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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 리뷰

시대를 아우르는 변주곡, Cubic Dream - 평촌 해조

2008-09-02

디자인 주영정 / ㈜예조종합건축사사무소(02-569-8345 yejo@chol.com www.yejokorea.com) 디자인팀 예조 / 황연숙•송인욱•이일형•한송•문혁식 시공 ㈜창현건설•㈜트리플랜 건축주 변병훈 위치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1599-3(031-385-1407) 용도 일식당 면적(리모델링) 대지면적-431.40m2, 연면적-799.30m2, 건축면적-252.20m2 용적률 166.33% 규모 지하1층, 지상 3층 설계기간 2007.6 시공기간 2007.7~9 외장재 메탈 패브릭, 내수합판 위 오일 스테인, 알루미늄 루버 바닥 멀바우 원목마루, 대리석 노출콘크리트, 벽지, 컬러유리 천장 자작나무합판 협력업체 젠코리아, 대왕목재(바닥재 031-396-6500), 삼원유리(유리), 수원석재(석재 031-352-9049), 금정공사(금속 031-552-0182), 현진상재(마루 017-260-5459), 이완근(벽재011-716-7428), 성보전력공사(조명 031-323-5577), 이남호(그래픽 016-341-7559)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들은 그것들의 단순함과 친밀함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낡고 빛바랜 건물을 일본식 레스토랑으로 리모델링하면서 다소 철학적인 문제를 거론한 것은 형태를 구성하는 생김새의 조형의 단순성을 통해 공간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고자 한 건축가의 의도이다. 마치 항상 우리 눈앞에 있지만 그것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20세기의 유명한 철학자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의 단순성의 언어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에 지어진 애초 건물은 그 기능성을 다하고 퇴색되어 상업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덕지덕지 덧붙여진 흔적들은 쾌쾌한 묵은 먼지와 표면의 깊은 생채기를 드러내어 거리의 표정을 어둡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였다. 건물을 구성하는 각각의 서로 다른 요소들은 저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세우며 불안정하고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건축가는 시간의 경과와 함께 변화하는 생명체의 진화처럼 건물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였다. 그 질서를 구성하는 힘은 단순함과 편안함이었다. 여러 가지 혼재되고 중첩된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묶고, 단순함으로 불안정한 공간을 정리하기 위해 ‘큐브(Cube)’를 공간 곳곳에 삽입한다. 그리고 전체 공간을 포용하며 아우르듯 커다란 스킨을 덮는다.
전체적인 공간 구성은 커다란 입방체로 건물의 매스를 나누고 그 위에 살포시 메탈 패브릭과 알루미늄 루버로 공간을 감싸는 방식이다. 정면에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조경이 마련되어 있고, 도로에 면한 측면은 커다란 입방체를 떠받치는 듯 6개의 기둥이 건물의 균형미를 살려주며 길과의 여유 공간을 제공한다. 내부 공간 역시 재료의 단순성을 통해 담백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일률적으로 반복된 합판을 통한 천장패턴은 1층 홀과 인포메이션에서 시작되어 2, 3층 인포메이션 홀로 연속된 공간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공용 홀 벽면은 살짝 내피를 감싼 노출콘크리트 마감이 담백함을 더하고 벽면에 걸린 드로잉 몇 점이 갤러리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동선을 이어주는 원목마루의 바닥은 내부공간의 편안함을 더해주고 재료의 통일성이 엿보이는 내부 실들은 일식 요리공간의 정서를 담아내고 있다. 그 속에 살짝 덧대어진 디딤돌이 더욱 운치를 자아내며 공간의 표정을 온화하게 만들고 있다. 레벨을 달리하여 전개된 내부 실들은 마치 골목길을 거니는 듯 길게 이어지며 길 양옆으로는 은은한 조명이 이어진다.
홀 공간의 실험성을 엿볼 수 있는 1층은 크리미한 컬러표현으로 고객들에게 경쾌함을 선사한다. 재료의 다양성 또한 해조의 공간을 특별하게 만들고 있다. 인포메이션에서 홀로의 경계 면에는 소주병을 첩첩이 쌓은 파티션이 묘한 분위기를 제공한다. 안쪽으로 이어진 내부 홀에는 메탈 패브릭을 이용한 공간의 트임과 실의 나눔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이처럼 해조의 공간은 우리 주변에서 간과하는 단순하고 치밀한 언어를 통해 이를 공간에 효과적으로 조합하고 엮어냄으로써 그 특유의 담백함을 제공하고 있다. 건축가의 이러한 작업은 도시를 구성하는 하나의 작은 행위이며 거리를 더욱 생명력으로 넘치게 하는 건축행위로 귀결된다. 끊임없는 시행착오 속에서 진화하는 생명체의 변화처럼 이곳의 건물도 오래된 에너지, 다양한 시간성, 시대를 아우르는 변주곡처럼 변화해나가는 것이다


취재 김용삼•안정원 사진 최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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