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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차별화가 관건이다

2005-06-27

AA 광고를 살펴보자.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정장을 입은 네 남자가 중개인을 찾아 고객의 자동차 보험료를 내려 달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이 광고는 지극히 평범하다-어둡고, 과장되고, 약간은 바보 같다. 그래도 몇 년 전에 AA가 ‘제 4의 응급 서비스’라는 아이디어를 버리기로 한 결정만큼 바보 같지는 않는다.

새로 나온 Homebase 광고이다. 이 광고에는 수많은 동그라미가 나온다. Damien Hurst의 초기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동그라미들이다. 개성이 있고, 열심히 노력한 흔적이 보이며, 다양한 기능을 자랑하는 광고이다. 훌륭한 소매 광고가 갖추어야 할 요소를 모두 갖추었다. 그런데 이 광고를 만든 팀이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유지할지 궁금해진다.

Radio Times의 다이렉트 메일을 살펴보자. 이 광고에서는 TV 시청법을 소개하고 있다. 전 국민이 가장 즐기는 여가 수단인 TV를 100% 활용하는 법을 단계적으로 가르쳐주고 있다. 30억 개 채널이 있는 요즘 미친 듯이 채널을 돌려대는 현대인들을 겨냥한 것이리라.
이번 주 광고 중에서 최악은 Wall's Magnum의 ‘5감’ TV 광고이다. 아이스크림이 지닌 관능성을 포착하기 위해서 수많은 야한 장면과 신음소리를 결합하였다. 광고팀이 정말 열심히 일했는지 의심이 간다. 차별되는 아이스크림 광고인 점은 인정하지만, 정말 악몽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는 초콜릿 광고를 살펴보자. Fairtrade Divine의 인쇄 캠페인이다. 멋진 아프리카 여성들이 초콜릿 조각을 들고 있다. 잘난 척 하며 주제넘은 카피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Fairtrade가 만든 초콜릿 맛보시겠어요?” 아니요. 전 세계에서 후진국 국민들을 돕기 위해 오랜 기간 애를 써왔다. 이렇게 서툴게 그 문제를 다루어, 가벼운 이야깃거리로 만들어버리다니.

Skoda 광고 두 편을 살펴보자. 두 편 모두 비유를 통해, Skoda가 자랑하는 보기 드문 결합을 강조하고 있다. ‘실용적이면서도 흥분되는’편에서는 바지프레스가 지붕에서 한 남자를 쫓고 있다.
이 광고는 Reebok의 유명한 “배가 당신을 잡아먹을 것입니다”와 비슷해서 다른 “크면서도 재빠른”편보다 못하다고 할 수 있다. 다. “크면서도 재빠른”편에서는 20스톤(1스톤=6.350kg)에 달하는 체조 선수가 멋진 마루 연기를 선보인다. 정말 흠잡을 데 없는 광고이다. 실제로 그 뚱뚱한 체조 선수가 ‘카메라 앞’에서 그런 멋진 뒤로돌기를 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렇게 보이는 게 사실이다.

“등이 초록색으로 바뀌고 자동차들이 출발한다.” 포뮬러 원 경주에서 흥미로운 점을 찾자면(비록 그것이 아주 힘들지만) Murray Walker가 있다. 이번에 나온 LG Electronics 광고를 봐도 TV에서 중계되는 스포츠 중 가장 따분한 포뮬러 원 경주가 흥미롭게 보이지 않는다. 굉음을 내는 포뮬러 원 자동차들 사이로 LG Electronics의 휴대폰이 보인다. 내 얼굴은 거의 Edvard Munch가 되었다.

다음은 Golden Wonder의 Golden Skins 광고를 보자. 이 광고는 황금색 피부 대신 창백한 피부를 가지고 시각적인 놀이를 만들었다. 장면은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아주 다양한 창백하고 흥미로운 사람들이 저나마 감자칩을 손에 들고 있다. 감자칩 광고치고는 너무 지적인가? 나는 Walkers 감자칩 팬이다.

올림픽 개최지를 선정하는 IOC 위원들이 이 Visit London 광고를 보지 말아야 할 텐데. 분명 런던은 탈락할 것이다. 사진은 작위적이고, 싸구려 느낌이 난다. 그런데 보이는 곳보다 이 사진이 붙어 있다. 이렇게 훌륭한 브리프를 저렇게 망쳐놓다니. 나는 런던에서 나고 자랐다.
그래서 이 광고가 멋진 런던을 조금도 반영하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발로 뛰는 대신 손가락으로 전화를 거세요,” “JR Hartley,” “Ted, 우리 얘기 좀 할까요?” “당신의 욕실에서 그들이 뭘 했는지 본 적이 있나요?” 그리고 “오래된 좋은 친구인 Yellow Pages.” Yellow Pages 광고는 하나같이 강력한 광고 효과를 자랑한다.
상징적이고, 따뜻하며, 재미있고, 유용하다. 정말 멋진 브랜드이자, 멋진 고객이다.

Yellow Pages 광고는 항상 각본과 제작이 훌륭하다. 그리고 Yellow Pages의 모델인 James Nesbitt 역시 Yellow Pages와의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인 Yellow Pages는 잘 나가고 있다.

패션과 소매는 정말 치명적인 결합이다. 광고를 만들기 가장 어려운 결합이다. 변덕스러운 소비자는 항상 새로운 것을 찾고, 값싼 제품을 원한다. 따라서 성공적인 판매 활동이 어렵다. Matalan은 이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귀에 쏙 들어오는 음악과 화려한 비주얼 그리고 그 만족할 만한 가격대. 키친 싱크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이 광고는 개 먹이로 줄 만한 졸작이 될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도 토끼 골수나 살점은 보이지 않는다. 이 광고는 정말 일하기 어려운 브리프를 정말 훌륭한 광고로 만들었고, 게다가 제작비용도 얼마 들지 않았다.

이 ‘티저’ 캠페인은 ‘짜증’ 캠페인으로 바꿔도 아무 이상이 없을 것이다. 광고에 나오는 이미지는 평범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진짜 범인은 바로 카피이다. 정말 기내 음식이 세계 최고라는 말을 믿으라는 것인가? 아니면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이 킹 사이즈 침대보다 낫다는 말을 믿으라는 것인가? 아이디어가 부재한 이 광고는 단순한 사기극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광고가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광고를 싫어하는 것이다.

이 캠페인에는 아이디어가 시작되는 것이 보인다. “미래는 항상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닥칩니다”에는 제품과 관련된 통찰도 보인다. 하지만 이보다 더 충분히 생각하고 만들어야 했다. 게다가 이미지는 보기에는 좋다 해도 전혀 심금을 울리지 않는다. 그래도 적당히 신선하고 흥미로운 다른 아이디어가 나오기까지는 이 아이디어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언뜻 보면 약간의 매력이 보인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있어야 할 곳에 금이 간 것을 애써 숨기려는 비뚤어진 기질이 숨어 있다. 30초 광고는 쓸데없이 추가된 DVD의 디렉터 컷처럼 질질 끈다. ‘엉뚱한 광고’보다는 ‘형편없는 광고’에 속한다.

이 ‘흑백으로’ 캠페인도 마찬가지이다. 광고 내용을 설명하고 싶지만, 너무 무작위이고 둘둘 말려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하다. 영화 ‘유혹은 밤 그림자처럼’을 패러디한 것 같기는 하다. 값싼 볼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30초 짜리 광고인데 무지하게 길게 느껴진다-아이디어 부재 광고라는 푯말을 세워야겠다.

이 광고를 만든 팀은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서툴고 다소 어색한 광고가 나왔다.

“자유롭게 달린다”는 이 광고에서는 지친 한 남자의 또 다른 자아가 가벼운 Li-Ning 운동화를 신고 달리면서, 그 지친 남자의 기분을 북돋워준다. 엔드라인은 “뭐든지 가능하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아이디어가 부재한 광고도 여기까지 올 수 있는 걸 보면, 사실 뭐든지 가능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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