고 완성도도 높았으나, 일본인 관객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행사의 특성상 100% 뉘앙스가 전달되지 않은 것이 안타까웠다.  kiwoomaru라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과 관련 캐릭터 상품을 제작하는 윤유선씨 역시, 동화책에 담긴 스토리보다는 비쥬얼적 요소가 강한 캐릭터 상품이 인기가 있다는 말을 전하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뜨거운 관심이 반갑고 고맙기는 하지만 판매까지 이루어지기가 어렵다는 것은 참가한 대부분의 아티스트가 호소한 문제점 중 하나였다. 한국 전통 기법으로 인쇄한 카드와 과일 카드를 전시, 인기를 끌었던 디자인 스튜디오인 studio heartz 역시,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전시를 바라는 것은 힘들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보러 온 관객보다 참가한 아티스트가 더 흥에 겨워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는 디자인페스타의 성격을 그대로 나타낸 의견을 전했다.


 


이 외에도, 특유의 위트가 담긴 마트로슈카, 동물을 캐릭터로 삼은 디자인 그룹의 GIANT STEP 전시, 따뜻한 감성의 일러스트 paco, 수준 높은 오더메이드 모자를 전시한 moza 등의 부스들도 한국 출전자의 다양성을 더했다.








디자인페스타는 요즘 세분화됨과 동시에 그 범위가 넓어 지고 있는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무거운 물음보다는 페스타라는 단어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전시라는 것은 전시의 질을 따지기 전에 창작활동에 관한 존중과 보다 열려 있는 장()을 마련한다는 점에 있어서 의미가 깊다. 나의 창작물을 다른 이들에게 자유롭게 보여주며 소통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은, 다양한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문화 사회, 선진 사회의 기본일 것이다. 아티스트들과 관람객 간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며 다같이 즐길 수 있는 엄청난 규모의 축제가 32회에 걸쳐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그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와 수요, 참가자들의 열기가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까운 동경에서 봄과 가을에 개최되는 디자인페스타에 관람객으로, 혹은 아티스트로 참여하게 된다면, 당신도 그들의 엄청난 에너지에 많은 자극이 될 것이다.


 


33회 디자인페스타는 2011 5 14일부터 15일까지, 도쿄 빅사이트에서 개최된다. 또한 하라주쿠에 있는 디자인페스타 갤러리에서도 매일 다채로운 작품들을 전시, 관람할 수 있다.


 


www.designfesta.com

 

facebook twitter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