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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참고서가 성형수술을 했다고?

2002-09-25

90년대 초반까지 별다른 특징을 찾아볼 수 없었던 참고서 디자인은 90년대 중반, 후반을 거치면서 커다란 변화를 갖게 된다. 그야말로 '디자인'이란 개념이 제대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첫 불씨는 '디딤돌'이었다.
디딤돌은 독특한 네임과 타입심벌, 표지 및 본문의 일관된 이미지를 만들어 내면서 시장에서의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하게 된다. 출판사와 브랜드의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킨 성공적인 전략이었다.

90년대 중반은 출판 시장에서 단행본 북디자인이 상당히 활성화 되어있던 시기였고, 참고서 시장의 변화는 어쩌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처음 시도되었다는 것, 그리고 성공적이었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다.

좋은책의 '신사고'는 그전까지 참고서 표지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화이트, 스페이스의 적극적인 활용, 타입심벌 및 포맷의 조형적 참신함, 학생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잔잔한 텍스트 등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게 된다. '신사고'는 新思考라는 그 의미에 걸맞게 해마다 새롭고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참고서 디자인의 흐름을 이끌고 있다.

'블랙박스'는 '블랙'이라는 컬러 마케팅을 적극 활용해 인지도를 구축했으며, 시원스런 여백과 소프트한 분위기의 본문 디자인으로 정평이 나있다.

참고서 시장의 빅3로 떠오른 이 3개의 브랜드는 참고서 디자인 시장에 불을 당겼고, 새로운 것에 몰두하는 세대인 학생들에게 그 효과는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제 출판사들은 자신들의 출판기획을 '디자인'과 더불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가히 춘추전국 시대라 할만큼 모든 출판사들이 경쟁적으로 '디자인'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참신한 기획으로 승부하는 제품들이다. 새로운 공부법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신선한 기획 아이템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인식된 디자인 행위와 더불어 사용자 중심의 제품 플래닝, 컨설팅이 가능한 디자이너가 바야흐로 필요한 시점인것 같다.

전체 출판사의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각 시리즈별로 디자인을 전개해 나간다.출판사의 아이덴티티는 어느 한순간 생겨나는 것이 아니므로 매년 염두해 두며 작업해야 한다. 전체 아이덴티티에 너무 얽매이다 보면 시리즈별 차별점이 약해져 지루하고, 시리즈별 디자인 변화폭을 많이 주다보면 전체 제품군으로 집결될 수 있는 이미지의 힘이 분산된다. 디자인의 내재율과 외형률을 잘 운영하는 것이 시리즈별 디자인 전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내지 디자인은 편집구조의 정확한 이해에서부터 시작된다.
공부의 방법과 순서, 구성요소 및 중요도 등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한 호흡의 포맷이 전체로 적용되었을 때의 문제점을 예측하고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디자인 엘리먼트의 운영도 이런 부분들과 더불어 고려되어야 한다. 표지에 비해 본문은 학습과 더욱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효과적 학습을 최대의 목표로 두고 디자인되어야 한다.

별책 부록은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될 수 있으므로 어떻게 드러내줄 것인가가 중요하다. 너무 두드러지면 싸구려 사은품같이 느껴져서 오히려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본책과 자연스럽게 매치되면서 유통시에도 문제점이 발생되지 않는 제본방식을 찾아야 한다.
각 부록의 내용에 따라 적합한 판형도 중요하며, 또한 판형의 변화에 따라서 디자인 방법도 다양해질 수 있다.

다른 프로젝트들의 진행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디자인 의뢰가 들어오면 자료 수집·분석 과정을 거쳐 전체 시장 및 디자인 상황을 파악하고 컨셉 회의에 들어간다. 컨셉 회의시 디자인을 비롯해 내용과 관련된 새로운 아이템이나 스타일에 대한 아이디어도 함께 논의한다. 디자인 기획의 큰 줄기가 잡히면 각 시리즈별 전개, 각 권별 전개 아이디어를 구체화한다. 구체화된 아이디어는 시안으로 제작되고 프리뷰를 통해 내부 검토를 거친다. 새로운 아이템을 제안하고자 할 때는 그에 따른 시안도 함께 제작한다.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클라이언트와 의견을 교환하고 종합한다. 수정 및 보완 작업 후 확정된 안을 기준으로 촬영·일러스트 의뢰 등 크리에이티브 프로그램들을 만들어낸다. 원고 작업 후 마무리한다.




글/ 박연주 (I&I 팀장)

프로필
95년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졸업
95년~현재 I&I 재직

[디자인, 아트디렉션]
- 좋은책 '신사고'(1997~), 대한교과서, 튼튼영어 등 학습물 관련 project
-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포스트 식민주의란 무엇인가', '오래된 정원', '무기의 그늘', 등 단행본 북디자인 다수
- LG Arts Center 기획공연 홍보물
- 삼성 금융소그룹, 삼성캐피탈, 로커스, TG UBASE 등 기업 Brochure 및 A/R 다수
-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삶의 경계', 호암미술관 소장품, 박선의 교수 작품집 등 전시 및 작품 도록
- 한국통신 프리텔 'freetel'(~2001), 삼성생명 'woman' 등 정기간행물



정글: 참고서 디자인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입니까?
박연주: 처음 할 때는 오히려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지금이, 그리고 앞으로가 더 어렵겠죠. 우리가 하는 작업들이 이쪽에선 어떤 흐름을 만드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습니다. 책임감도 많이 느낍니다.


정글: 참고서 디자인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사항은 무엇입니까 ?
박연주: 학생들의 감성과 창의성을 간지럽혀 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의 시장은 너무 과열돼서 자제가 안되는 상태입니다.


정글: 참고서는 중고생들의 문화코드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할 것같다. 평소에 무엇을 하는가?
박연주: 글쎄요...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단지 내가 학생이었던 때를 많이 떠올려 봅니다. 지금 세대는 모든 것이 많이 변했지만, 그즈음 가지게 되는 공통적인 생각이나 느낌을 끄집어 내보는 겁니다.
만약 그들이 아직도 떡볶기를 좋아하고, 학교 가기 싫어하고, 친구와 히히덕 거리는 걸 좋아하고, 엉뚱한 상상을 하고, 길거리를 뛰어다니다 넘어지고, UFO를 보고 싶어하고, 음악에 빠져있다면,
그렇다면 아마도 내가 한 디자인도 좋아하지 않을까... ^^;;



정글: 참고서 디자인의 매력, 디자인 하고 만족을 느낄 때는 언제입니까?
박연주: 딱히 참고서 디자인의 매력이라고 할만한 게 있을까요... 음...저 개인적으론... 양복입은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입니다. 디자인 하고 만족을 느낄 때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때(물론 이런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_-;;).


정글: 앞으로 해보고 싶은 디자인은?
박연주: 좀 우습지만... 내가 무언가를 생산한다는 이유로 너무 많은 것들을 파괴하고 있지않나... 하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과연 내가 지금 손상시키는 많은 것들 이상의 의미나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일까요?
나의 디자인을 접한 사람들이 그것으로 인해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가졌으면 하는 것이 저의 '현실적인 목표' 이구요...
생산이란 이름으로 파괴를 일삼는, 그런 디자인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저의 '불가능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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