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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우리가 뮤지션이다

2003-10-08


압구정의 오렌지족이 내리막길로 가고, 명품과 고급 문화로 중무장한 청담족이 창궐하기 전, 90년대 중반, 홍대는 패션과 소비와 또 다른 ‘문화’란 키워드를 대표하는 특구의 역할을 했다. 홍대 문화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클럽이고, 클럽을 대표하는 것이 바로 클럽 밴드들이다. 그중 제일 먼저 자리 잡은 밴드는 자우림이다. 자우림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김윤아의 매력적인 카리스마뿐 아니라 이선규란 재능 있는 기타리스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것은 밴드의 힘이었다.
그 뒤를 크라잉 넛이 이었다. 클럽 ‘드럭’이 발굴해낸 4명의 악동들. 크라잉 넛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신의 음악적 색깔을 고수하면서 오버그라운드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크라잉 넛과 체리필터의 성공은 밴드 음악을 고무했지만 대중과의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 모든 밴드들의 숙제는 아니다. 밴드의 음악적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은 장르나 연주 테크닉이 아니라, 음악적인 지향과 태도다. 이들은 팔리는 음악을 위해 타협할 생각이 결코 없다. 스타 만들기 메커니즘에 희생되지 않고, 자신들이 원하는 음악을 하며 그 영역을 넓혀가는 것. 음악적인 다양성이 인정되고, 소수의 취향도 존중받는 풍토가 되는 것. 그것이 홍대 앞 밴드가 꾸는 꿈이다. 여기, 꿈을 향해 달려가는 7개의 밴드가 모였다. 언더와 오버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내가 사랑한다면, 그들은 모두 지상에 있으니.














오 영원한 친구, 오 행복한 마음~” 이제는 대학 축제 때나 들을 법한 이 고전(?) 가요에 요에 “아싸라비아, 딱 걸렸어” 같은 요즘 유행어를 랩으로 곁들인 정체불명의 음악. 넓디 넓은 무대 위에서 그야말로 방방 뛸 때가 가장 재미있다고 입을 모아 말하는 이 밴드가 디스코 트럭이다. 그들이 하는 음악처럼 이름 역시 재미있다. 80년대 한창 유행하던 디스코의 리듬과 트럭처럼 육중한 메탈 사운드를 하고 싶다는 맘에서 짓게 된 특이하지만 직설적인 이름.

얼마 전에는 디스코 트럭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 있었다. 80년대의 복고 댄스와 림프비즈킷과 같은 뉴 메탈을 합한 새로운 장르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그들의 1집 앨범이 드디어 세상 빛을 보게 된 것이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을 위해서는 몇 배의 고통이 따르는 법. 늘 열광적인 호응을 해주는 팬들 대신 차가운 기계 앞에서 무덤덤하게 노래를 불러야 했던 것은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좋은 음감을 위해선 같은 노래를 100번이 넘도록 불러야 할 때도 있었다니 음반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만도 하다. 게다가 소위 말하는 ‘필’을 받지 않으면 노래할 의욕도 사라져버리는 디스코 트럭이 아닌가. 그래서 무대 위의 그들은 마냥 즐겁고 신난다. 쉴 새 없이 울려대는 하드코어와 귀를 적시는 흥겨운 디스코 리듬, 거기에 나이트클럽을 방불케 하는 밴드의 막춤은 도저히 통제할 길이 없다.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관객들만 있으면 온몸에서 방대한 에너지가 샘솟기 때문이다.

강력함과 부드러움, 대중성과 음악성을 모두 포기할 수 없어 새로운 장르를 시도한 욕심 많은 디스코 트럭이지만 꿈은 소박하기 그지없다. 그저 많은 사람이 신나고 재미있다고 느끼는 그런 음악을 하고 싶단다. 음악성이 어떻고, 장르가 어떻고 하는 심각한 평론가의 말 따위는 무시한 채, 듣는 이들이 아무 생각 없이 몸을 흔들 수 있는 음악말이다.

물론 언제까지나 즐거운 음악만 생각하고 싶지만, 앞일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법. 예상치 못한 일이 갑자기 디스코 트럭을 습격할 수도 있는 일이다. 밴드라면 누구나 걱정하는 멤버 교체, 서로간의 불화, 음악적인 견해 차이 등등…. 하지만 벌써 한 번의 멤버 교체를 겪은 디스코 트럭은 담담하다. “우린 개개인이 하고 싶은 음악이 아니라 디스코 트럭의 음악을 하는 거예요. 만약 밴드 멤버 각자가 자신의 음악만을 고집한다면 더 이상 디스코 트럭이 아니니까 말이죠.”
디스코 트럭의 음악 색깔만은 확고하게 지키고 싶다는 그들은 오늘도 촌스러운 하와이안 셔츠에 깔끔한 백바지까지 갖춰 입고 공연을 준비한다. 무조건 즐겁고, 무조건 신나는 맛깔 나는 무대를 위해서.

폭주족처럼 달리는 여느 펑키밴드의 사운드와 달리 스웨터의 음악은 통통거리며 귓바퀴를 한번 건드린 다음, 도르르 굴러 가슴속을 훑고 지나간다. ‘별똥별’, ‘길을 건너며’ 등 경쾌하고 발랄한 모던 록으로 마니아층의 사랑을 받아온 밴드 스웨터. 보컬 이아립, 드럼 신세철, 키보드 임예진. 3인조로 활동해온 스웨터에 새 가족이 들어왔다. 베이시스트 신지현이 영입된 것. 1집을 발매한 직후, 불독 맨션 이한철의 소개로 라이브 무대에 함께 서면서 일종의 테스트(?) 기간을 거치고 2집 앨범 작업에 본격적으로 합류하게 됐다.

“처음, 멤버 결성 당시엔 홍일점 밴드였는데, 이제 저만 남자인 청일점 밴드가 됐네요. 여자들 틈에서 사는 게 어떠냐구요? 여자들의 심리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하게 됐죠.” 여자들 등쌀에 기가 죽거나, 아니면 여자들의 분위기에 완전히 동화되거나, 둘 중 하나? 팀의 유일한 남자인 신세철은 차분하지만, 여자들에게 절대 기죽지 않으면서 조분조분 멤버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말하는 모습이 믿음직스런 팀의 리더답다. 여리한 외모에 꿈꾸는 듯 몽환적인 보컬이 매력적인 이아립은 외모(?)완 달리, 씩씩하고 유머러스한 큰언니. 여기에 예진의 엉뚱함과 지현의 터프함이 패치워크된 것이 바로 스웨터가 만들어내는 조각보 같은 일상이다.

8월 26일, 2집 녹음이 한창인 잠실의 한 스튜디오. 야행성 체질의 4명의 멤버가 모인 시간은 오후 5시 즈음. 아립의 컨디션이 썩 좋지는 않아 보인다. 여기서 잠깐. 간식으로 배와 목을 축이면서 브레이크 타임. 작업할 때도, 휴식 시간에도 남자들이 많은 밴드와 다르게 옹기종기 토닥토닥거리는 분위기. “의도적인 발랄함은 많이 줄어들 거예요. 1집이 밝고 펑키했다면, 2집은 말랑말랑하면서 우수에 젖은 느낌이라고 할까. 무게도 있고 차분해졌어요. 멤버들이 작사작곡한 곡들이 골고루 들어가서 어떤 한 가지 색보단 멤버들의 각기 다른 색을 통합해내는 과정이 될 것 같아요. 곡마다 분위기가 달라요. ‘헤이, 샤이 가이’에선 남자를 유혹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가벼운 노래에선 가벼운 목소리가 나오고.”(아립) “0집이나 1집보단 편한 마음으로 작업했어요. 깊이 고민하지 않아도 될 부분에선 고민 안 하고, 악기적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했어요. 프로그래밍과 일레트릭한 요소도 접목했구요.”(세철) 스웨터는 자신의 음악을 굳이 어떤 장르에 묶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한 3집이나 4집이 나왔을 땐, 아 이건 스웨터의 사운드구나. 하는 것이 생기겠죠. 사실 우린 음악적인 사람은 아닐지도 몰라요. 일상을 지나가는 단편적인 이미지, 혹은 기억의 편린, 무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그소 퍼즐 맞추기처럼 하나하나 맞추어가는 과정이 스웨터의 음악이 된 거죠.”(아립) 이미지를 소리로 만드는 과정. 그게 바로 스웨터의 음악이다. 그래서 그들의 음악은 입고, 보고, 느끼는 우리의 일상과 아주 닮아 있다.










매끈한 보컬에 친절한 멜로디, 이런 모던 록의 공식에 익숙해진 당신에게 미리 경고한다. 스키조의 음악에 겁먹을지도 모름. 하지만 뭔가 더 ‘센 걸’ 원했다면, 시원하게 터져주는 사운드가 고팠다면, 갈 데까지 가보자며 달리는 음악에 맞춰 근질근질하던 머리를 맘껏 헤드뱅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직설적인 음악은 낯설 거예요. 그러니까 신기하고 신선하다는 말과 동의어도 되죠.”(씽씽) 닮은꼴을 찾아보자면, 람슈타인이나 롭좀비 스타일의 리듬감 있는 인더스트리얼 록과 하드코어의 중간쯤 될까? 하지만 우울하거나 어둡지 않다. 이펙트와 스크래치가 촘촘히 박힌, 육중한 사운드에 맞추어 춤을 춘대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신난다.

2000년 부산에서 결성되어 클럽 공연으로 이름을 알리던 스키조는 지난해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 서태지 ETPFEST 전야제 등 굵직한 무대에 서면서 ‘라이브 잘 하는 팀’이란 평을 얻으며 입소문을 탔다. 농도 짙은 목소리가 개성적인 보컬 허재훈과 ‘남자 아유미’로 통하는 일본인 키보디스트 하야시는 놀랍게도 의대생. 만화 <호텔 아프리카> 에서 이름을 따온 홍일점 베이시스트 지요는 열광적인 남자팬들을 거느린다. 리듬 기타 유명한(본명!)은 스키조 원년 멤버. 포레스트 검프처럼 스테이지를 씽씽 달리는 무대 매너가 독특한 기타리스트 씽씽은 주성치의 영화 속 이름 ‘아씽’을 강조한 별명이라고. 마지막으로 러프라는 팀에서 스키조의 팀워크를 질투했다는 드러머 차명준이 합류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축구(레이니썬, 피아와 함께 FC마포라는 축구팀을 결성해서 직접 뛴다), 게임, 그리고 SF영화. 밴드가 지향하는 색깔도 공상과학영화의 OST를 듣는 것처럼 영상과 스토리를 상상하도록 자극하는 음악이다.

스키조 1집 <덤보 쉿> 에서 소위 ‘뜰 만한’ 노래는 자두가 피처링한 ‘레디 투 파이트’다. 그러나 이들은 3년 동안 클럽 공연에서 연주해온 ‘바디 무빙’을 타이틀로 걸었다. “언더에서 오버로 올라오면서 우리 색깔을 그대로 고수했어요. 모 아니면 도죠. 깨질 수도 있지만, 이게 먹힌다면 다양한 색깔로 밴드 하고 있는 친구들에게도 희망이 될 수 있을 거예요.”(재훈)
이들의 1집 앨범 재킷은, 엽기적이게도 코끼리가 힘차게 똥을 누고 있는 사진이다. 자신들이 코끼리처럼 거대하고 힘이 있으며 고집 센 존재가 되겠다는, 당찬 선언일까? 답은 스키조가 세상과 인생을 잘근잘근 씹어 소화한 다음 배출해놓은 배설물 속에 과감히 빠져보는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 같다.

펑크들이 모여서 하는 록이죠.” 게토(ghetto)와 폭탄(bombs)의 합성어로 ‘서민들의 폭탄’이라는 뜻의 게토밤즈. 이들의 음악을 ‘수많은 홍대 펑크 밴드 중 하나겠지’라고 얕보았다간 깜짝 놀란다. 생각보다 연주력도 탄탄하고 흡인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혹 멤버들의 비주얼을 보고 ‘쎈’ 음악을 기대했다면 좀 착할 수는 있지만.

기타 맹(백준명), 베이스 suck(최석), 드럼 공(공태호)으로 구성된 게토밤즈는 부산 출신으로 2002년 1월 결성됐다(기타에 새 멤버를 구하는 중). 알려지다시피 홍대 앞보다 훨씬 강력한 로큰롤의 도시 부산에서 태어난 만큼 일단 연주 실력이 ‘먹어준다’. 거침없는 가사와 자연스럽게 흥이 나는 리듬, 기타와 베이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뿜는 펑크 사운드, 가만히 앉아 있어도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느낌이다. 올봄 쌈넷의 인디 밴드 음반 시리즈 <스타> 앨범에 8곡을 수록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최근엔 인디 밴드들이 참여한 영화 <똥개> OST에서 레게 리듬의 ‘사노라면’을 선보여 실력 자랑을 한 참이다.

“ <스타> 앨범에 있는 ‘레게 뮤직’을 들은 음악 감독님이 레게로 ‘사노라면’을 연주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의했어요. 레게도 좋아하고 스윙이나 비밥 같은 신나는 80~90년대 음악을 좋아하는데 우리나라 음악을 리메이크할 때는 레게가 잘 맞는 것 같아요.” 요즘은 데뷔 앨범을 위해 새로운 곡 작업에 몰두 중이다. 다들 고집이 세서 툭닥거리는 게 일상이지만 곡 작업은 모두 함께 한다. 함께 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은 체험으로 얻은 지혜다. “음악은 달라지지 않았어요. 처음과 달라진 건 이거 하나예요. 전엔 석이가 주로 가사를 썼는데 이젠 석이가 직설적인 가사를 쓰면 태호가 은유적 표현으로 보완하고 제가 곡 분위기를 맞추는 식으로 해요. 특히 태호가 영화의 한 장면에서 모티브를 따온다든지 감수성이 예민한 편이죠.”(맹)
대다수 록의 자식들이 그러하듯 이들도 키스, 핑크 플로이드, 지미 헨드릭스의 양분을 먹고 자랐다. “현대 음악보다는 예전 음악이 좋아요. 전에 스매싱 펌킨스 국내 공연을 봤는데, 정말 모든 게 완벽한 무대였어요. 우리도 즐기는 록, 오래 가는 밴드를 하고 싶어요. 1집 내고 공연하고, 후지락페스티벌 같은 무대에도 서고 순차적으로 잘 되어갔음 좋겠어요.”

닭머리, 쇠사슬, 그물 옷 때문에 하드코어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고? NO. 혼자 살면서도 슈나우저, 마르치스를 키우는 등 귀여운 구석이 있는 로커들의 음악이다. 거리를 거닐다가도 예쁜 고양이, 귀여운 강아지, 인형가게가 나타나면 발걸음을 멈추고는 꼭 “저거, 예쁘네.” “야, 야(고양이에게 말거는 소리)” 하고 말을 건다. 호기심 많은 펑크 밴드 게토밤즈는 오늘도 이렇게 유쾌하고 흥겹게 펑크하고, 록한다.




자료 제공 : 코스모걸
기사 제공 : 팟찌닷컴(www.patzzi.com)

우리 음악은 명랑한 음악, 우리는 신나는 스카 제너레이션.” 요절복통, 박장대소, 쿵쿵짝짝. 이보다 더 신날 순 없다! 스카 펑크를 하는 레이지본의 음악은 경쾌하다. 수많은 밴드들의 흥망성쇠가 갈리는 홍대 앞에서 지난 6년 동안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레이지본. 1집 발매 후 인터뷰에서는 ‘2집 낼 수 있을 정도만 되면 좋겠다’고 하더니 2집이 나오니 역시나 ‘3집 낼 수 있을 정도만 되면 좋겠다’고 말하는 소박한 개구쟁이들이다.

홍대 펑크 밴드의 대명사 크라잉 넛 이후 레이지본은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밴드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주목받았다고 하면 억울하다. <신라의 달밤> , <교도소 월드컵> , <킬러들의 수다> 등의 OST 작업은 물론이고 두 번의 정규앨범 외에도 여러 장의 싱글 앨범을 발표했다. 영화 <후아유> 에서 달려가듯 지르는 ‘사랑하고 싶어’를 들은 기억 있는지? NO? 그렇담 작년 월드컵에서 ‘짝짝짝~짝짝’, 하는 박수에 맞춰 부른 ‘Go West’는? 빙고! 바로 그때 ‘발광’하며 시청 앞을 달군 게 그들! 얼마 전 발표한 2집의 ‘Do It Yourself’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2집을 듣고 1집보다 실망했다는 팬도 있어요. 사실 1집보다 많이 말랑말랑해진 건 사실이지만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우리의 생활 자체가 그때보다 많이 부드러워져서 생긴 자연스러운 변화예요. 욕을 해도 전처럼은 안 하는 거 같아요” 라고 기타를 맡은 임준규는 설명한다. 1집이나 2집이나 곡 작업은 모두가 같이 했다. 멤버 중 한 명이 큰 줄기를 가져오면 다른 멤버들이 자신의 파트를 만들며 완성시키고 가사는 주로 랩과 보컬을 맡은 준다이(김준원)가 쓴다. 그밖에 요즘 전인권과 한영애의 음악에 꽂혀 있는 노진우(보컬, 기타), 과묵한 금욕주의자 드럼 김석년(술, 담배, 여자를 항상 멀리하고 있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 禁ing), “우리, 정신 있는 밴드예요”라고 조용히 말하는 베이스 안경순, 학생 팬이 특히 많은 키보드 김문용. 이렇게 6명이 ‘레지봉’(레이지본의 애칭)을 이루고 있다.

일년에 150일 이상은 공연을 한다는 그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은 무대는? 역시 월드컵 공연이다. “백만 명, 아니 도저히 셀 수 없는 사람들을 앞에 놓고 연주를 하는데, 와, 그 감동과 전율은 말도 못해요. 그 이후로 팬도 많이 늘었어요.” 또 하나는 지난 8월 육로로 간 북한에서의 ’8.15 기념 대학생 대축전’행사. “사람들이 ‘남한에서 유행하는 노래는 뭡네까?’라고 묻더라구요. 그래서 뭐, 쿨 노래를 얘기해줬어요. 아무 데로나 못 가고 정말 길에 ‘이탈시 사살’이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었어요.”

평균 나이가 25살인 멤버들의 군대 문제를 묻자 돌아오는 대답은 엉뚱하게도 “문희준이 군대 가면 군대 가요.” 각자 좋아하는 뮤지션은? “다큐멘터리 보고 보아에게 반했어요.”, “핑클의 루비 리메이크할 때 만났던 옥주현이 좋아요.”, “노래 잘하는 루다가 좋아요”. 좋아하는 뮤지션도 제각각, 장난스럽게 답한다. 레이지본의 매력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우린 우리 식의 신나는 음악을 해’라면서도 다른 음악을 무시하지 않는 것, 신나고 발랄한 음악이지만 젊음의 로망, 서정적인 정서가 녹아 있는 것. 중요한 것은 언더냐 오버냐가 아니라 ‘하고 싶고, 하면 재미나는 음악’을 만들어간다는 것. 싱싱한 건강함이 레이지본의 가장 큰 매력이다.

“꿈이요? 공연에 온 사람들 수 못 세고 못 알아보는 것. 이제 누가 누군지 다 알아요. 그리고 힙합 파티에 탱크톱 입고 오는 여자들이 우리 공연 보러오는 것!” 과연 이 장난꾸러기들의 천진한 꿈이 이루질지는 9월 19일, 20일 대학로 콘서트에서 확인해볼 수 있을 듯.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에서 ‘숨은 고수’에 뽑힌 슈가 도넛은 쌈지가 발굴해 앨범을 제작한 첫 번째 밴드다. 2000년 ‘로운리 플라넷 보이’에서 만난 세 친구 창스, 디알, 현수와 연습실에 놀러왔다가 엉겁결에 베이스를 잡게 된 탁스. 각각 다른 맛의 설탕조각(?) 4명이 뭉쳐져서 만들어진 슈가 도넛. 슈가 도넛은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왔던 펑크 밴드들과 다르다. 얼핏 보면 옆집 오빠 혹은 앞집 동생 같은 외모, 아무리 뜯어봐도 록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듯한 평범한 외모지만 이들이 뿜어내는 펑키한 기운은 예사롭지 않다. 폭발적이지 않은 사운드, 특별히 소리 높여 고함을 치거나 화려한 기교도 없지만 슈가 도넛의 음악엔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에너지가 있다. 조용할 때 조용하다 터져야 할 때 확 터져주는 것. 한 마디로 완급의 조절이 잘 되어 있다. 단조롭게 시작했다가 어느새 달리는 음악. 거칠면서도 세련된 것이 이들 음악의 큰 장점.

“다른 밴드들에 비해 시작이 순조로웠어요. 활동 시작하고 1년 만에 1집 앨범이 나왔으니까. 운이 좋았어요. 다 매니지먼트사를 잘 만난 덕분이죠.” 매니지먼트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이들의 재능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일 뿐. 이후는 팀의 실력이 좌우한다. 10대 록 페스티벌의 하나인 후지 록 페스티벌에 한국을 대표하는 밴드로 참여하게 된 것은 단순히 슈가 도넛을 따라다니는 달콤한 행운 덕만은 아닐 것이다. “우린 평범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데, 워낙 다른 밴드들의 음악이 평범하지 않으니까 우리 음악이 튀는 것 같아요.” 슈가 도넛이 추구하는 음악은 넓게 봐선 펑크지만 그 안엔 그런지, 모던 록, 얼터너티브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섞여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 음악의 뿌리는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로스 로버스가 라밤바를 부르는 것을 보고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창스) “무대에서의 연출을 즐기는 뮤지션들을 보면 존경스러워요. 마이클 잭슨은 정말 최고였죠.”(디알) “X 재팬이나 레이저 리스트 머쉰 같은 J POP, 테크노 음악을 즐겨 들었어요.”(현수) “너바나, 뉴 파운드 글로리의 음악을 좋아해요.”(탁스)

1집 에 비해 1.5집 은 조금 더 속도감이 생겼다. 녹음도 거친 라이브 느낌을 살리기 위해 원 테이크 방식으로 했다. “1집이 구색 갖추는 데 신경을 썼다면 1.5집은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어요. 음악을 듣고 날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기대하시라. 귀여운 악동들의 유쾌한 반란이 이제 곧 시작된다.

왜 우리를 인터뷰합니까? 활동도 안 하고 있는데?”(한철) ‘에디터가 좋아하는 밴드이기 때문에’라는 대내적이고 은밀한 이유가 아니라도, 불독 맨션을 만나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각종 매체로부터 ‘2002년 최고의 앨범’이란 극찬을 두 팔에 흘러 넘치는 꽃다발처럼 받아챙기며, 가벼운 마음으로 집들이 갔던 평론가들과 마니아층을 꽉 물어버린 데뷔 앨범 이후 꼭 1년이 지났기 때문에. 1집이 남긴 이빨 자국은 슬슬 아물어가는데, 불독들은 지금 어떤 꿍꿍이로 2집을, 또 다른 공연을 준비하고 있을까?

불독 맨션 라이브의 이념은 한 마디로 ‘어디 한번 제대로 놀아보자!’. 철저한 유희정신으로 무장한 불독들은, 매 공연마다 다른 편곡으로 전혀 새로운 곡을 들려준다. “너무 몸에 익은 걸 다시 하면, 닳고 닳은 느낌이랄까요? ”(정범) 멤버들 스스로 ‘파워보다는 깔끔하게 똑 떨어지는 새침데기 스타일’이라 평하는 그들의 연주는 도무지 춤추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정도의 흥겨운 리듬으로 무릎과 허리와 팔다리를 흐물흐물 녹여놓는다. CD로 조용히 감상하기 좋은 음악이 있고 라이브 무대에서 울트라 파워를 발휘하는 음악이 있다면, 불독 맨션은 단연 후자.‘펑크’, ‘데스티니’, ‘ we all need lifetime, too’, ‘피터팬’ 등 대표곡들의 제목을 딴 ‘펑데위피’, 그리고 비틀스나 스티비 원더, 왬 같은 고전 뮤지션들을 재해석하는 리메이크 메들리는 이들의 주 레퍼토리다. 록밴드들의 음악이 100m 트랙을 전력질주하는 기분이라면, 불독들의 펑키 사운드는 도시의 거리를 경쾌하게 조깅하는 듯 흥겹다. 직선보다는 리드미컬한 포물선을 그린다.

“가사 헛갈려서 우물쭈물할 때, 앞에 앉은 팬들이 입모양으로 가르쳐줘요. 인터액티브한 팬과 밴드의 관계를 만드는 느낌. 내가 치고, 걔네가 영화 보듯이 그냥 앉아서 가만히 보는 게 아니라 주고받는 거구나, 그런 느낌. 그럴 때 공연 많이 하는 밴드이길 잘했다 싶어요.”(한철) 프런트맨 이한철의 구수한 사투리와 명랑 만화 같은 유쾌한 이미지, 그리고 그들이 들려주는 세련되고 쿨한 펑크음악의 이질적인 결합이야말로 불독의 매력이다. 치즈케이크에 커피 대신 톡 쏘는 레모네이드, 얼음을 많이 넣고 시럽을 추가해서 먹는 신선한 조합이랄까?

목표지점을 정해놓고 달려가기보다 작업하면서 우연히 찾아가는 샛길들에서 방향을 찾을 것 같다는 2집에 대한 이들의 힌트는, ‘1집에 비하면 더 솔직한 음악이 될 것 같다’는 것. 그간의 공연에서 보사노바, 룸바, 레게 등 다양한 리듬을 변용한 편곡을 시도했듯이 “힘 안 들이고 진짜 신나는 라틴음악”(한주)을 불독 스타일로 들려줄지도 모르겠다. “한국 안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글로벌한 마인드로 음악을 해야죠. 자미로꽈이랑 1대 1로도 맞장뜰 수 있는, 그런 거!”(한철) 역시, 불독은 근성 있는 뮤지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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