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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반갑다. 떼~한민국

2004-05-25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쓰고 가는 돈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서 사용하는 달러가 훨씬 많다고 합니다. 여행수지 적자라고 아우성이지만,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의 해외 나들이가 흔하다는 이야기겠죠.

한국 여행객이 많은 외국의 도시엔 우리나라 제품이 흔합니다. 슈퍼 진열대엔 라면이나 소주가 있고 김치도 있습니다. 길거리엔 우리나라 자동차가 굴러 다니고, 낯익은 심벌과 로고를 단 광고가 도심 한 복판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글로 된 상점도 심심찮게 보입니다. 한국인을 위한 한글 안내문이 있고, 한국어 안내 방송이 나옵니다. 심지어 한글 낙서마저도 곳곳에 흔합니다.

일본을 비롯한 동남아, 중국에선 소위 ‘한류’라는 이름 하에 한국의 영화, 드라마, 대중가요가 유행하고 관련 연예인들이 주가를 올리고 있습니다. 그 열풍은 상상 이상입니다. 여장부 골퍼들과 야구와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 스타들, 그리고 한국의 영화들도 ‘세계 속의 한국’을 빛내고 있습니다.

먼 외국에서 마주치는 한국의 제품이나 한글은 감회가 새롭습니다. 반갑고 뿌듯하기도 하고 새롭게 뒤 돌아 보는 계기도 됩니다. 물론 워낙 남다르고 극성스럽게(?) 몰려 다니는 사람들인지라, 일부의 관광지나 여행장소에 어설픈 한글로 큼직하게 ‘하지마’, ‘조심하라’ 등의 금지나 경고 문구를 접할 때는 좀 부끄럽기도 합니다.

어쨌든 우리의 것들을 외국에서 보고 느낀다는 것은, 나라안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경험입니다. 더군다나 머나먼 이국 땅에서 한국과 관련된 디자인들을 보거나, 외국의 책자에 소개된 우리 디자인을 발견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반갑고 흥분되는 일입니다.

혹시, <미스터 리> 를 알고 계십니까? 우리에겐 다소 먼 나라로 느껴지는 노르웨이에서 ‘라면 왕’으로 통하고 ‘미소의 요리사’라 불리는, 노벨상을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도 더 유명한 사람입니다. 그가 요리한 라면을 맛보려고 한 학급에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결석을 했을 만큼 대단한 명성을 누리고 있다는데요 - 한국전쟁이 발발 중이던 때에 병 치료차 노르웨이로 건너갔던 이철호씨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청소부로 시작한 그는, 모진 고생을 하며 스위스, 독일, 프랑스 등에서 요리 공부를 했습니다. 최소한 먹는 일만큼은 걱정 없을 것 같아 요리사가 됐고, 주방장, 빵 공장 책임자를 거쳐 마침내 자신의 브랜드 ‘Mr.Lee’를 만들었고, 그 이름 하나로 노르웨이 라면 시장을 석권하고 있습니다. 맛에 더해진 귀여운 패키지 디자인과 재미 있는 광고CF는 <미스터 리> 만의 트레이드 마크로 노르웨이 사람들의 커다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속이 비면 머리가 빈다’, ‘빈속으로는 사랑을 못한다’, ‘산이 네게 오길 기다리지 말고, 네가 산으로 가라’등의 색다른 카피로 유명하다 하네요.

본인의 얼굴이미지를 꼭 빼닮은(사실은 엘비스 프레슬리 패러디) 일러스트를 담은 컵 라면과 라면 패키지 디자인은 각 제품의 특성에 어울리도록 심플하고 재미있게 디자인 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매운 맛’, ‘닭고기 맛’, ‘소고기 맛’이라는 작은 한글표기가 반갑습니다. 혹시 노르웨이에 가실 기회가 있으면 꼭 시식해 보시고, 그 맛을 전해 주시길 바랍니다.
England의 Design Bridge사 작품입니다.

최근 팝페라 테너 임형주가 일본의 클래식 팬을 매료 시켰고, 가수 베이비복스, 영화 ‘중독’의 이병헌, 드라마 ‘대장금’도 한류열풍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가수 계은숙, 조용필에 이어 탤런트 윤손하가 인기를 얻고 있고, 일본 TV에 인기리에 방영된 ‘겨울연가’로 배용준은 ‘욘사마’란 거한(?) 이름까지 얻었습니다. 식을 줄 모르는 인기짱 가수 보아, 홈런왕 이승엽, 원빈, 장동건, 송승헌, 전지현 등이 한류 열풍의 주인공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덩달아서 한국어 배우기와 한국 여행 붐이 이는 등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관심은 여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물론, 아직도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외치면서 점령을 시도하는 이들과 반한의 극우파들도 많지만요.)

지리적, 문화적, 역사적으로 뗄래야 뗄 수 없는 두 나라가 이젠 음식으로 만나고, 겨루고 있습니다. ‘기무치’ 대 ‘김치’의 대결이 김치의 판정승으로 끝났고, ‘비빔밥’과 ‘불고기’도 일본의 유명상품이 되었습니다. 일본은 특히 ‘食’문화에 관심이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음식을 일본에 소개한 상품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明洞街 갈비라면’, ‘東大門市場육개장면’, ‘南大門市場김치라면’ 등 구체적 지명을 따 만든 라면 브랜드는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日淸식품(Nissin Food Products)’이란 일본 내 유명 식품회사에서 만든 건데, 인데 일본인들을 위한 제품인지 한국인을 상대로 만든 제품인지 의심이 갈 정도입니다.
일본인들에게는 동대문 갈비가 갈비 맛의 대명사인지 모르지만 ‘동대문 가루비 맛’과 ‘동대문 육개장 맛’ 라면의 맛은 또 어떨지 궁금합니다.
일본 Deziro사의 작품입니다.

열거한 작품은 Archive라는 세계적인 잡지에 수록된 작품, 그리고 The New York Festivals 수상 모음집에 게재된 작품들로 광동제약, 동서식품, 소니코리아의 제품광고들 입니다. 이처럼, 음악, 미술, 무용 등 순수 예술 분야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그래픽 작품, 사진, 일러스트, 제품 디자인 등도 외국의 유명 페스티발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우리의 디자인을 알리고 있습니다.

동남아에 수출된 우리의 중고 자동차를 보면 웃음이 날 때가 있습니다. 큼직한 한글이 쓰여진 채 보란 듯 도로를 누비고 다니는 차들… ‘○○자동차학원’, ‘광화문↔분당’, ‘현대문화센터’란 글자들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지우지도 않고 한국에서 사용하던 그대로 끌고 다닌답니다. 한글이 붙어 있는 자동차라야 품질 좋은 (중고)자동차로 인정하기 때문에, 한글이 없는 건 어설프게라도 일부러 그려 넣고 다닐 정도 라네요. 비록 중고차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 때문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니 아무튼 반갑고 기쁜 일입니다. 디자인분야도 이렇게 되는 날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이제부터는 상품뿐 아니라 멋진 디자인까지도 세계 어디를 가나 볼 수 있기를… 그
래서 우리의 디자인들이 새롭지도, 반갑지도 않을(?)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보며…
오늘도 떼~ 한민국 파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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