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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브랜드가 산다 ⑤

우승우 브랜드 컨설턴트 | 화요 공식 홈페이지, 화요 공식 페이스북 | 2015-11-16


어떤 술로 정할지 가끔 난감할 때가 있다. 비즈니스 관계로 만나면서도 편안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기대하고, 그러면서도 어느 정도의 격식이나 분위기는 놓치고 싶지 않은 식사 자리를 만들고 싶은 경우는 더욱 그렇다. 와인도 좋고 사케도 좋고 요즘 유행한다는 싱글몰트 위스키 역시 좋지만 뭔가 아쉬운 경우가 많다. “좋은 사람들끼리 만나는데 술의 종류가 뭐가 중요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친구는 아니기에 국민의 술이라고 하는 소주로 시작하고 흔하디 흔한 맥주로 끝내기에는 뭔가 조심스럽다.

글 | 우승우 브랜드 컨설턴트
사진 | 화요 공식 홈페이지(www.hwayo.co.kr), 공식 페이스북(www.facebook.com/hwayodrink)  

나에게 그런 고민에서 벗어나게 해 준 술이 있으니 바로 국내 증류식 소주의 대표 브랜드인 ‘화요(火堯)’. 이놈 제법 괜찮다. 소주나 맥주 보다는 가격이 높지만 위스키나 와인처럼 부담스럽지 않고, 다른 전통주처럼 전통전통 하지 않고 세련됐다. 그래서 화요는 업무상으로 만나는 관계뿐만 아니라 손님이 집에 오거나 누군가의 집에 초청을 받았을 때 꽤나 괜찮은 선택이다. 집에 손님이 오거나 초청 받아 가는 경우가 흔하지 않고 요즘처럼 먹꺼리에 관심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맥주는 성의없어 보이고 장롱속의 오래된 위스키는 부담스럽다. 그럴 때마다 선택하는 화요. 바로 우리집 브랜드의 다섯 번째 주인공이다.
 

화요는 전통주다. 우리나라의 전통 문화, 전통 술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고 전통 방법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통이라고 부르기에는 역사가 길지 않다. 2004년에 처음 출시됐으니 이제 갓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화요의 존재감은 다른 전통주와는 다르고 뭔가 특별하기까지 하다. 맑고 깨끗한 우리 나라의 전통 소주라서 그럴까, “한식이 고급으로 인정받으려면 함께 곁들이는 술과 그릇이 모두 고급이어야 한다”라며 한식의 세계화와 프리미엄을 꿈꾸는 창업자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어떤 전통주들이라고 창업 당시의 숭고한 의미와 장인의 손길이 담기지 않은 것이 있을까.
 

우리 나라 주류 시장은 어렵다고 한다. 1위 브랜드와 2위 브랜드가 순식간에 바뀌기도 하고, 지역의 강자가 전통의 강호를 위협하기도 한다. 소주와 맥주가 그랬고, 위스키 시장도 변화가 크다. 전통주가 각광을 받았던 때도 있었고 와인과 막걸리의 전성시대도 있었다. 이런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도 매년 두자릿수 이상 성장하는 화요. 점점 많은 사람들이 화요를 찾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첫째,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들 수 있다. 과거 이런 제품은 없었다. 일반 소주보다 비싼 가격의 고급(을 지향한) 소주도 있었고, 전통과 정통을 내세운 소주도 있었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프리미엄을 유지하면서 쉽게 선택하고 즐길 수 있는 제품은 없었다. 전통주라는 이름에 얽매여 필요 이상의 과장과 제한적인 접근성을 고집하지 않고 적절한 마케팅과 적극적인 유통 채널을 활용한다. ‘광주요’라는 도자기, ‘비채나’나 ‘가온’이라는 레스토랑과의 연계를 통해 식문화와 관련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점 역시 특별하다. 타깃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화요를 선택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둘째, 제품의 맛 때문이다. 술맛이라는 것은 그 자체의 맛뿐만 아니라 함께 먹는 음식과의 어울림,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분위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해도 화요는 맛있다. 그냥 마셔도 좋고 다양한 형태의 칵테일로 마셔도 좋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빈번하게 먹는 고기나 회에 잘 어울린다. 전통 증류식 제조법으로 장인들이 쌀로 빚어 만든 화요는 깊으면서도 그윽한 맛을 만들어낸다. 또한 특정 도수로 한정된 다른 주류 브랜드와 다르게 17도, 25도, 41도 등 다양하다(17도 제품은 사케, 25도 제품은 쇼추-일본식 소주, 41도 제품은 보드카를 타깃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즉 소비자들이 제품을 즐길 수 있는 TPO(Time, Place, Occasion)을 다양하게 넓혀주고 있다. 이것이 화요가 핫한 클럽에서 파티를 열고, 다양한 브랜드들과 컬래버레이션을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셋째, 화요를 더욱 화요답게, 화요를 화요 이상의 것으로 만드는 브랜딩과 스토리의 힘이다. 화요라는 이름은 소주의 소(燒)라는 글씨를 해체해서 만들었다. 화요는 불을 상징하는 화(火)와 귀하고 높은 대상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요(堯)자가 결합된 형태인데 이는 ‘불로 다스린 존귀한 것’이라는 의미이며, 특히 요(堯)자에는 세상의 근원이라는 흙을 상징하는 글자(土)가 3개나 들어있어 화요의 철학과 진정성을 보여준다. 또한 화요를 마실 때면 “도자기 사업을 하면서 내가 만든 그릇과 어울리는 고급 음식과 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조태권 회장의 창업 스토리가 생각나 술맛을 더욱 진하게 만든다. 고려청자에서 모티브를 딴 패키지에 강병인 선생의 캘리그래피는 고급 위스키나 브랜디처럼 고유의 병 디자인을 통해 화요만의 브랜드 정체성을 명확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화요를 만드는 광주요 그룹 조태권 회장을 직접 만나 미팅 겸 식사를 함께 한 적이 있다. 3시간이 넘게 흐트럼 한 점 없이 열정적으로 우리 문화와 식문화에 대해 이야기 했던 그와 함께한 시간 내내 그런 상상을 했다. 우리가 싱글몰트 위스키를 마시면서 한 번도 가보지도 않은 스코틀랜드의 지역에 대해서, 기후에 대해서 잘난 척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외국인들이 화요를 마시면서 ‘화요란 말이지…’, ‘화요라는 이름이 무슨 뜻이냐 하면…”이라며 화요의 역사, 제조법, 특징, 함께 먹는 음식에 대해서 열띄게 설명하는 장면을..

과연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화요는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부터 열심히 마셔야하겠지만.. 오늘. 혼자서 화요를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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