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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뒷모습을 뒤돌아보다

2006-10-30


늘보던 시선에서 역시선(逆視線)은 새롭습니다. 조금 어설플지는 몰라도 눈과 귀에 익지 않은 불편함이 오히려 새로움으로 보입니다.

일상과 다른 패션이나 헤어스타일에서부터 괴상한 짓이나 뒤틀린 언어, 그리고 심기 불편한 혐오, 엽기에 가까운 비정상(?)적인 파격 비주얼에 열광하는 우리들입니다.
‘비호감’이 ‘호감’으로 둔갑하고, ‘키치’, ‘사이코’, ‘컬트’ ‘퓨전’에 ‘죽음’, ‘성’ 등의 금기와 부정적인 소재들이 밋밋하고 식상한 일상에서 새로운 시선으로 주목 받은 지 오래 되었습니다.

뒷모습은 어떤가요.
지금까지 사람의 뒷모습은 떠나는 이의 쓸쓸함이나 신의를 저버린 ‘배반’, 뒤통수, 뒤안길, 뒷걸음 치다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뒷모습을 당당하게 보여준 적도 별로 없구요. 하지만 뒷모습에 대한 그런 오해와 회피가, 오히려 뒷모습에 대한 신선도를 높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잘 볼 수 없었던, 그러나 의외로 많은 이야기를 전해 주는 뒷모습 –
냉정한 듯 하지만 사실은 속내를 드러내 버리는 뒷모습이 오늘의 주제입니다. 뒷모습을 담아 낸 이미지들을 보며, 우리 자신의 뒷모습은 어떨까? 때마침 깊어가는 가을날- 잠시나마 생각해 볼 수 있는 새로운 시선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람들의 앞모습은 화려한 화장과 변화무쌍한 분장, 노련한 화술과 표정으로 원래의 이미지를 조작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뒷모습은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 무방비하게 보여 줄 수 밖에요. “뒷모습은 앞 모습보다 진실하다”란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남자는 뒷모습으로 말한다” 라는 광고 카피가 나온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겠죠.

지구 위에서 평생을 살아도 달의 뒷모습을 볼 수 없는 것처럼, 온전한 자기의 뒷모습 한 번 볼 수 없고, 제대로 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는 게 사람입니다. 본다고 하더라도 남의 시선을 통해, 한 단계 거쳐서 겨우 볼 수 있을 뿐이죠. 가까운 자신의 뒷모습도 그럴진대, 하물며 자신이 걸어 온 멀고 먼 길을 제대로 파악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내가 해 온 숱한 행동들과 내가 그려 온 정신적인 궤적들, 시간에 따른 변화와 오랜 시간 축적해 온 모든 것들이 과연 어떤 모습들을 하고 있는지 – 나는 정말 쓸만한 디자이너이었을까요? 내가 만든 것들은 정말 쓸만한 것들이었을까요?

금기가 깨지고 있습니다. 긍정과 부정, 상식과 비상식, 적대국과 우호국, 미와 추, 심지어 선과 악이 뒤섞여 절대적인 옮음에 대한 편견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떠나는 이의 쓸쓸함이나 신의를 저버린 배반, 뒤통수, 뒤안길, 뒷걸음 치다 등 ‘부정적’인 단어들로 묶여있던 뒷모습을 이제 우리 마음 속에서도 해방시켜야 할 때가 아닐런지요. 뒷모습의 아름다움에 대해 더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뒷모습의 당당함과, 뒷모습의 솔직함에 대하여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의 모습,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을 때, 이젠 뒷모습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면 어떨까요. 그 안에 어쩌면 우리가 미처 모르고 있던 굉장한 이야기들이 숨어있을지도 모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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