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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한글 마주보기

2009-04-07

지난 4월 3일 상상마당에서 한글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체험해 볼 수 있는 행사가 열렸다. 실험연구실 ‘디자인 삶’의 탄생 1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로 한글에 대한 정의를 생각해보는 것은 물론, 한글의 다양한 모습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던 행사였다.

에디터 | 정윤희(yhjung@jungle.co.kr)

이번 행사는 디자인 삶의 공식적인 첫 번째 컨퍼런스로 그간 연구해왔던 주제인 ‘글자의 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한글과의 관계를 고찰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한글은 글자라고 생각합니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강연과 세종대 디자인동아리 블랭크 블록([ ] block)의 체험형 전시 ‘김한글 성형외과’로 채워진 컨퍼런스는 한글의 본질적인 조형과 한글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강연은 노승관(인터렉티브 그래픽디자이너), 로만 빌헬름(그래픽디자이너), 박재홍(그래픽디자이너), 신연식(영화감독 겸 극작가), 유정숙(그래픽디자이너), 윤선일(그래픽디자이너), 이정혜(베가스튜디오), 임진욱(디자인에쿼티) 등이 강연자로 나서 한글의 의미와 조형적 특성, 그리고 디자인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한글의 다양한 변주를 살펴보았다. 한글을 디자인요소 또는 하나의 기호로 접하게 되는 그래픽디자이너를 주축으로 한글을 조형물로 바라보는 타이포디자이너, 의미와 상징으로 받아들이는 극작가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온 전문가들의 강연은 ‘만드는 한글’에 대한 탐구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한글 문장부호 디자인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던 박재홍의 강연이나 ‘정조체’를 개발한 임진욱의 강연, 그리고 동양에서 서양을 공부한 윤선일과 서양에서 동양을 배운 로만 빌헬름의 강연은 그간 인지하지 못했던 한글의 새로운 모습을 일깨워 주었다. 또한 강의가 끝날 때마다 진행되었던 질의응답 시간은 다소 어려울 수 있었던 강의 주제를 되짚어보고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한편 블랭크 블록의 ‘김한글 성형외과’는 망가진 한글을 성형한다는 의미를 담아, 오늘날 망가진 한글의 실태를 알아보고 한글을 ‘성형’해보는 과정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한글의 조형에 대해 바로 알 수 있도록 했다. 굴림체, 바탕체, 궁서체, 필기체 등 네 가지 서체의 캐릭터를 제작하여 참여자가 각 서체들의 계보를 살펴본 후 아크릴로 만든 글자블록, 자간블록, 행간블록 등을 직접 조합해 ‘망가진 한글을 아름답게 성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서체 캐릭터를 하나로 합친 색칠카드에 직접 색칠을 하며 각 서체들의 특징을 체감할 수 있게 했다.
한편, 이번 행사를 주최한 ‘디자인 삶’은 김해민 디자인 디렉터를 중심으로 디자인 문화 활동을 펼치는 실험연구실이다. 지난해부터 활동을 시작해 타이포베를린 2008, 전자예술 국제전시 - thisAbility vs. Disability, 월드디자인마켓 등의 행사에 참여하며 여러 가지 시선을 디자인을 바라보고 또 실험해 왔다. 세종대학교 디자인동아리 블랭크 블록은 전시와 연구 과제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인터랙티브한 디자인동아리를 지향하며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통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장장 여섯 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던 ‘디자인 이루마루 2009 – 한글은 글자라고 생각합니다’는 디자이너, 혹은 시각예술가, 넓게는 대중들이 생각하는 한글의 본질적인 조형에 대한 강연과 함께 한글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체험해 볼 있었던 값진 기회를 제공했다. 전시 주제는 ‘한글은 글자라고 생각합니다’이지만 참여 주체에 따라 다양한 정의를 내리며 자신만의 한글을 체험할 수 있었던 것. 디자인 삶과 블랭크 블록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한글이 글자라는 것을 체험하게 하기 위해 오는 5월과 10월, 또 다른 컨퍼런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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