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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이성적인 두뇌가 감성적인 카피를 쓴다

2005-07-11

직접적인 메시지를 돌려서 감성적으로 설득하는 경우도 있고,
직접적인 메시지는 따로 설명하고, 분위기(mood)만 감성적으로 잡는 경우도 있습니다.
관건은, 감성과 이성을 적절히 조화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건축가가 설계를 하듯, 감성과 이성의 비율을 적절히 배합(?)해야 똑똑한 카피를 쓸 수 있습니다.
단, 둘을 섞어서 쓸지, 분리해서 쓸지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위의 두가지 그림을 보십시오.
하나는 그냥 목도리, 하나는 준상이의 목도리.
머플러는 머플러. 천쪼가리.
준상이 목도리는 순애보, 한류열풍, 배용준의 스타일.
이것은 카피의 문제가 아니라 비쥬얼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원래 카피와 비쥬얼은 그 속성에 있어 똑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준상이의 사진이 만들어준 ‘감성의 공간’(mood)을 카피로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mood는 제품에게 제품이상의 가치를 부여합니다.

한 쇼핑몰에서 ‘홍대앞 거리’라는 테마로 패션을 팔고 있습니다.
비쥬얼에서 일단 홍대앞 거리가 가진 감성이 드러나지 않고 있죠?
하지만 여기는 ‘웹카피발전소’이니까 비쥬얼은 그냥 넘어가고 카피를 지적해봅시다.
‘미술관련 학과가 유명한 홍익대학교 주변에는 유난히 독특하고 개성있는 스타일을 자랑하는 패셔너블한 친구들이 많다.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 자체가 즐거운 눈요기가 될 만큼 홍대 앞 거리에는 앞서가는 패션 센스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세 줄을 할애하고 30단어 이상을 사용한 이 카피에서 여러분은 어떤 새로운 정보를 얻으셨습니까? ‘홍대앞 거리에는 패셔너블한 친구들이 많다’라는 정보 이외에 말입니다.

아무것도 얻으실 수 없었죠? 자, 굳이 말하면 이성카피로만 가득한 이문장은 이성카피 다운 정보도 주지 못했으며, 감성적인 정보, 즉 어떠한 mood도 얻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이 카피를 쓰신 분도 처음부터 이렇게 쓰려고 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홍대앞 거리, 하면 떠오르는 몇가지 단상(斷想)은 있었으되, 구체적인 카피라이팅 방법론을 미처 알지 못한 것이죠.
그동안 웹카피 발전소를 열심히 읽으신 분은 감 잡으셨을 겁니다.
‘아항, 필자가 키워드추출을 골자로 한 감성카피 방법론에 대해 썰을 풀려고 하는군!’
그렇습니다. ‘키워드 추출을 골자로 한 감성카피 방법론’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이제는 제 출세작(?)이 되어버린 ‘뚜레쥬르’의 카피라이팅 과정을 돌이켜보며 감성카피 방법론에 대해 공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번째 단계는 감정이입니다.
작사가, 작곡가들이 실연을 겪으면 주위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답니다.
“야, 이번에 좋은 곡 하나 나오겠네!”
말 자체는 참 비정하게 들리지만 일리 있는 말이죠. 작업을 할 사람에게 충분이 감정이입이 되었다는 것이겠죠?
최소한 하루 정도는 하루 종일 빵을 먹어보기도 하고, 자료를 뒤지기도 하고, 이미지 서치를 하면서 빵을 먹는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들을 구경해보기도 하면서 가슴속에 해당 브랜드의 감성을 촉촉히 채워가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주로 텍스트보다는 관련 이미지, 영상으로 감정이입을 준비하는 편입니다.
저는 빵 사진을 가장 많이 봤는데요, 빵들을 보며 빵과 사람이 만들어가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반복해서 구상했습니다.
이쯤 하면, 마음속에서 뭔가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두 번째 단계는 구조를 설계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information Achitecture, Structuring등의 과정과 개념은 비슷합니다. 쉽게 말하면 ‘무엇을 말할 것인가’(what to say)를 결정하는 단계죠.
결론만 말씀드리면, 브랜드의 4대제품군(빵, 드링크, 케이크, 선물군)을 중심으로 4가지 이야기를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각 이야기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핵심 컨셉은 ‘매장에서 바로 구워 신선하다'라는 배타적 차별점을 암시하도록 원칙을 수립했습니다. 바로굽는 다는 것은 각 이야기가 다른 시간대(에서 펼쳐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4가지의 이야기가 ‘4가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며, ‘각각 다른 4가지의 감성’을 담는 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가로세로 축을 만들어 정리하면 아래와 같은 논리적인 표가 만들어집니다.

자, 이 표의 빈칸을 채워넣는 것이 바로 구조의 완성입니다.
먼저 time line의 영역에는 임의로 새벽, 점심, 오후, 저녁- 이렇게 잡아보죠.
그 다음은 라이프스타일의 칸을 채워넣습니다. 이때는 반드시 해당제품, 해당브랜드와 어울리는 라이프스타일이 들어가야 자연스럽겠죠?
새벽하면, 웰빙 열풍에 어울리고, 시간대에 어울리는 조깅이 좋을 것 같고…
빵을 가장 좋아하는 타겟층인 직장여성을 당당한 캐리어우먼으로 포장해서 정리하면 좋을 것 같고… 빠져서는 안될 것이 빵의 속성 중 사랑인데…이것은 가족에 대한 사랑, 연인간의 사랑으로 나눠서 표현하면 좋겠고..
이제 각각의 가로, 세로축에 들어갈 내용들을 자연스럽게 어울릴 때까지 여러가지 포맷으로 바꿔보면서 자리를 잡아봅니다.

세 번째 단계는 키워드를 추출하는 단계입니다.
여기서 바로 카피라이팅으로 들어가면 안됩니다.
앞에서 보셨던 ‘홍대앞거리’같은 드라이한 감성으로 멈출 위험이 있습니다.
모든 카피라이팅의 준비운동, 키워드 추출 단계입니다.
구체적인 추출과정은 생략합니다. 하여튼 아래와 같이 추출했습니다.

네 번째 단계는 카피라이팅의 단계입니다.
이번 작업의 경우는 일러스트레이터와의 교감이 중요했습니다.
사진이야 재작업 해버리면 그만이지만, 한 번 그린 일러스트는 재작업이 너무도 어려우니까요. 따라서 대략의 콘티와 초벌카피를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제시하면, 일러스트레이터는 그 콘티를 바탕으로 아래와 같은 보다 정교한 콘티를 보내옵니다.

이제 일러스트레이터, 아트디렉터, 카피라이터 간의 충분한 의사소통을 통해 ‘따로 노는 카피’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적당히 tone&manner와 카피의 길이를 조절합니다.

이제 완성된 일러스트를 보며 카피를 확신을 가지고 정리합니다.

먼저 첫번째 이야기, ‘새벽’편

두 번째 이야기, ‘나의 점심’편

세 번째 이야기, ‘우정?사랑?’편

네 번째 이야기, ‘막내의 생일’편

사실은, 제가 쓴 카피지만 ‘언제 내가 이런걸 썼지?’싶을 정도로 제 안에 없던 낯선 감성들입니다.
기억해둡시다.

(1) 감성카피는 이성으로 쓰는 것.
(2) 감성카피는 구조를 완성하고 쓸 것.
(3) 감성카피는 키워드를 먼저 추출할 것.


‘카피 하나 쓰는데 이렇게 번거롭다면 바쁜 우리들이 어떻게 감성 카피를 쓰느냐?’
라는 질문도 더러 받습니다만, 사실 이러한 구체적인 방법론이 카피작업을 순식간에, 한방에 끝내주는 비결입니다.

뉴미디어의 미래가 밝아오고 있습니다. 뉴미디어 시대가 골치 아프고 살벌해지지 않도록 우리들이 열심히 감성카피를 씁시다. 따뜻한 감성의 숨결을 불어넣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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