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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나뭇가지로 이은 자연의 향수

송수연(Amy Song)│멜버른 | 2012-11-13



사람들의 추억 속에는 자연과 더불어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거나, 나뭇가지와 돌멩이로 무언가를 만들며 놀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성인이 되어 도시의 일상에 쫓겨 정신없이 지낸다 하더라도, 가끔은 빌딩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보고 그 푸름에 감탄하거나 싱싱한 풀 내음과 자연의 싱그러움을 그리워할 때가 있다.
 
멜버른 거리에 모습을 보인 패트릭 도허티(Patrick Dougherty)의 스틱워크(Stickwork)는 그런 사람들의 호기심과 동심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였다. 

글, 사진│Amy Song(mailto.asong@gmail.com)



이 조형물은 페더레이션 스퀘어(Federation Square)의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작품 중의 하나로, 미국의 예술가인 패트릭 도허티(Patrick Dougherty)가 멜버른에 머물며 약 3주에 걸친 작업 기간을 걸쳐 지난 10월 22일 대중들에게 완성된 모습을 공개한 것이다. 이 작품은 2013년 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예정이다. 




작년 11월 멜버른의 이안 포터 센터 NGV (The Ian Potter Centre: NGV Australia)에 방문하였을 때 이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은 패트릭 도허티(Patrick Dougherty)는 플린더스 역(Flinders Station)과 세인트 폴 성당(St Paul’s Cathedral)을 보고 작품의 마지막 형태에 대한 결정을 하였으며, 이 작품에 ‘볼룸(Ballroom)’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 조형물은 십 톤 이상의 버드나무 가지와 장갑, 전지가위로만 제작된 것으로 접착제나 철사 등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 특징 중의 하나이다. 그가 1980년대 초 조형물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을 때 ‘나뭇가지들은 서로 엮이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라는 자연 속의 새들은 이미 알고 있던 나뭇가지의 특성을 재발견하여 응용한 것이라고 한다. 




자신을 환경보호론자(environmentalist)라고 말하는 패트릭 도허티는 작품을 만들 때마다 쓰이는 나뭇가지들을 구할 때도 특별히 신경을 썼다. 보통은 정기적으로 관리되어 잘리는 나무들이 있는 지역이나 불도저로 나무들을 잘라내야 하는 작업장 같은 곳에서 재료를 구해온다고 했다. 이번 멜버른 작품에 쓰인 버드나무는 호주 빅토리아 주에서는 잡초로 분류된 나무로 멜버른 워터(Melbourne Water)와 크리켓 윌로우(Cricket Willow)에서 제공한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독특하고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내는 패트릭 도허티가 처음부터 예술가의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1945년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태어나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자라며 자연과 더불어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67년 노스캐롤라이나 대학(University of North Carolina)에서 영문학 학사과정(B.A. in English)을 거친 후에 1969년 아이오아 대학(University of Iowa)에서 병원 및 보건관리학 석사과정(M.A. in Hospital and Health Administration)을 마쳤다. 예술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이끄는 대로 예술사와 조각에 대한 공부를 하기 위해 다시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예술가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어릴 적부터 늘 자연을 가까이하며 살아온 그에게 나뭇가지들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자 향수이기도 했다. 그런 나뭇가지들로 조형물을 만드는 테크닉을 연구하고 실험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982년, 그의 첫 작품인 ‘메이플 바디 랩(Maple Body Wrap)’이 노스캐롤라이나 미술관(North Carolina Museum of Art)의 스폰서를 받아 ‘노스캐롤라이나 비엔날레 아티스트 전시회(North Carolina Biennial Artist’s Exhibition)’에서 전시되었다. 그리고 바로 그다음 해, 사우스이스턴 컨템퍼러리 아트센터(Southeastern Center for Contemporary Art)에서 ‘웨이팅 잇 아웃 인 메이플(Waitin’ It Out in Maple)’이라는 제목으로 그의 첫 번째 단독 전시회를 열렸다.
 
그가 작품을 만드는 단계는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 단계에서는 조형물 대강의 형태를 잡아주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나뭇가지들로 그림을 그리는 식으로 작업을 한다. 이 단계에서 그는 나뭇가지들을 그림을 그릴 때 스케치하는 선들처럼 여긴다고 하는데, 나뭇가지들을 한 방향으로 향하게 함으로써 운동감과 질감을 살릴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필요없는 부분을 잘라내는, 수정 및 보완의 단계라고 한다.  






지난 20년간 200개 이상의 대형작품들을 만들어낸 패트릭 도허티(Patrick Dougherty)는 만 67세의 나이에도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를 보면 작품에 대한 그의 열정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조형물이란 그것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개인적인 감정이나 기억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보며 에덴의 동산이나 자기가 좋아하는 나무, 첫 번째 비밀 데이트 장소 등을 이야기한다고 한다. 또, 그는 사람들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나는 독특한 형태와 숨겨진 공간을 탐험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어린아이들이 자신의 작품 안으로 달려들어 가거나 사람들이 길에 서서 작품을 가리키며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싶고, 사람들을 놀래켜 주는 방법으로 그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자연과 연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작품이 있는 현장에 가보니,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그의 작품 안팎을 누비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길을 가다 멈추어 사진을 찍거나 작품을 보면서 이야기 하고 있는 사람도 많았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마주친 나뭇가지로 만들어진 신비로운 공간, 그 속에서 해맑게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나 자신도 동심으로 돌아가 즐거워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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