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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극화체와 B.I, 새로운 점에서 만나다

2003-04-30


애니메이션이 들어간 광고는 무수히 많다.
사이트 홍보를 위한 조그만 배너부터 팍팍 튀는 팝업광고, 그리고 귀여운 캐릭터와 함께 등장하는 씨리얼 CF까지. 하지만 늘 부수적인 도구에 그칠 뿐 애니메이션만으로 제작되는 광고는 일년에 몇 편 되지 않는다. 그것도 과자나 아이들을 위한 몇몇 상품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일 뿐이였다.
그러던 작년 11월 말쯤 한 성인 대상의 속옷 광고에 애니메이션이 등장해서 관심을 끈 적이 있다. 그것는 바로 “BARSH(이후 바쉬)”광고이다.


바쉬의 캐릭터와 CF를 만든 “COINRACKA501(코인락카501)”은 단순히 애니메이션의 기획 제작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작품을 직접 관리하며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는 젊은 집단이다. 특히 “코인락카501 바쉬 프로젝트“에서 획기적인 면은 기존 캐릭터 시장에서 소비되기 어려운 극화체*를 B.I.(Brand Identity)에 접목시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다른 유사 상품군과 차별화시키려는 마케팅 전략에서 비롯된 것으로 현재는 TV 및 지면 등의 광고 매체와 패키지에 사용되고 있으며, 조심스럽게 그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캐릭터를 브랜드의 B.I.로 전면적으로 사용하는 예가 많다. 심지어 기업 이미지 광고에 기존의 애니메이션을 차용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한 예로 “STILA(스틸라)” 화장품의 경우는 캐릭터 일러스트를 브랜드의 상징으로 삼아 광고, 홍보 뿐 아니라 화장품 용기까지 적극적으로 적용하면서 실제 모델을 쓰지 않고도 성공하는 좋은 사례를 보여줬다.
현재 우리나라도 키덜트(Kidult)시장이 형성되어가는 시점임을 고려해 볼 때, 이번 프로젝트와 같이 캐릭터와 애니메이션을 B.I.로 사용하는 것은 고무적인 마케팅 사례가 될 수도 있으리라 본다.


*극화체 일반적으로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삽화체라고도 하는 스타일로
현실적인 인간의 비례에 맞게 사실적으로 그리는 작화 형식을 말한다.
애니메이션보다는 출판 만화 쪽에서 더 많이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에 극화체라고도 한다.
예가 될 수 있는 작품으로는 공각기동대, 인락, 퍼펙트 블루, 아키라 등이 이에 속한다.


코인락카 501은 남산 애니메이션 센터에 입주해 있는 작은 애니메이션 팀이다.인원도 다섯 명으로 단촐하다.
PD 한명에 디자이너 한명, 감독 한명과 시나리오와 게임 플래너를 함께 담당하는 인원이 한명, 만능엔터테이너 조감독 한명. 이 인원이 전부이다. 하지만 이 다섯 명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나름대로 독자적인 영역을 가지고 멋진 팀의 일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첫 번째! 대표로 있는 원성구는 원더풀데이즈 캐릭터의 원안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99년부터 2000년까지 양철집에서 초기 캐릭터 개발을 담당했었다. 바쉬 CF 연출을 했던 김병갑 감독은 여러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수상한 상복(?) 많은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 외에도 뮤직 케이블 방송의 station id라든가 CF작업도 많이 해왔고 <아치와 씨팍> 극장판 데모작업에서도 애니메이션 연출을 담당했던 젊은 실력자이다. 크리에이티브한 이 두 젊은이들이 활동할 수 있게 프로듀싱을 담당하는 사람은 한정인이다. 한정인 PD는 선우엔터테인먼트, 디알무비를 거쳐 최근 제이팀 스튜디오까지 애니메이션 기획, 제작 전문이지만 여기서는 작화 이외의 모든 일을 담당한다.
조감독인 김상곤은 그림이면 그림, 편집이면 편집, 청소면 청소 모든 일에 만능이다. 또한 가장 어린 나이로 혼자 20대임을 과시하며 팀 멤버들의 사랑까지 독차지 하고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동대문에서 의류사업까지 하고 있는 무서운 영파워다.
마지막으로 시나리오 및 게임플래너인 송창근은 가장 주목받는 존재. 그 이유는 머릿속에 무궁무진한 멋진 아이디어를 숨겨두고 있지만 아직 회사 사람 외에는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곧 무언가 될꺼라는 기대를 받으면서 오늘도 열씸히(?)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멤버이다.

이러한 멤버들이 만나 처음으로 함께 작업한 광고가 바로 바쉬.
바쉬 프로젝트가 런칭되기까지는 알게 모르게 여러 문제가 많았다고 하는데...
가장 큰 컬림돌은 광고주와 대행사에서 요구한 코드-보보스족, 클럽문화, 속옷의 효과적 노출 등-가 과연 애니메이션에서 제대로 표현 될 수 있을까 하는데 불신 때문이었다. 그렇게 고민 고민해서 코인락카 501에 이 프로젝트가 넘어온 뒤에 주어진 시간은 한달 남짓이다!



그 험난한 5주 동안의 쫒기며 열정을 쏟아냈던 그들의 모습.시간을 쪼개고, 나누고, 재배치하며 바쉬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코인락카501의 제작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첫 의뢰가 들어온 것은 2002년 9월 27일.첫발걸음은 캐릭터 디자인에 대한 의향 타진을 받으면서 시작되었다. 광고주와 대행사 측에서 원성구의 홈페이지에 있는 <블러드 나이트(blood night)> 라는 만화 원고에 관심을 가지면서 접촉을 해온 것. 다행히 그 작품은 출판이 되지 못한 미완의 원고였기 때문에 캐릭터 사용권 계약을 하고 애니메이션을 위한 캐릭터 development에 들어갔다.
수정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문제는 <블러드 나이트> 가 워낙 오래된(1995년) 작품이어서 현재 원성구의 디자인 스타일과는 상당부분 거리가 있다는 점이었다. 더군다나 블러드 나이트의 캐릭터는 애니메이션이 아닌 만화 원고용이었기 때문에 작화를 하기 위해서는 다시 수정을 해야 한다는 것 또한 문제였다. 광고주 측에서 마음에 들어했던 부분은 살리면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기 쉽도록 수정해야 했는데, 그 정확한 기준선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다행히 일주일 걸려 준비한 캐릭터 development는 한번에 OK! 생각보다는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캐릭터를 최종 정리하고 있는 동안 김병갑 감독은 콘티와 아트웍 작업을 하였다. 그리고 배경과 조명 설계 그에 따른 애니메이션 작화설계를 해서 광고 제작사인 양철집과 최종 조율을 마쳤다.
그렇게 해서 결정된 것이 총 20cut, 20초 분량.
자료를 수집하고 아웃소싱 할 후반작업 업체 선정까지 마치고 캐릭터와 콘티가 오케이 된 시점이 10월 13일. 이렇게 2주간의 기획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작화에 들어갔다.


함께 모여서 연출회의를 통해 감독으로 받은 작품 포인트는 둘!
하나는 살릴 장면은 확실히 살리자.
그리고 두 번째는 조명을 효과적으로 이용해서 스타일을 내자.

“살릴 장면”이란 전반부에 여성이 무대에서 춤추는 장면(#4, #6)과 후반부에 두명이 서로 이끌리는 동안 카메라가 Full Shot에서 팬티까지 줌인 되는 장면(#16, #19). 두명의 주인공은 원성구씨가 직접 원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조명을 이용한 효과 Test는 김병갑 감독이 샘플을 만들기로 하였다.하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아무리 원작자라고 해도 캐릭터가 손에 익어서 자유자재의 액션이 나오기까지는 보통 한달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법. 작업에 들어간 이후에도 원성구씨 측에서 원화가 끝나지 않은 것이었다. 김병갑 감독이 직접 레이아웃과 배경 작업을 하는 와중에도 원성구씨의 원화는 부진했다.
다른 사람의 캐릭터였다면 좀 나았을까? 본인이 예전에 그리던 스타일로 돌아가서 그리려고 하니까 오히려 적응하기가 더 힘들어 보였다. 1주일쯤 시간이 지나자 작업이 풀리기 시작했는지 커트가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이때 성구씨의 한마디!
“내 그림 작화하기 어렵네~”
반면 김병갑 감독 쪽은 김상곤 조감독의 분발에 힘입어 레이아웃과 원화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예기치 않은 곳에서 나오는 법. 전반부의 여자 춤추는 커트는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후반부의 두 남녀가 이끌리면서 카메라가 쭉 따라 들어가는 씬이 문제가 되었다. 막상 레이아웃에 원화까지 하고보니 그다지 효과가 나지 않았다. 다시 수정하기에는 스케줄이 없고 결국 짧은 커트로 짤라서 연결해 들어가기로 결정하고 다시 원화 작업에 들어갔다.

여기서 코인락카501의 작업시스템을 잠깐 소개하자면, 레이아웃부터 원화까지를 모두 컴퓨터로 작화한다는 특징이 있다. 애니메이션 작화공정을 그대로 옮겨놓은 펜슬맨이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모니터 타블렛에 작화한다. 이렇게 하면 바로 바로 라인테스트를 하면서 작화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액션상의 느낌을 연출의도대로 맞출 수 있고 리테이크가 적어진다.


작업이 2주차 중반쯤 지나자 원성구씨의 작업은 본인이 원화 한 것 이외에도 김상곤 조감독이 원화한 다른 커트들의 원화 작감을 보는 작업으로 넘어가 있었다.
원화 작감이란 여러 사람이 작업한 원화의 통일감은 물론 캐릭터들을 일치시켜 주는 것으로 연출과 함께 최종적인 점검작업이다. 시간 관계상 주인공 남녀만 체크하기로 하고 한템포 한템포 진행해 나갔다.


생각보다 스케줄이 1주일정도 지연된 관계로 동화는 두팀으로 나눠서 하기로 했다.
대부분의 동화는 안정적인 작업량을 소화해 낼 수 있는 동화전문 회사로 보내고, 메인 캐릭터는 경력이 오래된 경력 7~8년의 지인들이 담당해 주었다. 채색은 전부터 협력관계를 유지해 주던 운터그라프에서 담당했다.

늘 그렇지만 작업 중에 생기는 크고 작은 사고에 싫은 내색 없이 일을 잘 마무리 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처음 동화가 시작된 것은 원래 예상했던 21일 경이었다. (첫 커트가 들어가고 다음으로 이어지기 까지 좀 시간이 걸렸었다.)
사실 첫 커트가 언제 들어가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더 중요 한 것은 언제 마지막 커트가 들어가느냐. 그것도 ‘얼마만큼씩 나눠서 들어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첫 커트는 제때 들어갔지만 본격적으로 작업이 들어간 시점을 생각하면 사실 진행은 예상보다 일주일 이상 지연된 상태였다.

동화가 시작되자 채색팀에서도 계속 “어떻게 되어요?”라는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화도 커트가 들어가기만 했지 나오지를 않았다. 이유는 ‘어렵다’라든가 ‘매수가 많다’라든가 표면적인 것들이 있었지만 팀별 깊은 사정이야 알 수가 없었고... 작업 2주차가 다 지나가도록 진전이 없자 채색팀만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이제 원화, 원작 부분은 끝이 보이기 시작했고 동화의 부진만이 걱정이 아닌가 싶었다. 바쁜 중에도 각 공정별로 라인테스트는 꼭 체크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그 중 #15번 커트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남자의 옷이 벗겨진 후 무언가에 끌려 앞쪽으로 나오는 씬이였는데 그 표정이 좀 무서웠다고나 할까. 결국은 실제 액션에 맞게 그려지는 것보다 주인공 남자는 “멋진 이미지”를 유지했으면 하는 요청에 의해서 짤려 나갔다.
이외에도 라인테스트 만으로 이루어진 최종 편집에서 마지막 작화 부분도 매정하게 잘려나갔다. 결국 #14번 커트 이후로는 다 버리자는 결정이 나왔으며 여자의 몸이 공중으로 올라가는 장면과 남녀가 각각 자신의 위치에서 공중으로 올라가는 장면 그리고 둘이 안으려는 최종 end pose가 추가 작화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이미 시간은 일주일도 안남은 상황. 일단 내부에서 조감독이 직접 작화 동화까지 하기로 했다. 채색팀에 채색용 색지를 보내면서, 끝난 커트 컴포짓(Composite)도 하고, 효과가 필요한 부분은 효과도 주면서 동시에 원화, 동화까지 새로 해야 하는 상황은 정말 최악이었다! 감독까지 고군분투 하면서 마지막 3일은 잠도 못자고 작업 마무리에 매달렸다. 무리수가 있긴 했지만 모두 함께 노력한 덕에 약속한 11월 4일에 맞춰서 최종 데이터를 보낼 수 있었다.

중간에 투시경으로 속옷 찾는 효과까지 넣어서 모든 컴포짓이 일단 완료되었다. 집단 엑스트라가 있는 #3번의 동화가 일요일날 밤에야 끝나는 바람에 채색부터 연출라인까지 좀 고생하긴 했지만 약속한 날짜에 맞춰서 작업을 마무리되었다.
미진한 부분도 많았고 아쉬운 부분도 많았지만 일단 6일의 방송 심의를 받고 다시 수정하기로 하고 완성본은 사운드 더빙을 위해 녹음실로 직행!

결국 11월 초로 예정된 방송을 기다렸지만 몇몇 장면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다시 삭제! 급하게 작업한 엔딩 커트도 러닝타임 이유로 삭제!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재심의를 받고 11월 28일에야 재편집되어 방송되었습니다. 삭제된 커트들이 아쉽긴 하지만 다행히 다른 커트들로 보충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접었습니다. 참, 한마디 더 하자면, 심의에 걸리긴 했지만 광고주와 대행사 모두 마음에 들어 해서 retake는 없었습니다.

바쉬 CF는 www.tvcf.co.kr 에서도 계속 보실 수 있고 현재 극장에서 절찬리에 나오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작품개요
광고주: 인따르시아
대행사: 선연
제작사: 양철집
캐릭터 디자인: 코인락카501
애니메이션 제작: 코인락카501
Runnung Time : 20"

Staff Profile
Producer : 한정인
Character Design : 원성구
Director : 김병갑
Assistant Director : 김상곤
Key Animation : 원성구, 김상곤
동화: 정연희, 황순아, 윤명희, 몬스터(팀)
채색: 운터그라프
편집, 효과: 김병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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