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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영상 | 리뷰

영화 ‘폰’에서 만나는 CG이야기

2002-11-06



영화의 완성단계인 포스트 프로덕션에서 CG의 완성도는 영화의 톤과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모든 영화에서 CG의 역할은 빼놓을 수 없지만 과연 어떤 부분이 영상디자이너의 손을 거친 것인지 판타지가 아닌 이상 가리기는 쉽지 않다.
영화에서 CG는 더더욱 그래픽처럼 보이지 않는, 현실감 있는 화면을 요구한다.
하물며 CG를 하는 영상 디자이너들은 CG를 한것같지 않게 해야하는 것이 CG를 잘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하겠는가.

하지만 이들의 노력이 없다면 영화자체의 완성도란 이뤄내기 힘들다는 것, 부인할 수가 없다. 공포영화의 경우 CG는 관객들을 으스스한 공포로 몰아넣는 리얼리티를 자아내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간만에 새로운 소재의 공포영화로 우리를 한 여름밤의 공포로 인도했던 영화 ‘폰’.
‘폰’ 전체에서 아우르는 스산한 분위기와 매끄러운(?) 공포는 매커드의 CG 팀의 고된 작업의 결과 였다.
고된 노력 끝에 만들어진 화면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아픔이 많다는 매커드 CG팀이지만 오늘도 새로운 영화, 한 컷의 완성도를 위해 날밤을 지새고있었다.

‘해놓고 시사회 가서 보니 무섭더라’는 매커드 CG팀의 ‘폰’영상 작업들을 정글 디자이너들에게 소개한다.


정리/인터뷰 : 이진실 기자(whiskybar@yoondesign.co.kr)
글 : 매커드 CG 매니저 한상선 실장(hss067@makod.com)



폰의 CG작업은 영화의 전체 상영 시간 100여분 중 몇 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만을 놓고 봤을 때 꽤나 간단하게 보일수도 있는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촬영이 시작되기 몇달전부터 몇 가지 시퀀스를 가지고 체적으로 테스트 작업을 해야 했다. 소름이 돋는 미세한 장면을 카메라가 크로즈 업으로 훑으며 빠르게 나아가야 하는 3D 장면과 욕실 벽을 타고 올라간 욕조의 물이 천정에서 귀신의 형상으로 바뀌는 등 난이도가 있는 몇 가지 시퀀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쉽게도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도중에 약간씩 콘티가 변경되거나 상황이 바뀌는 등 영화의 제작 과정 중에 여러 가지 변수가 있게 마련인데 시간을 투자해 테스트하던 몇몇 커트가 편집과정에서 모두 사라지는 바람에 묘한 허탈함도 들었다.

거울 보는 장면

거울 속에서 하지원의 얼굴과 귀신의 얼굴이 중첩되어 나오는 장면이다. stabilize로 두 소스의 각각의 흔들림을 잡고 공포스러운 분위기 연출을 위하여 눈 부분을 mask로 따로 작업하여 밝기의 차이를 주었다. 무엇보다도 공포스러운 분위기 연출이 중요했기 때문에 전체적인 칼라톤을 블루와 그린톤으로 잡고 Saturation 값을 에니메이션하여 부분적으로 칼라톤을 많이 낮춰 작업하였다.


시체 눈에 비치는 김유미의 모습


눈동자만을 찍은 장면과 김유미가 라이터를 조심스럽게 비추면서 다가오는 장면을 합성한 씬이다. 먼저 눈동자 소스에서 흔들림을 잡기위해 stabilize를 사용했고 김유미의 칼라톤을 눈동자 톤에 맞추었다.

벽에서 나오는 시체

벽에 묻혀있던 시체가 밖으로 나오는 장면 중 한컷으로 배우의 머리카락에 너무 윤기가 돌아 CG로 거친 머리카락을 만들고 덮어버린 씬이다. 3D tracking 을 통해 카메라 값을 얻어내고 Lightwave 3D를 이용해 머리카락을 만들어내었다. spline으로 머리카락의 형태를 만들고 스켈레톤과 fur로 완성했다. 촬영본에 보면 벽에 헝클어진 머리가 보이는데 합성시 Key작업에 문제점이 있어 또하나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앞쪽에 만들어 배치했다.


소름

하지원의 목부분을 클로즈업하여 찍은 소스를 가지고 만들었다. 촬영 때 억지로 소름을 돋게 분위기를 만든 후 찍은 소스라고 하는데 소름이 돋았다는 느낌이 약하게 보였다. 2D상에서 소름을 강조한 그림과 약화시킨 그림을 만들어내고 두가지를 마스킹하여 변화되는 과정을 표현했다

잿빛하늘 표현으로 스산한 분위기를..

바닷가에서의 대화씬 중 마지막 시퀀스로서 하지원의 공포심을 잿빛하늘을 통해 전달한 장면이다. 맑은 하늘의 원본위에 구름이 잔득 낀 하늘을 합성하는 비교적 무난한 장면이긴 했지만 이전 커트에서 이미 화창한 분위기의 하늘이 몇 번씩 등장했던터라 전 커트들과 튀지 않게 잿빛의 하늘을 묘사해야 하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욕실 천정을 타고 올라가는 물

영화의 편집과정에서 삭제되어 본편에선 등장하지 않는 장면인데 욕조 속 어린아이의 시점에서 본 욕실벽을 타고 올라가는 물을 묘사한 커트이다. 이 장면은 본격적으로 작업이 들어가기 몇달전부터 미리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어떤 방법으로 물을 묘사할 것인가가 중요한 관건이었다. 처음엔 nextlimit사의 realflow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물리적인 법칙을 따르는 다이나믹 계열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realflow도 물의 자연스런 움직임을 표현하는데는 훌륭하게 작용했지만 작업자가 머릿속에 그린 이미지대로 물의 형태나 동작을 제어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왔다. 결국엔 maya의 기본기능들을 응용해 물의 움직임을 만들어 나갔다. 물의 형태처럼 nurbs덩어리를 만들고 천정을 타고 퍼지는 움직임으로 에니메이션 시켰다. 물의 출렁거리는 느낌의 묘사를 위해 nurbs 각각의 point를 잡아 매 프레임에 키를 주고 grapheditor에서 그 키값 전체에 random값을 추가했다. 출렁임에 좀더 디테일한 표현이 필요해서 물의 shader에 에니메이션 되는 displacement맵을 추가하고 빛을 받아 하이라이트 되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bump맵을 추가했다.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phone

영화의 마지막 장면으로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핸드폰을 배경으로 서서히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상당히 인상적인 시퀀스였다. 하나의 시퀀스로는 제법 긴 3000프레임이 넘는 장면이기도 했다. 이 씬을 위해 제공받은 촬영소스로는 아크릴 수조에 물을 채우고 수조속으로 핸드폰을 떨어뜨리며 찍은 여러컷의 장면들이었다. 바로 전 커트가 거친 바다로 핸드폰을 내던지는 장면임을 감안할때 제공받은 소스들은 전 커트와 어울리지 않게 너무나 스케일이 작은 말 그대로 어항속의 물의 느낌이었다.

우선은 부족한대로 물속으로 빠져드는 핸드폰이 카메라 앞을 스치듯 지나가며 그때 핸드폰에 전화가 걸려오고 액정화면이 깜박이며 서서히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듯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핸드폰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난 이후의 상황 전체를 CG로 표현해야 했는데 카메라가 바다의 깊은 곳을 향한 장면에서 바다의 깊이를 표현하는 문제가 수월치 않았다.

특히 바닷 속 깊은 곳으로 이어지는 지형이나 그밖의 것이 존재하는 상황이 아니라 물속의 톤만으로 깊이감을 표현해야 했으므로 더 힘든 상황이 되었다. 화면의 중심부의 톤을 좀더 떨어뜨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을 점차 어둡게 묘사하는 방법으로 깊이감을 표현했다.
화면 전반에 깔려있는 바닷속 불순물은 카메라 앞에 파티클 emitter를 링크시키고 파티클들이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반복을 통해 표현했다. 카메라도 핸드폰을 따라 서서히 가라앉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공간전체를 커버할만한 많은양 파티클을 만들기엔 너무나 비효율적이었다. 파티클들이 카메라 바로 앞에서만 보이도록 사용한 편법이 생각보다 좋은 효과를 내주어 자칫 무겁게 될 뻔한 씬이 가볍게 해결되었다. 이 파티클들은 두가지로 분류해서 화면 가까이 다가오면 카메라의 촛점에서 벗어난 듯한 blur효과를 추가해 자연스러움을 유도했다.
이 시퀀스의 첫부분에 물속으로 들어오는 실제 핸드폰을 지워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 처음엔 실제 핸드폰의 움직임 위에 3D 핸드폰을 덧씌워 가려버리는 쉬운 방법을 생각했는데 핸드폰의 자연스런 움직임을 만들어내기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었다. 결국엔 실사의 핸드폰 움직임과는 관계없이 에니메이션을 만들고 실사의 핸드폰은 지워버리자는 쪽으로 진행되었고 stamp툴로 바다의 다른 부분을 복제해 채워나갔다. 보통 stamp툴로 무언가를 지우게 되면 한장의 이미지에선 보이지 않던 것이 에니메이션시에 상당히 튀는 거친 모습을 띄는 경우가 많다. 이번 바다의 움직임은 오히려 매프레임의 움직임의 기복이 심해 앞뒤 신경 안쓰고 지워도 자연스런 움직임이 나왔다.


Toilet pictures title 제작

phone의 제작사인 toilet pictures의 로고 타이틀이다.
처음의 계획은 먹구름이 잔득 낀 하늘을 배경으로 마른번개가 번쩍이고 그 영향으로 title이 나타나는 컨셉이었다. 작업중간과정에서 하늘만으로는 화면이 살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번개가 치는 바다의 이미지로 컨셉을 약간 변경했다. DNT의 바다를 가지고 테스트 했었는데 바다 위에 생기는 포말의 표현에 문제가 있었다. 마침 maya4.5의 베타버젼에 탑재된 바다를 테스트할 기회가 있었고 DNT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만큼 좋은 퀄리티를 보여주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바다의 preset에 조금 변형을 가하고 파도의 웨이브 속도를 느리게 보이게 하여 전체적으로 무거운 느낌을 더하고자 영화의 기본속도인 24F를 80F으로 늘려잡아 느린 움직임을 얻었다.

하늘의 묘사는 씬에 어울리는 스틸이미지를 한장 깔고 카메라의 움직임과 동조시킨 후에 번개가 칠때마다 잠깐씩 보이도록 mask 부분만 밝혀주었다. 번쩍임과 함께 나타난 타이틀은 점차 앞으로 다가오다가 바람과 함께 부서지며 날려 사라지게 되는데 toilet pictures라는 polygon을 maya의 scatter로 잘게 쪼갠 후 전체의 조각들을 keyframe으로 에니메이션 시켰다.

☞ 매커드가 최근 해왔던 작업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메커드의 CG실과 관련해서 말씀드리자면 영화와 관련된 작업으로는 최근 2-3년간 네발가락, 폰, 연애소설, 휴머니스트, 아프리카, 신라의 달밤등이 있습니다.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로는 탈옥수 이야기인 광복절특사와 해난구조대원을 그린 blue, 서울의 미래상을 그린 SF 네츄럴 시티가 있습니다. 그리고 홍보영상과 관련된 몇가지 영상물과 한편의 라이드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에서 CG 작업자로서의 기획력이 들어가는 부분이 있는지,
있다면 '폰'작업에서는 어떤 부분이었는지..



폰 타이틀 부분과 촬영 프로세스의 참여 정도였습니다.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선 콘티상의 결함이나 피드백을 얻기 위해 CG로 미리 시뮬레이션 해보는 경우가 많고 시나리오를 파악하고 표현 가능한 방법을 찾는 일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 공포영화기 때문에 다른 영화 CG에 비해 재미있는 작업들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몇가지 재미있는 작업이었다면..


별 생각없이 작업했던 커트들이 실제 시사회때 보니 엄청나게 무서운 장면이었군 하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시나리오를 통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스크린을 통해 보고 있었던 건데도 상당히 무섭더군요.

☞ 결과물에 대한 감독과의 이견이나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전혀 없을 수는 없겠지요. 영화 작업을 하다보면 몇 번의 수정은 있게 마련인데 대부분은 앞 뒤컷의 톤의 불일치에서 오는 수정이 많습니다. CG를 입힐 분량의 필름만 스캔받고 작업하여 다시 필름 레코딩을 하게 되는데 CG로 손대지 않은 앞 뒤컷과 레코딩한 CG컷이 서로 연결했을 때 톤이 약간씩 튀는 문제는 자주 생깁니다. 필름으로 시사회를 가져보고 만족할 만하다는 동의를 얻은 후에 작업이 완료됩니다. 다른 부분의 어려움으로는 작업의 막바지쯤 다다르게 되면 편집과 사운드, CG작업이 병행되는 경우가 있는데 가끔씩 CG부분이 편집이나 사운드에 맞춰서 작업의 제한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컷이 편집이나 사운드 부분에서 이미 완료되었기 때문에 예를 들어 100프레임으로 제한하여 작업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게 되는데 100프레임으론 표현하기가 부족하다거나하는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한 상황을 조정해야하는 문제가 어려움 중 하나입니다.

☞ '폰'영화에서 CG로 인한 연출이 숨어있어서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장면이 있다면?

재미있는 장면이라기 보다는 우울했던 장면이라고 해야 할까요? 꽤나 고생해서 만든 컷들이 실제 영화에서 보니 보이지도 않았던 커트가 몇 개 있습니다. 하지원과 눈귀가 먼 여자가 바닷가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 중에 순간적으로 하지원의 목덜미에 소름이 돋는 장면이 있었는데 어찌나 빨리 지나가던지 어렵게 표현한 소름은 잘 보이지 않더군요. 또한가지는 벽에서 죽은 시체가 살아나오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 부분은 원래 계획에 없던 작업이었습니다. 막상 촬영을 마치고 보니 벽에 엉겨붙은 소품으로 쓰인 가짜 머리카락과 맞지 않게 배우의 실제 머리카락이 너무 윤기가 도는 실수를 발견했습니다. 배우의 생머리위에 CG로 윤기없는 머리카락을 만들어 덧씌우는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이것 또한 어두운 화면 덕분에 거의 보이지가 않더군요.


☞ 영화 CG 작업들을 많이 해오셨는데, 느끼는 보람이 있다면..

풀릴 것 같지 않던 문제를 해결 했을때가 가장 즐겁습니다. 보통 작업 과정에서 부딪치게 되는 문제들이 예전에 했던 방법을 그대로 적용해서 되는 일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방법을 찾게 됩니다. 그런 와중에 문제해결능력이 생기고 실력이 향상됨을 느끼는게 가장 큰 즐거움입니다. 한 프로젝트를 끝내고 영화관에서 시사회를 보는 시간도 물론 보람이 있기는 하지만 작업 후에 남는 아쉬움 때문에 시사회장의 자리가 언제나 편한 것만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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