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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네 멋대로 그려라 [낙서파티]

서수연  | 2003-07-13

■ 우리의 골목마다 넘실대는 미술의 향연을 만끽하고 싶다.

우리의 거리, 버려진, 외진 주변의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거닐다보면 담벼락 곳곳에 '생활속의 미술'을 구현한 벽화들을 감상하는 길들이 많이 생겼으면 한다.

그래피티(grafitti)는 더 이상 뒷골목의 낙서문화로 천대받지 않는다. 대중과 친밀한 도시의 '거리예술'로 사랑 받아야 한다.

70년대 미국 뉴욕의 할렘가 뒷골목에서 시작된 '낙서예술'로 불리는 그래피티는 스프레이나 페인트로 거리의 건물 벽이나 담에 글자나 그림 등을 휘갈겨 쓰는 것을 말한다.

주로 흑인들이 인종차별 등 사회불만을 거친 욕설로 표현해 상당기간 '저급문화'로 외면당했지만 이후 유럽으로 건너간 뒤 다양한 주제와 화법이 개발되면서 스트리트아트나 팝아트로 차츰 인정받고 있다.

그래피티는 어둡고 답답한 도시를 생동감 있게 변모시키는 창작예술이며 시멘트 일색인 도심의 공공시설물을 환하게 바꿔 놓을 수 있는 방법이다.

사진: 상가 샷타에 그려진 낙서화,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가죽가게 철문에 그려진 것인데 주인 주문에 의해서 그려진것 같다. 떼아트르(극장)입구, 극장을 바라보는 광경을 그려놓았고, Arc-Angel 무지개 천사의 뜻으로 옷가게는 진열장 모양의 샷타를 그렸다. 그 다음은 사진현상소 철문으로 카메라가 그려져 있다.

◆ 네 멋대로 그려라 "낙서파티"

거리에 남긴 낙서 예술로 평가받는 사람, 인종차별과 창작사이 갈등을 그려낸 사람이 있다.

"네 그림을 평가해 줄 사람들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어”

뉴욕 맨해튼 주위의 건물들과 지하철 구내를 온통 스프레이 낙서로 채워놓던 흑인 청소년 장 미셸 바스키아. 극한 가난속에서 오직 생존본능만으로 버티던 열다섯 살의 가출 청소년이 꿈꾼 것은 화가였다.

문명의 찌꺼기처럼 보였던 그의 낙서가 벽에서 캔버스로 옮겨지는 순간, 세상은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휘갈겨 놓았던 낙서가 그를 통해 예술의 전면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투박하지만 원시적 생명력이 넘치는 그림들은 시대를 생생하게 드러내는 핵심적인 문화코드였다. 기존의 미학을 파괴하고 새로운 미를 창조해낸 낙서화가, 바스키아는 낙서그룹을 조직하고, 뉴욕의 거리를 낙서로 장식하면서 자신의 독특한 회화세계를 구축한다.

고교를 중퇴한 그는 낮에는 엽서나 티셔츠에 그린 그림을 길에서 판매하고 밤에는 힙합 밴드의 멤버로 활동한다. 그가 아웃사이더에서 주류사회로 편입된 것은 한 파티장에서였다. 바스키아의 그림을 본 미술평론가 르네는 그의 천재성을 발견, 뉴욕 뉴웨이브 전시회에 참가시킨다. 바스키아가 세상에서 인정받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첫 개인전에서 그의 작품들은 고가에 불티나게 팔린다. 그는 화랑 주인 비숍벨거로부터 전속계약을 제안받고 전방위 예술가 앤디워홀과도 인간관계를 맺는다.

'흑인으로서 최초로 성공한 천재 아티스트' '검은 피카소'등 숱한 찬사가 그에게 던져지면서 일약 스타로 부상한다. 24세의 나이에 모든 것을 손에 넣은 바스키아. 그러나 여자친구 지나, 단짝친구 베니와의 결별 그리고 자신을 지탱해준 예술의 스승 앤디워홀이 세상을 뜨자 공허함과 고독감을 이기지 못해 마약의 힘을 빌리게 되고 27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바스키아를 예술의 파괴자라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학습으로는 터득하기 힘든 감각을 바탕으로 캔버스만이 아니라 헬멧, 담요, 여자친구의 옷, 냉장고 등 어느곳에나 그림을 그려 나갔다.

사진: 위에 사진들은 모두 버려진 건물이나 외진곳에 그려져 있는 글자낙서화이다. 주문에 의한것이기 보다 허락없이 그려놓은것이다. 알파벳들이 문양화와 디자인화 되어 있어 읽기가 쉽지않고 무슨뜻인지 잘 모르겠다. 공상과학영화의 한편을 낙서화 해 놓았다.

◎ 바스키아의 작품세계
바스키아는 거리와 벽의 지저분한 낙서를 '아트'로 승화시켰다.
격렬하고 직선적인 그의 그림들은 한때 낙서화라는 꼬리표를 달았으나 지금은 회화작품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러면서 회화의 강고한 틀에서 벗어나 있다. 그의 작품은 뜻모를 낙서와 화살표·눈금 같은 기호들, 강렬한 원색화면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자전적 이야기, 흑인 영웅, 만화책, 해부학, 낙서, 인종주의, 죽음등 특유의 주제들이 채워진다.

80년 그림도구를 살 약간의 돈을 마련한 그는 파블로 피카소·장 뒤뷔페·윌렘 데 쿠닝 등 20세기 미술가들이 이룩한 회화 양식과 기법을 배우면서 화가로서의 자신을 정립해 나가기 시작한다. 동시에 그는 뉴욕의 후미진 생활에서 가져온 상징적 기호와 주제, 이미지들을 자신의 작품에 반영한다.

그의 작품의 궁극적인 모티브는 사회 지배권력의 실체와 그에 대한 갈등이다. 그가 차용한 문화코드들은 기존 제도와 고급문화에 대한 저항을 상징한다.

사진: 흑인의 얼굴과 뒷배경이 잘 구성되어 있는 낙서화, 조화를 이루려고 회화적인 냄새가 난다.

◆ 그래피티 grafitti (거리 담벼락 그림) 낙서 예술
언제나 볼만한, 예술적 가치로 승화될 수 있는, 한글로 된 낙서 예술을 볼 수 있을까?
한국에 낙서된 것들, 자의든 타의든 그려져 있는 벽화들은 극히 유아수준의 주제를 가지고, 디자인 된 벽면들, 아무 생각 없는 죽어있는 디자인들이 많은 것 같다.

지난 칼럼에 공공디자인 파리벽화에 대한 사진들은 좀 고급스럽고 정부의 후원을 받아 그려진 정식 벽화들이지만, 지금 소개되는 것들은 뒷골목 즉 누구도 주문을 해서 그려달라고 한적 없고 허락도 받지 않은 낙서화 들이다.

공공벽화와는 큰 차이가 있다. 우선 울긋불긋 갖가지 색깔의 스프레이 페인트로 뿌리듯이 그려진 것들은 글자와 기계적인 색감들이 회화적이기 보다 극히 단순하며 깊이가 없다. 그러나 느껴지는 감정은 직접적이며 과격하다.

낙서예술은 인공의 조명 아래 위치한 미술품의 엄숙함보다는 자연광 속에서 몇 겹의 낙서로 덧입혀진 작품이 더 진한 "인간의 냄새"로 다가선다.

사진: 낙서화들의 모음, 스프레이로 신나게 뿌려놓았다.

♧ 벽화 그리기 방법/ 프레스코화 기법

프레스코. 이탈리아 말로 '신선하다'는 뜻을 갖고 있는 이 단어는 벽화기법의 한가지이다.
석회를 바른 벽이 채 마르기 전에 물감으로 형상을 그려내는 방법으로 매우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민첩한 속도로 그림을 그려야하고 따라서 수정이 거의 불가능하다.

고대 로마의 문명을 고스란히 담고있는 폼페이 유물이나 르네상스 양식이다.
20세기 들어 멕시코 벽화운동 등에서 일부 프레스코 기법을 사용했지만 제작상의 어려움 때문에 잊혀져가는 제작양식이 되고 있다.

프레스코기법은 회반죽이 어느 정도 단단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미리 마련한 계획에 따라 신속하게 작업해야 한다. 축축한 벽면에 그림을 그릴 때 흔히 사용하는 방법인 넓은 벽을 세분하면서 좁은 면적의 색깔터치를 해나간다.

동서양의 벽화 제작에 쓰여온 프레스코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그림기법으로 라파엘로의 바티칸궁 벽화에 사용됐다. 무엇보다 프레스코화는 화폭의 깊이감이나 질감면에서 서양 유화나 한지 수묵화와 다르다. 석회가 마르면서 물감과 함께 화학작용을 일으켜 형성한 제3의 색감은 번들거리는 느낌이 없이 차분하고 깊이가 있다.

파리 보자르에서 배웠던 프레스코화(습식) 기법은 우선 벽면을 모래와 시멘트(석회)를 겹겹이 바르는 밑 작업을 충실히 한 후에 마르기 전인 반질 반질해진 벽면에 과쉬로(안료를 물에 섞는것으로) 또한 수십차례 색을 흐린것에서 진한순으로 발라주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벽화는 오랜 시간 유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벽화들은 페인터로 칠하기 때문에 색채들이 벽면에 스며들기 보다 시멘트위에 얻혀져 있는 상태로 재료에 있어서 견고하지가 못하다. 비와 바람 먼지등에 의해서 쉽게 파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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