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영 | 뉴욕 | 2012-11-05
아이들이 가진 순수함, 그 원초적인 상태로 돌아가 동화 같은 추상회화를 추구했던 파울 클레의 작품들을 동화 같은 도시,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났다. 표현주의 화파의 중 색채를 중시했던 청기사파의 회원이었으며, “색채와 나는 하나다” 라는 일념으로 일생 동안 파격적인 색채와 선을 사용하면서 대담한 페인팅을 했지만 순수함을 잊지 않았던 화가, 파울 클레의 일러스트 같은 회화를 소개한다.
글 | 박서영 뉴욕 통신원(luvseo@gmail.com)
미국의 동부와 서부를 추상회화에 비유해 본다면 동부는 차가운 추상의 몬드리안, 서부는 뜨거운 추상의 칸딘스키를 상기시킨다. 글로벌 시대, 세계는 하나라는 슬로건 아래 모든 것을 다 다 아우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각 지역에서만 풍기는 그들만의 특색까지 하나로 만들 수는 없는 것 같다. 이전까지는 서부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사실, 위의 비유들은 상상을 바탕으로 생각했던 것이지만 드디어 전시를 핑계로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할 기회를 잡았다.
뉴욕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지만 예술가의 도시답게 감성을 자극 하는 샌프란시스코, 그 곳에서 동화보다 더 동화 같은 그림을 그렸던 화가, 파울 클레(Paul Klee)를 만날 수 있었다.
파울 클레는 일찍이 아동화의 모방이라며 냉소를 받기도 했지만, 제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한 후에는 유럽 전통 문화에 참신한 숨결을 불어넣어주는 역할을 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에서 열린 클레의 특별전은 서커스라는 타이틀 아래 진행되었는데, 그의 뛰어나고 감성을 자극하는 색채들을 느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관람객들을 ‘클레의 서커스’로 이끄는 쇼맨(showman)의 역할까지 톡톡히 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우스꽝스러운 모습들을 한 채 관객을 맞이하는 포즈로 서있는 당나귀와 광대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제 곧 묘기가 시작 될 거라는 것 알려주는 기분이 들었다. 두 작품은 석판화로 제작 되었는데 석판화에서만 느껴질 수 있는 러프한 라인들과 디테일, 그리고 수채화 같은 느낌의 백 그라운드는 석판화가 가진 장점을 단연 돋보이게 했다.
이렇게 관객을 맞아주는 두 친구들을 지나면 본격적인 쇼의 시작을 알리는 듯 사자의 가면을 쓴 남자가 등장을 한다. 얼마나 대단하고 재미있는 쇼가 펼쳐 질지 기대해보라는 듯한 표정의 이 아저씨는 과연 몇 살일까? 가늠을 할 수 없는 그의 나이가 갑자기 궁금해 지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너무도 조화로운 색 조합에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특히 사자의 갈기를 표현한 부분에서 보여지는 미세하게 이루어진 색의 변화는 굉장히 아름답고 신비롭기까지 했다.
다음으로 ‘쟤는 왜 뛰고 있지?’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작품은 이번 쇼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업이었다. 정말, 그는 왜 뛰고 있는 걸까? 제목 하나만으로 이런 저런 추측과 상상을 하게 하는 이 작업은 상형 문자, 기호, 고대 언어들을 위대하게 여기고 연구해온 클레의 행적을 보여주려는 듯 상형 문자 같은 느낌과 동화적 감성이 절묘하게 조합된 가장 클레스러움을 풍기는 작품이기도 했다.
사실, 이 번 클레의 쇼는 클레의 색채가 돋보이는 작업보다는 상상을 자극하는 일러스트 회화들로 이루어 졌다. 때문에 그의 화려하고 강렬하면서도 조화로운 작업들은 볼 수 없었지만, 400 Sq Ft. 정도의 작은 공간에 전시된 그의 작업들은 마치 서커스라는 제목의 동화책 한 권을 읽은 기분이 들게끔 하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