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스페이스 | 리뷰

디자인의 가치를 아는 서점

2011-08-17


합정역에서 홍대 상상마당으로 가는 길, 그 길에는 작고 예쁜 동네서점 ‘땡스북스(THANKSBOOKS)’가 있다. 커피숍인지 서점인지 갤러리인지, 투명한 유리창 밖에서는 알 수 없는 이 곳의 정체성은 안으로 한 발 들여놓는 순간 직감적으로 와 닿는다. 커피를 마시면서 책도 읽고 담소를 나누는, 책이 고마운 사람들을 위한 사랑방이 되고 싶다는 땡스북스. 그 곳에 찾아가봤다.

에디터 | 최동은(dechoi@jungle.co.kr)


동네 서점, 땡스북스

깔끔한 매장 인테리어와 ‘디자이너’라는 땡스북스 두 창립자의 예전 직함 때문에 사람들은 땡스북스를 디자인 전문 서점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땡스북스는 지금은 사라져가는 ‘동네 서점’의 새로운 롤모델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작은 서점일 뿐이다.

“동네서점이라고 하면 책 한 권 사서 읽고 싶을 때 가볍게 들를 수 있는 느낌이 들잖아요. 그에 비해 온라인 서점은 책을 만져보거나 느낄 수 없어 표지나 서평만 보고 구입하게 되죠. 운영하는 사람의 취향을 느낄 수 있고, 직접 만져보고 구입해 바로 뜯어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동네서점은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과는 다른 온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땡스북스의 점장, 김욱씨의 말이다.

땡스북스의 이기섭 대표와 김욱 씨는 <일러스트레이터, 그래픽디자인> 이라는 책을 작업하던 중현재 땡스북스가 위치한 더갤러리 1층을 활용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원래 운영되고 있던 카페와는 다른, 그리고 홍대 앞이라는 위치가 가지는 문화적이고 예술적인 특징을 살려보자는 뜻에서 나오게 된 아이템이 바로 서점이다.

사실 홍대 앞에는 디자인 전문 서점, 미술 전문 서점은 있어도 일반 서점은 찾아보기 힘들다. 땡스북스도 처음에는 지인들을 통해 출판사와 거래하다 보니 안그라픽스, 홍디자인과 같은 디자인 전문 출판사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땡스북스가 사람들에게 ‘디자인 전문 서점’이라고 인식된 데는 이런 이유도 있다. 물론 지금은 디자인서적뿐만 아니라 인문, 소설, 에세이부터 독립잡지와 해외도서까지 카테고리를 많이 넓힌 상태다. 최근에는 책과 잘 어울리는 노트, 볼펜 등의 잡화도 구비해 구성을 더 넓혔다.


일반 서점이 적은 홍대에 위치해서인지 땡스북스에는 단골들이 많다. 대학생부터 인근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인들까지 계층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각종 잡지에 잇달아 소개되고, 근처의 더북소사이어티나 유어마인드와 같은 독립 출판물 전문 서점이 인기를 끌면서 손님이 더 많아졌다. 문을 연지 1년도 채 안된 서점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다.

“저희는 충동 구매를 일으키는 예쁜 책들이 많아요. 일본인들도 많이 오시고요. 보는 재미도 있고 사는 재미도 있어서 자주 찾으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단골이 많아 불편한 점도 있다고. 단골들의 재미를 위해 매대에 있는 책들을 자주 바꿔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쇼윈도에 책장, 매대까지 책들은 번갈아가며 손님들 앞에 보여진다. 땡스북스가 많은 책보다는 다양한 책을 입고시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디자이너들이 좋아하는 서점

“사실 디자이너들 중에서도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디자인과 함께 인문학적 지식을 접할 수 있는 장소는 별로 없잖아요.”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땡스북스 컴퍼니의 북디자이너로 들어온 최혜영 디자이너에게 땡스북스는 최신 북디자인 트렌드를 접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다. 디자인 지식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문학적 지식도 쌓을 수 있는 공간이라 디자이너들은 특히 땡스북스를 더 좋아한다.

“땡스북스에서는 대형 서점에서 노출되지 않았던 책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서점을 운영하면서출판사들과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도 많고요.”

최혜영 디자이너는 요즘 북디자인 트렌드는 ‘소소한 디자인’, ‘말랑말랑하고 담백한 디자인’이라고 말한다. 겉표지가 화려한 디자인보다는 타이포그래피 위주로 디자인된 깔끔한 디자인의 책이 잘 팔린다고.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이런 디자인을 많이 찾는다는 사실은 땡스북스에서 일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부분이다.


베스트셀러가 아닌 스테디셀러를 팝니다

땡스북스 매대에서는 잘나간다는 베스트셀러들보다는 나온지 조금 오래된 책, 혹은 낯선 책들이 당당히 자리잡고 있다. 대형서점에서는 눈에 들지 못한 책들이 땡스북스에 와서는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땡스북스에는 트렌드 위주의 책보다는 스테디 셀러, 직원들이 읽어봤더니 좋은 책들이 주로 입고된다. 물론 표지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같은 세계문학 시리즈라도 기왕이면 예쁜 책을 입고한다. 컨텐츠가 가장 중요하지만, 디자인이 별로면 실제로 잘 팔리지가 않는다고.

특히 땡스북스가 매주 선정하는 ‘금주의 책’은 유명한 책보다는 숨겨져 있는 진주 같은 책들이 많다. 땡스북스의 직원들은 ‘금주의 책’을 읽고 홈페이지에 리뷰를 남기는데, 보고 싶은 책을 볼 때 글이 잘 써지기 때문에 주로 자신들이 보고 싶은 책으로 선정한다.

그래서인지 때때로 땡스북스에서는 의외의 책들이 잘 팔리는 경우가 있다. 다른 곳에서는 잘 안 팔리던 책들이 땡스북스에 와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이다. 출판사가 놀랄 정도다.

북카페 + 서점 + 갤러리

땡스북스는 매달 자체적인 전시도 진행하고 있다. 주로 출판사와 연계되거나 책과 관련된 작가들이 위주다. 지난 7월에는 그림책 작가 백희나와 <백희나: 달샤베트 전> 을 진행했고, 8월에는 민병걸 디자이너의 <민병걸:책•상 전 冊床展> 을 진행한다. 서점에서 감상하는 작품들은 갤러리에 걸려있을 때보다 색다른 느낌을 준다.

이렇게 다양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 땡스북스는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서점’이라는 정체성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각기 취향에 맞게, 목적에 맞게 즐기다 가면 그만이다. 홍대 앞의 작은 서점이 매력적인 이유다.

땡스북스는 여기에 멈추지 않고 최근 자체 디자인 스튜디오를 열었다. 서점과 디자인 스튜디오를 연계해 자체 상품과 출판까지 직접 진행하고 싶다는 포부다. 땡스북스의 점장 김욱씨는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초반에 빨리 안정을 찾을 수 있었어요. 도움 받은 만큼 다시 베풀 수 있는 서점이 되고 싶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동네서점으로써 편안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요.”

책과 디자인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 그래서 더 가보고 싶은 땡스북스의 미래가 기대된다.



간결하고 세련된 표지 디자인이 기존의 전집들과 차별화된다. 통일감이 느껴지는 디자인과 내용과 표지의 어울림이 좋아 북디자인을 공부하는 분들에게 추천.


『디자인의 디자인』 보다 내용이 보강되었고, 자료사진이 늘었다. 하라 켄야가 생각하는 디자인에 대한 답들이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수영장에서 만난 소년 소녀의 풋사랑 이야기. 염소는 음메하는 염소가 아니라 수영장에 사용되는 화학약품 염소를 의미한다. 수영장의 풍경을 묘사한 그림이 염소의 냄새와 낯설면서도 차가운 느낌을 그대로 전달해준다. 말하기에는 사소한, 그러나 자기 자신에게는 큰 사건. 이런 경험을 잘 표현했다



www.thanksbooks.com



facebook twitter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