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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VMD Strategy of Hyundai Department Store

2007-01-30


글 | 김주원 (IMMG 대표)

백화점이라는 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환대산업이다. 놀이동산을 놀이기구를 타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업은 오락판매시설이다. 하지만 꿈과 환상을 파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환대산업이다. 호텔을 잠을 자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업은 숙박시설이다. 하지만 집 떠난 사람에게 집과 같은 최상의 휴식과 서비스, 이벤트화된 일상을 제공하는 곳이라면 이것은 환대산업이다. 백화점은 어떤가. 한곳에서 다양한 상품을 접할 수 있는 쇼핑편의를 제공하는 곳쯤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곳은 소매시설이다. 그러나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와 상품을 선택하는 안목을 문화적 행위, 여가소비행위, 자기표현행위로 생각한다면 백화점의 업의 본질은 환대산업이다.


호텔이나 백화점이나 동종 업의 최고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간환경은 이 산업을 소비하는 고객층의 성향을 의식한 듯 보수성을 띄게 마련이었다. 그러나 그 소비층의 성향이 변했다. 이제 돈이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버는 일뿐 아니라 돈을 쓰는 일에도 점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또한 이러한 행위에 더 많은 문화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이들이 먼저 변화하였다. 이제 공간이 변화할 때다.


디자인방향을 설정하는 기획단계에서는, 백화점이 대형할인유통점과 가격경쟁으로 소구할 수 없다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였다. 백화점의 업의 본질이 판매가 아닌 환대이기 때문에 그렇다. 백화점 시장 안에서도 고객을 보다 세분화하여 현대백화점 고객의 구체적인 연상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하였다. 성별, 각 연령대, 거주지역 등등의 펙터를 통해 매출기여도가 가장 높은 고객층인 4-50대 여성고객과, 최근의 매출기여변화경향을 주도하는 3-40대 여성고객이 근간이 되었다. 여기에 각 지점별로 고객층이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분석과, 백화점산업의 세계적 변화 트랜드, 국내의 소비환경변화가 참고되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압구정동에 위치한 본점과 함께 현대백화점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두 개의 중요한 축 중 하나다.

두 점의 성격을 비교하고, 정체성을 확립하고 여기에 의거한 공간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무역센터 점은 전형적인 도심형백화점으로 3-40대의 구매력 있는 전문직 종사자 여성이 주요 타켓이었다.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일과 가정생활을 동시에 중시하며 웰빙, 유기농 등 건강한 생활에 관심이 많고, 새로운 패션에 대한 수용도와 민감도가 높으며, 구매목적에 따라 저가와 고가상품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 소비패턴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기획과 기본계획에만 6개월이 넘는 설계기간을 가진 장기프로젝트였다. 그 기간의 절반 이상을 동선에 대한 논의로 소진하였는데, 백화점에서 동선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수많은 동선패턴이 그려지고 제시되고 논의되고 수정되었으며, 영업적인 검토를 거쳐 새로운 것에 대한 수용과 현상유지의 적절한 수위를 유지하기에 이르렀다. 기존의 사각 격자 패턴의 동선이 매장구성에 있어서 최고의 효율성을 지향하는 것에 반해, 새롭게 제안된 ‘소요하는 산책로’ 동선은 걷는 행위의 자연스러움을 지지한다.
또한 다양한 형태의 각 매장 연출과 걷는 과정에서 보다 다양한 각도로 전개되는 전체 백화점 통로공간의 역동성을 통해 기존의 백화점 공간을 통해 표출되었던 보수적 이미지에서 진일보한 참신함과 고객중심적 가치를 드러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실제 판매를 담당하는 부서의 실무자와 함께 현실성에 대한 수많은 토의와 함께 계획 수정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새롭게 개선되어 부분적으로 MD에 맞게 적용된 ‘소요하는 산책로’ 동선은 고객들로부터 신선하다는 반응을 끌어내었다. 기존의 백화점과는 확연히 달라졌으며, 더 재미있고 유연한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두 번째는 매장 외 서비스공간의 전폭적인 확대방침이다. 직접적인 매출이 일어나는 곳은 매장공간이지만, 그 외 통로공간이나 휴게공간, 이벤트공간, 서비스공간, 화장실 등의 공간은 백화점의 수준을 가늠하게 하는 척도이다. 오히려 판매공간은 디자인에 있어 제약이 많지만, 매장 외 공간은 전적으로 디자인을 수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공간이다. 이번 계획에서는 휴게공간을 대폭 강화하였는데, 에스컬레이터 측면공간 중 한쪽을 완전히 비워서 이벤트를 겸한 휴게공간화 한 것이라든지, 층 중간중간에 에스프레소 바 등 테마화된 휴게공간을 주고, 유아휴게실의 기능을 강화하였으며, 각 층의 화장실 또한 층의 성격에 맞도록 디자인을 차별화하는 등 서비스공간의 디자인을 통해 백화점의 이미지 구축에 힘쓴 점이 두드러진다. 세 번째는 상품군에 따라 테마매장을 조성하여 매장환경의 이미지를 변화하고자 하였다. 구두나 란제리, 액세서리, 와이셔츠 / 넥타이 등의 상품들은 브랜드별 매장구획이라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아무래도 매장환경이 열악해지기 쉬운 상품군들이다. 이러한 상품군들에 대해서는 브랜드의 고유성을 보장해주기보다는 일괄적으로 테마화된 판매공간을 조성해주어서, 마치 편집매장과도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그 결과 이 테마매장들은 오히려 판매공간의 분위기를 띄워주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어, 역발상의 위력을 실감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마지막으로, 디자인의 스타일에 대한 지침이다. 기획단계에서 설정된 고객층의 이미지와 부합하는 ‘순수하고 지성적이며 도회적인 화이트’를 주조색으로 선택하였다. 반짝이는, 부드럽게 빛을 발하는, 빛을 머금은, 광택이 도는, 그림자가 맺히는, 폭신한 느낌의 등등. 다양한 느낌의 화이트가 공간의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하여 동원되었다. 미래지향적이며 참신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하여 ‘유기적인 형태’를 도입하였다. 직각으로 선이 만나는 것을 최대한 지양하고, 자연에서 생존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유지하는 유선형의 몸체에서 나타나는 그 우아하며 날렵한 형태를 차용하였다. 둔각과 예각이 반복되며 이어지는 다이나믹한 동시에 절제된 형태는 공간적 정체성을 부여하기에 적합하였다. 마지막으로 젊고 재미있는 백화점의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하여 ‘다양한 형태의 전략적 대비’를 지향하였다. 질감의 대비, 색상의 대비, 형태의 대비 등. 이를 위하여 많은 새로운 재료와 형태들이 검토되었으며, 신중히 선택되었고 이들은 공간 곳곳에서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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