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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로 가는 새로운 통로

2009-04-07

애니메이션의 다양한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지난 4월 2일 시작된 'Cross Animate'전은 윌리암 켄트리지, 부 후아 등 해외 작가들과 김신일, 김한나, 문경원 등 국내 작가들 총 22명의 22여점으로 구성된다. 특히 오프닝을 겸한 세미나에서는 ‘현대미술과 애니메이션의 접점’이라는 주제로 미디어아트와 미학, 문화적 관점에서 애니메이션에 대한 탐색을 공유했다.

에디터 | 김유진 (egkim@jungle.co.kr)

모든 장르는 발전한다. 미술은 미술로, 영화는 영화로 새로운 것에 관한 시도는 영역의 확장으로 이루어지고, 그러한 확장 속에서는 또다른 장르와의 접점이 생기기 마련이다. 'Cross Animate'전은 무한한 표현능력을 가지고 있는 애니메이션이 현대미술로서 가질 수 있는 의미를 조명하는 자리다.

별다른 제약이 없는 표현력이라던가, 그래서 시공간의 혼합이 가능하다는 점, 고정된 형태나 틀이 없다는 점은 애니메이션의 기본적인 특징이다. 이렇듯 비정형적인 특성은 어쩌면 수많은 변이와 혼합 등 이미지가 차고 넘치는 시대에 가장 어울리는 매체일지도 모른다는 것.
현대미술에 있어서 매체가 점차 다양화되고 이를 통한 새로운 모색이 시도되어왔던 것을 생각한다면 때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기술력이나 표현력의 무한함을 특징으로 갖고 있는 만큼 오히려 지금, 여기를 대변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애니메이션이 아닌가 한다. 현대미술에서 수용하려는 애니메이션, 이 현상을 미학적으로 바라보려는 움직임이 바로 전시의 기획의도다.

따라서 작품은 그 여러 가지 가능성을 증명하듯 넓은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다. 회화작가는 애니메이션을 실험적인 도구로서 활용하고, 미디어아트 작가는 그 자체를 표현이미지의 언어 삼아 접근한다. 애니메이션 감독이 실험을 하는 방식은 거꾸로 회화적 측면으로의 접근이다. 개념적인 내용을 담아 디지털로 표현한 작업도 있다. 전시 전반적으로는 비단 지금까지 우리가 짚어왔던 가장 큰 애니메이션의 특성-비정형성-이 도드라질 뿐만 아니라, 표면적인 이미지만으로도 매우 색다른 자극을 준다.
움직임을 준다는 것은 시간이 부여된다는 것, 그리고 시간이 있다는 것은 내러티브 즉 이야기 구조를 표현하기에 용이하다는 것, 평면으로 표현되지만 그 안에 복합적이고 다양한 시공간이 존재한다는 것.

참여 작가들만 훑어본다면 전시가 이야기하는 바가 무엇인지 금세 짐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윌리엄 켄트리지나 부후아, 션 킴 등은 국제 비엔날레에 초대되어 현대미술전시에 참여하고 있는 작가이면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도 출품하는 감독이기도 하다. ‘크로스’라는 제목처럼 장르 자체의 구분보다는 무엇인가를 표현하는 도구로서의 애니메이션, 언어로서의 애니메이션에 다가가는 데에 가깝다. 그래서 ‘크로스’라는 제목은 비단 미술의 애니메이션 수용만을 뜻하는 것이 아닌, 애니메이션의 다양한 면면을 비추는 전시와도 연결된다.

먼저 첫번째 섹션은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를 해체하고 변형하는 새로운 형식의 내러티브를 선보이는 애니메이션들. 인물크기의 목탄화를 애니메이팅 하여 전개시킨 윌리엄 켄트리지의 ‘Weighing and Wanting’, 중국 상하이의 급속한 성장의 이야기를 코믹한 만화적인 이미지로 접근하는 부 후아의 플래시 애니메이션 ‘Savage Growth’ 등이 있으며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낸 우드 컷 애니메이션 트로이라마의 ‘Serigala Militia’, 성형수술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릴릴의 ‘Plastic Art’ 등도 있다. 시모네 마시나 레지나 페소아는 종이에 그린 그림을 스크래치 기법을 통해 표현하면서 어두운 톤의 화면을 만들었는데, 그 질감이 속속들이 미세한 감정으로 다가오는 듯한 느낌을 준다. 김한나는 회화작업에 연속적으로 등장하는 토끼와의 관계를 시공간의 혼성을 통해 보여주었고, 종이에 선을 압인한 김신일의 작업도 움직임에 관한 고찰을 유도한다.

두번째 섹션에서는 이미지의 연속적인 변형으로 요약될 수 있다. 선과 색채 사운드를 통한 유동적이고 원초적인 느낌을 전달하는 작품들이 선보인다. 이토 존과 아오키 료코의 ‘Children of Veins’, 션 킴의 ‘Latent Sorrow’가 그것. 버려진 건물에 벽화를 지우고 반복한 것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이탈리아 작가 블루의 ‘Muto’도 독특한 이미지를 선사한다.
로라 느보넨, 장형윤 등의 작품은 디지털 애니메이션 섹션을 통해 선보인다. 앞서 선보인 애니메이션들이 특유의 기법들로 각각의 컨텐츠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자유롭게 표현하였다면 이 섹션에서는 오히려 내용적 측면에서 ‘사유’라고 명명할 수 있는 깊은 성찰을 보인다는 점이 흥미롭다.

한편 전시 오프닝과 함께 진행된 세미나에서는 ‘다양한 각도에서 애니메이션 바라보기’가 이루어졌다. 미술비평가 정용도는 미디어아트적인 관점에서, 한상정 미학 예술학 박사는 나름의 방식으로 시간성을 부여해왔던 작업들, 혹은 거꾸로 회화에서 영감을 받은 애니메이션 작업들을 소개했다. 문화평론가 엄광현은 오히려 애니메이션의 관점에서 새로운 영상표현에 대한 도전을 벌이고 있는 일본 ‘아니메이션’ 아티스트들에 대해 소개했다.
전시든 세미나든 애니메이션이 갖는 혹은 논의의 주제를 더 압축하여 현대미술이 모색하는 하나의 모색으로서 애니메이션은 큰 설득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기술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무한한 이야기를 담으려는 이 시대에 자유로운 표현방법인 애니메이션은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언어일지도 모른다.



* 전시 개요 *

주최: 코리아나미술관
후원: (주)코리아나화장품, 스위치 코퍼레이션
일정: 2009년 4월 2일 ~ 5월 10일
장소: 코리아나미술관
관람료: 개인 3000원, 초중고 2000원/ 단체(10인 이상) 개인 2000원, 초중고 1000원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전시기간 중 무휴)
홈페이지: www.spac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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