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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열정을 먹고 사는 光 만화가, 왕지성의 ‘지지쑈 이야기’

2005-02-15


지지라는 애칭을 쓰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냥 별 뜻 없이 이것저것 해보다 이게 재미있다고 해서 쓰기 시작했다며 머쓱하게 웃어넘긴다.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도 홈페이지를 만든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였다. 만화의 양이 좀 쌓이고 나니, 여러 사람에게 만화를 안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매체를 만들고 싶어졌고, 그런 이유에서 홈페이지를 스스로 만들기 시작했다. 또 그러다 보니 이것 저것 홈페이지 제작에 관련해 배우기 시작했고 어느덧 2년이 훌쩍 지나갔다.
오랫동안 정성을 들인 만큼, 만화가 왕지성의 홈페이지(http://www.jijishow.com)는 특별하고, 유쾌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이 남자가 목숨 거는 이곳 '지지쑈 이야기'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취재 | 권영선 기자 (happy@yoondesign.co.kr)


커다란 의자에 앉아 있는 한 아이가 열심히 무언가를 그리고 있다. 머리 위에는 공룡, 기린, 악어, 말, 물고기 이상한 형상을 한 괴물들이 굴뚝 모양의 의자에서 뿜어져 나온다.
이 모습은 그림을 그리고 있는 만화가 왕지성과 무척이나 닮아 있는 듯하다.
유난히 큰 의자는 아직도 어린아이로 남고 싶은 그의 바램이 담겨 있고, 실제 그의 작업 공간을 본떠 만든 이 메인 화면은 그가 어떤 모습으로 작업을 하는지 짐작하게 만든다.
만화가 왕지성 하면 떠오르는 것은 '독특한 만화를 그리는 비주류 작가'라는 칭호이다. 하지만, 실제 그의 작업은 그렇게 거창할 것도, 또 특별한 것이 없다고 말을 한다. 단지 느끼는 대로 솔직하게 표현할 뿐이기 때문이다.

지지왕자의 홈페이지는 올 1월 14일, 장장 2년 여의 준비기간 끝에 모습을 드러냈다.
첫 화면의 코끼리 걸어 다니는 그림만 거의 2년을 보여주다 보니, 주위에서는 이제 연기만 피우지 말고 직접 보여달라는 주문이 쇄도를 했다.
그렇게 시작한 홈페이지는 오랜 기간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힘으로 모든 것을 제작하다 보니 실패한 것도 무척이나 많다고 한다.
처음 홈페이지를 접한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 수 있지만, 한번에 모든 것을 볼 수 있도록 만화 작업물들을 메뉴로 구성한 것이 이렇게 만든 나름의 이유이다. 기존 메뉴의 식상함을 탈피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로 귀엽게 봐주었으면 좋겠다고 그는 또다시 멋쩍게 웃어 버렸다. 일반적인 만화가의 홈페이지를 보면 들어가자 마자 만화를 한번에 볼 수 있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 곳에서 만화를 보려면 단 한번에 들어갈 수 있다. 그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만들면 보기 편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남들에게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만화가 왕지성은 머릿속으로 상상한 것들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하여 홈페이지 공부를 시작했는데, 본의 아니게 스크립트에 빠져서 이중생활을 하게 되었다. 지금의 플래시 애니메이션과 디자인은 처음 시작 6개월 만에 다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가 본 여러 플래시 사이트들은 멋진 애니메이션과 신기한 효과들로 이뤄져 있었지만, 관리하거나 업데이트 하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조금은 화석화 되어버린 사이트처럼 보였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가 원한 것은 스스로 관리 할 수 있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가 가능하며, 독자들과도 소통이 가능한 홈페이지였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스크립트를 배우는 일이었다.

html에서는 이미 일반화 되어버린 유저 인터페이스 기능을 플래시로 직접 만들어 내는 일이 그에게는 보통 큰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처음엔 액션 스크립트가 있는지조차 몰랐으니 말이다.

처음 홈페이지를 제작하려 했을 때 플래시를 이용해서 만든 이유는 html을 이용할 줄 몰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에 플래시가 더 멋있고 만들기도 쉬울 것 같아서 시작을 했다. 하지만, 그 일은 훨씬 더 까다롭고 어려웠다. 그가 원하는 것을 현실화하기 위해서 플래시에 관한 많은 책을 사야 했고, 책상에 장시간 앉아 있는 시간이 점차 늘어났기 때문이다. 점차 배워가다 보니 만화가 왕지성은 스크립트의 매력에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스크립트에 의해 사이트가 통제되는 것이 마치 작은 공화국을 건설하는 기분마저 느꼈다니 대단할 따름이다.

홈페이지 제작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각적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일관성, 편의성과 지지쑈만의 독특함을 함께 유지 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페이지와 페이지간의 이동시 로딩 되는 시간 동안의 하얀 화면이 보기 싫어 프레임간에 몰핑 효과를 주는 세심함도 보였다.
이런 모든 경우를 스크립트로 통제하다 보니 까다롭고 복잡한 일이 되어 버리고 말았지만, 이렇게 힘들게 공을 들여 만든 만큼 그만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얼마 전에는 이 작업을 계기로 프리랜서인 그에게 홈페이지 제작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들어오기도 했단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만화가 왕지성에게 전화를 걸어 처음으로 들은 말은 심각한 인터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비주류 작가, 엽기 만화가로 잘 알려져 있는 그는 이렇게 불리는 것이 그렇게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만화가 좋아서 자신의 색깔을 담아 그렇게 표현 할 뿐 그럴싸한 어떠한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점은 그가 기억하는 가장 어린 시절부터 만화를 그리기 시작할 정도로 열성적인 만화광이라는 것이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는데, 하루에 몇 시간이나 일을 하는지 그리고 홈페이지 제작을 위해 얼마간의 시간을 할애하는지 궁금하다.

하루에 10시간 정도 책상에 앉아 있는 것 같다. 일하는 비율과 스크립트 하는 비율을 보면 스크립트를 공부하는 부분이 지금은 더 많은 편이다. 작은 욕심이 있다면 스크립트를 좀 더 공부하여,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아쉬웠던 부분을 더 보강하고,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이 일을 디자이너가 아닌 개발자로 참여해 봤으면 하는 것이다. 내가 홈페이지를 만들고 액션 스크립트를 공부하는 것을 이렇게 자신 있게 자랑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하는 전공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화는 내 삶의 전부이고, 홈페이지 구축은 이 삶의 전부를 아끼고, 남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하나의 작업으로 시작한 일이었음을 알아 주었으면 좋겠다.


얼마 전에 파마헤드란 만화책을 기획하고 동료 만화가들과 함께 책을 냈다고 들었다. 대개 만화가들이 함께 모여 이렇게 책을 내는 것은 무척 드문 일인데…

처음 파마헤드는 문화컨텐츠진흥원에서 우수만화기획 공모에 당선된 후 작가들을 모아서 웹 매거진으로 출발했다. 그 후 책을 내기 위해 여기저기 출판사에 기획서를 가지고 접촉한 후 열림원의 자회사인 행복한 만화가게와 일이 성사된 후 책이 나오기로 했다. 하지만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작가들과 회사측 사이에서 결코 순탄치 않은 과정을 겪고 난 후 책이 나오게 됐다. 만화가이면서 기획자로서의 일을 동시에 했던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만화 작가가 기획까지 해서 진행이 된 특이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출판사에서 기획을 해서 작가를 섭외하는데, 작가가 기획을 해서 동료 작가를 섭외해서 출판사를 찾아가 진행된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언더 만화들은 동호회지 수준을 못 벗어 나는데 많은 아쉬움을 느끼고 이렇게 진행하게 되었다.
많은 사랑 부탁 드린다.


‘만화가 잔인하고 엽기적이다.’ 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 작가로 유명한데,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냥 느끼는 대로 표현하는 데에는 이유가 없다. 다만 감성적으로 여과 없이 그리다 보니 이런 그림들을 통칭해 내 만화를 엽기라고 부르는 것 같다.
‘사람들이 좋아할까’ 혹은 ‘인기가 있을까?’를 생각하지 않고 자기검열 없이 그림을 그린다. 내 만화가 잔인하고 엽기적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그리고 있다는 것이 옳은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징그럽게 나온다고 해서 특화되어 그린 것이 아니라 그 사람 고유의 표현 영역이라 생각하면 보다 쉽게 이해 되지 않을까?


지금까지 만들어낸 작품들을 소개해달라.


현재도 계속 리뉴얼 중이라고 알고 있다. 앞으로 어떤 홈페이지로 거듭나길 원하는가?

오픈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수정할 것이 정말 많다. 만약 이것이 나의 일이고 돈을 받고 하는 일이었다면 더 빨리 완벽하게 만들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
이 홈페이지를 통해 내 만화를 보러 와 주는 사람들과 가까워 질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만들고 싶다. 앞으로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만화를 알릴 수 있는 곳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아직은 서툴고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가야 할 길이 먼 만큼 더욱 열심히 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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